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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회계가 놓친 기업 경쟁력, LLM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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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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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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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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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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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자본,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 
LLM으로 읽는 조직의 숨은 변화 
직원 리뷰가 바꾸는 기업가치 평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2년 기업의 조직 역량에 대한 투자는 전체 무형투자의 약 30%를 차지하며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넘어섰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처럼 중요한 무형자산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직 역량이 약화되더라도 이를 즉시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직원 이탈과 실적 전망 악화, 프로젝트 중단, 소비자 불만이 잇따른 뒤에야 조직 내부의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수단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된다. LLM은 방대한 직원 리뷰를 분석해 조직 내 이상 징후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관심은 무형자산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서 벗어나 재무적 손실이 현실화되기 전에 그 변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무형자산 측정의 한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무형투자는 7조 달러(약 1경360조원)로 추산됐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무형투자는 유형투자보다 3.7배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를 평가하는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회계 체계에 머물러 있다. 교육훈련과 소프트웨어, 컨설팅 비용은 회계장부에 기록할 수 있지만, 이런 투자가 조직의 협업과 의사결정, 운영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판매비와 일반관리비 역시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얼마나 비용을 투입했는지는 보여주지만, 그 결과 조직 경쟁력이 실제로 개선됐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사내 직원 설문도 한계가 뚜렷하다. 조사 결과가 대부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데다 기업마다 조사 방식이 다르고, 성과가 악화되면 설문 문항이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익성과 생산성, 기업가치 같은 재무지표 역시 전략과 경기, 과거 의사결정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일 뿐 조직 내부의 상태를 직접 보여주지는 못한다.

직원 리뷰가 보여주는 조직의 숨은 경쟁력

조직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와 업무 관행, 지식 공유 체계는 오랜 시간 축적되며 그 변화는 직원들의 일상적인 경험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직원들이 남긴 리뷰는 조직이 실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인 셈이다. 조직문화와 협업 방식은 단기간에 급변하지 않는 만큼 직원들의 평가도 서서히 달라진다. 이 때문에 직원 리뷰는 일시적인 불만과 조직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구분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미국 구인·구직 플랫폼 글래스도어의 직원 리뷰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이 같은 분석의 실효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100만 건이 넘는 리뷰를 분석해 단어 임베딩과 생성형 AI가 만든 합성 리뷰를 바탕으로 조직 역량과 관련된 표현을 추출하고 기업별·연도별 지표를 산출했다. 이 지표는 단순한 직원 만족도와는 성격이 다르다. 급여나 일과 삶의 균형보다 기업문화와 경영진에 대한 평가와 더 밀접한 관련성을 보였으며, 점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수익성과 기업가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조직자본 변동의 대부분은 CEO와 기업의 관계에서 발생하며, 연도와 산업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AI가 읽어내는 조직 내부의 신호

직원들의 평가는 기업의 미래 성과를 예측하는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기업문화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가 긍정적일수록 경영진의 실적 전망 정확도도 높았다. LLM으로 구축한 내부 정보환경 지표는 이러한 연관성의 약 47%를 설명했다. 이는 조직 내부의 정보가 얼마나 원활하게 공유되는지가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원들이 보고 체계의 문제나 소통 부족, 협업 과정의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지적한다면 그 영향은 인사관리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최고경영진의 판단은 물론 투자자와의 소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해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직원들의 낙관적인 평가가 연율 기준 8~11%의 비정상 주가수익률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분석은 LLM의 발전에 힘입어 가능해졌다. 대기업에서 쏟아지는 수십만 건의 직원 리뷰를 사람이 직접 읽고 분류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통제된 텍스트 주석(annotation) 실험에서는 챗GPT가 인간 크라우드워커보다 평균 25%포인트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앱스토어 리뷰 분석과 불만 유형 분류에 유사한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면 조직 역량을 분석하는 데도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CEO 교체와 조직자본의 변화

기업 고유 무형자산을 측정해야 하는 이유는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조직 역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글래스도어 연구에 따르면 조직자본의 약 3분의 1은 CEO의 영향으로 설명된다. 조직자본 지표는 CEO 교체 직후 하락한 뒤 약 2년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점차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자 관련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된다. 글로벌 사무직 근로자와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우수한 관리자가 구축한 직무 적합성과 협업 체계는 관리자가 떠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유지됐다. 따라서 승계 과정에서는 조직 내 핵심 관계와 업무 체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이후에도 직원 리뷰와 내부 인사 이동, 의사결정 과정의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CEO의 성과 역시 기존 조직 역량을 얼마나 유지하고 회복했는지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주: CEO 교체는 조직자본의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약 2년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무형자산 지표의 활용 조건

직원 리뷰를 활용한 무형자산 측정에도 분명한 한계는 있다. 직원 리뷰는 자발적으로 작성되는 만큼 극단적인 평가가 많고, 퇴사자의 보복성 리뷰나 기업이 유도한 긍정적 리뷰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편향은 측정 자체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지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 과제로 봐야 한다. 실제 연구에서도 플랫폼의 상호 리뷰 정책 도입은 극단적인 평가를 줄이고 중립적인 평가를 늘리는 효과를 보였다. 공개된 직원 리뷰가 기업의 복지와 다양성 정책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신뢰성 있는 지표를 구축하려면 현직자와 퇴직자의 리뷰를 구분해 반영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표본을 확보해야 한다. 시간에 따른 변화와 직무·지역별 차이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LLM이 산출한 점수는 회계상 자산으로 해석하기보다 조직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관리지표로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데이터 출처와 학습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직률과 내부 인사 이동, 산업재해, 경영 성과 등 다른 지표와의 교차 검증도 병행해야 한다. 리뷰는 익명성을 보장한 상태에서 활용하고, 언어·성별·지역·직무에 따른 편향 여부도 별도로 검증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지표의 산출 방식과 정확도, 활용 범위, 한계가 함께 제시될 때 직원 리뷰 기반의 무형자산 지표도 이사회와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공시를 통한 단계적 접근

무형자산 측정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제도적 기반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다만 새로운 회계 기준을 곧바로 도입하기보다 기업의 자발적인 공시부터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대형 상장사는 조직자본의 변화 방향과 주요 변동 요인, 측정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내부 관리 절차 등을 담은 간략한 조직자본 보고서를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개별 직원 리뷰를 공개하거나 조직자본을 하나의 금액으로 환산할 필요가 없다. 조직 내 소통과 신뢰, 협업, 내부 학습의 변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다른 내부 지표와 함께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사회에는 분기별 비공개 대시보드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는 비교 가능한 연간 지표를 공시하면 규제당국과 회계기준 제정기구도 다양한 측정 방식을 검토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 같은 접근은 내부에서 창출된 영업권과 무형자산의 인식을 제한하고 있는 무형자산기준서(IAS 38)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무형투자의 60% 이상이 기존 회계체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만큼 완전한 가치평가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무형자산에 대한 정보공시는 가치평가 기준 마련 이전에도 충분히 시행 가능하다.

조직자본은 이미 무형투자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정성적 평가에만 맡겨두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이사회는 CEO 교체를 조직자본의 중요한 변화 요인으로 인식하고, 투자자는 기업 내부의 운영 역량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LLM을 활용한 측정과 정보공시는 조직 역량의 변화를 재무 성과에 반영되기 전에 포착하고,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보다 이른 시점에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Hidden Balance Sheet: Measuring Firm-Specific Intangible Assets Before They Brea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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