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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테이블까지 올라" 격화하는 美·中 AI 패권 전쟁, '무단 증류 vs 반도체 수출 통제' 정면 대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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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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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기술 패권 경쟁 지속, 정상회담 핵심 논제로 'AI' 떠올라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불만 품은 中, 美는 기술 무단 도용 비판
핵심 현안 진전 가능성 낮아, '경쟁 룰 구체화'가 현실적 타협점

인공지능(AI)이 미중 워싱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급부상했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와 미국 AI 기업에 대한 동일한 안전·감사 기준 적용을 요구하는 가운데, 미국 역시 중국 기업의 무단 증류 등을 문제시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패권 경쟁 자체가 완화되기는 사실상 어려우며, 경쟁의 ‘룰’을 마련하는 수준의 제한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AI, 美·中 주요 쟁점으로

7일(이하 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4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AI를 핵심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우선 중국 측은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 중국의 첨단 AI 반도체 공급망 접근을 본격적으로 제한해 왔으며, 이후 2023~2025년에 걸쳐 규제를 거듭 강화하며 우회 수출,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까지 통제 범위를 넓혔다.

미국 AI 기업에 대한 사전 검증도 요구되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 CCTV와 연계된 정책 선전 소셜미디어(SNS) 계정 '위위안탄톈'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중국과 '실질적인' AI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미국 AI 기업들이 안전 규정과 정보 공개, 감사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사용자 데이터의 경계를 넘어 은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웹사이트 도메인 정보를 허가 없이 전송하는 등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역시 지난 7월 앤트로픽의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에 사용자 동의 없이 민감한 정보를 원격 서버로 보낼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이 내장돼 있다며, 해당 기능이 심각한 보안 백도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무단 증류에 분노한 美

미 행정부 역시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며 맞불을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AI 분야 자체가 핵심 전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치 전문 매체 펀치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가상자산을 장악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중국이 AI에서 이기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AI 경쟁에서 이기는 쪽이 모든 것을 가져간다”며 AI가 과거 인터넷 혁명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진 기술이라고 강조하고,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시 주석과도 AI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AI 업계의 증류 전략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 4월 마이클 크라시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 산업의 혁신을 체계적으로 추출하고 복사하는 것은 결코 혁신적인 행위가 아니다"라며 중국 AI 업계에 대한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 측이 수만 개의 프록시 계정과 탈옥(jailbreaking) 기법을 동원해 미국의 폐쇄형 AI 모델에서 핵심 정보를 추출하고 있으며, 증류 기술을 통해 미국의 연구 성과를 헐값에 가로챘다는 지적이다. 크라시오스 실장은 "(이런 복제 행위는) 결과 모델에서 보안 프로토콜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며, 해당 AI 모델의 중립성이나 진실을 추구하는 메커니즘까지 무력화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의 연구 개발을 체계적으로 훼손하고 독점 정보를 탈취하려는 활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책임을 묻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술 도용' 정황 속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역시 지난 7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개발한 개방형 AI 모델들이 미국 경쟁 기업의 IP를 도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같은 달 SNS를 통해서도 "우리는 개방형(오픈소스) AI와 이를 통해 실현되는 혁신을 지지한다"며 "하지만 오픈소스가 미국의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무제한적인 사냥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IP 침해에 해당하는 수준의 은밀한 대규모 증류 공격을 수행할 경우, 미국은 제재와 수출 통제 대상 지정도 검토할 방침"이라며 "AI 분야에서는 증류라는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이를 '절도'라고 부를 것이고, IP 도용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증류 전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관련 정황이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기 때문이다. 앞서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은 지난 2월 각각 보안 위협 감지 보고서를 통해 딥시크, 문샷AI, 미니맥스 등 중국 AI 기업들이 대규모 증류 및 모델 추출을 실행해 자사의 AI 연구를 사실상 도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지난 7월 미 상원과 국방부에 중국 알리바바 산하 AI 연구소가 자사의 최신 AI 모델인 ‘클로드’를 겨냥해 대규모 무단 지식 증류 공격을 감행했다는 내용의 공식 고발 서한을 제출하기도 했다. 알리바바 측이 약 2만5,000개의 허위 계정과 자동 매크로 프로그램(봇넷)을 활용해 단 44일 만에 클로드와 2,880만 건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데이터 족보를 통째로 훔쳤다는 것이다. 문샷AI, 딥시크, 미니맥스 등도 약 2만4,000개의 허위 계정을 이용해 클로드와 1,600만 회 이상 문답을 주고받았다고 전해졌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수집한 것은 에이전트 추론, 코딩, 도구 사용, 컴퓨터 제어 등 고난도 기능 관련 정보였다.

