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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하고 신주 발행" ADR로 자금 조달 나선 SK하이닉스, 오버행 리스크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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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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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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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ADR 상장 추진,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 실려
시설 투자 부담·그룹 재무 위기 속 글로벌 자금 확보 착수
자사주 소각 후 신주 발행 결정, 시장 오버행 우려 여전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 따른 시설 투자 확대 흐름, SK그룹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다만 ADR 재원을 자사주가 아닌 신주 발행으로 마련하는 방식이 채택되면서 시장에서는 지분 희석 및 오버행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美 상장, 기대 효과는

25일 SK하이닉스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미국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 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제출했다. 상장 목표 시한은 연내이나,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최종 상장 여부 역시 SEC 심사 결과와 시장 상황, 수요 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다. ADR은 미국에서 발행되는 예탁증서(DR)를 일컫는다. DR은 기업 주식을 해외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대체 증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ADR 상장을 통해 SK하이닉스가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7%로 미국 마이크론(21%)보다 두 배 이상 높았으며, 영업이익도 47조2,063억원으로 마이크론(약 24조2,000억원)을 훌쩍 웃돌았다. 하지만 시장 평가에는 이 같은 견조한 실적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7배로 마이크론(12.1배)의 절반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을 통해 마이크론 수준의 PER을 인정받는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할 경우, SK하이닉스 주가는 현재의 두 배 이상인 190만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등 글로벌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거대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6에서 “(SK하이닉스가) 한국 주주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주들에게 노출돼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 필요성 확대

이처럼 SK하이닉스가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막대한 설비 투자 부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6세대 HBM(HBM4) 주도권을 삼성전자에 빼앗긴 SK하이닉스는 생산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우선 청주 M15X를 HBM 전용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며, 당초 2027년 5월로 예정됐던 용인 클러스터의 첫 클린룸 가동 시점도 같은 해 2월까지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용인 1기 팹 신규 시설 투자비 21조6,000억원이 2030년 말까지 우선 집행된다. 아울러 2027년 연말까지 69억1,300만 유로(약 12조원)를 투입해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도 순차적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SK그룹의 재무 상황 역시 SK하이닉스가 받는 자금 확보 압력을 가중했을 가능성이 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계열사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속속 단행해 왔다. 배터리 부문 자회사 SK온의 막대한 설비 투자 지출 등으로 인해 그룹 차원의 자금난이 가시화하자 본격적인 리밸런싱에 나선 것이다. 주요 계열사들은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며 그룹 안정화에 힘을 보탰고, 재무 리스크의 온상이었던 SK이노베이션과 SK온도 잇따른 흡수합병을 통해 기초 체력을 강화 중이다.

문제는 SK그룹을 짓누르는 구조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그룹 영업현금 창출의 70% 이상이 반도체 부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용도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주가수익스왑(PRS) 등 부채성 자본 조달이 늘어나면서 잠재적인 채무 압박도 가중된 상태다. 투자 성과가 기대를 밑돌거나 시장 환경이 급변할 경우 순식간에 차환 리스크가 두드러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그룹 차원의 재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유동성을 보강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사주 2.1% 처분, 상장은 신주로

다만 시장에서는 ADR 상장이 낳을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을 위해 전체 주식의 2.4% 규모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애초 SK하이닉스는 보유 중인 자사주(전체 주식의 2.4%)를 활용해 ADR 상장을 추진하려 했으나, 곳곳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며 상황이 바뀌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전체 주식의 2.1% 규모 자사주를 전격 소각하겠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기존 상장 계획의 무산을 선언했다.

SK하이닉스가 망설임 없이 자사주 처분을 결정하게 된 핵심 동기로는 제도의 변화가 꼽힌다. 지난 6일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고자 하는 기업은 매년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처분할 때도 신주 발행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소각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던 셈이다.

이에 더해 자사주 소각이 SK하이닉스 최대주주 SK스퀘어 측의 지분율을 소폭 높이는 효과를 낸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의 최대주주는 지분 약 30%를 보유한 SK㈜며, 최 회장은 SK㈜ 지분 약 18%를 가진 최대주주다. 결국 이번 소각은 최 회장의 SK하이닉스 지배력을 훼손할 만한 변수가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주 발행으로 인한 오버행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행되는 신주는 국내 예탁결제원에 보관되며, 예탁결제원은 미국 투자자가 보유한 ADR을 반납할 시 보관 중이던 한국 주식을 즉시 내줘야 한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ADR 가격이 한국 주가보다 낮아질 경우, 미국 투자자들이 ADR을 반납해 한국 주식을 확보하고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앞서 ADR 상장을 단행한 국내 기업들의 전례를 보면, 상당한 물량이 원주(한국 주식)로 전환돼 국내 시장에서 매각됐다”며 “ADR과 원주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 거래 수요는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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