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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부터 호주까지" 심화하는 청소년 SNS 규제, 빅테크 책임론·소송전에 메타 등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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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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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상·하원 양측에서 아동 온라인 안전 강화 법안 추진
규제·법정 분쟁 압박 짓눌리는 메타, 소송 기각 위해 로비까지
호주, 청소년 SNS 이용 차단 법안 도입 이후 잡음 이어져

미국 의회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의 아동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을 처리 중이다. 미성년자가 디지털 환경의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외에도 다수 국가에서 속속 관찰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 등을 비롯한 SNS 플랫폼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 중이다.

美 의회의 SNS 규제 행보

2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상·하원은 아동 온라인 안전 강화를 위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수년간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와 정치권 갈등으로 입법이 지연됐지만, 최근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처리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언이다.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지도부가 이날 공개한 '아동 인터넷·디지털 안전법'(Kids Internet and Digital Safety Act·KIDS Act) 초당적 합의안은 메타, 구글 등 SNS 플랫폼이 미성년자 계정에 대해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 설정을 기본값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브렛 거스리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위원장과 프랭크 팔론 민주당 간사는 공동 성명에서 해당 법안과 관련해 "부모의 권한을 강화하고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높이며 빅테크 기업에 책임을 묻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소속 마셔 블랙번 의원이 발의한 '아동 온라인 안전법'(Kids Online Safety Act·KOSA)이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SNS 기업에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이 도입되면 플랫폼이 섭식장애, 온라인 괴롭힘, 자해 등 아동에게 유해한 게시물을 알고리즘으로 추천해 피해가 발생했을 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블랙번 의원은 성명을 통해 "주의 의무가 없다면 빅테크 기업들은 아동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며 "백악관도 이 같은 접근법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별도로 앱스토어 사업자의 이용자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과 아동 온라인 안전 법안을 연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각 주 정부들은 연방 정부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미 청소년의 디지털 환경 노출에 대한 규제를 이어 왔다. 일례로 뉴욕주는 2024년 일부 학군에서 휴대전화 이용 제한 조치를 시범 도입했다. 특히 뉴욕시 교육청을 포함한 대형 학군들이 자체적으로 수업 중 사용 금지 또는 보관 의무화 정책을 통해 효과를 점검했고, 이 과정에서 학생 집중도 개선과 교실 질서 회복에 대한 교사들의 긍정적 평가가 축적됐다. 동시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사이버 폭력, SNS 중독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책 확대 필요성이 공론화됐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뉴욕주는 지난해 5월 주 의회를 통해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정책 발표 과정에서 “스마트폰은 교실에서 주요한 방해 요소(major distraction)”라며 학습 집중 저해를 문제로 꼽았고, 동시에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와 SNS 사용 증가 간의 연관성도 강조했다.

메타, 규제-소송 '이중고' 직면

주요 기술 기업들은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메타의 경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의회에 로비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아동 온라인 안전법에 자사에 유리한 특정 문구를 넣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메타의 입법 제안서에는 '온라인 기업이 18세 미만의 온라인 안전 또는 사생활 보호 문제로 초래된 모든 손실 청구와 관련해 주법에 따른 소송 및 책임에서 면책된다'는 문구가 담겼다. 소식통에 따르면 메타는 당초 아동 온라인 안전법 통과를 반대했지만, 반대 의사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해당 문구를 넣을 것을 제안했다. 메타 측은 이러한 문구가 기존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송무 변호사 단체인 미국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이 법이 발효되면 모든 관련 소송이 기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비의 핵심 배경으로 거론된 기존 소송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누적돼 온 메타의 사법 리스크다. 앞서 지난 2023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공립학교는 메타와 구글, 스냅, 바이트댄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의 SNS가 청소년 이용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됐으며, 이로 인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악화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소송은 이후 미국 전역 교육구들이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쏟아낸 유사 소송의 출발점이 됐다. 같은 해 7월에는 ‘K.G.M.’으로 알려진 청소년 이용자 측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메타와 구글 등을 상대로 비슷한 취지의 소송을 냈고, 10월에는 주 정부 차원의 압박마저 본격화했다. 미국 33개 주 법무장관이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메타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023년 12월에는 뉴멕시코주가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오도하고, 미성년자가 성착취·온라인 유인 등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를 방치했다며 별도 소송을 내기도 했다.

메타 SNS 서비스를 향한 압박은 비단 법정 다툼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불법 광고'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대두되며 실질적인 수익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로이터는 메타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메타가 자사 SNS 내 불법 광고로 160억 달러(약 23조6,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통된 불법 광고는 사기성 전자상거래, 투자 사기, 불법 온라인 도박, 금지 의료 제품 판매 등으로 다양했으며, 전체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고위험 사기 광고는 하루 평균 약 150억 건으로 추산됐다. 메타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불법 광고를 관리해 왔는데, 사기를 저지를 확률이 95%에 달할 때만 광고주를 차단한다. 사실상 관련 사안에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한 셈이다. 이러한 메타의 관행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영국 규제 기관의 조사 대상이 됐으며, 올해 들어서는 해당 사안과 관련한 실제 법적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미국 소비자연맹(CFA),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당국 등이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상원의 오하이오 공화당 의원 버니 모레노와 애리조나 민주당 의원 루벤 갈레고 역시 SNS 플랫폼의 사기성 광고를 막기 위해 광고주 검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규제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호주 강경 SNS 제재, 부작용 속출

이러한 강력한 SNS 규제 흐름은 비단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관찰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호주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16세 미만 이용자의 SNS 계정을 차단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이 법은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처를 하지 않는 SNS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2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호주 온라인 안전규제 기관 e세이프티(eSafety)에 따르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 10개 SNS는 조치 시행 이후 한 달 만에 약 470만 개에 이르는 16세 미만 계정을 삭제·차단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자, 호주의 해당 연령대 인구 1인당 2개꼴이다.

문제는 이후 해당 조치를 둘러싸고 SNS 플랫폼과 호주 당국의 갈등에 불이 붙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e세이프티는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냅챗, 틱톡이 SNS 차단법을 준수하지 않는 '중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이들 플랫폼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상당수 호주 청소년이 여전히 계정을 유지하거나 새 계정을 만들고 있으며, 16세 미만이 16세 이상 판정을 받아낼 때까지 연령 확인 절차를 무제한 반복하는 등 부적절한 관행과 중대한 허점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애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은 "SNS 플랫폼들은 이 법이 실패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고 있다"며 "이 기업들이 호주에서 사업을 하려면 호주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세이프티는 올해 중반까지 최소한 일부 조사를 마무리하고 집행 조치를 결정할 계획이다.

규제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상당수 청소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다른 앱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호주 ABC는 지난해 12월 SNS 차단법 시행 직후 16세 미만 이용자들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대체재를 찾으면서 레몬8(Lemon8), 요프(Yope) 등 비교적 덜 알려진 SNS 앱 수요가 급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e세이프티는 레몬8과 요프에 ‘소명 요청’을 보내며 두 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이들 플랫폼이 새롭게 통제 목록에 추가된다고 해도, 규제의 구조상 ‘두더지 잡기’식 대응의 악순환이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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