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느는데 전력망은 제자리“ 착공 직전 멈춘 한화 ‘스페인 태양광’ 사업, 우회 송전망 구축 시 총투자비 40%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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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태양광 2곳 건설 포기, CAPEX 40% 폭등에 IRR 붕괴 한수원도 143MW 프로젝트 철수, 사업비 상승에 투자계획 접어 허가 얻고도 '고립 자산' 전락, 스페인서 반복되는 수익성 우려

유럽 최대 태양광 시장으로 꼽히는 스페인에서 또 다시 전력망 한계가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에 이어 한화에너지도 송전 인프라 제약으로 태양광 발전소 2곳의 건설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발전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송하고 판매할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스페인 재생에너지 시장의 수익성 압박을 키우는 모습이다.
'포니엔테·수르 솔라' 프로젝트 최종 무산
23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매체 엘콘시소에 따르면 한화에너지의 유럽 법인 자회사인 'HECE 레노바블레스(Renovables)'는 최근 카디스주 로스바리오스(Los Barrios) 지역에 계획했던 태양광 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초기 설계한 송전망 인프라의 기술적 한계와 현지 환경 규제로 인한 경제성 저하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무산된 사업은 로스바리오스 동쪽에 위치한 '포니엔테 솔라(Poniente Solar)'와 '수르 솔라(Sur Solar)' 등 두 개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다. 두 발전소의 설비 용량은 총 14메가와트(MW) 규모로 설계됐으나, 스페인 당국의 전력망 접속 허가 용량은 각각 4.99MW로 제한돼 실제 합산 규모는 10MW 수준이었다. 두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말 안달루시아 지방정부의 최종 건설 승인을 획득했고, 올해 내 동시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설계 단계에서 송전선로 배치 노선이 인접 시설과의 거리·교차 규정을 위반하는 기술적 난관에 봉착했다. 직접 원인은 송전 인프라였다. 카디스주 관보에 따르면 HECE 레노바블레스는 안달루시아 산업·에너지 당국에 철회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발전소 전력을 계통으로 내보내는 일부 송전 설비가 교차·근접·병행 관련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기존에 승인받은 송전선로가 사업 건설과 운영을 위한 유일한 실현 가능 노선이며, 대체 노선은 경제성과 기술성을 모두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에너지 인프라 업계에 따르면 규제를 우회하는 새 송전선로를 구축할 경우, 총투자비(CAPEX)가 당초 계획했던 800만 유로(약 140억원) 대비 최소 30%에서 최대 40% 이상 폭등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내부수익률(IRR)이 당초 기대치인 8% 안팎에서 상업화 기준선(4%)을 밑도는 3%대까지 붕괴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유럽 태양광 프로젝트의 평균 자본비용(WACC)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로, 사실상 투자 지속이 불가능한 구간이다. 결국 한화에너지는 추가 CAPEX 투입을 전면 차단해 손실을 제한하겠다는 방어적 의사결정 하에 지난 4월 22일 안달루시아 당국에 사업 철회 신청서를 제출했고, 스페인 지방정부가 전날 이를 최종 수용하면서 건설 허가도 공식 취소됐다.
