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짜리 도파민에 OTT 업계 흔들”, ‘저비용·다작’ 숏폼이 뒤집은 콘텐츠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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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피곤한데 2시간짜리 영화가 웬 말" 1020세대 시청시간, 장편 콘텐츠에서 1분 영상으로 이동 제작비 급락·AI 통한 대량생산으로 숏폼 공급 폭증

숏폼 콘텐츠가 장편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흔들고 있다. 낮은 제작비와 인공지능(AI) 기반 대량생산, 성과형 광고가 맞물리면서 숏폼은 빠른 속도로 OTT 업계를 추격하는 상황이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시청 단위가 짧아지자 기존 OTT 업체들도 세로형 피드를 도입하는 등 이용자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숏폼과의 제작비·공급 속도 격차를 좁히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숏폼 드라마 앱 순위↑
5일 모바일 앱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의 엔터테인먼트 앱 국내 무료 다운로드 순위(구글 플레이 기준)에 따르면, 숏폼 드라마 앱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기존 OTT 앱을 무섭게 추격 중이다. 넷플릭스 1위, 쿠팡플레이 2위, 티빙 3위에 이어, 곧바로 숏폼 드라마 플랫폼 래피드TV가 4위를 차지했다. 디즈니플러스(5위)보다도 앞선 순위다. 또 다른 숏폼 드라마 플랫폼 드라마박스는 7위, 팝콘 드라마 9위를 자리하는 등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숏폼 드라마 앱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 동안 기존 OTT 앱과 숏폼 드라마 앱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 경쟁을 벌였다. 숏폼 드라마 앱이 넷플릭스 등 대형 OTT 공세를 제치고 무료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9일에는 래피드TV가, 지난 3월 3일에는 플릭릴스가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은 이미 영화 시장 규모만큼 성장했다. 2024년 시장 규모는 500억 위안(약 10조5,600억원)으로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시장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릴숏과 드라마박스 등 중국계 플랫폼들이 북미와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는 올해 시장 규모를 160억 달러(약 22조8,050억원)로 추산했다. 이어 2030년에는 260억 달러(약 3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선 릴숏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릴숏의 국내 월평균 이용시간은 1월 149분에서 6월 201분으로 35% 증가했다. 숏맥스도 같은 기간 294분에서 332분으로 늘며 이용시간 증가를 이끌었다. 드라마박스는 센서타워 기준 2024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합산 매출이 3,000만 달러(약 427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표1. 숏폼 콘텐츠 시장의 성장 동력과 산업구조 변화
| 구분 | 핵심내용 | 주요 지표·사례 |
|---|---|---|
| 콘텐츠 소비 재편 | 장시간 영상 시청의 감소와 숏폼 중심 소비의 일상화 | 유튜브 쇼츠·인스타그램 릴스·틱톡의 영향력 확대 |
| 저비용 제작·수익화 | 짧은 회차와 압축된 촬영 일정 통한 제작비 절감 및 투자 회수 기간 단축 | 작품당 60~90회 구성, 회당 1~2분 분량, 평균 제작비 30만 달러, 초기 5~10편 무료 공개 |
| AI 기반 공급 확대 | 기획·번역·더빙·편집 자동화 통한 콘텐츠 생산 및 현지화 효율 제고 | 바이트댄스 ‘시댄스 2.0’, 유튜브 자동 자막·다국어 더빙 |
| 광고 중심 유통 경쟁 | 유료 광고 의존도 상승과 데이터 분석·광고비 배분 역량의 진입 장벽화 | 드라마박스·숏맥스 다운로드의 60% 이상, 릴숏 다운로드의 70%가 유료 광고에서 발생, 3개 플랫폼 광고 노출 50억 회 이상 |
| 젊은 이용자 확산 | 10~20대의 반복 시청과 콘텐츠 공유를 통한 시장 확산 가속 | 10~20대 후속 활동 비율 70% 이상 |
1020세대가 바꾼 편성표
숏폼은 전문 플랫폼을 비롯해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혹은 틱톡 등에서 서비스하는 짧은 콘텐츠로, 스마트폰을 통해 가볍게 즐길 수 있고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은 극장 영화와 레거시 방송국의 드라마 등이 OTT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혔으나 이제는 숏폼이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숏폼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2시간 내외의 영화만 해도 유튜브의 상승세로 인해 10여 분의 요약 콘텐츠가 돼버렸다. 그 10여 분마저 길게 느낀 이용자들은 1분도 되지 않는 숏폼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이르렀다.
숏폼의 폭발적인 성장과 파괴력은 원가 체계에서 발생한다. 릴숏의 한 작품은 통상 60~90개 회차로 구성되며 제작비는 평균 30만 달러(약 4억2,8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회당 1~2분짜리 에피소드를 짧은 촬영 일정에 묶어 제작하고, 초반 5~10편을 무료로 공개한 뒤 결제벽을 세우는 방식이 투자 회수 기간을 압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AI는 기획·번역·더빙·편집의 소요 시간을 줄이며 공급량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영상 생성모델 '시댄스2.0'처럼 이미지 한 장과 문장형 지시로 짧은 영상을 만드는 도구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들도 자동 자막과 다국어 더빙을 현지화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촬영 장비와 상근 인력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제작사도 짧은 콘텐츠를 시험하고 반응이 확인된 기획에 후속 투자를 집중할 여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작비 하락 뒤에는 높은 이용자 확보비가 남는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마박스와 숏맥스 다운로드의 60% 이상, 릴숏 다운로드의 70%가 유료 광고에서 발생했다. 세 플랫폼이 같은 해 페이스북과 틱톡 등을 통해 만든 광고 노출은 50억 회를 웃돌았다. 제작 자본의 장벽이 낮아진 자리에 이용자 데이터를 해석하고 광고비를 신속하게 배분하는 유통 역량이 새로운 진입 관문으로 들어선 셈이다.
