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특허 풀린 중국·인도, 초저가 ‘복제약’으로 글로벌 비만약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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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印서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 정가 8분의 1 가격 복제약 줄줄이 대기 비만약 접근성 확대 본격화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만 전쟁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1라운드가 ‘기적의 주사’ 경쟁이었다면 2라운드는 ‘값의 전쟁’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인도와 중국 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비만약 시장인 인도와 중국에서 복제약(제네릭) 출시가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중국 자체 개발 신약까지 가세하며 가격 경쟁을 격화하는 양상이다.
인도 제약사 50여 개 브랜드 연내 출시 전망
22일(이하 현지시간) AF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인도 제약사 에리스 라이프사이언스는 20일 위고비 복제약 주사제를 자사 당뇨병 치료제 '선데이' 브랜드로 출시했다. 또 다른 제약사인 닥터 레디스 래버러토리스도 같은 날 위고비 복제약 '오베다'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오는 5월까지 캐나다에서도 오베다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제약사들이 내놓은 복제약 가격은 파격적이다. 에리스 제품은 최저 용량(2mg) 기준 월 1,290루피(약 2만원)로 오리지널 위고비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경쟁이 심화할 경우 가격이 월 12달러(약 1만8,000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 위고비 최고 용량 가격이 월 349달러(약 52만6,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 붕괴에 가깝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인도 내 복제약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 시장조사업체 파마락은 올해 인도에서만 약 42개 제약사가 50개 이상의 브랜드로 복제약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가 복제약 생산으로 경쟁력을 갖춘 인도 제약사들은 이미 오리지널 대비 최소 50~80% 이상 할인된 가격 전략을 내세우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도 바이오업계 내 가장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곳은 나코 파마(Natco Pharma)다. 나코 파마는 월 치료비를 약 1,290~1,750루피(약 2만~2만8,000원)로 책정해 기존 가격 대비 88%의 인하율을 기록했다. 글렌마크(Glenmark) 역시 월 1,300~1,700루피 수준의 치료비로 기존 대비 약 85% 저렴한 복제약을 시장에 내놨다. 알켐(Alkem)은 월 1,800루피로 83%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으며, 인도 제약계의 거두 닥터레디스(Dr. Reddy's)는 월 3,000~5,000루피(약 4만8,000원~8만원) 선에서 공급가를 형성해 기존 브랜드 대비 55~70% 수준의 할인율을 보이고 있다.

中도 위고비 복제약·자체 신약 봇물
이번 변화의 출발점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의 특허 만료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해당 특허가 이달 만료됐으며 올해 말까지 브라질,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10개국에서도 특허가 잇따라 종료될 예정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특허 보호 기간 연장으로 복제약 출시가 2030년대 초까지 지연될 전망이며, 한국 역시 특허 보호가 2028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이는 국가별로 출원·등록·연장 제도가 다른 ‘속지주의’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약품 특허는 출원 후 20년간 보호되지만, 특허 출원 뒤에도 개발 시간과 시판 허가를 받는데 긴 시간이 걸리면서 노보 노디스크가 약을 판매해 온 지는 8년밖에 안 된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은 제약사에 특허 기간 연장이라는 특별 보호를 부여해 몇 년 더 독점권을 줬다.
반면 인도와 중국은 별도의 보호 장치가 없어 복제약 시장이 빠르게 개화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에서만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이 8억 명 이상, 당뇨병 성인은 3억6,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고가 부담으로 치료 접근성이 낮았던 만큼, 가격이 낮아질 경우 수요 폭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인도와 같은 시기에 특허가 만료된 중국 역시 이미 다수의 제약사가 복제약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현재 중국 지우위안 지네틱 바이오파마슈티컬은 자사가 개발한 위고비 복제약의 허가 심사 절차를 밟고 있으며, 중국 CSPC제약도 위고비 복제약을 개발해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다른 중국 제약사 10여 곳도 복제약 출시를 준비 중이다. 중국 바이오 제약 컨설팅 회사 파넥스클라우드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 10종이 이미 중국 내 판매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체 신약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의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최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회사는 비만 적응증에 대해서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서 빠르게 치고 나올 수 있는 배경으로는 빠른 임상 속도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상 비용이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은 임상 진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글로벌 평균 대비 50~70% 짧고 환자 모집 속도도 2~5배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중국에서 개발 중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102개로 전 세계 GLP-1 파이프라인의 약 40%를 차지하며, 이 중 60개 이상이 후기 임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노보·릴리 선제 인하로 점유율 방어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 두 거대 시장만으로도 비만치료제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인도의 GLP-1 시장이 올해 1억7,900만 달러(약 2,700억원)에서 2030년 15억 달러(약 2조2,600억원)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 장벽이 낮아지면서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 실제 인도 현지 의료진들은 복제약 출시 이후 치료 환자가 현재 70∼80명 수준에서 최대 2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인도에서 위고비 고용량은 월 180달러(약 27만원)에 판매되지만 이 역시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다.
가격 구조가 흔들리면서 시장의 질서 역시 재편되는 흐름이다. 중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자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해 온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가격 파괴'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중국 내 위고비 가격을 약 48% 인하(1,900위안→900위안대)했으며,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 가격을 기존 대비 80% 저렴한 450위안(약 9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제네릭 군단의 거센 추격에 맞서 성능 차별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기존 위고비보다 용량을 대폭 높인 7.2mg 고용량 버전 '위고비 HD'를 승인했다. 위고비 HD의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기존 2.4mg 용량이 평균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반면, 이번에 승인된 고용량 버전은 평균 20.7%의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사실상 수술에 가까운 드라마틱한 효과를 약물로 구현해낸 셈이다. 특히 이번 승인은 FDA의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통해 단 54일 만에 이뤄져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통상적인 승인 기간인 10~12개월을 대폭 단축한 것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방증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