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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아이콘" 생성형 AI에 등 돌린 출판업계, 곳곳에서 노사·저작권 분쟁도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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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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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發 논란·분쟁에 진통 겪는 출판업계
주요 기술 기업들도 AI 학습·활용 문제로 소송 휘말려
AI가 생성한 결과물, 상품성·신뢰도 나날이 하락

출판·문학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AI 활용 의혹으로 인해 소설의 출판 계약이 철회되고, 공모전 수상·문학상 심사 결과가 뒤집히는 등 관련 분쟁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혼란의 배경에 AI 생성 결과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다고 분석한다. 한때 혁신과 효율의 상징이었던 AI가 진정성, 품질, 책임 소재 등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꼬리표'로 전락했다는 진단이다.

'AI 활용' 의혹 소설 출판 무산

4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 작가 제리 팔라데의 범죄소설 'Call Me, I'll Hide the Body(전화해, 시신은 내가 숨겨줄게)'의 계약이 전격 철회됐다. 해당 작품은 미국과 영국 출판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데뷔작 중 하나였다. 미국 맥밀런 산하 출판사 미노타우르는 14개 출판사가 참여한 경쟁 입찰에서 200만 달러(약 28억원)가 넘는 계약금을 제시하며 출판권을 확보했고, 2028년 출간을 계획한 상태였다. 영화·드라마 제작사들도 출간 전부터 판권 확보에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해당 작품에 생성형 AI가 활용됐다는 의혹이 대두되며 상황이 뒤집혔다. 계약을 중개한 에이전시는 지난달 31일 출판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원고가 처음 구상 단계부터 완성본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더 확인할 수 없었다"며 원고를 회수한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작가의 설명을 믿었지만, 이후 면담 과정에서 작가의 설명이 이전과 달라지며 더 이상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팔라데는 "이야기와 인물, 문체는 모두 내가 만들었다"며 "시간 정보가 남아 있는 초고와 메모, 대화 기록 등을 보관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현재 AI 판별 프로그램은 오탐지율이 높아 신뢰하기 어렵고, 여러 편집자와 출판사 심사 과정에서도 누구도 AI 흔적을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생성형 AI가 출판업계 뒤흔들어

최근 출판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작가 미아 발라드의 공포소설 'Shy Girl(샤이걸)'의 경우, 지난해 2월 자비 출판된 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출판사 아셰트는 해당 작품의 상업성을 인정해 출판권을 확보했고, 지난해 11월 영국에 정식 출간했다. 하지만 출간 이후 독자들이 '문장과 표현에서 AI 생성물의 특징이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아셰트는 내부 조사를 진행한 끝에 올해 3월로 예정돼 있던 미국 출간을 취소하고, 영국판 판매도 중단했다. 발라드는 자신이 AI로 소설을 쓰지 않았으며, 자비 출판본을 손보도록 고용한 편집자가 자신의 동의 없이 AI를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일본 출판사 알파폴리스는 지난 1월 제18회 판타지소설대상 수상작의 종이책 출간과 만화 제작을 취소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작품 '수수한 기술 정리정돈은 최강입니다'는 대상과 독자상을 동시에 받았지만, 본문의 상당 부분이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에서는 스테퍼니 존슨의 단편집 'Obligate Carnivore(완전 육식동물)'와 엘리자베스 스미더의 중편집 'Angel Train(엔젤 트레인)'이 표지 제작에 AI 이미지가 사용됐다는 이유로 오컴 뉴질랜드 도서상 심사에서 제외됐다. 두 작가는 표지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거나 AI 사용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지만, 심사처 측은 작품 내용·표지에 AI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문학계도 AI發 혼란에 '들썩'

이러한 논란은 비단 출판업계를 넘어 문학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고전문학 애플리케이션 '책도둑'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책도둑은 2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평생 이용권 1만9,800원·1년 이용권 9,900원)으로 수백 권의 고전문학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이용자를 모았다. 하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번역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온라인에서는 "AI 번역인 줄 알았다면 구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항의도 쏟아졌다. 책도둑은 결국 지난달 번역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용자들에게 사과했다. 기존 구매자를 대상으로는 전액 환불이 진행됐으며, 신규 회원 가입과 결제도 중단했다.

