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은 희토류 없이, 원료는 해외 광산에서”, 日 희토류 독자 공급망 구축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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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로 핵심소재 조달 불안 심화 대체자석·해외 광산·국내 제련에 민관 투자 집중 조달·가공·재활용 아우른 日 일관 공급망 가시화

일본이 희토류 대체소재 개발부터 해외 광산 투자, 국내 제련, 폐자석 재활용까지 희토류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는 희토류가 들어가지 않는 질화철 영구자석을 만드는 업체에 투자했고, 일본 정부는 18년 만의 국내 제련시설 신설과 해외 광산 권익 확보에 국책자금을 투입한다. 민간 기업의 참여를 기다리지 않고 국책기관이 유망 광구의 권익을 선점할 수 있도록 출자 규정도 손질하면서 자원 확보 속도까지 끌어올렸다. G7(주요 7개국) 공동비축과 가격 안정 장치까지 가세할 경우 일본은 중국 외 주요 제조국 가운데 희토류 조달·가공·재활용을 자국 주도로 운용하는 일관 공급망을 가장 먼저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희토류 없는 영구자석, 2028년 대량생산
11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혼다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혼다 액셀러레이터 벤처스를 통해 미국 자석 제조업체 니론 마그네틱스(Niron Magnetics)에 지분투자를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기존 벤처 펀딩 라운드와 별개로 진행된 단독 전략 투자다. 전기차 모터, 회생제동 시스템, 스마트폰 액추에이터, 산업용 로봇 등 첨단 하드웨어의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은 그동안 고온에서도 자력을 유지하는 네오디뮴 등 희토류 원소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2013년 미 에너지부(DOE) 첨단연구계획국(ARPA-E) 보조금을 기반으로 설립된 니론 마그네틱스는 독자적인 나노 소재 배향 기술을 개발하고 나노결정질 질화철(Fe16N2)을 합성해 희토류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고성능 영구자석인 ‘클린 마그넷(Clean Magnet)’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니론 마그네틱스는 이미 미니애폴리스의 파일럿 플랜트에서 연간 수t 규모의 질화철 자석을 시험 생산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일본의 차량용 정밀 모터 전문 제조사인 아스피나(Aspina)와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상업화의 물꼬를 텄다. 회사는 현재 급증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네소타주 사텔(Sartell)에 초대형 상업 양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오는 2028년까지 연간 1,500t의 희토류 프리 자석을 대량 양산 체제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제련소는 일본에, 광산 지분은 해외에
혼다가 희토류를 쓰지 않는 차세대 자석에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일본 화학 기업 신에츠화학은 기존 희토류 자석의 핵심 공정인 제련설비 확충에 착수했다. 신에츠화학은 최소 350억 엔(약 3,055억6,700만원)을 투입해 후쿠이현에 희토류 제련설비를 신설할 방침이며, 일본 정부는 사업비의 절반인 175억 엔(약 1,527억8,300만원)을 보조한다. 이 시설은 2008년 이후 18년 만에 추진하는 국내 희토류 제련시설로, 중국의 수출 통제로 조달이 불안해진 중희토류를 일본에서 직접 분리·정제하려는 구상이다. 광산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정제공정을 중국에 의존하면 공급 차질을 피하기 어려운 까닭에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감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론 마그네틱스의 질화철 자석 기술이 희토류 수요를 줄이는 기술적 방책이라면, 신에츠화학의 증설은 해외에서 들여온 원료를 자국 내에서 자석 소재로 전환하는 산업적 방책이다.
아울러 일본은 국내 제련시설에 투입할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해외 희토류 광산에 직접 출자하고 생산물 구매권도 선점했다.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토요타통상과 나미비아 로프달 광산 개발회사를 세우고 최대 4,766만8,000캐나다달러(약 463억6,400만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로프달 광구에는 전기차 모터의 내열성을 높이는 디스프로슘과 터븀이 다량 매장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사업화되면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첫 아프리카 희토류 광산이 된다. JOGMEC은 브라질에서도 캐나다 광산업체 아클라라리소시스의 탐사비를 3년간 최대 300만 달러(약 40억원) 지원하고, 성과가 확인되면 해당 사업의 지분 30%와 보유 지분율을 웃도는 규모의 생산물 구매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탐사 실패 위험은 국책기관이 분담하고 개발에 성공한 광산의 물량은 일본 공급망에 묶어두는 계약 설계다.
日 정부, 희토류 광구 선점 위한 출자 규정 대수술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과의 공동투자를 전제로 운영해 온 JOGMEC의 출자 규정도 뜯어고치기로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0일 산업구조심의회에 일본 기업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JOGMEC가 해외 자원기업과 직접 손잡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안을 제시했다. 희토류와 니켈, 망간 등 경제안보추진법상 기금 지원 대상인 20개 핵심광물이 적용 대상이다.
