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810% 증가” 마이크론 호실적의 의미, HBM 공급 우위 구도 ‘굳히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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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메모리 중심 수익 구조 재편
HBM 3강 체제 형성, 협상력↑ 기대
최종 가격 결정권 여전히 GPU 중심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역대급 실적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매출과 총이익률을 비롯한 대부분 지표에서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사업 부문별 매출 구조 또한 고르게 확장됐다. 여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확대까지 예상되는 등 추가 상승세 또한 기대되는 상황이다. 차세대 HBM 공급 경쟁이 본격화하며 주요 업체들의 격차가 좁혀진 가운데, 최종 가격 형성의 키는 여전히 그래픽처리장치(GPU) 플랫폼을 쥔 소수 기업에 남아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영업이익률 67.6%→81% 전망
24일(이하 현지시각)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올해 2월 26일까지인 2026회계연도 2분기에 매출 238억6,000만 달러(약 35조9,000억원)와 영업이익 161억3,500만 달러(약 24조2,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6%, 810% 증가한 성적을 기록했다. 일반회계기준 매출 총이익률은 74.4%, 영업이익률은 67.6%를 나타냈다. 또 희석 주당순이익은 12.07달러(약 1만8,000원)로 1년 전(1.41달러·약 2,100원)보다 7배 이상 뛰었다. 주요 수익 지표 전반에서 급격한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흐름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매출과 총이익률, 주당순이익, 현금흐름 모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HBM 등 각 사업부 매출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기간 마이크론의 클라우드메모리 부문 매출은 77억4,900만 달러(약 11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고, 핵심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또한 56억8,7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로 211% 늘었다.
모바일 클라이언트 부문 매출은 1년 사이 245% 증가한 77억1,100만 달러(약 11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클라우드 메모리와 유사한 매출 비중을 보였다. 올해는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전체 스마트폰과 PC 출하량이 소폭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기기 내에서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기기당 메모리 탑재 용량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는 올해 스마트폰의 12GB 이상 D램 탑재 비중이 8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우호적인 시장 환경은 마이크론의 3분기 가이던스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을 335억 달러(약 50조2,000억원)로 전망했고, 매출총이익률로는 81%를 제시했다. 예상 주당순이익은 일반회계 기준 18.90달러(약 2만8,300원)로, 별도 전망에서는 19.15달러(약 2만8,700원)가 언급됐다. 매출 구조 자체가 고르게 확장되는 흐름인 만큼 수익성 지표 역시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공격적 증설로 공급 확대
특히 HBM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는 수익성을 끌어올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마이크론은 16일 “엔비디아 ‘베라 루빈’용으로 설계한 HBM4 12단 36GB 모델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출하 시점과 고객사를 특정하는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항간에 떠돌던 “마이크론의 HBM4가 엔비디아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해 공급선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기가비트(Gbps) 이상의 입출력 속도와 초당 2.8테라바이트(TB/s) 이상의 대역폭을 구현한 해당 모델은 이전 세대 대비 대역폭은 2.3배, 전력 효율은 20% 이상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군 확대 속도도 빠르다. 마이크론은 16개의 24Gbps D램 칩을 적층한 HBM4 16단 48GB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현재 양산 중인 12단 제품과 비교하면 메모리 용량이 33% 늘어난 사양이다. 수미트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해 연산 장치와 메모리들이 초기 단계부터 함께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히며 메모리 공급 범위가 HBM 단품을 넘어 AI 서버 전반으로 넓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수익 구조를 뒷받침하는 조건이 형성됐다. 마이크론은 올해 D램과 낸드 공급이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 1월 대만 먀오리현에 위치한 반도체 업체 PSMC의 P5 공장(P5 팹)을 18억 달러(약 2조6,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또 미국 아이다호·뉴욕, 일본 히로시마, 싱가포르 등에서는 신규 팹 건설과 확장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 HBM4 생산능력을 웨이퍼 기준 월 1만5,000장 규모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업계가 추산한 마이크론의 전체 HBM 생산능력은 월 5만5,000장 수준으로, 이 가운데 약 30%가 HBM4에 배정되는 셈이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동일한 엔비디아 공급선에 올라서며 HBM 3강 구도 또한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그간 생산능력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던 마이크론이 증설과 양산 속도를 앞세워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엔비디아 플랫폼에 맞춰 제품 개발과 생산 계획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동일한 기준 아래 경쟁하는 환경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업체 중심의 기존 협상 구도에서 D램 업체의 영향력이 갈수록 더 커지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플랫폼 변화 대응 능력 입증
다만 최종 가격 결정권이 엔비디아에 있는 만큼 HBM 공급 업체의 우위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최종 수요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GPU와 이를 기반으로 구성된 서버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HBM은 이 구조 안에 포함되는 핵심 부품으로 기능하지만, 단일 부품 가격이 아니라 시스템 단위에서 가격과 수요가 동시에 결정된다.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그 영향은 GPU와 서버 제품 가격에 포함되는 형태로 반영된다.
이 같은 구조는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CPU에서 GPU로 이동한 흐름과 맞물려 형성됐다. 과거에는 인텔을 중심으로 한 CPU 기반 구조에서 시스템 가격과 성능 기준이 정해졌으나, 2022년 이후 AI 연산이 확대되면서 엔비디아 GPU가 시장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구축은 GPU 설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메모리 역시 이 설계에 맞춰 채택 여부와 용량이 결정된다. 이는 곧 메모리 업체가 수요를 만들어내는 위치보다는 이미 형성된 수요에 대응하는 위치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시장 경쟁 구도 변화 역시 이 틀 안에서 제한적으로 전개됐다. HBM 기술 도입기에는 SK하이닉스가 적층형 D램 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했고, 이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빠르게 추격하면서 기술 격차를 좁혔다. 이후 경쟁은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성능 기준과 양산 일정에 얼마나 정확히 대응하느냐로 이동했다. HBM4 역시 베라 루빈과 같은 차세대 GPU 플랫폼에 맞춰 사양이 설정되는 상황으로, 각 업체는 동일한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 안에서 수율과 공급 안정성으로 경쟁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론의 분전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넘어 플랫폼 변화 대응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 설계와 요구 사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빠르게 충족할 수 있는 생산·개발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읽히는 까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년 3등 취급을 받던 마이크론이 짧은 기간 안에 분위기 반전을 이룬 것에 다들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향후 엔비디아의 설계 변경 국면에서도 마이크론은 생존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