표1. 미국이 제시한 중국의 AI 기술 탈취 정황

주체미국 측이 제기한 의혹
알리바바대규모 허위 계정 및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앤트로픽 클로드의 고난도 기술 관련 데이터 무단 수집
문샷AI대규모 모델 추출 가담, 키미 K3 개발 과정에서 앤트로픽 모델 무단 증류
딥시크미국 AI 모델을 대상으로 대규모 증류 및 모델 추출 실행
미니맥스허위 계정을 활용한 반복 질의로 미국 AI 모델의 고난도 기능 데이터를 수집
중국 연계 해킹 조직미국 기술 기업의 AI 모델·학습 데이터·인프라 등으로 공격 범위를 확대
자료: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기술 격차 축소 위한 공격도 이어져

미국은 문샷AI가 최근 출시한 고성능 AI 모델 '키미 K3' 역시 무단 증류를 통해 개발됐다고 주장한다. 크라시오스 실장은 지난 7월 SNS를 통해 "우리는 문샷AI가 K3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앤트로픽의 '페이블'을 증류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그들은 미국 모델을 대상으로 대규모 증류를 수행할 수 있는 정교한 내부 플랫폼을 개발했고, 감지를 피하기 위해 여러 접근 방식을 신속하게 전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작고 효율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한 합법적인 AI 증류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미국의 독점 기술을 도용하고 미국의 연구 기반을 저해하기 위한 은밀한 대규모 산업적 증류는 용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최근 들어서는 단순 증류를 넘어 중국발(發) 사이버 공격 문제까지 가시화되는 추세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전략 기술 프로그램 책임자 맷 펄은 "AI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중국이 기술 부문을 점점 더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해커들이 하드웨어 설계와 같은 특정 영업 비밀에 집중하기보다는, 미국과의 AI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모든 분야로 관심 영역을 넓혔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6월 미국의 대형 사이버 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기술 기업, 특히 기업의 AI 자산을 겨냥한 국가 주도 해킹 공격의 절반 이상이 중국 단체들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과도한 접근 차단의 부작용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AI 패권 경쟁의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양국 모두 AI를 단순한 첨단 산업이 아닌 경제·군사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기술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서도 AI 안전 기준과 관련한 제한적인 논의가 진행됐지만,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나 사이버 경쟁 등 핵심 현안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CSIS는 당시 회담에 대해 AI·사이버·수출 통제 등 기술 경쟁의 핵심 쟁점이 대부분 미해결 상태로 남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타협이 경쟁의 '룰'을 구체화하는 현실적인 선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미국이 정상적인 상업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이용, 공개 모델 활용, 공동 안전성 연구 등 허용 가능한 접근 경로를 별도로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강력한 통제는 중국의 미국산 첨단 컴퓨팅 자원·기술 확보를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동시에 중국 기업의 자체 반도체·AI 생태계 구축 및 우회 수단 모색을 부추기게 된다"며 "양국이 합법적인 모델 이용과 안전 연구를 위한 제한적 채널을 유지하는 데 합의한다면, 패권 경쟁을 끝내지는 못하더라도 기술 경쟁을 빙자한 '탈취'는 일정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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