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끝나기 전 인준 없다”, 파월 수사 논쟁이 막아선 워시 연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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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문제 아닌 연준 독립성·절차 문제” 비판
민주당 가세로 미 정치권 공동 이슈 확대 흐름
매파 성향 평가-‘트럼프 인사’ 논란 동시 제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의 인준 절차가 제롬 파월 현 의장 수사를 둘러싼 정치 논쟁 속에서 멈춰 섰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이 수사 종결 전까지 모든 인준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쟁이 일파만파로 확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까지 인준 절차에 제동을 걸며 정치권 전반의 갈등도 커지는 형국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워시 후보가 정치적 논란을 넘어 독립적인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은행 압박에 우려 섞인 시선
10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미 공화당 소속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은 이날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워시 후보의 인준 절차를 막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워시 후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내 입장을 바꾸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로, 파월 현 의장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어떠한 인준에도 찬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틸리스 의원은 “이건 특정 인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절차의 문제”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근본 원칙이 걸린 사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이후 금리 정책 등을 두고 장기간 갈등을 빚어 온 파월 의장은 지난해 6월 의회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 문제와 관련해 증언한 사안과 관련해 지난 1월 미 법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이후 워싱턴DC 연방검찰도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정치적 압박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연준 역시 법무부 수사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틸리스 의원은 파월 의장에게 소환장이 발부된 직후부터 모든 연준 인사 인준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만약 시장에서 ‘연준 의장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자리’라는 인식이 잡으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틸리스 의원은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가 “근거 없는 수사를 시작한 사법부의 판단에서 비롯된 촌극”이라고 꼬집으며 “수사 당국이 이를 인정하고 물러나야 새로운 후보 인준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워시 후보 개인의 역량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그의 일을 지켜봤는데, 충분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틸리스 의원은 상원 은행위원회가 파월 의장의 워싱턴DC 연준 본부 개보수 프로젝트 관련 증언을 직접 청취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위원회 소속 상원 의원 7명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범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같은 논쟁이 계속되며 유능한 후보의 인준이 지연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준 인준, 정치 쟁점으로 부상
논쟁은 미국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팀 스콧 의원은 지난달 초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연준 건물 개보수 논란을 형사 사건으로 확대하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스콧 의원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청문회 당시 직접 파월 의장에게 질문했던 인물이다. 그는 “파월 의장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다소 무능했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역량 부족을 범죄 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말하며 파월 의장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정치권 일각의 공세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 의원들도 집단 움직임에 나섰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11명은 위원장인 스콧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파월 의장과 다른 연준 이사들에 대한 명분 없는 형사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워시에 대한 인준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형사 기소를 통해 연준을 장악하려는 행정부의 시도는 위험하고 전례가 없다”며 “법무부가 현직 연준 이사 두 명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법무부는 파월 의장 외에도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보다 앞선 1월에는 학계와 정책 인사들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다.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을 포함한 경제학자와 전직 정책 책임자 13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법무부의 파월 의장 형사기소 추진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그 독립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안정된 물가, 최대 고용, 적정한 장기 금리라는 의회의 목표 달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성명에는 재러드 번스틴, 제이슨 퍼먼, 글렌 허버드, 그레고리 맨큐, 크리스티나 로머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제이컵 루, 헨리 폴슨,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행정부 내부에서도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으며, 금융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예상치 못한 정치적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올해 5월 종료되지만,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까지다. 파월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사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사로 연준 이사회 구성을 바꾸려던 구상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책 독립성 신뢰 확보 과제
시장은 워시 후보가 이러한 논란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무마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워시 후보는 과거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상원 인준 절차를 무난히 통과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인선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파월 의장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준 절차 자체가 정치·법적 갈등의 한가운데에 놓인 탓이다.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워시는 트럼프의 충성도 시험을 통과한 인물로 보인다”며 “이번 지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법무부를 동원해 연준 인사들을 압박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화당 지도부와 하원 금융위원회 인사들은 대체로 워시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인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 프렌치 힐 의원은 워시 후보에 대해 “연준의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 수사에 회의적 시각을 보냈던 스콧 의원 역시 “워시 후보는 시장 전반은 물론 통화정책에 대한 넓고도 깊은 지식을 갖췄다”며 “연준의 핵심 임무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고 시의적절한 인준 절차를 이끌 방침”이라고 말했다.
워시 후보 개인의 정책 성향 역시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시 후보 지명에 대해 “1979년 폴 볼커가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중대한 교체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앨런 그린스펀이 1987년 볼커의 뒤를 이은 이후 모든 연준 의장들은 전임자와의 연속성을 강조했지만, 워시는 명확한 단절을 약속하며 정반대의 성향을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워시 후보는) 연준의 자산 보유 구조와 정책 프레임워크, 행정부와의 관계까지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도 전했다.
향후 금리 정책 방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취재진이 ‘워시가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느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답하면서도 “그는 분명히 금리 인하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이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다소 반대된다. 워시 후보는 연준 이사로 재직하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경기가 다소 약화하더라도 ‘망치(금리 인하)’에 대한 즉각적인 요구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2010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2차 양적완화를 결정했을 때도 그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이유로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