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자동차 산업 누비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노동자의 ‘불편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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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공장 투입 확대, 자동차 생산 방식 변화 가격 하락·대량 생산 본격화, 노동시장 재편 압력 확대 보조금 정책 고용 연계 필요, 산업 정책 새로운 과제 부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 새로운 변화가 포착됐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조립 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투입하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달리 로봇은 지각이나 결근이 없고, 노동조합 가입이나 임금 인상 요구와도 무관하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작업 공간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배치하면서 제조 방식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동차 산업의 ‘무인 제조’ 전환을 알리는 초기 신호로 평가한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정책 논쟁과도 맞물린다. 각국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차 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대규모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그러나 공장 유치가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던 기존의 산업 공식은 더 이상 그대로 작동하지 않을 전망이다. 생산 현장에서 로봇 활용이 늘어나면서 생산 거점과 고용 창출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문제는 자동차 산업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둘러싼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자동화 넘어서는 유연성의 공포
최근 2년 사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주된 역할은 물건을 들어 옮기거나 분류하는 작업으로, 그동안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 노동자가 담당해 온 영역이다. 기존 자동화 설비가 특정 반복 공정에 맞춰 고정적으로 운영됐다면, 휴머노이드는 상황에 따라 다른 생산 설비로 이동하거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부각된다.
이런 유연성은 기업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하나의 로봇 집단이 여러 차종의 생산 공정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신차 출시 때마다 대규모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했던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당 초기 도입 비용은 12만~20만 달러(약 1억7,600만~2억9,4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초기 비용은 적지 않지만, 다양한 공정에 재배치할 수 있는 ‘이동형 노동력’이라는 점이 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다.

가격 하락 가속화에 따른 노사 갈등
기술이 성숙할수록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 현장 도입 장벽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전문 매체 버추얼머신(VirtualMachine.org)에 따르면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는 2025~2026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평균 가격이 8만~12만 달러(약 1억1,760만~1억7,640만원)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낮아지는 수준으로, 로봇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가격 하락으로 도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고용 현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조립 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 투입될 경우 숙련 조립 노동자의 일자리가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으며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BMW그룹은 로봇 도입 목적에 대해 “노동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안전·보조’ 명분이 현장에서 제기되는 인력 대체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봇 유지보수 등 자동화 과정에서 새로 생기는 직무 역시 기존 대규모 생산직 인력을 흡수하기에는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정책의 함정, 무늬만 자국 생산
유럽과 미국의 정책 당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을 ‘지역 생산’과 연계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원 기준이 공장 위치나 부품의 현지 생산 비중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기업은 보조금을 유지한 채 로봇 투입을 확대해 실제 고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하게 된다.
정부가 기대했던 지역 경제 활성화나 세수 확대 효과도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로봇 도입은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실제 고용 성과와 보조금 지급을 연계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이나 ‘메이드 인 USA(Made in USA)’ 정책도 이름만 남고 지역 고용 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기술 혁신을 사회적 번영으로 잇는 과제
로봇 시대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자동화로 창출된 성과가 일부 기업과 주주에만 집중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교육 체계 개편이 선행 과제로 꼽힌다. 로봇 감독과 시스템 통합 기술을 중심으로 한 실무형 단기 교육 과정을 확대하고, 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자격 인증 체계를 구축해 노동자의 직무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의 정보 공개 책임 강화도 요구된다. 로봇 도입이 인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고 재교육이나 소득 지원을 포함한 전환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보조금 제도 역시 고용 성과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설비 투자뿐 아니라 일정한 고용 목표를 반영한 인센티브 구조를 마련하고, 약속한 채용 규모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보조금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2050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5조 달러(약 7,3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서만 3억 대 이상의 로봇이 운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처럼 빠른 기술 확산은 산업과 노동 구조에 새로운 정책 과제를 던진다. 자동화가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혁신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고용 기반이 약화된 산업 구조로 이어질지는 결국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산업의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로봇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변화를 관리하는 제도의 수준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Made in Europe' Meets Machines: Humanoid Robots, Policy and the New Industrial Paradox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