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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접근까지 막는다" 中 AI 칩 우회 조달에 규제망 넓히는 美, 엔비디아도 화이트리스트로 고객 솎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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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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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BIS, 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원격 접근'까지 확대
엔비디아도 화이트 리스트 앞세워 자체 공급망 통제 강화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규제 우회 시도, 거래 규모도 점차 커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를 재차 강화하고 나섰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을 경유해 미국산 반도체 밀수·활용을 반복적으로 시도하자, 단순 우회 구매를 제재하는 것을 넘어 미국산 첨단 칩에 대한 원격 접근까지 막아서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민간 기업 역시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발맞춰 공급망 통제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美의 수출 통제 강화 기조

28일(현지시각) 디 인포메이션은 2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제3국 데이터센터를 통해 최신 반도체를 우회 사용하는 중국 AI 기업을 겨냥해 새로운 수출 통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 기업의 미국산 첨단 AI 칩 직접 구매를 제한 중이지만, 규제 대상이 아닌 국가의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칩을 원격으로 임차해 사용하는 '편법'은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BIS는 새 규정을 통해 이러한 원격 접근 경로를 직접 겨냥했다.

규정의 핵심은 태국·싱가포르 등 특정 국가로 첨단 AI 칩을 수출할 때 데이터센터 운영사나 대규모 칩 구매자에게 중국 기업의 원격 접속을 차단하는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클라우드·서버 이용 행위 자체를 직접 금지하기보다는, 미국산 첨단 칩이 제3국 데이터센터로 수출되는 단계에서 접근 제한 의무를 거는 방식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고객의 신원과 실제 컴퓨팅 사용 목적을 확인하는 고객확인제도(KYC)가 규정에 포함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한 업계 의견 수렴은 이르면 9월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며, 구체적인 라이선스 요건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 지침 '빈틈' 메워

이 같은 규정은 앞서 지난 5월 말 미국 정부가 내놓은 지침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BIS는 중국 등 수출 통제 대상국에 본사를 둔 기업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이 지배하는 해외 법인에 첨단 컴퓨팅 반도체를 공급할 때도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반도체를 실제로 주문하거나 인도받는 법인의 소재지를 넘어, 최종 모회사와 실질적인 지배 관계까지 따져 규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중국 기업이 제3국에 별도 법인을 세운 뒤 현지 기업 명의로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를 조달하는 우회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BIS는 이를 새로운 수출 통제가 아닌 2023년부터 시행돼 온 기존 규정의 해석과 집행 기준을 명확히 한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개편에도 불구, 미국의 규제 초점은 여전히 ‘반도체가 누구에게 수출·이전되는가’에 맞춰져 있었다. 제3국 데이터센터가 적법하게 확보해 현지에 설치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연산 능력을 중국 기업이 빌려 쓰는 경우, 반도체 자체가 중국으로 이동하지 않은 만큼 기존 수출 통제 체계만으로 직접 제재를 가하기가 어려웠다는 의미다.

민간 기업까지 제재 동참

미국은 제도적 규제 논의를 넘어 중국 AI 기업을 겨냥한 실질적인 압박도 강화하는 추세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BIS 단속 부서는 최근 중국 AI 기업들의 해외 데이터센터 컴퓨팅 자원 임대 및 반도체 밀수 사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조사 대상은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마이클 크라치오스 국장은 지난달 문샷AI가 태국에 위치한 엔비디아 첨단 반도체를 활용해 최신 AI 모델을 훈련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BIS 역시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강력한 집행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압박에 발맞춰 민간 기업들도 자체 공급망 통제에 힘을 싣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일본 등 아시아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규제 준수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이를 통과한 기업에만 첨단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화이트리스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새로운 심사 과정에서 기존 아시아 고객의 절반 이상이 구매 승인 명단에서 제외됐으며, AI 연산 자원을 전문적으로 임대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이 특히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방식도 기존의 서류 확인 수준을 넘어섰다. 엔비디아 직원들은 고객 데이터센터를 직접 방문해 사업장의 실제 운영 여부, 서버 설치 현황, 계약서 등을 점검하고, 최종 사용자와의 인터뷰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상무부도 감독과 정책 지원을 통해 이 같은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中, 규제망 피해 AI 칩 조달