한수원도 2023년 스페인 태양광 사업서 철수
국내 기업이 스페인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발을 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수원도 2023년 스페인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한수원은 2021년 스페인 태양광 개발사 이베르선(Ibersun)을 인수하며 유럽 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에 나섰다. 한수원이 철수한 사업은 143MW급 규모로, 스페인 남동부 발렌시아를 포함해 3개 지역에 착공하는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2022년 본격적으로 착공해 30년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 환경은 빠르게 악화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전역에서 원자재 가격과 장비 조달 비용이 급등했고,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담도 커졌다.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전력기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초기 사업계획 단계에서 산정한 수익성 지표 역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계통 연결 비용과 송전 인프라 확보 문제까지 더해졌다. 스페인은 태양광 발전소 개발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망 접속 경쟁이 치열해졌고, 일부 사업은 발전설비 건설보다 계통 연결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발전 허가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전력을 판매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추가 투자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스페인 태양광 시장도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계속 늘어났지만 전력가격은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스페인 내 전기요금 가격을 고시하는 기관인 이베리아 전력거래소(OMIE)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량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 전력가격이 반복적으로 급락했고, 일부 시간대에는 마이너스 전력가격까지 출현했다. 특히 2024년 들어 스페인은 독일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빈번하게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발생한 국가 중 하나로 집계됐다. 발전량은 증가했지만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산된 전력을 제값에 판매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한수원이 철수를 결정한 이후에도 스페인 태양광 시장의 수익성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태양광 발전설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낮 시간대 전력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상황이 반복됐고, 전력가격 변동성도 확대됐다. 발전량 증가가 곧바로 수익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현물시장 노출 비중이 높은 사업자들의 수익성 부담도 갈수록 커졌다.

'스페인 대정전' 당시에도 상황 제어 못한 전력망
이 같은 사례들은 스페인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계통 병목 현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화가 철수를 결정한 안달루시아만 해도, 유럽 내에서 일조량이 가장 풍부해 민간 개발사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집중된 과밀 지역이다. 하지만 발전소는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난 반면, 송전망은 주민 수용성 악화와 까다로운 환경 허가 탓에 국영 송전망 운영사(TSO) 중심의 공공 규제 체계에 묶여 확충이 지연되는 구조적 비대칭성이 누적돼 있다.
특히 유럽 재생에너지 시장에서는 단순 접속 신청(Queue)이나 허가 용량 승인(Permitted capacity)을 받았다고 해서 사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생산된 전력을 실제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리적 계통 연결(Deliverability) 가능 여부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발전소를 지어도 전력을 실제로 시장에 판매할 수 없는 고립 자산(stranded asset)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생산된 전력을 시장으로 수송하는 계통 인프라의 중요성은 이미 지난해 4월 28일 스페인 대정전 사태를 통해서 확인됐다. 대정전의 시작은 전압 상승이었다. 전기는 일정한 압력(전압)을 유지해야 안정적으로 흐르는데, 사고 당일 스페인 전력망에서는 이 전압이 빠르게 올라갔고 이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시스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은 여러 요인이 겹쳐 있었다. 봄철 낮이라 태양광 발전량이 늘었고, 전력이 특정 지역으로 몰리면서 흐름이 불안정해졌다. 여기에 전기가 들쭉날쭉 흔들리는 진동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전압 변동은 더 커졌다.
그러나 이를 잡아야 할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전압이 오르면 이를 낮추는 기능이 즉각 작동해야 하지만 일부 설비는 수동 조작에 의존해 대응이 늦었고, 기존 발전소들도 기대만큼 전압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전압이 급격히 올라가는데도 브레이크가 제때 걸리지 않은 셈이다. 전압이 위험 수준에 이르자 발전소들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태양광·풍력뿐 아니라 다양한 발전 설비가 대규모로 멈췄고, 지붕형 태양광 같은 소규모 설비도 함께 꺼졌다. 일부 설비는 안전 기준을 필요 이상으로 엄격하게 설정해 둔 탓에, 실제로는 아직 버틸 수 있는 상황인데도 먼저 자동으로 꺼지기도 했다.
발전 설비가 줄줄이 멈추자 전기 공급과 수요의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스페인 전력망은 유럽 전체 전력망과 분리됐고, 불과 수십 초 만에 전체 시스템이 붕괴됐다. 실제로 12시 32분 이후 발전량 감소와 설비 정지가 이어진 뒤, 12시 33분 무렵 대정전으로 이어졌다. 겉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았던 날 벌어진 사고처럼 보이지만, 핵심 원인은 '전압 제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 변화에 맞게 전력망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게 문제였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