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나 겨우 팔린다" 지방 중심으로 부동산 PF 구조조정 지연, 제2금융권 한숨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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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되는 부동산 PF 부실 정리, 미매각 사업장 누적 제2금융권 부실 위험 여전, 저축은행은 M&A로 살길 도모 공공 지원·민간 거래 모두 서울에 집중, 지방 PF 사업장 '비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매물로 나온 PF 사업장들이 좀처럼 소화되지 못하는 추세다. 공공 지원이 사업성을 갖춘 서울 지역 사업장에 집중되는 가운데, 시장의 투자 심리까지 완전히 얼어붙으며 대다수 지방 사업장의 정리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에 PF 익스포저를 대거 짊어진 제2금융권은 부실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PF 시장, 여전히 '먹구름'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시점 전체 금융권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PF 사업장은 213곳으로 확인된다. 감정평가액 기준 전체 매각 대상 PF 사업장의 규모는 약 8조4,6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실제 공매 최저 입찰가 기준 매각 규모는 약 4조5,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감정평가액과 입찰가의 차이가 벌어진 것은 최근 사업성 악화 및 PF 금융 경색으로 인해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입찰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매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다수 사업장의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속돼 온 문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매물로 나온 다수의 PF 사업장이 원매자를 찾지 못해 경·공매 입찰 개시조차 하지 못하는 국면이 이어졌고, 이후로도 투자 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공개된 매각 추진 PF 사업장 현황 리스트에 따르면, 당시 경·공매 대상 사업장 236개 중 1년 이상 매각되지 않은 사업장은 63개(26.6%)에 달했다. 이를 제외하고 1회 이상 공매 절차를 밟았지만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은 61개(25.8%)였으며, 아예 경·공매를 개시하지 못한 사업장도 100곳을 웃돌았다.
1년 이상 매각에 실패한 이들 '악성 사업장'은 대부분이 지방 소재였으며, 인허가를 받지 못했거나 브리지론 단계(미착공)인 경우도 많았다. 건설 경기 및 지방 부동산 수요의 침체 흐름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들 사업장이 새 주인을 찾는 데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허가가 나지 않은 초기 사업장의 경우 매각 난도가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인허가 여부와 사업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매수자가 관련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대출 관리 강화 및 금융권의 부동산 익스포저 축소도 매각 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PF 사업에 대한 신규 금융 공급이 대폭 감소하면서 시행사 등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사비와 금융 비용 문제로 충분한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많다”면서 “사업 리스크가 큰 데다 자금 조달도 어렵다 보니 매물을 사더라도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실 리스크 짓눌리는 제2금융권
이러한 매각 지연 흐름은 금융권에도 치명타가 됐다. 한국 부동산 PF 사업은 사실상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거의 투입되지 않는 위태로운 구조로 유지돼 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4년 발표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약 100조원 규모 PF 사업장 300여 개의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3.2%에 그쳤다. 나머지 96.8%는 차입으로 메워졌다. 부동산 PF 시장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금융권까지 불길이 옮겨붙을 위험이 큰 셈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시행사가 전체 사업비의 약 30~40%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2년 부동산 PF 리스크가 본격화한 후 가장 큰 부담을 짊어진 것은 제2금융권이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 2분기 말 기준 한국의 PF 대출 잔액 중 비은행금융기관(NBFI) 보유 비중은 63.5%에 달한다. PF 익스포저의 무게 중심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캐피탈, 증권사 등에 쏠려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의 건전성은 지난 수년 사이 빠르게 악화해 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상호금융 등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32.43%에 달했다. 대출 잔액(연체율 산식의 분모)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연체액(분자)이 증가하며 연체율이 치솟은 것이다. PF 사업성 평가상 유의·부실 우려 익스포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이 1조7,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가 1조8,000억원이었다.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9.2%, 8.6%다.
제2금융권의 위기가 가중되자 금융당국은 인수 요건을 완화하는 등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나섰다. 이에 최근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 증가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2024년까지 이뤄진 저축은행 M&A는 총 9건에 그쳤다. 연평균 1건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에는 유니온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 등 2건의 저축은행 M&A가 이뤄졌고, 상상인저축은행도 같은 해 10월 KBI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량이 눈에 띄게 급증한 셈이다.

PF 시장 내 양극화 두드러져
시장은 향후 투자자들이 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금융투자협회 공개 정보와 한국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체 금융권이 부동산 PF 매각 추진 사업장에서 아직 회수하지 못한 채권의 금액(잔액)은 △서울 6,600억원(6%) △인천·경기 4조5,090억원(41%) △부산·울산·경남 2조5,920억원(23%) △대전·충남·충북 1조3,820억원(12%) △대구·경북·강원 9,570억원(9%) △광주·전남·전북 6,810억원(6%) △제주 3,200억원(3%) 등으로 확인된다. 사업성이 비교적 양호한 서울에서 속속 매물이 정리돼 가는 반면, 비교적 자금 조달이 어렵고 사업성이 낮은 서울 외 수도권 및 지방의 채권 회수에는 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이 같은 '양극화' 흐름이 나타난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공공 부문의 PF 지원은 기본적으로 우량 기업과 우량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이 없었다면 사업성이 충분했을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는 부실 사업장·기업을 무리하게 지원할 시 관련 금융 기관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 정책적으로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기업 및 지방 사업장 매물은 어디까지나 민간에서 소화돼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비서울 지역의 사업장에 대한 민간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보다 미분양 위험이 크고, 요즘과 같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사업 자금 회수 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본 PF로 범위를 좁히면 포트폴리오 용도 분류상 차이도 명확하다. 서울은 매각 중인 사업장 대부분이 경·공매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있는 오피스텔이나 기타주거시설이다. 반면 인천·경기의 경우 기타주거시설과 근린생활시설, 기타상업시설, 주상복합 등에 매물이 몰려 있다. 이 중 근린생활시설이나 기타상업시설, 주상복합 사업장은 높은 임대료와 공실률 상승 문제로 인해 매각이 어려운 편이다. 부산·울산·경남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비중이 높지만 지방이라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고, 대전·충남·충북에서는 누적된 호텔 매물들이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