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신용 리스크까지 감수" AI 투자에 총력 기울이는 소프트뱅크, 오픈AI IPO가 성패 가른다
입력
수정
소프트뱅크그룹, 정크본드 발행하며 AI 관련 투자 박차 "투자 기회 놓치는 게 더 큰 손실" 시장 우려 단호히 일축 증시 입성 앞둔 오픈AI, 소프트뱅크 '베팅' 결실 맺을까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인공지능(AI)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오픈AI에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데 이어, 재차 대규모 투자를 확약하며 필요 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투자를 위한 차입이 반복되며 소프트뱅크의 신용 리스크가 대폭 확대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오픈AI의 기업공개(IPO)가 소프트뱅크의 투자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소프트뱅크의 AI 투자 의지
15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가 36억 달러(약 5조3,100억원) 규모의 투기 등급 채권(정크본드)을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이 과정에서 15억 달러(약 2조2,100억원)의 달러화 채권과 17억5,000만 유로(약 3조원)의 유로화 채권을 매각했다. 10년 만기 달러 채권의 표면 금리는 8.5%로 결정됐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발행한 달러 채권 중 역대 최고치이자, 지난 14일 기준 달러 표시 정크본드 평균 금리(6.81%)를 대폭 웃도는 수치다.
채권 금리가 뛰어오른 배경에는 소프트뱅크의 신용 리스크가 있다. 소프트뱅크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1월 이후 급격히 확대되며 일본 기업 중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소프트뱅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 분석 기관 크레딧사이츠의 마크 채프먼 애널리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소프트뱅크의 재무상태표가 한계치까지 확장된 상태"라며 "보유 자산 가치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부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프트뱅크의 재무 상황이 악화한 것은 오픈AI 등 AI 분야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2월 오픈AI의 기업 가치를 2,600억 달러(약 370조원)로 인정하고 400억 달러(약 5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정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4월 75억 달러(약 10조7,000억원)를 오픈AI에 직접 출자했고, 공동 투자자들과 110억 달러(약 15조7,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조성했다. 지난해 말에는 225억 달러(약 32조1,000억원)를 오픈AI에 추가 투입하며 총투자액 410억 달러(약 58조5,000억원)를 달성했다. 해당 약정이 마무리된 후 소프트뱅크는 재차 비전펀드 2호를 통해 오픈AI에 300억 달러(약 45조2,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확약한 상태다.
반복되는 외부 자금 조달
문제는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5월 6,000억 엔(약 5조5,600억원) 규모 리테일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7월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유로 표시로 총 42억 달러(약 6조1,800억원)의 회사채를 찍어냈다. 같은 해 10월에는 4,300억 엔(약 3조9,900억원) 상당의 외화 표시 하이브리드 채권이 발행됐고, 12월에도 5,000억 엔(약 4조6,400억원) 규모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달에는 400억 달러(약 60조원) 규모의 브릿지론도 실행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자금 조달은 오픈AI 투자 및 운영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하며,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일본 3대 메가뱅크(미즈호, 스미토모미쓰이, 미쓰비시UFJ) 등 대형 은행이 다수 참여했다. 대출은 무담보 형태로 이뤄졌으며, 만기는 2027년 3월로 설정됐다. 무담보 조건임에도 만기가 12개월에 불과한 것이다. 무담보 대출은 리스크가 높은 만큼 만기를 길게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프트뱅크는 이전부터 이 같은 과감한 투자 행보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해 왔다.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대해 “결코 (재무적으로) 불건전하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설령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금융 위기가 다시 발생해 보유 주식 가치가 반 토막이 나더라도 안전한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오픈AI, Arm과 같은 가장 중요한 자산을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이 더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시적으로 부채가 증가해 LTV(자산 가치 대비 차입금 비율)가 25%를 초과하더라도 허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TV 25% 미만은 소프트뱅크가 설정한 평시 목표치며, 지난해 12월 말 기준 소프트뱅크의 LTV는 20.6% 수준이다.

오픈AI IPO 계획 윤곽 잡혀
향후 소프트뱅크의 투자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는 오픈AI의 IPO가 꼽힌다. 오픈AI가 증시에 입성하면 역대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활용해 지난달 실행된 브릿지론을 비롯한 단기 채무를 대거 청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오픈AI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내부 재무 구조 및 투자 구조를 정비 중이다. 목표 기업가치는 최대 1조 달러(약 1,500조원)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기술 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오픈AI는 상장을 앞두고 수익성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에서 광고 담당 부사장을 지낸 데이비드 두건(David Dugan)을 광고 솔루션 총괄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두건 총괄은 메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광고계 베테랑으로, 주요 광고주·에이전시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인물이다. 오픈AI는 두건 총괄을 앞세워 광고 사업을 핵심 수익 창출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AI 코딩 도구 '코덱스'를 필두로 한 B2B 사업도 체질 개선의 핵심 축으로 거론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보면 피지 시모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 총괄은 지난달 직원들에게 “부수적인 업무를 접고 코덱스를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 고객을 확보해 챗GPT를 생산성 도구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오픈AI가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정사실 수준에서 머무르던 오픈AI의 상장 의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8일 새러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매우 강력한 수요를 확인했다"며 "상장할 때 분명히 이들을 위해 지분 일부를 할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픈AI 규모의 회사가 상장사처럼 보이고 느껴지고 행동하는 것은 건전한 일"이라며 "상장할 경우 전환사채나 투자등급채권 등으로 막대한 인프라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