지금까지 JOGMEC가 해외 광산이나 제련사업에 투자하려면 일본 기업과 공동 출자하거나, 독자적으로 취득한 권익을 향후 일본 기업에 넘기겠다는 약정을 맺어야 했다. 하지만 핵심광물 개발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투자자는 자원 보유국의 정권 교체와 정책 변경, 국제가격 급락에 따른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사업성을 검토하는 사이 유망 광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JOGMEC가 먼저 자금을 투입해 권익을 확보한 뒤 생산 개시 후 10년 이내에 해당 권익을 일본 민간 기업에 매각할 수 있다. 정부가 개발 초기의 위험을 떠안아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표1. 일본의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전략
| 구분 | 추진 내용 | 주요 수치 | 전략적 의미 |
|---|---|---|---|
| 중국 공급 통제 | 희토류 자석과 디스프로슘 수출 감소로 일본 정부의 직접 투자 확대 | 2026년 7월 희토류 자석 수출량 111t, 전년 동기 대비 52.2% 감소 상반기 디스프로슘 수입량 13t, 2024년 동기 대비 82% 감소 | 자동차·전자·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 조달 공백 방지 |
| 아프리카 협력 | 광산 개발을 위한 금융·외교 지원과 인적 교류 확대 | 아프리카 10개국 청소년 약 250명 초청 대학·기업 단기 교류에 건당 최대 300만 엔 지원 | 현지 정부의 인허가와 기반시설 지원을 확보할 협력 기반 구축 |
| 호주 공급망 | JOGMEC·소지쓰의 라이너스 출융자와 장기 공급계약 체결 | 2011년 2억5,000만 달러 출융자, 연간 8,500t 이상을 10년간 확보 대중 희토류 의존도 약 90%에서 60% 안팎으로 하락 | 중국을 거치지 않는 경희토류 채굴·분리·정제망 확보 |
| 중희토류 확보 | 일본 정부와 소지쓰의 라이너스 추가 투자 | 2023년 2억 호주달러 추가 투자 디스프로슘·터븀 생산량의 최대 65% 확보 | 전기차 모터와 반도체 장비용 중희토류 공급 안정성 강화 |
中 공급 통제에 속도 붙은 해외 광산 투자
제도 개편을 재촉한 것은 중국의 공급 통제다. 지난 7월 중국의 대일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111t으로 전년 동기보다 52.2%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이 중국에서 수입한 디스프로슘 원료도 13t에 그쳐 수출 규제 이전인 2024년 같은 기간보다 82% 급감했다. 디스프로슘은 전기차 구동모터와 반도체 제조장비의 내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민간의 투자 결정을 기다리다가 조달 공백이 장기화하면 자동차와 전자·반도체 생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부의 직접 투자로 이어졌다.
일본이 새 공급처로 공을 들이는 지역은 아프리카다.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광산과 도로, 항만 등 개발 기반이 부족해 정부 차원의 금융·외교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원 외교의 기반을 넓히기 위한 인적 교류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올해 카메룬 등 아프리카 10개국 청소년 약 250명을 초청하는 교류사업을 신설했으며, 일본과 아프리카의 대학·기업이 참여하는 단기 교류에도 건당 최대 300만 엔(약 2,6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광산 개발은 현지 정부의 인허가와 기반시설 지원이 장기간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투자에 앞서 정부와 기업 간 협력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로 읽힌다.
해외 광산 투자는 일본이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효과를 확인한 전략이기도 하다. JOGMEC과 일본 종합상사 소지쓰는 2011년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에 총 2억5,000만 달러(약 3,364억2,500만원)를 출융자하고, 당시 일본 소비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연간 8,500t 이상의 희토류를 10년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라이너스가 호주 마운트웰드 광산에서 채굴한 원광을 말레이시아 분리·정제시설에서 가공하면서 일본에는 중국을 거치지 않는 경희토류 조달망이 마련됐다. 이후 일본의 대중 희토류 의존도는 약 90%에서 60% 안팎으로 낮아졌다. 일본 정부와 소지쓰는 2023년에도 라이너스에 2억 호주달러(약 1,930억원)를 추가 투입하고, 이 회사가 생산할 디스프로슘과 터븀의 최대 65%를 일본이 공급받기로 했다.
광산·제련 이어 재활용까지 보폭 넓혀
일본이 다음으로 채우는 공급망은 폐자석과 전자폐기물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활용 부문이다. 비철금속·소재 기업인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지난 3월 미국 희토류 재활용 기업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의 우선주를 취득하고, 희토류·희소금속 재활용 분야의 미·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리엘리먼트의 크로마토그래피 기반 기술은 폐자석과 배터리, 전자스크랩에서 희토류를 순도 99.5% 이상, 회수율 95% 이상으로 분리할 수 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폐가전·폐자동차 회수망과 금속 전처리 기술을 결합해 일본 내 공동사업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해외 광산에서 반입한 원료와 일본에서 회수한 재생 원료를 함께 활용하는 공급 기반이 마련된다.
국제 공조는 비축과 가격 안정 장치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G7에 희토류 공동비축을 제안했으며, G7 정상들은 비축 역량 확충과 제도·방출 방식 공유,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활용한 공급 위기 경보체계 구축에 합의했다. 2030년까지 희토류와 영구자석의 G7 및 협력국 밖 특정 공급처 의존도를 60% 미만으로 낮추고,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50%까지 축소한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공동구매와 가격 하한제가 현실화되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비중국권 광산과 제련소가 채산성을 잃는 사태를 줄이면서 장기 공급계약의 지속성도 높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광산 투자와 제련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본은 2010년 희토류 파동 이후 정부 금융과 장기 구매계약, 민간 기술투자를 함께 운용해 온 경험에서 앞선다. 앞서 확보한 해외 광산과 국내 제련시설에 재활용·공동비축 체계까지 합쳐지면 일본은 중국 외 주요 제조국 가운데 희토류의 조달·가공·회수를 자국 주도로 운용하는 일관 공급망을 가장 먼저 갖출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수출 허가와 가격 정책에 따라 생산 차질을 감수해 온 일본 자동차·전자·반도체 기업도 복수의 조달 경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