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깨지는 장례식은 옛말” 바가지 관행이 키운 ‘조용한 장례’, 무빈소·무염습·무형식 ‘3무(無) 장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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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가족끼리 조용히' 추모 3일장 → 이틀로 단축하기도 비용 부담·친족관계 약화에 늘어나는 3無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는 장례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빈소를 마련하지 않는 ‘무빈소’, 전통 염습을 생략하는 ‘무염습’, 정해진 틀을 따르지 않는 ‘무형식’ 등 이른바 ‘3무(無) 장례’가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사회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1인 가구 증가, 가족·친지 관계망 축소, 허례허식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인식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장례 업체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며 변화를 가속하는 양상이다.
작년 치른 장례 20%는 無빈소
12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무빈소 장례식은 지난해 기준 전체 장례의 15~20%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이전만 해도 1% 안팎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가족장’ 또는 ‘2일장’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임종 이후 안치, 입관, 발인, 화장이라는 기본 절차는 유지하지만 입관과 발인 사이에 빈소를 열어 조문객을 받는 과정을 생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안치실에서 장례를 치르고 발인하며 총 2일장을 지내는 셈이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대학병원 장례식장은 여전히 빈소 중심의 장례가 일반적이지만, 지방의 일반 장례식장에서는 무빈소 장례 비중이 40~50%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염습 절차를 거치지 않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과거에는 시신을 정갈히 정돈하고 수의를 입혀 묶는 염습 과정이 장례 절차의 핵심 단계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기본적인 위생 처리만 한 뒤 곧바로 입관하는 경우가 많다. 염습은 냉장 시설이 부족했던 시기에 시신 부패를 늦추기 위한 실질적 기능을 수행했지만, 현재는 안치용 냉장 설비가 갖춰져 있어 그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또 매장 문화가 화장 문화로 바뀜에 따라 값비싼 삼베 수의 대신 생전 잔치 때도 입을 수 있는 비단 한복을 준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장례 기간 등 형식도 점차 자유로워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3일장을 치르던 관행에서 벗어나 하루나 이틀로 축소하거나, 일주일 이상 길게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 종교 의례 역시 필수 요소로 여겨지지 않는다. 고인이 생전에 즐겨 들었던 음악을 틀거나 생애를 담은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 등 개인의 삶을 기리는 다양한 추모 방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본인이 생전에 지인들을 초청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생전 장례식’도 점차 늘고 있다. 배우 신애라의 부친 신영교 씨(90)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양평에서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기념하는 ‘엔딩 파티’를 열며 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가 기폭제로
이 같은 장례 문화 변화에는 코로나19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방역 조치로 조문객 수가 제한되며 시작된 간소화된 장례 방식이 이후 장례 문화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2021년 3월 리서치뷰 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이 코로나 이후 장례 문화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족장 등 새로운 장례 방식 확산(37.9%)을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고, 식사 제공 등 불필요한 문상 관행 축소(27.1%), 간소하고 절제된 장례 문화 확산(18.3%), 조문객 감소에 따른 상주의 피로 부담 완화(13.8%)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팬데믹 기간 중 발생했던 전례 없는 '화장 대란'은 3일장이라는 시간적 금기마저 무너뜨렸다.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 시설 예약이 사실상 마비되자 유족들은 의도치 않게 장례 기간을 6일 이상 이어가거나, 발인 일정 자체를 무기한 미루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3일장이라는 시간 규범이 절대적인 원칙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동시에 장례 기간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거나 일부 절차를 생략하는 결정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크게 낮췄다.
코로나 이후에도 저출생과 고령화, 저성장, 1인 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검소한 장례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빈소를 지킬 상주가 없는 경우나, 자녀가 먼 지역에 거주해 장례 과정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민간 영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감지된다. 상조업계와 장례 서비스 분야에서는 1인 가구와 고령층을 겨냥해 생전 장례 방식을 미리 설계하거나 장례 절차 전반을 전문 기관이 대행하는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인식 변화도 장례 문화 재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주 명의 계좌로 조의금을 송금하는 비대면 조문 방식은 이미 일상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9%가 '우리나라 장례 문화는 소모적 성격을 띤다'고 답했다. 장례 준비 및 절차에 따른 부담, 추모보다 접객에 치우친 문화 등 관례에 얽매여 피로감이 쌓인 데 따른 응답으로 해석된다.

‘유족 두 번 울리는’ 장례식 바가지
장례 서비스 업체에 대한 불만도 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장례 과정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민원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5년 3개월간 정부 각 기관에 총 551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민원 내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장례 절차의 불합리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특히 장례식장이나 특정 지정업체가 장례용품 구매를 강요하거나, 외부 물품 반입을 금지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병원 장례식장 자체 상조를 쓰라고 강요하는 건 기본이고, 강매를 거절하면 일부 장례식장에선 입관실을 사용 못하게 한다는 민원도 있었다.
또한 빈소나 안치실 사용 시간과 관계없이 하루치 요금을 일괄 청구하거나, 현금 결제 시 할인을 조건으로 영수증 발급을 거부한 경우도 지적됐다. 음식물 위생 문제와 재사용도 주요 민원 사항이었다.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제수용 음식물 재사용 의혹이나 위생상 불량한 상태에 대한 불만이 접수됐으며, 유족이 직접 화환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장례식장이 협력업체를 통해 수거·재판매해 이득을 취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높은 장례 비용도 부담이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장례비용은 1,330만원으로 집계됐다. 꽃제단에 음식도 50인분은 기본이라 상조비용만 1,000만원 가까이 든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비용이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장례업계의 오랜 '뒷돈 관행'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양주한국병원장례문화원㈜이 다수의 상조업체 소속 장례지도사에게 ‘유가족 알선 대가’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하고, 행위금지명령(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해당 업체는 2021년 1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무려 112개 상조업체 소속 장례지도사에게 총 3억4,000만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수법에는 장례업계에서 은어로 통용되는 ‘콜비(call fee)’와 ‘제단꽃R’ 방식이 동원됐다. 콜비란 장례지도사가 유가족을 특정 장례식장으로 유치할 경우 건당 70만원을 지급받는 형태며, 제단꽃R은 장례식장이 지정한 꽃집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결제금액의 30%를 되돌려받는 구조다. 실질적으로 유가족이 향하는 장례식장의 선택권은 이러한 금전 거래에 의해 좌우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