이 같은 변화를 가속하는 건 젋은 이용자들이다.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기업 KT나스미디어가 지난 2월 전국 만 15~69세 인터넷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디지털 소비 특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10~20대 숏폼 시청자 사이에서 재시청 비율과 콘텐츠 링크 공유 등 후속 활동 비율이 전체 연령 평균 62.5%를 넘어 7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업체들, 숏폼 서비스 연이어 출시
숏폼 콘테츠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OTT 업체들도 세로형 숏폼 피드를 도입하며 콘텐츠 소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숏폼은 이미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주력 콘텐츠가 된 상황이다. 이들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 걸쳐 긴 호흡의 서사보다 짧은 시간 안에 직관적인 재미를 주는 영상 선호도가 커졌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먼저 넷플릭스는 최근 세로형 숏폼 기능 '클립스(Clips)'를 공개했다. 이용자는 숏폼 형태의 콘텐츠를 시청하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곧바로 '내가 찜한 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다. 해당 작품 페이지로 이동해 재생도 지원하며, 주변 지인에게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디지털아이 에이전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국가 20곳의 유튜브 시청 시간은 이미 넷플릭스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 세계 유튜브 한 계정당 시청 시간은 2024년 약 87분에서 지난해 99분으로 증가했으나,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 약 100분에서 93분으로 감소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지난 3월 디즈니+에 숏폼 영상 콘텐츠 '버츠(Verts)' 기능을 도입했다. 디즈니+ 영화와 드라마 속 장면들을 짧은 세로형 비디오로 감상하고, 이를 넘기며 탐색하다가 본편 시청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도 모바일 앱에 ‘클립스(Clips)’ 기능을 추가하며 숏폼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클립스는 영화나 드라마, 스포츠 경기 등 프라임비디오 콘텐츠에서 발췌한 하이라이트를 짧은 길이의 세로 영상으로 편집한 것이다. 피드에서 숏폼 콘텐츠를 연달아 둘러볼 수 있으며, 마음에 들 경우 긴 길이의 원 콘텐츠를 향후 시청 목록에 추가하거나 곧장 구매·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OTT 업체들도 이탈하는 소비자 잡기에 돌입했다. 티빙은 티빙 앱 ‘쇼츠’ 탭에서 드라마, 예능,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체 제작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며, 쇼츠에서 본편으로 이동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를 OTT로 가져오며 숏폼 형태로 재구성한 ‘코미디숏리그’도 선보였다. 웨이브는 숏폼 제작 전문 업체와 손잡고 드라마, 예능 등 10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 제작을 구상 중이다.
24시간 송출로 회귀도
OTT 업계는 여기서 나아가 라이브 채널과 스포츠 중계 등 기존 TV 식의 편성 전략까지 다시 꺼내 들었다. 넷플릭스는 최근 특정 프로그램이나 장르를 24시간 연속 송출하는 라이브 채널을 홈 화면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용자가 기존 TV처럼 채널을 돌리며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험을 스트리밍 서비스 안에서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NBC유니버설의 피콕 등 다른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자사 앱 안에서 함께 구독하는 결합 상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포츠 중계에 공을 들이는 OTT도 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메이저리그사커(MLS) 등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했고, 티빙은 KBO리그 독점 중계를 앞세워 야구 팬을 끌어모았다. 스포츠 중계는 실시간 송출을 위한 인프라와 현장 중계 인력, 자막 서비스 등을 모두 갖춰야 하는 만큼 일반 콘텐츠보다 제작·운영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숏폼 공세에 게임 업계도 흔들
영상 소비의 압축은 모바일 게임이 점유해 온 틈새 시간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10~69세 1만 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보다 9.7%포인트 하락했다. 2015년 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낮은 수치다. 2022년 74.4%였던 이용률은 2023년 62.9%, 2024년 59.9%에 이어 3년 연속 떨어졌다.
이 수치는 두 현상의 동시 진행을 보여준다. 이동 중 짧게 소비하던 모바일 게임의 시간대에 숏폼이 진입했고, 게임 이용은 PC와 콘솔의 고관여 이용자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즉시 실행과 짧은 보상 주기를 앞세운 모바일 게임은 같은 행동 문법을 채택한 세로형 영상과 사용시간을 놓고 맞붙게 된 것이다.
이용자 기반도 상당 부분 겹쳤다. 센서타워가 지난해 3분기 숏폼 드라마 이용자의 앱 사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함께 이용한 상위 100개 앱 가운데 게임은 미국에서 30개 이상, 브라질에서는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남미 일부 시장에서는 숏폼 드라마 앱 매출이 같은 시기 출시된 모바일 게임 여러 종을 앞지르기도 했다. 수익모델의 경계도 흐려졌다. 광고로 이용자를 끌어온 뒤 짧은 회차를 잇달아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숏폼 업계의 방식은 모바일 게임 업계가 고도화한 성과형 마케팅과 인앱결제 공식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