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에 베팅하는 글로벌 자본, 과학보다 기대가 앞선 ‘롱제비티’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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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 격차가 만든 롱제비티 열풍 회춘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와 소비자 연구 단계와 상업화 속도 간 괴리 노출

노화를 늦추고 건강수명을 늘리는 롱제비티(장수)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롱제비티 바이오 기업과 역노화 기술에는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고 있고 일부에서는 노화를 치료하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관련 기술 상당수는 여전히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연구실에서 논의되는 가능성과 시장에서 소비되는 기대 사이의 간극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롱제비티 시장 규모 내년 8.5조 달러
1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 Global Wellness Institute)에 따르면 롱제비티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2027년 8조5,000억 달러(약 1경2,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소비자 주도형 진단 검사 등 롱제비티 산업 규모가 40억 달러(약 6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롱제비티 기술 전문지인 롱제비티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장수 생명공학 분야 총 투자 유치액은 37억4,000만 달러(약 5조 6,6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 급증한 수치다. 벤처캐피털 프라임타임 파트너스는 치매 예방과 신체 기능 증진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도 롱제비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세포 재프로그래밍에 도전하는 알토스랩스에 30억 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세포 역노화를 연구하는 레트로바이오사이언스에 1억8,000만 달러(약 2,730억원)를 투자했다.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투자 열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가 2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가 의료비 증가와 만성질환 부담 확대를 동반하는 만큼 각국 정부와 의료업계는 질병 치료 중심 체계에서 예방·관리 중심 체계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 측정, 유전체 분석, 후성유전학 기반 진단,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등 이른바 ‘예방형 롱제비티 서비스’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산업의 외연도 확대되고 있다. 초기 롱제비티 시장이 항노화 신약과 재생의학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건강검진, 영양관리, 바이오마커 분석, 디지털 헬스케어, 장수 클리닉 등 소비자 접점 산업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롱제비티 테크놀로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산업의 성장 동력이 신약 개발보다 소비자 진단 서비스와 바이오해킹, 맞춤형 건강관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역시 단기 성과가 불확실한 신약 개발보다 데이터 플랫폼과 정밀진단, 예방의료 인프라에 자금을 집중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고령화 심화와 예방의료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관련 자금 유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래 사는 시대, 더 중요해진 건강수명
시장의 관심이 롱제비티 산업에 쏠리는 배경에는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있다.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점 연장되고 있지만, 질병이나 부상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평균 건강수명은 기대수명보다 9년가량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명이 늘어날수록 만성질환과 신체 기능 저하를 안고 살아가는 기간도 함께 길어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실은 의료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의료체계가 질병 발생 이후 치료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노화 과정 자체를 늦추고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예방 중심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노화 연구를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이나 치매 같은 개별 질환을 치료하는 것보다 노화 자체를 늦출 경우 복수의 질환 발생 시점을 동시에 지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는 노화를 새로운 치료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세포 노화(senescence), 후성유전학, 줄기세포 재생, 단백질 항상성 유지 등 노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연구 분야에는 최근 수년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노바티스, 일라이릴리,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노화 관련 바이오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소비 시장 역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생물학적 나이 측정 서비스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연속혈당측정기(CGM), 유전자 분석 서비스 등이 확산되면서 건강관리가 질병 치료 영역에서 일상적 소비 영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이 웰니스와 건강수명 연장을 위해 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특히 중장년층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노화 부작용 우려, 일부 종양 되거나 뇌에 염증 생기기도
이 같은 롱제비티 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브라이언 존슨(45세)이다. 전직 테크기업 대표이자 억만장자인 존슨은 매년 200만 달러(약 30억원)를 투입하며 자신의 몸을 실험실처럼 활용하고 있다. 혈액 수치부터 수면 데이터, 장기 기능, 후성유전학적 지표까지 모든 것을 측정하며 노화 속도를 늦추겠다는 목표다. 존슨은 예외적인 사례처럼 보이지만, 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을 뿐, 유사한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각종 보충제와 혈액검사, 유전자 검사, 장수 클리닉, NAD 주사, 노화 시계 분석 서비스가 이를 뒷받침한다.
생물학계에선 세포가 복제와 분열을 반복함에 따라 텔로미어(telomere, 세포핵에 있는 염색체 끝부분에 존재하는 특수한 입자)의 길이가 서서히 짧아지면서 노화가 진행되고, 운동·영양 부족과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하는 활성산소는 텔로미어를 더 짧게 만들어 노화를 가속화하는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노화를 자연 섭리가 아닌 질병으로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치료를 통해 늦추거나,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즉 회춘이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대표적인 학자가 하버드대 유전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다. 그는 저서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는 질병이며, 생활방식 개선과 함께 항노화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화와 유전자는 관계없으며 장수를 통제하는 효모와 이를 자극하는 약물을 먹거나 주입함으로써 노화를 억제 또는 역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주류 학계는 부정적이다. 캐나다 매체 글로브앤드메일은 존슨이 바이오산업, 특히 안티에이징 분야에 거금을 투자한 투자자임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역노화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역노화 연구의 핵심 단백질 '야마나카 인자'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테라토마'라고 불리는 기형종양이 꾸준히 언급돼 왔다. 야마나카 인자를 주입하면 늙은 세포가 어린 줄기세포로 변할 수 있는데, 일부는 급속히 증식하는 거대한 종양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 생물학 연구기관인 소크연구소에 따르면, 조기노화 유전병이 있는 쥐의 전신에 야마나카 인자를 발현시킨 결과, 상당수 쥐의 온몸에 테라토마와 암 종양이 형성됐고, 결국 수주 내에 사망했다. 2024년 야마나카 인자를 쥐의 전신에 주입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선 뇌 염증이 포착되기도 했다.
학계는 노화를 질병으로 보는 관점 자체에도 회의적이다. 한 약학 박사는 “암은 모든 세포에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게 아니고 특정 세포에서 우발적으로 생겨나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며 “모든 세포에 전반적·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노화와는 전혀 다르다”며 ‘노화=질병’ 주장을 반박했다. 이처럼 노화와 죽음은 여전히 자연의 섭리라는 게 주류 학계의 통설이다. 적절한 식이요법이나 운동과 명상 등 생활방식의 개선을 통해 노화를 늦추고 활력을 유지하는 건 가능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노력과 돈을 투입해도 노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회춘은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