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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과 상표권 분쟁서 승기 거머쥔 루이비통, 서방 기업 반발 속 현지 지식재산권 질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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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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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中 '몰리 티' 상대 상표권 침해 소송전서 승리
"中이 상표권 훔쳤다" 서방국-中 브랜드 법적 분쟁 사례 누적
中, 투자 위축·자국 산업계 성장 흐름 속 대응 기조 변화

프랑스의 세계적인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이 중국의 신흥 음료 체인 ‘몰리 티'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과거 해외 브랜드에 불리하게 작용하던 중국의 상표권 보호 기조가 △외국 기업의 반발 △통상 압력 △지식재산권 보호 필요성 확대 등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여타 해외 기업들도 중국 기업의 유사 상표 출원과 모방 행위에 잇따라 소송을 내며 적극적으로 권리 보호에 나서고 있다.

루이비통, 몰리 티 상대로 승소

지난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쑤저우 중급인민법원은 지난달 1심 판결을 통해 몰리 티가 컵과 포장재 등에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플라워' 문양과 유사한 '네 잎 꽃' 모양 로고를 사용해 브랜드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몰리 티의 로고가 선의 교차, 곡률, 구조적 배치 면에서 루이비통의 상표와 매우 흡사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두 회사가 공식 상업적 파트너십·콜라보레이션을 체결했다고 오인하게 만들 위험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몰리 티의 상표권 침해에 '상당한 악의적 의도'가 있다며 회사가 2022년 이후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CNIPA)으로부터 디자인 유사성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상표 출원을 거부당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1심은 몰리 티가 루이비통에 1,030만 위안(약 22억5,21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몰리 티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에 나선 상태다.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플라워가 중국 전통 장식에서 널리 사용돼 온 네 잎 꽃 형태의 문양과 유사하며, 회사는 이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일 뿐이라는 반박이다. 반면 루이비통 측은 모노그램 플라워가 19세기 후반 위조 방지 목적으로 독자 개발됐으며, 지속적인 투자와 사용을 통해 독보적인 상업적 식별력을 획득한 '2차적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루이비통의 상표권 방어 행보

루이비통이 중국에서 상표권 보호를 위해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루이비통은 중국 CNIPA에 모노그램 플라워 문양과 유사한 상표 출원 151건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해 약 83%의 승소율을 기록한 바 있으며, 세관 단속과 민사소송을 통해 위조품의 생산·유통·해외 반출 등을 공격적으로 추적해 왔다. 일례로 톈진시 제3중급인민법원은 지난 2023년 중국 무역업체 충칭마오뤼신이 루이비통의 ‘LV’ 문양과 유사한 표장을 부착한 제품을 대량 수출한 사건에서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표장이 기존 널리 알려진 루이비통 상표와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12만 위안(약 2,600만원) 규모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피고가 톈진항 세관의 침해 판정 이후에도 거래 상대방과 유통 경로를 밝히지 않은 점을 '고의성이 강한 행위'로 봤다.

최근에는 상표 출원을 시도한 중국 기업을 넘어 이를 심사한 중국 정부 기관까지 소송 대상이 됐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LVMH의 자회사 루이비통 말레티에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에서 CNIPA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 행정소송의 심리를 진행했다. 분쟁 대상은 광둥성 산터우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황민야오가 출원한 네 잎 꽃 형태의 도형 상표다. 루이비통은 해당 상표가 자사의 모노그램 플라워 문양과 혼동될 정도로 유사하다며 행정 절차에서 등록을 저지하려 했지만, CNIPA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치열한 법정 공방 반복돼

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상표권 침해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비단 루이비통뿐만이 아니다. 일례로 미국의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는 현재 중국 생리대 브랜드 아이푸니(艾芙尼·Alffany)와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티파니는 해당 브랜드명이 자사 중국어 명칭인 '티푸니(蒂芙尼)'와 유사하다며 상표 등록 취소를 요구했다. 이에 아이푸니 측은 자사 브랜드명이 중국어 표현인 '아이후니(爱护你·너를 아끼고 보호한다)'의 발음을 따온 것으로, 티파니를 연상시키기 위해 만든 이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티파니는 상하이의 한 업체가 2017년에 출원한 '알파니(Alffany)'라는 상표에 대해서도 유사한 성격의 문제를 제기했으며, 당국으로부터 유사성을 인정받아 해당 상표 등록을 무효 처리한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 지식재산권연구회가 발표한 '2024년도 중국 기업의 해외 지식재산권 분쟁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현지에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된 신규 지식재산권 소송 건수는 총 1,227건에 달했다. 이 중 특허 소송이 587건, 상표 소송이 668건, 영업비밀 소송이 16건이었다. 피소된 중국 기업의 수는 특허 소송에서 1,707개, 상표 소송에서 10,865개, 영업비밀 소송에서 19개였다. 특허 소송의 평균 배상액은 280만3,000달러(약 41억원)에 달했으며, 상표 소송의 평균 배상액은 25만1,000달러(약 3억6,700만원)로 집계됐다.

中 사법부,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약화

이처럼 서방국 기업들이 지식재산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 법원의 상표권 분쟁 대응 기조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은 먼저 상표를 출원한 주체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인정하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해 왔다. 현지 업체나 개인이 해외 유명 브랜드의 영문명, 중문명, 로고 등을 미리 등록한 뒤 원조 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거액의 양도 대가를 요구하는 이른바 ‘상표 사냥’이 빈번하게 발생해 온 이유다. 중국 법원 및 당국은 관련 분쟁 해결 과정에서 '중국 내 인지도나 선사용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 권리자의 주장을 속속 기각해 왔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중국 업체가 먼저 등록한 중문 상표 ‘아이마스’를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2012년 패소했고, 미국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현지 사업자가 선점한 유사 중문 상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거액의 배상 책임을 졌다. 영국 구두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도 중국 사업자가 창업자 이름을 먼저 등록하면서 20년 넘게 상표를 되찾지 못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상표법을 개정해 실제 사용할 의사 없이 악의적으로 출원한 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으며, 상표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도 높였다. 출원 의도, 해외 브랜드의 인지도, 반복적인 모방 여부 등을 폭넓게 따지는 방향으로 판단 기준을 손본 것이다. 이후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022년 마놀로 블라닉의 이름을 선점한 중국 사업자의 상표를 무효로 판단했고, 뉴발란스도 자사 로고를 모방한 현지 업체를 상대로 잇달아 승소했다.

지식재산권 분쟁發 리스크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외국 기업의 반발 및 투자 위축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 내 사업 확대가 상표·기술 유출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 해외 기업 및 자본의 이탈을 부추기는 것을 넘어, 서방국 차원의 통상 압력까지 가중했다.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 조사에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 기술이전, 불공정한 인허가 관행 등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고, 이를 근거로 대규모 대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 내부 산업 구조 변화도 제도 개선을 촉진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대다수 중국 기업이 느슨한 지식재산권 제도의 수혜를 입었지만, 최근 화웨이·샤오미·비야디(BYD)·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이 자체 특허, 소프트웨어, 글로벌 브랜드 등을 축적하면서 이해관계가 뒤바뀌었다. 상표와 특허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중국 기업 역시 국내외에서 모방 및 기술 유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결국 중국의 제도 변화는 외국 기업의 이탈과 통상 마찰을 줄이기 위한 방어적 조치인 동시에, 자국 기업의 기술과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산업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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