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해외정부정책
  • "보상 비율 줄다리기" 핵사찰·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두고 美-이란 재충돌, 北 비핵화 실패 전철 밟나

"보상 비율 줄다리기" 핵사찰·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두고 美-이란 재충돌, 北 비핵화 실패 전철 밟나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美-이란, IAEA 핵사찰 여부 두고 재차 긴장감 고조
"무상 통행 vs 비용 부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관련 논쟁도 여전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국 이해관계, 北-美 비핵화 결렬 전례 재현 우려

미국과 이란이 논의 테이블에서 다시금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시설 사찰과 미국인 조사관 투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이란 정부는 핵사찰 재개 여부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이견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란이 핵 감시 체제를 어디까지 수용하고, 미국이 그 대가로 어느 수준의 경제적 보상을 제공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양국 간 협상이 폐기 범위와 보상 규모를 두고 공회전하다 결렬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난점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본다.

美-이란 핵사찰 관련 대립 지속

24일(현지시각)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 이후 이란이 IAEA의 핵사찰을 수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레이 잉스트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찰단을 이란에 서둘러 보낼 필요는 없지만 IAEA가 이란 내 고농축우라늄(HEU)을 찾기 위해 들어갈 때 미국 조사관들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전날에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IAEA 사찰단은 적절한 시점에 이란 핵시설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IAEA도 미국 측 해석에 힘을 실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4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이란 양국 정상이 서명한 MOU에 이란의 핵물질·핵시설 관련 활동이 IAEA 감독을 받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을 하려면 사찰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모레든, 일주일 뒤든, 열흘 뒤든 본질적으로는 중요치 않으며, 사찰은 이뤄질 것”이라고 짚었다. IAEA는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주요 농축 시설 접근에 제약이 걸린 상태로, 고농축우라늄 재고의 규모, 위치, 보관 상황 등을 독자적으로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란 측은 이를 정면에서 부인 중이다. 핵사찰 문제가 종전 MOU 합의 이행의 첫 번째 충돌 지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자국이 IAEA 사찰을 수용했다는 보도를 부정하며 "사찰 재개 여부는 향후 종전 협상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부장관 역시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IAEA와 접촉한 바 없다"며 "이 사안들은 최종 합의 틀 속에서만 검토되고 결정될 것이며, 그것도 상대방이 모든 제재와 조치를 해제시킬 때만 고려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란은 핵사찰을 종전 합의의 자동 이행 사항이 아닌, 제재 해제와 최종 합의에 연동된 협상 조건으로 취급 중인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이해관계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이견 역시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MOU에 따라 최소 60일간 호르무즈 해협의 무상 통행이 보장되며, 이를 최종 합의에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수로인 만큼 특정 국가가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60일 협상 기간 동안에는 통행료를 유예하더라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는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때 지불하는 돈을 단순한 통행세가 아닌 해협 관리, 안전 보장, 항행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는 것은 양국의 명백한 이해관계 차이 때문이다. 이란 입장에서 핵을 포기하거나 핵능력을 장기 감시 체제 아래 두는 상황은 정권 안보와 협상력의 핵심 축을 내려놓는 수준의 거대한 리스크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가 관계자는 "이란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는 단순한 휴전을 넘어 대규모 경제 보상이어야 한다"며 "선택할 수 있는 보상 경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 또는 해상 서비스 비용을 확보하거나, 통행료를 포기하는 대신 원유 수출 정상화를 통해 더 큰 현금 흐름을 얻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도는 비단 미국과 이란을 넘어 중동 산유국에도 변수가 된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이란산 원유 복귀는 세계 경제와 미국 소비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유가 하락을 원치 않는 산유국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은 이미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에 제약을 받았고,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내부에서도 실제 공급 능력과 산유 목표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원활해지고 이란산 원유까지 시장에 들어올 경우, OPEC+는 가격 방어와 시장 점유율 유지 사이에서 재차 조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핵 협상의 근본적 난제

한편 미국의 목표는 경제보다도 외교 판도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의 목표로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친이란 무장 세력 지원 중단, 정권 교체 등 다수의 사안을 언급했지만, 실제 진행된 합의의 핵심은 이란 핵능력의 검증 가능한 축소였다. 즉 미국 입장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협상은 전쟁의 종료라기보다는, 군사작전 1차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 전환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이란 내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한 IAEA 사찰, 고농축우라늄 희석, 장기 감시 체계 등 요구를 관철한다면 이 같은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된다.

미국의 또 다른 조준점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다. 미국은 이번 MOU에 따라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조치를 60일간 유예했다. 이는 단순히 물량 확보 및 국제 유가 조정을 넘어, 제재 기간 중국이 누려 온 할인 구매 구조를 뒤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2024년 원유 수출 수입은 460억 달러(약 71조460억원) 이상이며,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자인 중국은 서방 제재를 무시하는 대가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원유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차원의 제재가 완화될 경우 중국이 독점적 할인 구매자로서 누리던 가격 우위가 약해지며 '역풍'이 몰아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의 이러한 구상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핵 협상의 실질적 난제는 합의문 작성이 아닌 실제 신고, 검증, 상응 조치 등을 확정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결렬된 북미 비핵화 협상은 이 같은 장벽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동결과 IAEA 감시 등의 조치를 담았지만, 경수로 제공 지연, 상호 불신, 고농축우라늄 의혹 속에 붕괴했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포기, 핵확산금지조약(NPT)·IAEA 복귀를 명시한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도 신고와 검증, 제재 해제 순서를 둘러싼 충돌을 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했던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의 성과도 포괄적 공동성명을 내는 것에 불과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이렇다 할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방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은 이를 북한 핵능력 전체를 제거하기에는 불충분한 조치로 봤다. 이후 논쟁은 제재 해제 범위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제재 전면 해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고, 북한은 전면 해제가 아니라 민생 관련 일부 유엔(UN) 제재 해제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회담은 합의 없이 끝났고,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NRCC 연례 만찬 연설에서 하노이 회담을 회고하며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러한 전례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도 유의미한 경고가 된다. 미국이 핵 제거와 상설 감시 체제를 주문하고 이란이 그 대가를 요구하는 한, 협상은 결국 “얼마나 폐기할 것인가”와 “얼마나 보상할 것인가”의 교환 비율에서 유사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