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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로 적자 메운다” 강제노동 관세로 60개국 압박 나선 트럼프, 물가·금리 상승에 재정 ‘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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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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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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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무역법 301조 앞세워 60개국에 재차 관세 부과
만성적 적자·부채 속 재정 부담 누적, 관세로 상쇄 시도
인플레이션·금리 상승 부작용 가능성, 성장 둔화 리스크도 부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60개국에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선언과 함께 본격화했던 강력한 관세 정책을 유지하며, 관세를 통상 압박과 재정 수입 확대를 동시에 달성할 핵심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관세 비용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와 국채금리를 끌어올릴 경우, 늘어난 관세 수입보다 정부의 이자 부담과 경기 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가 더 커지며 재정 리스크가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美 신규 관세 체계 수립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총 60개국에 대한 10∼12.5% 관세를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도입하지 않거나,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미국의 무역 체계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60개국에는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국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 국가에서 들어오는 제품이 미국 전체 수입품의 99%에 육박할 정도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의 도덕적 설득에도 전 세계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이 근절되지 않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거의 한 세기 동안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해 왔으며,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처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관세 부과 방식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우선 한국과 일본의 경우, 제품별로 최혜국 대우 세율이 12.5%에 미치지 못할 시 강제노동 관세를 통해 12.5%로 맞추도록 했다. 최혜국 대우 관세가 12.5% 이상일 경우에는 강제노동 관세율이 0%로 조정된다. 유럽연합(EU)과 대만도 10%를 기준으로 삼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미국과의 무역 합의가 이뤄진 나라들에 대해 별도의 부과 기준이 수립된 것이다. USTR은 "이런 식으로 총 관세 상한을 설정하는 것은 상호 무역 협정과 같은 합의에 부합하며, 이런 경제 주체들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금지 조치를 만들고 효과적으로 집행하도록 하는 데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국, 인도, 멕시코,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17개 국가에 대해서는 10%의 관세율이 적용됐고, 이외의 나머지 국가들에는 12.5%가 부과됐다.

EU 빅테크 규제에도 보복 예고

미국은 EU를 향한 추가 관세 부과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정말로 선진적이고 놀라운 기업인 구글이 설명도 없이 EU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4,680억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미국은 유럽의 ‘저금통’이 아니며,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미국 기업과 납세자를 ‘약탈’하는 관행에 대해 우리는 즉각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며 “과징금은 전부 되돌려질 것이며, 우리는 상당한 관세가 가능한 한 조속히 부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U는 지난 23일 미국 빅테크 기업 구글이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며 8억9,000만 유로(약 1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아무 이유 없이 애플에 150억 달러(약 22조200억원), 메타에 30억 달러(약 4조4,040억원), 아마존에 25억 달러(약 3조6,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면서 “구글에 부과된 과징금 총액은 180억 달러(약 26조4,240억원)를 넘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EU의 과징금 부과는 '불법적이고 아주 차별적인 관행'이라고 일갈했다. 시장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액이 미국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 액수에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는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EU를 넘어 여타 국가들을 상대로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근거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한 관세 부과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美 짓누르는 재정 리스크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 관세 정책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막대한 재무 부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현시점 미국의 연방정부 총부채는 39조6,769억 달러(약 5경8,250조원)에 달한다.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38조9,000억 달러(약 5경7,100조원) 안팎이었던 총부채가 두 달여 만에 8,000억 달러(약 1,174조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일반 투자자와 금융기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외국 정부 등이 보유한 공공 보유 부채는 31조9,119억 달러(약 4경6,850조원) 규모이며, 정부 내부 계정이 보유한 부채도 7조7,650억 달러(약 1경1,400조원)를 넘어섰다.

부채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은 만성적인 재정 적자다. 미 재무부의 월간 재정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연방정부 수입은 4조2,000억 달러(약 6,170조원), 지출은 5조5,000억 달러(약 8,070조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누적 재정 적자는 1조4,000억 달러(약 2,055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0억 달러(약 42조5,720억원) 급증한 수치다. 부채 규모가 불어나면서 연방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이자 비용도 자연히 급증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2026회계연도 순이자 지출이 1조 달러(약 1,468조원)로 GDP의 3.3%에 이를 것이라 추산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전략

이러한 상황 속 미국 정부가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세를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세율을 상향 조정하기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사회보장연금, 의료보험, 국방비 등 대형 지출 항목을 대폭 삭감하는 방안도 의회와 유권자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관세는 의회의 일반적인 증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행정부가 무역법상 권한을 활용해 비교적 신속하게 부과할 수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해외 기업과 수출국에 비용을 물리는 정책처럼 보이는 탓에 정치적 저항도 작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다수 국가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공식적인 명분은 무역 불균형 해소와 자국 제조업 보호였지만, 사실상 감세 정책 및 대규모 재정 적자로 인한 세수 부담을 일부 보완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는 조치였다. 그러나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부여한 법률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상호 관세에 대해 위법 및 무효 판결을 내렸다. IEEPA에 근거해 구축한 관세 체계가 법적 기반을 잃자, 트럼프 대통령은 세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지난 2월 24일부터 광범위한 수입품에 10%의 임시 관세를 적용했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이 크고 심각한 국제 수지 적자를 겪을 경우, 대통령이 의회 표결 없이 수입품에 최대 15%의 할증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관세는 '만능통치약' 아냐

이번 강제노동 관세 부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통상 정책 기조가 한층 뚜렷해진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오히려 미국 재정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관세는 해외 정부나 수출 기업만이 부담하는 세금이 아니며, 그 여파는 미국 기업 및 소비자에게도 시차를 두고 확산하게 된다. 실제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부과된 관세의 경제적 부담 가운데 약 90%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귀착된 것으로 분석했다. 연준 역시 지난해 11월까지 시행된 관세가 올해 2월까지 근원 상품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을 3.1% 끌어올렸으며, 전체 근원 PCE 가격에도 0.8%의 상승효과를 냈다고 추산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세는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울 위험이 있다. 관세발(發) 물가 압력이 장기화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게 되고, 시장은 장기간 높은 정책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을 미 국채 수익률에 반영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하고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시, 미 재무부가 신규 국채를 발행하거나 만기가 돌아온 기존 국채를 차환할 때 부담해야 하는 금리는 추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새 관세를 통해 확보한 세입의 상당 부분이 추가 이자 지출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 재정 개선 효과는 한층 약화한다. 관세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고 기업의 원가 및 투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투자와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게 된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수입 감소로 관세를 매길 과세 기반 자체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소득세, 법인세, 급여세 등 연방정부의 핵심 세수도 위축될 위험이 생긴다. 상대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지출이 추가될 수도 있다. 결국 세출 구조 개혁이나 안정적인 세원 확보 없이 관세만으로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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