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저가 드론 공세에 美도 무인전력 총력전, ‘피’에서 ‘돈’으로 옮겨가는 전쟁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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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발 무인기 포화 공격, 미군 요격탄 재고 소진 촉발 전력 보존 압박 속 자폭형 해상드론·AI 킬체인 운용 확대 전쟁 수행능력의 기준, 무기 성능에서 생산·보충 역량으로 이동

미군이 사상 처음으로 자폭형 해상드론을 실전에 투입했다. 이란전에서 저가 무인기의 물량 공세에 직면해 고가 요격탄 재고까지 빠르게 소진한 미국이 감시·정찰 중심으로 운용하던 무인전력을 직접 타격수단으로 전환한 것이다. 군사력의 핵심 기준이 무기의 성능과 정밀도에서 전시 생산량과 보충 속도, 단위 타격비용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전쟁의 지속 능력을 가르는 변수도 병력 손실에서 산업 역량과 무기 재고의 소진·보충 속도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美, 이란 공격에 자폭 해상드론 첫 투입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12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해군기지에 있는 잠수함 및 함정 정비시설을 무인수상정(Unmanned Surface Vessel)으로 타격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길이 약 7.3m의 무인수상정 ‘코르세어(Corsair)’ 3대를 투입해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공개한 영상에는 해상을 가로질러 이동한 드론이 부두에 충돌한 뒤 폭발하는 장면이 담겼다. 중부사령부는 “여러 대의 일회용 공격형 해상드론을 이용해 이란의 잠수함 및 함정 정비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며 “미군이 해상드론을 공격 임무에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미국 방산 스타트업 사로닉 테크놀로지스(Saronic Technologies)가 개발한 코르세어의 강점은 압도적인 항속거리와 화력이다. 한 번 출격하면 1,150마일(약 1,850km) 이상을 자율 항해할 수 있으며, 최대 1,000파운드(약 450kg)의 고성능 폭약을 탑재할 수 있다. 척당 가격이 100만 달러(약 15억원) 미만으로 기존 대형 함정이나 정밀 유도 미사일에 비해 저렴해, 미 국방부가 추구하는 가성비 중심의 대량 무인전력 구축 기조에도 부합한다. 지난달에는 오만 해안에서 추락한 아파치 헬기 승조원을 구조하는 다목적 운용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번 작전은 미군의 무인전력 전환이 실험과 시범 운용 단계를 벗어나 실제 표적 타격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미 해군 제5함대 산하 태스크포스59는 이미 중동 해역에서 무인수상정과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감시·정찰 체계를 구축해 왔다. 여기에 일회용 공격 임무가 더해지면서 무인체계의 역할은 감시와 정보수집에서 직접적인 화력 투사로 넓어졌다. 미군은 지난해 12월 중동에 일회용 공격드론 부대를 배치했고, 지난 2월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에서 ‘루카스(LUCAS)’를 처음 실전에 사용했다.
루카스는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시스템(Low-cost Unmanned Combat Attack System)’의 앞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미군은 수년 전 노획한 샤헤드-136을 분해한 뒤 구조는 계승하고 내부 장치는 미국 첨단 기술을 적용해 루카스를 제작했다. 루카스와 샤헤드의 외형은 세모 모양으로 비슷하다. 샤헤드는 기체 길이 3.5m, 폭 2.5m, 무게는 200㎏이며 항속 거리는 최대 2,500㎞이다. 기체 머리 부분에 최대 50㎏의 폭탄을 싣고 목표물까지 자율 비행해 이를 타격한다. 루카스는 길이 3m, 폭 2.43m, 무게 80㎏이며 최대 비행거리는 800㎞, 최대 폭약 탑재량은 20㎏ 정도다.

전쟁 윤리 밀어낸 무인전력 운용
당초 미국이 일회용 드론 분야에서 기술적 공백을 겪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일회용 드론 분야에서도 이미 상당한 기술력과 운용 경험을 축적한 상태였다. 일찍이 스위치블레이드 계열 자폭드론을 전력화했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 700대 이상을 지원했다. 자율항법과 표적 추적, 정밀타격에 필요한 기술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였지만, 미국의 초점은 무기 개발 역량보다 인공지능(AI)에 인간의 생사를 결정할 권한을 어느 수준까지 부여할지에 맞춰졌다.
