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성과 강조하며 승리 자신한 트럼프, 이란은 “유가 200불” 경고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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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목표 포인트 대부분 제거” 주장
이란 강경 발언, 경제·디지털 보복 언급
정권·핵·호르무즈 변수에 정치적 한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 작전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이스라엘과의 연합 공습을 통해 주요 군사 목표를 대부분 제거한 만큼 공격할 목표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료 여부가 자신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란은 국제유가 폭등 가능성과 금융·디지털 보복을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에 외교계에선 이란 정권 교체와 핵 프로그램 제거 같은 미국의 정치적 목표가 여전히 미완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가 끝낸다” 전쟁 통제 메시지
12일(이하 현지시각) 미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해당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이란) 전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고, 우리는 예정보다 훨씬 더 앞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할 목표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전쟁은) 내가 끝내기로 마음먹는 순간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백악관은 전쟁의 예상 기간으로 6주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 군사 목표를 달성했다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일종의 ‘출구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장에서 미국이 강조하는 성과는 이란의 해상 군사 능력 약화에 집중됐다. 미국 정보당국은 최근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응해 미군은 공습 작전을 통해 관련 선박을 공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군 작전으로 이란의 기뢰 설치 선박 16척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세계 원유 수송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해협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작전 지휘부도 유사한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은 11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작전에서 미군의 목적은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이란이 자국의 군사력을 투사하거나 선박 운항을 위협할 가능성을 모조리 제거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군은 이란 정권에 대해 압도적인 전투력을 계속 투입할 계획”이라면서 “미군의 전투력은 점점 강화되고, 이란의 전투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도 말했다. 또 최근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크게 줄어든 추세라고도 부연했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 메시지는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으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후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 “실망했다”며 “그 선택은 결국 이란에 동일한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즈타바와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이란 측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가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언급해 군사적 성과와 정치적 압박 메시지를 동시에 내보냈다.
경제·사이버 영역도 충돌 영향권
반면 이란은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며 전쟁을 이어갈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란 군사령부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카리는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유가 200달러(약 29만원)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유가는 당신들이 불안정하게 만든 지역 안보에 달려 있다”고 미국을 향해 경고했다. 또 그는 자국 금융기관이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미국 또는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군사 충돌이 금융망을 겨냥한 보복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역시 이스라엘의 금융기관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주요 기술기업과 금융 거점을 “정당한 공격 목표”로 규정하며 보복을 공식화했다. IRGC 계열 국영 매체 타스님뉴스는 공격 대상 기업 명단을 공개하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팔란티어 △IBM △엔비디아 △오라클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란 측은 이들 기업이 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기술 지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전쟁의 범위가 인프라 전쟁으로 확대됨에 따라 타격 대상도 확장됐다”고 밝혔다.
해상 교통로에서도 긴장은 계속되는 실정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봉쇄 움직임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날 태국·일본·마셜제도 국적의 상선 3척이 추가로 공격받으면서 전쟁 발발 이후 피격된 선박은 총 14척으로 늘어났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상황 악화를 우려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권고할 계획을 검토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물량은 평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하는 물량 기준 약 3주 치에 불과해 시장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인명 피해와 경제적 충격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스라엘 연합군 공습으로 1만 곳 이상의 민간 거처가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이 과정에서 1,30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알렸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가해진 레바논에서도 570명이 사망하고 78만 명에 달하는 피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에너지 저장시설 및 금융시설에 이어 민간 거주지까지 타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전역의 사회적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이다.

오락가락 종전 시점, 혼선 키워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자신한 것과 달리 이란 정권 교체, 핵 프로그램 완전 무력화, 호르무즈 해협 안정 확보와 같은 정치적 과업들은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먼저 전쟁의 핵심 정치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정권교체는 하메네이 사망 이후 그의 차남이자,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즈타바가 새로운 최고지도자에 오르면서 무산됐다. 모즈타바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경미한 부상을 입고 은둔 중이나, 비교적 건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체제가 단기간에 붕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를 낳았다.
핵 프로그램 제거 역시 불확실한 과제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란 해군은 침몰했고, 공군은 파괴됐으며, 레이더와 대공 방어 장비는 무력화됐다”고 주장하며 이번 작전을 “엄청난 성공”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이란이 미국이나 이스라엘 혹은 동맹국을 겨냥할 무기를 “아주 오랫동안 개발할 수 없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BBC는 이를 두고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군사적 타격과 정치적 목표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전쟁의 핵심 지정학 변수인 호르무즈 해협 역시 안정권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9일 CBS 인터뷰에서 거듭 “전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말하며 당초 예상했던 일정표보다 훨씬 앞선 성과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불과 이튿날 기자회견에서는 전쟁이 이번 주 안에 끝나느냐는 질문에 “예상보다 빠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이란을 향한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상반된 메시지는 군사적 성과를 강조하는 정치적 발언과 실제 전략 목표 사이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긴장이 존재한다는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