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로 데이터센터 움직인다" 바이오 컴퓨팅 상용화 시동, 기술 경쟁 본격화 속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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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티컬랩스, 'CL1' 활용해 호주·싱가포르서 상용 데이터센터 구축 AI發 전력난 대안으로 부상한 바이오 컴퓨팅, 지능형 정보 처리 가능성도 입증 기술 개발 경쟁 격화 전망, 전문가들 "아직은 초기 단계"

AI 열풍이 거세지며 데이터센터발(發) 전력난 문제가 심화하자, 실리콘 기반 반도체 칩 대신 살아있는 세포로 정보를 처리하는 '바이오 컴퓨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AI 반도체 대비 훨씬 적은 전력으로 학습과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진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련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상용화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르티컬랩스, '바이오 데이터센터' 상용화 시도
11일(현지시각) 톰스하드웨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호주의 생명공학 기업 코르티컬랩스는 인간의 뇌세포 20만 개를 실리콘 칩 위에 배양한 바이오 컴퓨터 'CL1'을 활용해 호주와 싱가포르에 세계 최초의 상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CL1은 인간의 혈액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로 뉴런화해 반도체 위에 올린 구조로, 전극을 통해 뉴런에 전기 자극을 입력한 뒤 그에 따른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읽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코르티컬랩스는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데이원(DayOne)과 협력해 멜버른에 120대, 싱가포르에 총 1,000대 규모의 CL1 유닛을 단계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특히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 용루린 의과대학은 초기 검증 단계에서 20대의 유닛을 직접 운용하며 실증에 나선다. 장치 한 대당 가격은 약 3만5,000달러(약 5,180만원)로 책정됐다. 이는 뇌세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특수 생명 유지 시스템 관련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며, 세포 수명에 따른 교체 주기는 약 6개월이다.
CL1의 최대 강점으로는 전력 효율성이 꼽힌다. CL1 한 대가 사용하는 전력은 30W(와트) 수준으로, 수천 와트 전력을 소비하는 최신 AI 반도체 대비 눈에 띄게 적다. 혼 웽 총 코르티컬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CL1의 전력 소모량은 휴대용 계산기보다 적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러프버러대학 폴 로치 교수는 “(CL1을) 데이터센터 규모로 확장하면 상당한 전력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존 컴퓨팅 시스템보다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도 훨씬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오 컴퓨터의 정보 처리 역량
CL1은 단순 연산을 넘어 지능형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입증한 상태다. 최근 코르티컬랩스는 CL1이 약 일주일에 걸친 학습만으로 일인칭 슈팅 게임 ‘둠(Doom)’을 플레이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둠’은 3D 공간을 이동하며 적을 탐색·공격해야 하는 비교적 복잡한 구조의 게임이다. 이 같은 벽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코르티컬 클라우드(Cortical Cloud)라는 새로운 신경망 시스템을 개발했다. 게임 화면 정보를 전기 자극 패턴으로 변환해 특정 신경 영역을 자극하고, 뉴런이 이에 반응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극을 반복하면서 뉴런이 이동과 공격 명령을 학습하도록 유도했다.
앞서 코르티컬랩스는 지난 2022년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서 인간의 뇌신경 세포를 분화시켜 디시브레인(DishBrain)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고전 탁구 게임 '퐁(Pong)'을 성공적으로 플레이하기도 했다. 디시브레인 시스템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환경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폐쇄 루프(closed-loop) 구조로 설계됐다. 게임 화면의 정보가 전기 자극 형태로 뉴런에 전달되고, 뉴런의 전기적 활동이 다시 게임 속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호작용 구조 속에서 뉴런의 학습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설정된 과제가 퐁이었다. 실험에서는 패들이 공을 제대로 맞추면 규칙적인 전기 신호를 보상 자극으로 제공하고, 실패할 경우 불규칙한 노이즈 신호를 주는 방법이 사용됐다. 그 결과 신경세포 네트워크는 약 5분 이내에 게임 패턴을 학습하며 점차 패들의 움직임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실험은 코르티컬랩스의 초기 개념 검증 연구로서 CL1 개발의 발판이 됐다는 평을 받는다.

곳곳에서 기술 개발 노력 이어져
바이오 컴퓨팅 기술 개발은 코르티컬랩스 외에도 다양한 기업·기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은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 ‘미니 브레인’의 정보 처리 및 학습 능력에 대해 연구 중이다. 연구진은 2023년 ‘오가노이드 인텔리전스(organoid intelligence)’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실험실에서 배양한 신경세포 집합체를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 컴퓨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이후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뇌 영역을 결합한 다중 영역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실제 뇌와 유사한 신경 활동과 연결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학습과 기억 형성과 관련된 기본적인 신경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바이오 컴퓨팅을 넘어 뇌 질환 연구나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스타트업 파이널스파크(FinalSpark)는 인간 신경세포를 활용한 바이오 컴퓨팅 연구를 진행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로, 2014년 설립 이후 뇌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프로세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프로세서는 인간 피부 세포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소형 뇌 오가노이드를 배양한 뒤, 이를 다중 전극 배열(MEA)과 연결해 신호를 입력·출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파이널스파크는 2024년 이러한 신경 조직을 활용한 연구 플랫폼인 ‘뉴로플랫폼(Neuroplatform)’을 공개하고, 전 세계 연구자가 인터넷을 통해 실험에 원격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에 탑재된 16개의 뇌 오가노이드는 생물학적 신경망이 신호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처럼 곳곳에서 바이오 컴퓨팅에 대한 기대가 커져 가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경세포의 학습·계산 메커니즘을 아직까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으며, 머신러닝 등 작업 수행을 위한 훈련 방안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경세포 학습 결과를 장기 기억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이 확립되지 않았고, 세포 배양이 끝나면 학습 내용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