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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량은 줄이고 건강 관리는 늘리고, 비만치료제가 바꾼 소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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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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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체중 감량 후유증 대응 수요 증가 
외식업계도 전략 수정 본격화 
행동 변화까지 확장되는 GLP-1 효과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의료 시장의 범주를 벗어나 소비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식욕 억제 효과로 음식 섭취량이 감소하면서 탈모 관리, 단백질 보충제, 건강기능식품 등 연관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식품기업들도 소용량·고단백 중심의 제품 전략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행동 양식과 기호 변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비만치료제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촉매제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GLP-1 부작용 관리 산업 급부상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 미국에서 최근 탈모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두피 관리 제품을 판매하는 케라팩터는 전년보다 매출이 100% 증가했고, 모발 성장 영양제 브랜드인 뉴트라폴 역시 GLP-1 사용자 증가가 매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북미 지역 탈모 관리 시장 규모는 10억5,000만 달러(약 1조6,100억원)에 달했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탈모 관리 시장 규모가 2031년까지 연평균 7.15% 성장해 15억9,000만 달러(약 2조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탈모 시장 확대와 함께 담석 예방·치료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GLP-1 계열 약물로 체중을 급격히 감량할 경우 담석증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담석증은 담즙 성분이 돌처럼 굳어서 담낭에 쌓여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이 76개 임상시험, 10만 명 이상 환자를 분석한 메타연구를 보면,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군의 담낭·담도질환 발생 위험은 대조군 대비 37% 높았으며, 체중 감량 목적 사용군에서는 위험도가 2.29배까지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에 따르면 담도질환 치료제인 우르소디올 시장은 2023년 4억5,700만 달러(약 7,040억원) 규모에서 2030년 9억4,400만 달러(약 1조4,5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1.1%에 달한다.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 수요도 예전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GLP-1 계열 약물 사용자는 식사량 감소로 인해 비타민D와 철분, 비타민B군, 마그네슘 등 필수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양학계에서는 장기간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종합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을 권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관련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장 건강 제품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변비와 복부 불편감, 위장관 운동 저하 등은 GLP-1 계열 약물에서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식이섬유 보충제와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식품 기업들 포트폴리오 재편

비만치료제는 식품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불러 왔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섭취량 감소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약물 사용자는 연간 평균 칼로리 섭취량이 20% 이상 감소하며, 일부 사례에서는 하루 섭취량이 최대 4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외식업 현장의 변화는 수치로 드러난다. 코넬대 연구 결과 GLP-1 사용 가구는 미국 패스트푸드와 커피숍 지출을 평균 8% 줄였다.

매출 하락보다 뼈아픈 지점은 ‘업셀링(Upselling)’ 전략의 실종이다. 미국 식품 산업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산업화와 곡물·육류 가격 하락을 배경으로 20세기 내내 음식 분량을 키워왔다. 그 결과 ‘슈퍼사이즈’는 미국 외식 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2024년 학술지 푸즈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인의 전형적인 음식 분량은 프랑스보다 13%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양적 소비 축소를 촉진하는 비만치료제가 나타나면서 식품업계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무제한 빵스틱으로 유명한 올리브가든은 올해부터 미국 내 900개 매장에서 기존 메뉴 7가지를 소형 분량으로 제공하는 새 구성을 선보였고, 해산물 체인 앵그리 크랩 쉑은 대구튀김·치즈버거·랍스터 롤 튀김·감자튀김 등을 작은 바구니에 담은 점심 메뉴를 출시했다. 뉴욕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치도 음식 양과 가격을 3분의 1로 낮춘 ‘오젬픽 메뉴’를 도입했다. 창립자 맥스 투치는 “비만치료제를 권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식욕이 억제된 고객이 부담 없이 선택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식 대기업도 움직였다. KFC·피자헛·타코벨 등을 보유한 염 브랜즈(Yum Brands)는 KFC가 미국 내 4,000개 매장에서 제품 분량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양을 줄이는 대신 ‘고단백’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체중 감량 시 발생하는 근손실을 우려하는 사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파네라 브레드의 경우 하프 샌드위치와 소형 샐러드 판매를 강화하며 ‘적게 먹되 건강하게’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배부른 만족감이 지배하던 시장이 단백질, 저당 중심의 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식욕 억제를 넘어선 변화

섭취량 감소와 동시에 식사의 질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사용자는 기존 소비자보다 단백질 함량과 영양 밀도, 포만감 유지 효과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도 GLP-1 계열 약물 사용이 많은 지역일수록 고열량 간식과 가공식품 판매가 감소한 반면 과일, 채소, 요거트, 고단백 식품 판매 비중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음료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NielsenIQ)는 미국 소비자들이 설탕 함량이 높은 탄산음료와 에너지음료 소비를 줄이는 대신 단백질 음료와 기능성 음료를 선택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단백질 함량을 강조한 RTD(Ready-to-Drink) 음료와 저당·고섬유질 제품군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 수요를 흡수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의 제품 개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식품 선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학계와 의료계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이 소비자의 욕구와 행동 패턴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뇌의 보상 회로에도 변화를 일으키면서 알코올과 담배, 도박 등 다양한 중독성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GLP-1 계열 약물 복용 이후 음주량 감소나 흡연 욕구 저하를 경험했다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알코올 사용장애와 약물 중독, 강박적 소비 행동 등에 대한 치료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GLP-1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서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1월 ‘먹는 위고비’라 불리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위고비 필’을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출시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처방 건수가 5만 건이 넘어갈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마운자로 개발사 일라이 릴리도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의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하루 5달러(약 7,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라이 릴리는 GLP-1, 위억제폴리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세 가지 물질로 구성된 삼중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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