이처럼 미국의 제재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중국의 규제 우회 시도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3년 6월 로이터통신은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등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인 엔비디아 A100·H100 칩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로이터가 접촉한 홍콩·중국 내 판매업자 10곳은 소량의 A100 등을 어렵지 않게 조달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칩을 중국에 들여 오는 대신 해외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방식도 수년 전부터 이용돼 왔다. WSJ는 2024년 8월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등 해외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엔비디아 H100 서버의 컴퓨팅 자원을 원격으로 임차해 AI 모델 훈련에 활용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직적인 우회 거래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미 수사당국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 등이 운영해 온 캘리포니아 기반 기업 ALX솔루션스는 2023년 8월~2024년 7월에 걸쳐 슈퍼마이크로에서 엔비디아 H100 200개 이상을 구매하고, 최종 고객이 싱가포르와 일본에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미국 수출 통제 담당자가 싱가포르 현지를 확인한 결과, 신고된 주소에서 해당 고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ALX솔루션스 관계자들은 이후 엔비디아 칩을 중국에 불법 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싱가포르 당국도 지난해 2월 서버 공급 업체에 최종 사용자를 허위 고지한 혐의로 싱가포르인 2명과 중국인 1명을 기소했다.

표1. 중국의 미국산 AI 반도체 규제 우회 사례

시기주요 사례우회 방식
2023년 6월선전 화창베이 등에서 엔비디아 A100·H100 칩 암거래 확인홍콩·중국 판매업자를 통한 소량 밀수
2024년 8월중국 AI 기업이 해외 데이터센터의 H100 서버 이용해외에 설치된 컴퓨팅 자원을 원격 임차
2023년 8월~2024년 7월ALX솔루션스가 H100 200개 이상 구매싱가포르·일본 기업이 최종 사용자라고 허위 신고
2025년 7~10월10억 달러 이상의 미국산 첨단 반도체가 중국 암시장에서 거래동남아시아를 경유해 B200 서버 랙 등을 중국으로 반입
2026년 3월25억 달러 규모 첨단 AI 서버 우회 공급 시도 적발허위 서류·가짜 서버·동남아 중간 구매자를 활용해 최종 목적지 은폐
2026년 3월수백만 달러 규모 AI 칩 밀수 시도 적발태국을 중간 목적지로 내세워 중국 구매자에게 공급
2026년 8월B300 서버 130대의 중국 반출 시도 관련 9명 기소대만으로 사용처를 허위 신고한 뒤, 홍콩·일본·인도네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운송
자료: 외신 종합

조달 규모 확대 흐름 뚜렷

거래 규모 역시 나날이 커졌다. FT는 지난해 7월 미국이 엔비디아 AI 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이후 불과 3개월 동안 10억 달러(약 1조3,750억원)어치 이상의 미국산 첨단 반도체가 중국 암시장에서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FT가 확인한 중국 내 판매 업체들은 광둥·저장·안후이 등을 중심으로 B200 서버 랙을 취급했으며, 상당수 제품이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에는 서버 제조·유통망 내부에서도 중국의 침투 가능성이 확인됐다. 미 법무부는 당시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를 비롯한 3명을 중국에 첨단 AI 서버를 불법 우회 공급하려 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현장 검사에 대비해 가짜 서버를 배치하는 한편, 동남아시아 업체를 중간 구매자로 내세워 최종 목적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숨겼다고 봤다. 관련 서버 판매액은 25억 달러(약 3조4,37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법무부는 같은 달 중국 국적자 1명과 미국인 2명도 수백만 달러 규모의 수출 통제 대상 AI 칩을 중국 구매자에게 공급하려 한 혐의로 기소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하드웨어 업체에서 첨단 반도체를 구매한 뒤, 태국을 중간 목적지로 활용해 중국으로 보내려 한 것으로 봤다. 대만에서도 유사한 우회 수출 정황이 잇달아 적발됐다. 대만 검찰은 지난 5월부터 엔비디아 첨단 칩이 탑재된 AI 서버가 허위 서류를 통해 중국으로 반출된 정황을 수사했고, 이달에는 엔비디아 직원과 전·현직 슈퍼마이크로 관계자 등을 포함한 9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B300이 탑재된 서버 130대가 대만에서 사용될 것처럼 최종 용도를 허위 신고했으나, 실제 목적은 홍콩·일본·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서버를 중국으로 운송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74대가 중국에 도착했고 56대는 대만 세관에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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