예술가들이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일례로 베스트셀러 스릴러 소설 'We Were Never Here(우리는 여기에 없었다)'의 저자 안드레아 바츠를 비롯한 작가들은 앤트로픽이 AI 모델 '클로드' 훈련 과정에서 자신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지난 2024년 집단 소송을 냈다. 미국 법원은 합법적으로 구매한 도서를 AI 학습에 이용하는 것은 '공정 이용'이라며 앤트로픽의 손을 들어줬지만, 앤트로픽이 해적 사이트(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에서 도서를 내려받은 행위에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부분에 한해 배상 재판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법의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 판사는 양측이 제출한 합의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은 작가들에게 지급할 합의금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기탁하고, 해적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저작물·복제물을 파기하게 됐다.

표 1. 출판·문학계의 생성형 AI 활용 논란

국가시기작품·사건분쟁 내용결과
미국2026년 7월'Call Me, I'll Hide the Body'원고 작성 도중 AI 활용 의혹 제기에이전시가 원고 회수, 200만 달러 이상의 출판 계약과 2028년 출간 계획 철회
미국2025~2026년'Shy Girl'독자들이 생성형 AI 활용 의혹 제기2026년 3월 미국 출간 취소 및 영국판 판매 중단
일본2025~2026년'수수한 기술 정리정돈은 최강입니다'판타지소설대상 수상작의 상당 부분이 생성형 AI로 작성된 사실 확인종이책 출간 및 만화 제작 취소
뉴질랜드2025년 11월'Obligate Carnivore', 'Angel Train'작품 표지에 AI 생성 이미지 사용2026년 오컴 뉴질랜드 도서상 심사 대상에서 제외
한국2026년 7월고전문학 앱 ‘책도둑’고전 번역에 AI를 사용하고도 이를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논란AI 활용 사실 인정 및 사과, 전액 환불과 신규 가입·결제 중단
미국2024년~최근작가들과 앤트로픽의 저작권 소송작가들이 앤트로픽 ‘클로드’ 학습에 저작물이 무단 이용됐다고 주장15억 달러 규모 합의 승인, 불법 취득 저작물과 복제물 파기 명령
자료: 외신 종합

"해고에 AI 활용" 피소당한 메타

여타 산업계에서도 AI 활용과 관련한 분쟁이 격화하는 추세다. 지난달 메타 직원 26명은 메타가 AI를 기준으로 삼아 해고 대상을 선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메타가 올해 초 약 8,000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하면서 생산성 추적 도구와 AI 토큰 사용량 지표를 참고했고, 이 과정에서 결근이나 휴가 이력이 있는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장애가 있거나 의료 휴가, 가족 돌봄 휴가를 사용한 직원들이 차별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소장에는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보조 도구 '메타메이트'(MetaMate) △직원이 학습시킨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 △키 입력, 화면 내용, 이메일, 브라우저 기록 등을 분석해 산출한 생산성 점수 등 메타가 내부에서 사용하는 AI 보조 시스템이 다수 언급됐다. 다만 메타는 법원 제출 서류와 입장문을 통해 올해 감원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사람이 내렸으며, AI 사용량을 해고 대상 선정이나 성과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지방법원도 최근 원고 측의 주장을 기각하며, AI가 실제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했고 그 과정이 부당했다는 점을 입증할 기록이나 진술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AI 생성 결과물 거부감 심화

이처럼 곳곳에서 AI를 둘러싼 잡음이 발생하는 것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AI 활용 사실 자체가 일종의 혁신성과 효율성을 입증하는 요소로 취급됐다. 그러나 AI 생성물이 범람하면서 희소성은 사라졌고, 품질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출판업계에서는 ‘사람이 직접 쓴 책’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프리미엄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미술·디자인 업계에서는 인간이 제작했는지 여부가 작품의 경제적 가치에 직접 영향을 준다"며 "시장이 '인간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결과물인지, 누가 어떤 경험과 의도를 바탕으로 만들었는지'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행정, 금융, 의료 등의 영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AI 시장 개화 초기까지만 해도 해당 분야에서 AI의 개입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개인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결과물에 대한 신뢰를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 AI의 개입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상 책임 회피로 받아들여진다. AI가 내린 결정에 오류가 존재하거나, 이로 인한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AI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AI가 내린 결론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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