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전략 “연간 계약은 옛말”, 가격·계약·공급 모두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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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공급 조정 비롯 출하 전략 변화
단기 가격 변동성에 계약 구조 재편
CXMT 상장 연기, 공급 확대 전망 약화

삼성전자가 범용 D램 가격을 연속적으로 인상하며 시장 전반의 가격 흐름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의 생산 역량이 고성능 메모리에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줄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흐름이다. 가격 인상이 공급 전략과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며 시장의 거래 기준 또한 달라지고 있다. 과거 중장기 중심이던 계약 방식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며, 여기에 가격 상승세를 억제할 것으로 지목됐던 중국 변수마저 흔들리는 등 단기간 내 수급 불균형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공급 통제 기반 수익 극대화
6일 대만 기술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D램 가격을 1분기와 견줘 30%가량 상향 조정했다. 이는 서버·PC·모바일 등 범용 D램을 아우르는 평균 가격 인상 폭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도 D램 평균 가격을 100%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D램 가격이 1만원이었다면, 올해 1분기에는 2만원, 2분기에는 2만6,000원에 공급되는 셈이다. 업계는 주요 메모리 제조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범용 D램 물량이 부족해지고, 종국에는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가 가격 인상 행보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D램 가격의 연속적인 상승 흐름이 자리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조사에서 1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분기 대비 90~95% 상승했고,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역시 1분기 55~60%, 2분기 70~75% 상승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도 이에 맞춰 상향 조정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45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직전 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20조1,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가 넘는 증가 폭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서버 투자가 가격 상승을 지탱하는 모습이다. 다수의 빅테크가 고성능 D램과 HBM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을 서두르는 추세이며, 일부 기업은 5년 단위 구매 논의도 타진 중이라는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중심으로 AI 서버 인프라 구축이 확대되면서 고성능 D램과 HBM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며 “제조사들도 범용 제품 생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축소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설비를 재배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급 여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특정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구조다.
가격 상승의 여파는 소비자용 제품 시장까지 확산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메모리 가격 상승 여파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2.9%, PC 출하량이 11.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이 부품 원가는 물론 완제품 가격과 수요 구조를 동시에 압박할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역시 메모리 부족 현상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하며 2028년 이후에도 과거 가격 수준으로의 복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공급 확대 시점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수요가 유지되면서 단기간에 가격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분기·월 단위 계약 전환
삼성전자는 수익성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략을 공고히 하며 자사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장기 공급 요청까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내부 수요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두고 메모리를 가격 협상 중심 자산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HBM과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재배치한 상황에서 제한된 공급을 활용해 가격 결정권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장의 가격 협상 구조 자체가 공급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가속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선두 업체들의 가격 인상 행렬은 계약 구조 변화로 이어진다. 이미 100%가 넘는 가격 인상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고정 가격 기반 계약이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된 까닭이다. 통상 연 단위 계약이 일반적이었던 D램 공급 방식은 분기 단위로 단축됐고, 최근에는 월 단위 가격 조정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일부 거래에서는 납품 시점 가격을 반영하는 방식까지 등장하며 가격 변동성이 계약 구조에 직접 반영되는 사례도 포착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메모리 공급 계약이 고정가격 기반에서 변동가격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읽힌다. 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계약 단위를 단축할수록 공급자가 추가 인상분을 즉각 반영할 수 있다. 이는 곧 거래 조건 자체가 제조사에 유리한 구조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이에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가격 전략도 동조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 역시 전년 4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인상된 수준에서 1분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상승 압력 유지
비교적 최근까지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으로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이 물량을 확대할 경우, 공급 증가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실제로 3월 말 일부 구간에서는 D램 가격 상승세가 멈추는 흐름도 관찰됐다. 미국 IT전문 매체 Wccf테크 보도에 따르면 커세어(Corsair) 메모리 제품 가격은 490달러(약 73만7,000원)에서 380달러(약 57만2,000원)로 22.45%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창신메모리(CXMT)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전제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CXMT는 애초 상장을 통해 43억 달러(약 6조4,0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같은 자금 조달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CXMT의 생산량은 웨이퍼 투입 기준 월 7만 장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재무자료 유효기간 만료를 이유로 IPO 심사를 ‘중지’ 상태로 전환했고, CXMT의 자금 조달과 설비 확대 일정은 동시에 지연되는 국면에 놓였다.
CXMT의 IPO 지연은 경쟁사의 수익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범용 D램은 공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에 신규 물량 유입 시점이 가격 흐름을 좌우하는 중대 변수로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CXMT발 추가 물량 유입 시점이 뒤로 밀리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여타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 국면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된다. 현재 업계가 추산하는 계약가격 기준 D램 영업이익률은 80% 수준이다. 여기에 공급 증가 일정이 지연될수록 수익성은 추가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변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CXMT는 지난해 매출 79억9,000만 달러(약 12조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130% 성장했고,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도 5% 수준까지 확대됐다. 향후 IPO가 재개될 경우엔 증설 계획 역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더해 자국 정부의 지원으로 투자를 이어가며 성장 기반 또한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중국발 공급 확대 기대가 지연되면서 단기 가격 상승 환경은 유지됐지만, 향후 증설 재개 여부에 따라 시장 균형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