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공정 한계 뚫는다" 첨단 패키징이 바꾼 반도체 경쟁 판도, TSMC 중심 후공정 생태계 재편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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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패키징, 반도체 기술력 경쟁 '핵심 변수'로 부상 파운드리 선두 주자 TSMC, 첨단 패키징 투자 대폭 확대 TSMC 중심으로 움직이는 대만 후공정 생태계, 증설 흐름 뚜렷

첨단 패키징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기술 패권을 좌우하던 미세공정 경쟁이 한계에 부딪히자, 여러 칩을 고밀도로 연결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패키징 기술이 또 다른 핵심 변수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파운드리 시장을 선도하는 대만 TSMC는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패키징 분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 중이며, 여타 소재·장비·후공정 기업들도 TSMC의 증설 계획과 공정 기준에 맞춰 줄줄이 생산 기반 확충에 나섰다.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첨단 패키징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회로 선폭을 줄여 성능을 높이던 기존 미세공정 경쟁이 기술적·경제적 한계에 직면하자, 과거 '칩 보호용 포장' 성격을 띠던 패키징 공정이 미세화의 핵심 열쇠로 변신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첨단 패키징 시장 규모가 2023년 378억 달러(약 57조1,800억원)에서 2029년 695억 달러(105조4,16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0.7%로 추산된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쓴 인공지능(AI) 열풍은 이 같은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을 한층 부각하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연산 칩 자체의 성능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물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최첨단 공정으로 만든 GPU라도 HBM과의 연결 대역폭이 부족하거나 패키징 수율이 낮으면 실제 공급량과 제품 경쟁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의 기반이 되는 것이 GPU와 HBM을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함께 배치하는 2.5D 패키징,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적층, 서로 다른 기능의 칩을 결합하는 칩렛·이종집적 기술 등이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후공정 전문 기업(OSAT) 중심이었던 전통적 패키징 투자 문법을 무너뜨렸다.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직접 관련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P&T7을 조성 중이다. 투자 규모는 약 19조원이며, 완공 목표 시점은 2027년 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징을 묶은 '턴키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I-Cube, H-Cube, X-Cube 등 2.5D·3D 패키징 플랫폼을 통해 GPU·중앙처리장치(CPU)·HBM 등 이종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형태다. 인텔 역시 자체 패키징 기술인 EMIB와 Foveros를 앞세워 고밀도 칩렛 기반 첨단 패키징 사업을 육성 중이다.
TSMC, 패키징 설비투자 박차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인 TSMC 역시 공격적으로 관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현재 TSMC는 타오위안 룽탄, 신주과학단지, 먀오리 주난, 중부과학단지, 남부과학단지 등 대만 내 여러 지역에서 첨단 패키징 생산 기반을 마련했으며, 서남부 자이과학단지를 차세대 후공정 거점으로 키우는 중이다. 대만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자이과학단지에는 TMSC의 CoWoS(Chip-on-Wafer-on-Substrate) 첨단 패키징 공장 2곳이 설립될 예정이며, 첫 번째 공장은 올해 중 완공을 목표로 한다. CoWoS는 TSMC가 개발한 2.5D 및 3D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도 첨단 패키징 공장 2곳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현재 첫 번째 공장 건설을 위한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기반 패키징·테스트 업체 앰코와 첨단 패키징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10년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TSMC는 앰코와의 계약을 통해 애리조나주 내 패키징 시설을 확대하고,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 투자를 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케빈 엥겔 앰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으로 고객사에 첨단 웨이퍼 제조부터 패키징, 테스트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현지 공급망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TSMC가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의 크기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한 차세대 패키징 기술 CoPoS(Chip-on-Panel-on-Substrate)도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기술 산업' 보고서를 통해 TSMC의 CoPoS 양산이 예상보다 이른 2028년에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I 칩의 크기가 계속해서 커지고, 경쟁 기술인 인텔의 EMIB-T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CoPoS의 도입 시기를 조정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적용 가능성이 높은 제품으로는 2나노 이하 공정을 활용한 GPU와 AI 주문형 반도체(ASIC)가 꼽혔다.

대만 후공정 생태계 급성장
이러한 TSMC의 패키징 사업 육성 기조는 관련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패키징 생태계 자체가 TSMC의 본고장인 대만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일본 종합 화학 기업 아사히카세이는 대만에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감광성 필름 ‘선포트’의 가공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폭발적인 AI 반도체 수요 속 패키지 기판이 대형화·다층화하자, 생산 역량을 강화해 현지 주요 고객사인 TSMC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관련 설비는 대만에 신공장을 세우는 방식으로 확충되며, 투자 규모는 20억 엔(약 186억원)이다.
OSAT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추세다. TSMC는 최근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재배선층 제품 일부를 OSAT에 외주화하고 있다. 자체 CoWoS 생산 능력만으로는 몰려드는 AI·고성능 컴퓨팅 수요를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에 파워테크테크놀로지, ASE 등 대만의 주요 OAST 기업들은 TSMC의 공정·품질 기준에 발맞춰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특히 ASE는 이러한 수요를 발판 삼아 올해 말 CoWoS 생산 능력을 2만~2만5,000장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키지 기판 업체들도 TSMC 중심 생태계에 맞춰 투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만 기판 업체 킨서스는 향후 2~3년마다 신규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장기 증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장비 업체들도 수혜권에 들어섰다. TSMC는 현지 첨단 패키징 장비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ASE와 손잡고 '3차원 집적회로(3D IC) 첨단 제조 연합'을 출범했다. 해당 연합은 3D IC와 첨단 패키징 양산에 필요한 후공정·장비·소재·검사 기업을 묶은 협력체로, 크로마에이티이, 그랜드프로세스테크놀로지, 씨선매뉴팩처링 등 총 3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본딩·세정·검사·열처리 등 첨단 패키징 공정 전반에서 TSMC와 공정 기준을 맞추고, 양산 수율과 장비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