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비만약 대중화의 원년”, ‘알약’으로 전선 옮긴 비만약 시장, 빅파마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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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만약 열풍 ‘2라운드’ 편의성 높은 경구용, 유지 중심 전환 1,500억 달러 시장 선점 경쟁 격화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이 '주사'에서 '알약'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비만약 위고비가 주사제와 유사한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하며 빠르게 처방을 확대하는 가운데, 일라이 릴리·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잇따라 개발에 뛰어들었다. 복용 편의성과 제조 비용 경쟁력을 앞세운 알약형 비만 치료제가 시장 확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면서 비만약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먹는 위고비', 출시 직후 2달간 처방 30만 건 돌파
15일(이하 현지시간)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위고비 알약(Wegovy Pill)은 지난해 12월 미 규제 당국의 승인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미국에서 30만 건 이상의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위고비 알약은 미국에서만 출시된 상태로, 임상 시험에서 평균 체중 감소율 약 17%를 기록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미 바이오 기업 바이킹테라퓨틱스의 브라이언 리안 최고경영자(CEO)는 "제약 역사상 가장 빠른 신약 출시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위고비 주사를 앞세워 비만약 시장을 개척한 노보 노디스크가 알약으로 눈을 돌린 것은 경구용 비만약이 주사제보다 비용·보관·처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비용의 경우 기존 위고비 주사를 맞기 위해서는 월 1,000달러(약 149만원)가량이 필요한 반면 알약으로 대체할 경우 7분의 1 수준인 월 149달러(약 22만원)로 해결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 같은 장점을 가진 위고비 알약을 앞세워 최대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의 주사제 ‘마운자로’에 뺐긴 비만약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위고비 알약의 흥행은 최근 경쟁 심화로 고전하던 노보 노디스크에 중요한 반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 치료제 오젬픽 기반의 비만약 시장을 개척하며, 한때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경쟁 심화와 연이은 임상 실패, 파이프라인 정리로 부침을 겪었다. 지난 1년간 회사 주가는 50% 이상 하락해 유럽 시총 1위 지위를 내주며 현재는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노바티스 등에도 뒤처진 상태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는 비만약 부문에서 선전하며 시총 1조 달러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체 개발한 티르제파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로 판매되며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의약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기준 릴리의 비만약 처방은 약 140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보 노디스크 처방 건수(약 92만4,000건)의 1.5배에 달한다.

일라이 릴리 경구용 비만약 '오포글리프론' 승인 임박, 中 생산 위해 4.5조원 투자
글로벌 제약업계는 올해를 ‘비만약 대중화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위고비 특허 만료와 경구용 비만약 시장의 개막은 거대한 재편을 알리는 신호라는 평가다. 저렴한 복제약의 확산, 그리고 알약 하나로 살을 뺄 수 있는 편의성은 비만약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비만약은 대부분 주사제 투약이 기본 전제됐으나, 알약 형태가 개발되며 복용 편의성이 높아져 시장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주사에 거부감이나 공포증이 있는 사람, 냉장 보관이 필수적인 주사제에 불편함을 느낀 사용자들은 경구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일라이 릴리도 차세대 경구용 소분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후보 물질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개발 중이다. 오포글리프론은 비만이지만 당뇨병이 없는 성인 3,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국적 3상 임상시험에서 상당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량 투여군에서 11%, 저용량 투여군에선 7.5%의 체중 감량 효과를 각각 보였다. 3상에선 이 성분을 1일 1회씩 각각 6mg, 12mg, 36mg씩 72주간 투여하고 위약 투여군과 비교했다.
일라이 릴리 역시 오포글리프론의 비용이 하루 커피 1잔 값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저렴한 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목표 날짜는 오는 4월이다. 일라이 릴리는 미국 외 40개국에서도 해당 약품의 허가 신청을 마쳤으며, 5억명에 달하는 비만 인구를 잡기 위해 중국 현지 생산 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일라이 릴리는 향후 10년간 중국에 총 30억 달러(약 4조4,800억원)를 투입할 계획으로, 핵심은 오포글리프론의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일라이 릴리는 수년간 중국 시장에 공을 들여 왔다.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쑤저우 공장 확장에 2억 달러를 투자하고 중국 의료혁신센터를 설립했으며, 베이징과 상하이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를 세워 바이오 스타트업의 임상 전환을 지원했다. 일라이 릴리의 대중국 총 투자액만 60억 달러(약 8조9,600억원)에 육박한다.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도 참전
위고비 알약의 강한 성장성을 확인한 노보 노디스크도 차세대 경구용 펩타이드 기반 비만약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달 25일 차세대 경구용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하기 위해 비브텍스와 최대 21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위고비·리벨서스 주성분)에 적용된 약물전달기술(DDS) 'SNAC'(엘리젠)의 개발사 에미스피어를 인수할 때 지불한 13억5,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보다 거래 규모가 크다.
노보 노디스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단일 분자 기반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또 다른 후보물질인 '아미크레틴'은 GLP-1과 아밀린 수용체를 하나의 분자로 동시에 자극하는 약물이다. 카그리세마가 두 약물을 병용하는 방식이라면, 아미크레틴은 하나의 분자가 두 호르몬 작용을 동시에 구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 제약사 외에 기존 강자였던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도 경구용 비만약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엘레코글리프론(Elecoglipron, AZD5004)'의 임상 2상 성공을 알리고 올해 하반기 글로벌 3상 진입을 선언했다. 이번에 성공을 거둔 VISTA(비만)와 SOLSTICE(당뇨) 연구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는 경쟁사 대비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으며 무엇보다 환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화이자는 자체 개발하던 후보물질의 부작용 악재를 딛고 지난해 11월 완료한 멧세라(Metsera) 인수와 야오파마와의 기술도입 체결을 통해 비만약 파이프라인을 완전히 재구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앞서 화이자는 최소 15개 후보물질 임상을 진전시켜 올해 안에 대부분을 임상 3상에 진입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초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물론이고, 일라이 릴리를 겨냥한 차세대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들이 대거 포함됐다. 2030년 1,500억 달러(약 224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비만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빅파마들이 알약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히 복용이 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비만약 시장의 최대 병목 구간인 '공급망'과 '수익성'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알약에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화학 합성이 가능한 저분자 알약은 주사제인 펩타이드 제제보다 제조 원가가 월등히 낮아 향후 약가 인하 압박이나 보험 급여 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