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제약
  • 16% 제네릭 약가 인하 강행에 제약업계 ‘비상’, 중소 제약사 줄도산 위기

16% 제네릭 약가 인하 강행에 제약업계 ‘비상’, 중소 제약사 줄도산 위기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14년 만에 약가제도 대수술
마지노선 48% 밑돌아, 업계 "암담"
제네릭 의존도 높은 중소형사 직격타

정부가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낮추고 혁신형 제약기업 중심 지원을 강화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고령화에 따른 약제비 부담 증가와 신약 접근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번에 통과된 산정률이 제약업계가 수용 가능하다고 알려진 수치보다 낮게 책정됨에 따라 향후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업계는 가뜩이나 영업이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강행된 약가 인하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R&D)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행 53% → 45% 단계적 인하 확정

26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2026년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국민건강보험 약가 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제네릭의 약가를 합리화하고,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 산정률은 현행 53.55%에서 45%로 조정된다. 다만 제약업계 영향 등을 고려해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약가를 내리기로 했다.

약가 인하 기준도 손본다. 현재 동일 성분 제네릭 20번째 품목부터 적용되는 계단식 약가 인하 기준은 앞으로 13번째 품목부터 적용된다. 동일 성분 제네릭이 13개를 초과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 약가는 등재 1년 이후 직전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자동 조정된다. 이후 추가 등재되는 제네릭은 해당 조정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 또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자료 제출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약가 인정 수준은 기존 85%에서 80%로 낮아진다.

정부는 제네릭을 급여에 등재할 때 오리지널 가격의 일정 비율로 약가를 제한한다. 가격을 낮춰 건강보험 재정과 일반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급여 등재 의약품의 80%가 제네릭인 상황에서 제네릭 약품비 증가율은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2020년 86조7,000억원이었던 제네릭 약품비는 2024년 116조2,000억원으로 34% 늘었지만 건강보험 진료비는 7.6% 증가했다. 국내 제네릭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돈다. 평균보다 비싼 약가와 높은 제네릭 비율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무리가 가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제네릭의 약가를 조정하는 대신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우선 ‘약가유연계약제’ 적용 대상을 올 2분기부터 확대한다. 이 제도는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에 별도 계약을 체결해 건강보험의 신속 및 안정적 등재를 지원하는 제도다. 신규 등재 신약과 특허 만료 오리지널, 위험분담제 환급 종료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또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를 강화한다. 신규 제네릭에 대해서는 약가를 최대 4년까지 60%로 우대하고, 기등재 의약품 약가 조정 시 혁신형 제약기업에 한시적 특례를 부여한다. 전체 완제의약품 제조사 약 400곳 중 현행 제도상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는 혁신형 제약기업은 48곳이다. ‘준혁신형 제약기업’ 트랙도 신설한다. 매출 규모 1000억원 미만 기준 제약사의 의약품 매출 대비 의약품 R&D 투자 비율이 5% 이상인 경우,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준 투자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준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다. 50%의 약가 가산을 최대 4년간 부여한다.

제약 산업 수익성 악화 불가피, 제네릭 의존도로 판가름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제약 산업의 혁신을 유도하겠단 입장이지만 제약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는 이번 개편안이 강행될 경우 투자 위축은 물론, 필수의약품의 생산 중단과 일자리 감소 등 산업 전반의 붕괴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추산에 따르면, 이번 약가 인하로 인한 손실액은 3조~3조6,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계단식 약가 인하까지 더해지면 이중삼중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약가를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된다면 실질적으로 20%의 인하가 되는 상황이라, 어떤 산업도 이 같은 충격을 견딜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현금 창출원인 복제약 수익이 줄어들면 R&D와 설비투자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돈 없이는 신약 개발도, 기업 유지도 되지 않고 글로벌 강국으로 갈 수도 없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우려다. 신약의 상업화까지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임상 기간이 길고 초기 매출이 제한적이며 개발 성공 확률도 낮아 투자 위축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R&D 여력이 유지되는 기업만 살아남고 중소형 제약사는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대형업체로의 쏠림이 뚜렷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버틸 수 있겠지만 우리와 같은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사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 정도 인하율이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아 결국 구조조정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채용이나 R&D 투자를 줄이는 것부터 검토할 수밖에 없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지 맞지만, 업계 수용 한계 고려했어야

제약업계는 13년 전에도 같은 이유로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약가 인하로 제네릭 중심 제약사의 매출은 26~51%까지 급감해 상당수 업체가 적자로 전환됐다. 실제 R&D 예산 삭감과 임상 중단, 구조조정,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 등의 부작용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의도한 정책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약가인하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때 단기 재정 지출은 감소했으나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13.8% 증가했다. 위기에 몰린 제약사들이 비급여 의약품 생산을 늘리고, 자체 제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 수입약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재편한 영향이다.

물론 정부의 약가 조정에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제약사들은 그간 가격 경쟁으로 승부하기보다 병원·약국 등 판매 채널 확보를 위한 영업 경쟁에 몰두해 왔다. 그 과정에서 오간 불법 리베이트는 소비자 가격에 전가됐다. 다만 업계는 제네릭의 난립을 방치한 건 정부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제네릭 개발 시 오리지널과 같은 성분·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에 위수탁이나 공동 생동을 무분별하게 허용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21년부터 이 제도는 규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그 사이 내수 시장에서 제네릭만으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생성됐다. 이는 제네릭을 소위 찍어내기만 하는 영세업체를 증가시킨 원인이기도 하다.

제네릭 가격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의 취지는 틀리지 않다. 제약사의 투자 경쟁을 복제약에서 신약 개발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도 맞는 방향이다. 이에 제약업계도 국민 부담 경감과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최대 10%의 약가 인하까지는 감내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피력하며 48.2%의 마지노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제약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 한계이자, 최소한의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기준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건정심에서 이를 상회하는 16%의 약가 인하 산정율이 결정되면서 업계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현 시점은 중동 사태 등 글로벌 불안정성 확대로 유가·환율·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원자재 수급 불안까지 가중되는 등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시기에 단행되는 대규모 약가 인하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생존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약가 인하 정책으로 R&D 투자 등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건강, 보험재정, 산업 경쟁력을 모두 아우르고, 국제 정세에 대응하는 유연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