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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술 안 찾는다" 글로벌 주류 시장 침체 가속, 韓 맥주 제조사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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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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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세븐브로이 등 국내 수제맥주 업체 줄도산 '경고등'
주류 소비 둔화에 맥주 시장 전반 침체, 오비맥주만 카스 앞세워 선전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 전 세계적 확산, 소비자 수요 무알코올 주류로 이동

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경기 침체 및 트렌드 변화로 인해 주류 소비 전반이 감소한 가운데, 소주와 달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맥주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 각국의 주류업계에서 침체 흐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주류 시장에서 이탈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무알코올 주류 등 대체 음료로 이동하는 추세다.

韓 수제맥주업계 붕괴 목전

2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대표하는 양조업체 중 하나였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파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2016년 창립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수제맥주 호황에 힘입어 2021년 기업공개(IPO) 의사까지 드러냈던 업체지만, 최근 수년 사이 성장세가 둔화하며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14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8월 기업회생 절차에 착수했으나 마땅한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기한 내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1세대 수제맥주 업체로 불리는 세븐브로이는 다음 달 6일까지 회생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세븐브로이는 2011년 중소기업 최초로 제조일반면허를 획득하면서 국내 첫 수제맥주 기업으로 등극했으며, 대한제분, 편의점 CU 등과 협업해 '곰표 밀맥주'를 출시하며 수제맥주 열풍을 주도했다. 하지만 2023년 상표권 계약 만료 이후 경영난이 본격화했다. 세븐브로이가 2023년과 2024년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각각 91억원, 174억원대에 달한다. 지난해 6월 회생 절차가 개시됐으나, 회생 계획안 제출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수제맥주 업체 중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한울앤제주(구 제주맥주)도 경영 악화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한울앤제주는 지난 2024년 더블에이치엠에 매각됐으며, 이어 같은 해 12월 반도체 검사 장비 기업 한울반도체가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케이파트너스1호투자조합에 최대 주주 자리가 넘어갔지만, 부동산 양수에서 차질이 생겨 결국 한울반도체가 회사를 다시 품게 됐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롱스를 운영하던 와이브루어리도 올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와이브루어리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곳곳에 1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양재점, 광안리점 등 4곳만 겨우 운영 중인 상태다.

주류 소비 감소하며 맥주 시장 '휘청'

이 같은 실적 악화 위기는 비단 수제맥주업계를 넘어 국내 주요 맥주 제조 업체들 사이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3분기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2,26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누적 매출(2025년 1~3분기)은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든 5,753억원이었으며, 누적 맥주 매출은 416억원으로 38.6% 급감했다.

그나마 성장세를 지켜낸 업체는 오비맥주뿐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비맥주는 비상장사로 정확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나, 오비맥주의 모기업인 다국적 주류 운영사 AB인베브(AB InBev)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매출 성장세를 시사한 바 있다. 보고서는 "수익 관리 전략에 힘입어 헥토리터(hl·100l)당 매출이 성장했다"면서 "올해(2025년) 3분기 한국 시장 매출은 한 자릿수 중반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량은 전반적으로 보합 수준이었지만, 외식과 가정용 채널 모두에서 업계 평균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체 매출 성장세는 메가 브랜드 '카스'가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맥주 시장 전반이 가라앉은 배경으로 경기 침체와 음주 문화 변화를 지목한다. 전 세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불필요한 음주를 줄이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등이 국내에 상륙하며 주류 소비량 자체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주류 지출은 2024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 속 소주보다도 맥주 제조 업체가 수익성에 특히 큰 타격을 입은 원인은 ‘글로벌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소주의 경우 한국 고유의 술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 기회와 수출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맥주는 나라별로 로컬 브랜드가 현지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최근처럼 내수 수요가 가라앉아도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전통적 주류 산업이 무너진다

주류 소비 감소 트렌드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확산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데이터에 따르면 다수 회원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1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 업체 갤럽은 '현재 술을 마신다'고 답한 만 18~34세 미국 젊은 층의 비중이 2023년 59%에서 지난해 8월 50%까지 떨어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2024년 글로벌 주류 판매량은 4,772억 병으로 2018년(4,968억 병)보다 약 4% 감소(영국 주류시장연구기관 IWSR 집계, 500ml 한 병 기준)했다. 

이에 후방 산업인 유리병 제조업계도 궁지에 몰렸다. 글로벌 유리병 제조사 아르다그는 지난 수년 사이 독일 드레브카우공장과 미국 일리노이 돌턴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맥주·와인병 수요가 감소하며 생산 능력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세계 1위 유리병 기업 O-I 글라스(옛 오웬스일리노이)도 2024~2025년에 걸쳐 미국 일리노이주 공장과 오하이오주 설비를 잇달아 폐쇄했다. 이 밖에도 영국의 펍 산업 등 주류 중심 산업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고용 감소가 발생 중이고, 일명 '죄악세' 중 하나로 꼽히는 주류세 수입도 전 세계에 걸쳐 감소하는 추세다.

기존 주류 시장에서 대규모 이탈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무알코올 주류 시장으로 이동했다. 술과 무알코올 음료를 번갈아 마시는 일명 '지브라 스트라이핑(Zebra Striping)' 유행 등에 따라 대체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다. 이에 글로벌 맥주 제조사들은 '하이네켄 0.0', '기네스 0.0', '버드와이저 제로' 등 간판 브랜드의 논알콜 버전을 속속 출시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 흡수에 나섰다. 디아지오는 2019년 세계 최초의 논알코올 증류주 ‘시드립’을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오비맥주가 알코올·당류·칼로리·글루텐이 모두 없는 '카스 올제로' 등을 앞세워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적극 공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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