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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 족쇄 벗어나자” 日, 해외 바이오연료에 국책자금 투입, 높은 생산비 벽 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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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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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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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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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국제 분쟁 때마다 반복되는 원유 수급 불안
日 정부, 국책자금으로 민간 기업 투자위험 분담
원료 수급 안정·가격 경쟁력 확보가 상업화 관건

중동에 편중된 원유 조달망을 다변화하고 있는 일본이 해외 바이오연료 사업에 국책자금을 투입하고 국내 생산설비까지 지원하는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장기간 축적한 미세조류 배양 기술과 정유 인프라를 토대로, 원료 확보부터 정제·가공, 최종 수요까지 자국 기업이 주도하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원료 부족과 높은 생산비로 글로벌 석유기업의 사업 축소가 잇따르는 만큼, 원료 수급 안정과 가격 경쟁력 확보 여부가 일본 바이오연료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JOGMEC 출자 허용, 바이오연료 공급망 강화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국책기관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일본 기업의 해외 바이오 연료 사업에 출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일정 비율을 출자함으로써 자국 민간 기업의 투자 위험을 줄이고, 원료 조달 시 가격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바이오 플라스틱과 에탄올 등 바이오 소재 제품의 국내 생산 인프라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출자는 막대한 선행투자에 따르는 민간의 위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다. 그동안 JOGMEC은 해외 핵심광물 광산과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탐사·개발 프로젝트에 한해 지분 투자와 채무 보증을 지원해 왔을 뿐, 바이오연료 분야에 대한 직접 투자는 법적으로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이 완료되면 해외 바이오매스 기업이나 현지 농업 합작법인에 투자하는 일본 종합상사와 정유사는 막대한 초기 투자 위험을 정부와 분담할 수 있게 된다.

합작법인의 지분과 경영 참여권까지 확보하면 현지에서 생산한 에탄올·지속가능항공유(SAF)·바이오디젤의 판매처와 물량 배분, 가격 결정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지 사업자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과 수출 통제 가능성을 낮추는 한편, 에너지시장 급변기에도 일본이 필요한 물량을 우선 확보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오 소재 양산에 수천억 엔 보조금 투입

해외 원료 권익 확보는 일본 내 생산기반 확충과 맞물려 추진된다. 일본 정부는 바이오플라스틱과 에탄올 등 바이오 소재의 제조 비용을 낮추기 위해 2036년까지 약 20개 프로젝트에 수천억 엔 규모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바이오 소재 제품의 생산비는 석유계 제품보다 3배가량 비싸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양산 설비를 구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런 만큼 정부 지원으로 초기 설비투자 비용을 덜어주고 생산량 확대를 유도해 석유계 제품과의 가격 격차를 단계적으로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가 그리는 공급망은 해외 원료 생산과 일본 내 정제·가공을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일본 기업이 해외 농장과 바이오매스 생산시설 운영에 참여하고, 확보한 원료를 자국 공장에서 에탄올·바이오플라스틱·항공 및 선박용 연료로 전환하면 조달부터 최종 수요까지 일관된 관리가 가능해진다. 또한 중동산 원유와 나프타 가격에 좌우되던 일본 제조업의 비용 변동성을 낮추는 동시에 항공·자동차·화학 산업에 필요한 대체 원료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엔 합성생물학과 정제 기술, 소재 생산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바이오 분야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정책적 포석도 깔려 있다.

표1. 일본의 바이오연료·바이오소재 공급망 지원 전략

구분주요 지원책지원 대상정책 목표
해외 원료 확보JOGMEC의 해외 바이오연료 사업 출자를 허용하도록 관련 법률 개정해외 바이오매스 기업·현지 농업 합작법인에 투자하는 일본 종합상사와 정유사민간의 초기 투자 위험 분담과 원료 조달 협상력 강화
공급 통제력 강화현지 합작법인의 지분과 경영 참여권 확보 지원에탄올·SAF·바이오디젤 생산 사업판매처·물량 배분·가격 결정 과정의 영향력 확대와 우선 공급 물량 확보
국내 생산기반 확충2036년까지 약 20개 프로젝트에 수천억 엔 규모의 설비투자 보조금 지급바이오플라스틱·에탄올 등 바이오 소재 생산시설초기 설비투자 부담 완화와 석유계 제품 대비 가격 격차 축소
통합 공급망 구축해외 원료 생산과 일본 내 정제·가공·최종 수요를 연계항공·자동차·화학·해운 산업원유·나프타 가격 변동성 완화와 대체 원료의 안정적 조달
산업 생태계 육성합성생물학·정제 기술·바이오 소재 생산 역량을 통합 지원바이오 기술·소재 관련 기업화석연료 의존도 축소와 바이오산업의 차세대 성장축 육성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등