미 국방부가 2023년 개정한 자율무기 지침 제3000.09호(DoD Directive 3000.09)에도 이 같은 고민이 반영돼 있다. 지침은 자율·반자율 무기체계의 무력 사용 과정에서 지휘관과 운용자가 ‘적절한 수준의 인간적 판단’을 행사하도록 규정했다. 동시에 인간의 개입 방식과 승인 시점은 개별 무기체계와 작전 환경에 따라 설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AI 활용 범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대규모 드론 편대와 극초음속 무기가 수초 단위로 움직이는 전장에서 대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전쟁은 이러한 원칙이 실제 전장에서 시험받은 첫 사례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군은 개전 초기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과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클로드를 활용해 24시간 동안 1,000개 이상의 공격 표적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분류했다. AI가 위성영상과 드론 촬영자료, 통신정보를 분석하면서 탐지부터 표적 선정과 피해평가까지 이어지는 ‘킬체인’의 소요 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그러나 작전 규모가 커지면서 인간이 모든 공격을 개별 승인하는 방식의 한계도 노출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개전 초기 12시간 동안 드론과 미사일 등을 동원해 약 900차례의 공습을 실시했다. 하나의 표적에 수십 대의 자폭드론을 투입하고 수백 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하는 상황에서는 소수의 운용자가 모든 기체의 표적과 충돌 시점을 일일이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휘부가 작전구역과 표적 유형, AI의 식별 정확도 등 일정한 조건을 사전에 설정한 뒤 해당 범위 안에서 공격을 허용하는 방식이 활용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란의 저가 드론 공세로 미군 기지와 장비의 피해가 누적되고 고가 요격탄 재고까지 빠르게 줄자, 전력 보존과 대응 속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인간이 개별 교전에 직접 참여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체계보다 지휘관이 임무 조건을 설정하고 AI의 작전을 감독하는 ‘휴먼 온 더 루프(Human-on-the-loop)’ 체계가 주목받은 배경이다. 결국 전쟁 윤리를 앞세운 신중론도 실전 피해와 탄약 소모가 확대되면서 작전 효율을 중시하는 군사적 판단에 밀려 후순위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코르세어 투입은 이러한 변화가 해상전으로 확산했음을 드러낸 사례다. 미군은 사전에 지정한 반다르아바스 해군기지를 향해 코르세어 3대를 출격시켰고, 무인정은 자율항법 기술을 활용해 해상을 이동한 뒤 표적에 충돌했다. 여러 기체가 서로 다른 항로를 선택하고 해상 상황에 맞춰 경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동화 기능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이동 중인 함정이나 다수의 표적을 상대로 같은 체계를 운용할 경우 AI가 담당하는 판단 범위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공격부터 요격까지, 저비용 무인전력 전면 확대
무인전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의 무인기 생산능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마지드 에븐 알레자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 11일 “전쟁이 가장 격렬했던 시기에도 방산 생산은 중단되지 않았으며, 드론 생산능력은 3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첨단기술 투자와 자국 내 생산기반 확충을 통해 전시 증산체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이란 드론 산업의 복원력은 분산형 생산망에서 비롯된다. 샤헤드 계열은 기체 구조가 비교적 간결하고 상용 전자부품과 소형 엔진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 대규모 전용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대학 연구소와 군 산하 기관, 소규모 조립시설, 이중용도 부품 공급업체가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위장회사와 해외 중개업체를 통한 부품 조달망도 구축돼 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인스티튜트(Washington Institute)는 미군이 주요 생산시설을 타격해도 소규모 작업장과 민간 공급망에 뿌리를 둔 생산 생태계까지 제거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이에 맞춰 공격드론과 요격드론의 생산량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육군은 저가 1인칭 시점(FPV) 공격드론 ‘아처’를 생산하는 방산 스타트업 네로스와 최대 5억 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탄두를 포함한 아처의 가격은 대당 5,000달러(약 750만원)다. 현재 주당 1,200대를 생산하는 네로스는 2028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10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며, 미 육군도 연간 드론 도입 규모를 5만 대에서 향후 2년 내 100만 대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어체계 조달에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미 육군은 지난 1일 미국 드론 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AVAV)와 5억 달러 규모의 대드론 체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9년 6월까지로, 소형 정찰드론과 FPV 공격드론, 장거리 일회용 공격기를 상대하는 다층 방어체계가 조달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공격수단과 요격수단을 모두 저가 무인체계로 전환해 이란이 만들어 낸 비용 격차를 축소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전쟁 수행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도 첨단 무기체계의 성능과 정밀도에서 전시 생산량과 보충 속도, 단위 타격비용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첨단 전투기와 방공미사일의 성능이 우수해도 상대국이 저가 드론을 더 빠르게 생산하면 방어 측의 재고와 예산이 먼저 소진될 수 있어서다. 특히 장기전을 감당하려면 월간 생산량과 핵심 부품 공급망, 소모된 무기를 적기에 보충할 수 있는 산업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 이 같은 변화는 전쟁비용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을 위험지역에 투입하지 않고도 반복적인 타격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의 중심도 인명 손실에서 기체 생산비와 탄약 재고, 산업시설 가동률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의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변수도 병력과 장비의 손실 규모에서 저가 무기의 공급 속도와 소모분 보충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방과 안보 뒤에 놓인 ‘피’의 자리를 ‘돈’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