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경쟁 한계" 메모리 대란에 흔들리는 中 스마트폰 시장, 온디바이스 AI로 돌파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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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스마트폰, 소비 대목인 618 행사 기간 판매 부진 메모리 가격 급등하며 원가 부담 가중, 판매가 상승 릴레이 온디바이스 AI 수요 고려한 고성능 제품 개발 속도 붙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 전 세계적 인공지능(AI) 열풍 속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자, 현지 브랜드 중저가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며 시장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기존의 가격 중심 성장 전략을 내려두고, 온디바이스 AI 구동에 적합한 고성능 제품 등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는 추세다.
얼어붙은 中 스마트폰 수요
지난 1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공개한 중국 스마트폰 주간 판매 트래커에 따르면, 올해 5월 26일~6월 21일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중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 행사 '618' 기간이 집계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불구, 뚜렷한 판매 부진이 관찰된 것이다.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감소하지 않은 주요 스마트폰 브랜드는 화웨이뿐이었다. 화웨이는 618 기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최대 판매 모델은 Enjoy 90 Pro Max였으며, Mate 80도 프로모션 및 가격 인하 효과로 판매가 크게 늘었다.
점유율 2위는 애플이었다. 애플은 618 행사 한 달 전부터 공식 할인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할인, 보상 판매 혜택 등을 적용해 아이폰17 프로 시리즈 가격을 최대 2,000위안(약 44만원) 낮췄다. 다만 판매량 자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9%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기 아이폰16 시리즈에 더 큰 폭의 할인을 적용했던 탓이다. 화웨이를 제외한 주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 역시 같은 기간 두 자릿수 매출 하락세를 기록했다. 아너의 매출은 33%, 샤오미는 24% 급감했고, 비보(-16%)와 오포(-12%)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처럼 스마트폰 판매 부진 흐름이 두드러지자, 현지 기업들은 출하량 등을 조정하며 위기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샤오미가 올해 스마트폰 출하 목표를 9,500만 대로 낮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지난해 출하량(1억7,000만 대) 대비 약 44% 급감한 수준이다. 오포와 비보는 올해 예상 출하량을 각각 9,000만 대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고, 지난해 사상 최대 출하량(7,100만 대)을 기록한 아너도 공급업체에 "올해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기존 가격 경쟁력 무너진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동력이 약화한 핵심 원인으로는 메모리 공급 대란이 꼽힌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AI 열풍에 발맞춰 생산 역량을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DR5, 기업용 낸드플래시 등 고수익 제품에 우선 배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D램(LPDDR)과 낸드플래시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었고, 제품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 가격이 10~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 삼아 성장해 온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은 이익률이 낮은 데다, 메모리가 전체 부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다. 원가 상승 부담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오포와 산하 브랜드 원플러스는 지난 3월 A·K 시리즈와 원플러스 일부 기존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으며, 오포 K13 터보의 판매가격도 71달러(약 10만7,000원)가량 상향 조정됐다. 비보와 산하 브랜드 아이쿠 역시 일부 모델 가격을 70~140달러(약 10만5,400원~21만원) 올렸고, 샤오미의 보급형 브랜드 레드미도 일부 제품의 공식 가격을 높여 잡았다.
메모리발(發) 수익성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경제·금융 미디어 매체 차이신글로벌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샤오미가 지난 3월부터 스마트폰·전기차·인터넷서비스·해외 사업 등 부문에서 인력을 순차적으로 줄여 왔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R&D), 테스트, 상품기획, 마케팅 인력 등이 조정 대상에 포함됐으며, 일부 부서에서는 인건비의 약 20%를 줄이는 방안이 추진됐다는 전언이다. 다만 샤오미는 이를 대규모 감원이 아닌 통상적인 조직 조정이라고 설명했으며, 일부 부서에서는 감원과 신규 채용이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AI, 새로운 성장 축으로 급부상
중국 스마트폰 업계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판매 전략 전환에 나섰다. 단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대신, AI 산업의 성장세에 편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시발점으로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지목된다. 현재 텐센트는 위챗 안에서 상품 검색과 주문, 콘텐츠 탐색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도입을 시험하고 있다. 이용자의 명령에 따라 목적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별도로 실행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위챗의 각종 미니 프로그램을 연결해 내부적으로 작업을 처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텐센트는 화웨이·샤오미 등 스마트폰 업체와도 협력해 단말기의 AI 비서에 위챗 기능 제어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막대한 현지 이용자 기반을 보유한 위챗의 AI 전략은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경쟁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 처리 및 앱 멀티태스킹에는 기존 스마트폰보다 높은 연산 성능과 넉넉한 메모리가 요구된다. 특히 단말기 안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의 경우, 모델 데이터와 생성되는 임시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충분한 D램 용량과 대역폭을 갖춘 기기가 필요하다.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성장해 오던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서 고성능·고부가가치 경쟁이 개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구체적 전망치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중국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이 약 2억7,800만 대로 전년 대비 2.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 상승, 소비 심리 위축, 스마트폰 교체 주기 장기화 등 악재가 누적되며 전반적인 외형 성장이 정체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기간 AI 기능을 탑재한 첨단 스마트폰 출하량은 31.6% 증가한 1억4,700만 대로 전체 출하량의 5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 속 AI 스마트폰이 사실상 유일한 성장 영역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