미세조류 연구에서 국가 성장전략으로

일본은 바이오연료 공급망 구축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일본 종합 중공업 기업 IHI는 2011년 고베대 벤처기업 등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기름 성분을 함유한 미세조류의 대량 배양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2013년에는 야외 배양 안정성을 확보해 생산비를 리터(L)당 500엔(약 4,350원)까지 낮췄으며, 이후 가고시마와 태국에서 배양 실증을 이어갔다. 2020년에는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바이오항공유로 국제표준인 ASTM D7566 인증을 획득해 상업용 항공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민간기업의 기술 개발이 이어지는 사이 일본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국가 성장전략에 편입했다. 2019년 ‘바이오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이를 ‘바이오경제전략’으로 개편해 바이오제조와 바이오 유래 제품 시장을 2030년 53조3,000억 엔(약 464조2,59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2년부터 2032년까지 추진하는 ‘바이오제조 혁명 추진사업’에도 총 3,000억 엔(약 2조6,13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미생물 개량과 대량 배양, 분리·정제 기술은 물론 폐기물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전환하는 공급망까지 일괄 지원하는 장기 산업정책이다.

日 정유업계, HEFA 방식으로 바이오연료 조기 양산

정책 지원이 축적되자 일본 정유업계도 연구개발(R&D)에서 상업생산으로 보폭을 넓혔다. 코스모석유·일휘홀딩스·레보인터내셔널이 공동 설립한 사파이어 스카이 에너지는 지난해 오사카부 사카이 정유소에서 연간 3만 킬로리터(㎘) 규모의 국산 SAF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일본 최대 정유사 에네오스는 미쓰비시상사와 함께 가동이 중단된 와카야마 정유소를 개조해 2028회계연도 이후 연간 40만 ㎘ 규모의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HI가 미세조류 기반의 차세대 공정에 공을 들였다면 정유사들은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 등을 활용하는 수소처리 에스테르·지방산(HEFA) 방식으로 조기 양산에 무게를 실었다.

원료 확보 경쟁은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으로도 번졌다. 에네오스는 지난 3월 한국 최대 바이오디젤 원료업체인 대경오앤티 인수전에 참여해 국내 1위 로펌 김앤장과 대형 회계법인, 글로벌 컨설팅사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리고 현장 실사까지 진행했다. 대경오앤티는 국내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취급해 SAF와 바이오디젤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최종 인수자는 약 5,000억원을 제시한 HD현대오일뱅크·테넷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결정됐지만, 에네오스의 입찰 참여로 일본 정유업계의 원료 확보전은 자국 회수망과 해외 생산사업을 거쳐 한국 기업 인수전까지 확대됐다.

에너지 자립 이점에도 상업화 문턱 높아

다만 바이오연료의 에너지 안보상 이점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확보하기는 녹록지 않다.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처럼 탄소 감축 효과가 큰 원료는 공급량이 제한돼 항공·해운·육상 운송의 수요가 동시에 몰릴 경우 가격이 급등하기 쉽다. 여기에 수거·전처리·수소화 공정과 국제 인증, 별도 저장·운송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완제품 가격도 화석연료를 크게 웃돌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 수요가 2027년께 추정 공급량의 거의 전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첨단 바이오연료의 생산비는 화석연료의 2~3배 수준으로 분석했다.

높은 생산비와 불안정한 수요는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석유 공룡도 물러서게 했다.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론은 2024년 미국 아이오와주와 위스콘신주에 있는 바이오디젤 공장 두 곳의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두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합계 5,000만 갤런에 달했으나, 공급 증가와 재생연료 크레디트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같은 해 영국 석유기업 BP는 미국과 독일의 신규 바이오연료 프로젝트 계획을 보류했고, 영국 에너지기업 쉘은 연산 82만 톤(t) 규모의 네덜란드 로테르담 공장 건설을 멈추며 최대 10억 달러(약 1조3,47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쉘은 사업성 재검토를 거쳐 지난해 해당 프로젝트를 최종 폐기했다. 대형 설비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더라도 원료비를 포함한 생산비와 판매가격의 격차를 메우지 못하면 손실이 불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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