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관심·역할 다 뺏겼다” 얼어붙은 메타버스 시장, 미래 지향점은 ‘스마트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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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장 급속 냉각, 기업들도 관련 사업서 기대 거둬들여 수익 모델·비전 불명확, 시장 관심 생성형 AI로 이동 "메타버스도 접근성 끌어올려야", 스마트 글라스의 성공 전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몰렸던 시장의 관심이 대부분 사그라진 가운데, 경제성과 활용도가 높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메타버스의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스마트 글라스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 형태를 채택해 소비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버스 사업의 침몰
25일 IT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메타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산하 기업 칼리버스의 조건부 운영에 착수했다. 올해 3분기까지의 성과에 따라 향후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칼리버스는 롯데이노베이트가 지난 2021년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회사로, 2024년 8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쇼핑 및 가상공연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문제는 칼리버스가 이용자 확보 및 매출 구조 안정화에 장기간 난항을 겪어 왔다는 점이다. 이에 롯데 측은 칼리버스의 비용 구조 개선 및 사업 재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기업은 롯데뿐만이 아니다. 일례로 메타의 경우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이달 말에 퀘스트 스토어(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시리즈용 디지털 콘텐츠 오픈마켓)에서 호라이즌 월드를 제외하고, 오는 6월 15일에는 VR 헤드셋에서 호라이즌 월드를 완전히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호라이즌 월드는 메타 퀘스트 시리즈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2023년부터 꾸준히 수요 부진 문제를 겪어 왔다. 담당 부서인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는 호라이즌 월드를 비롯한 메타버스 사업의 실패로 인해 2021년 초부터 작년 말까지 730억 달러(약 109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기도 했다.
다만 현시점 호라이즌 월드의 서비스 종료 결정은 번복된 상태다. 18일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최고 기술책임자(CTO)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는 기존 게임에서 VR 환경을 지원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을 반영해 호라이즌 월드를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호라이즌 월드를 비롯해 '호라이즌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된 세계는 VR 환경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며, VR 소셜 네트워크에 새로운 게임은 추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엔진 '메타 호라이즌'으로 만들어진 세계나 기능은 모두 VR이 아닌 모바일 환경에서만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경쟁력 '악화일로'
메타버스 시장이 경쟁력을 잃은 핵심 원인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부재가 꼽힌다. 메타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대면 접촉에 제약이 있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당시 수많은 기업이 명확한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가능성'만을 좇아 메타버스 사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했다. 하지만 2023년 들어 엔데믹 국면이 본격화하며 메타버스 관련 수요가 순식간에 급감했고,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대부분 추가 활로 모색에 실패하며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생성형 AI의 등장 역시 메타버스의 영향력을 약화한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까지만 해도 메타버스에 집중돼 있던 투자자들의 관심은 최근 생성형 AI 분야로 대거 이동했다. 불투명한 비전을 앞세웠던 메타버스 사업과 달리, AI 사업에서는 생산성 개선·비용 절감 등 즉각적인 경제적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술 투자, 인재, 개발 자원 등이 AI 중심으로 재편됐고, 메타버스는 시장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생성형 AI의 이미지·동영상 생성 기술이 가상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대폭 낮췄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에는 가상 환경의 아바타, 배경, 오브젝트 등을 만들기 위해 전문적인 그래픽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으나, AI 기술이 발전한 뒤에는 텍스트 기반 명령만으로 유사한 시각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소비자들은 굳이 부담이 큰 VR 환경에 발을 들이지 않고도 AI를 통해 원하는 가상 장면을 즉각적으로 생성·소비한다. 3D 그래픽 기반의 몰입형 가상 환경을 무기로 삼았던 메타버스의 차별성이 대폭 약화한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메타버스의 역할을 대체한 AI 기업들마저도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데 난항을 겪는 추세다. 일례로 오픈AI의 경우, 자체 개발한 AI 영상 생성 도구 ‘소라’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24일 밝혔다. 소라는 2024년 12월 출시 초기까지만 해도 미국 앱스토어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으나, 이후로는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앱피겨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소라의 신규 다운로드 수는 전월 대비 32% 감소했다. 올해 1월에는 감소 폭이 45%로 커졌고, 소비자 지출도 32% 줄어들었다. 이는 가상 콘텐츠 제공 자체가 지속 가능한 차별화 요소가 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마트 글라스가 품은 가능성
시장에서는 메타버스 시장이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필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소비자의 착용 부담이 큰 VR 헤드셋 대신 일상적으로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의 형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개선 사례가 스마트 글라스다. 스마트 글라스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다. 처음 출시된 2021년 하반기에는 음악 감상, 사진·영상 공유 등 제한적인 기능만을 제공했지만, AI가 발전하고 시청각 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며 소비자의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스마트 글라스의 가장 큰 장점은 한정된 공간에서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사용하던 기존 VR 헤드셋과 달리 일상 속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안경 렌즈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도를 보고, 안경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간편하게 사진·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외장 스피커를 통해 실시간 통역 등의 편의 기능을 이용하거나,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AI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AI에게 현재 보이는 건물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회의 도중 궁금한 정보를 검색해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현시점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기업은 메타다. 메타의 스마트 글라스인 레이밴 시리즈는 전체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80%가량을 점유 중이며, 특히 미국 현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전례 없는 수요 폭증과 재고 부족으로 인해 미국 이외 지역에서 신규 모델 판매가 중단될 정도다. 지난 1월 메타는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모델의 해외 판매 중단 소식을 밝히며 “지금 신청하더라도 올해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해외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미국 내 주문 처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도 해당 제품의 해외 판매가 재개됐다는 공식 발표는 없으며, 판매 재개 시점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