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컬쳐] 美 기업 사무실 복귀 확산, 어린 자녀 둔 여성 고용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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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 확산에 여성 고용 회복 사무실 복귀에 여성 경제활동 위축 인재 유지·공공 돌봄 지원 과제 부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미 연방정부 노동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미국의 20세 이상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약 21만2,000명 감소한 반면 남성은 4만4,000명 늘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9.7%에서 66.9%로 2.8%포인트 떨어져 3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여성의 경제활동이 위축된 시기에 기업들의 사무실 출근은 빠르게 늘었다. 근무 형태를 추적하는 플렉스인덱스(Flex Index)에 따르면, 같은 기간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전면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 비중은 13%에서 24%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와 같이 팬데믹 이후 여성의 일과 돌봄 병행을 뒷받침했던 유연근무가 줄어들면서 기업의 출근 정책이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과 벌어진 여성 경제활동 격차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세기 대부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정체됐다. 반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계속 늘면서 미국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해밀턴프로젝트 분석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가운데 1990년 6위에서 2010년 17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격차의 배경에는 가족정책의 차이가 자리한다. 다른 선진국은 유급휴가와 보육비 지원을 확대하고 큰 폭의 임금 손실 없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 반면, 미국은 관련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방 차원의 유급휴가 제도가 없는 데다 보육 지원도 제한돼 돌봄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면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더 많이 쏠린 상황에서 근무 장소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일부 보완해왔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에는 이러한 근무 방식을 활용할 수 있는 근로자가 제한적이었다.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일부 직원에게 허용하는 수준에 그쳤고, 대상도 주로 고위 전문직에 한정됐다.
유연근무 확산과 여성 고용 회복
2020년 코로나19 경기침체 초기에는 여성 고용이 남성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여성 종사자가 많은 음식점과 소매업, 숙박업 등 대면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은 데다 학교와 어린이집까지 문을 닫으면서 자녀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두는 여성도 늘었다. 통상 경기침체기에 여성 고용 감소 폭이 남성보다 작았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러나 이후 여성 고용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2023년에는 핵심연령층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KPMG가 미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5세 미만 자녀를 둔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약 80%에 달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상승세는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2024년 8월 핵심연령층 여성 전체의 경제활동참가율도 78.4%로 사상 최고치에 올랐다.
이 기간 보육시설이 대폭 늘거나 연방 차원의 새로운 유급휴가 제도가 도입된 것은 아니었다. 대신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유연근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됐다. 근무 장소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근로시간을 줄이지 않고도 자녀 돌봄을 병행할 여지가 커졌다. 일부 직종에 머물렀던 유연근무의 확산이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을 뒷받침한 것이다.
사무실 복귀에 다시 줄어든 유연근무
팬데믹 이후 확산한 유연근무는 2023년부터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가 본격화하면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더 빨라졌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포천 100대 기업 가운데 주 5일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 비중은 2023년 5%에서 지난해 54%로 급증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은 같은 기간 78%에서 41%로 줄었다. 아마존과 디즈니,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기업이 잇따라 하이브리드 근무를 폐지한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최대 고용주인 연방정부도 주 5일 출근 방침을 내놨다.
출근 확대와 함께 근로자들의 이직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원격근무자의 절반 가까이가 해당 선택권이 사라질 경우 현재 직장에 계속 다닐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과 50세 미만 근로자, 전면 재택근무자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일자리가 팬데믹 이후 여성 고용이 늘어난 전문·관리직에 집중된 만큼 유연근무 축소의 영향도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크게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근 확대에 커진 여성의 돌봄 부담
실제 지난해 들어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의 경제활동은 다시 위축됐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세 미만 자녀를 둔 25~4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출근을 늘리는 동안 보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점도 부담을 키웠다. 팬데믹 기간 제공된 연방정부의 보육 지원금은 2023년을 끝으로 끊겼다. 보육 인력도 지원이 계속됐을 경우 예상되는 수준보다 약 10만 명 부족한 데다 보육비는 전체 물가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출근일이 늘어날수록 근무시간과 자녀 돌봄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지고 그 부담은 상대적으로 돌봄 책임이 큰 여성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부 여성은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노동시장을 떠나는 선택에 놓이게 된다.
미 노동통계국(BLS)의 생활시간조사에서도 성별 차이가 확인된다. 근무일에 일부라도 재택근무를 한 남성 비중은 2023년 34%에서 2024년 29%로 낮아진 반면 여성은 36%를 유지했다. 남성의 사무실 복귀가 늘어난 것과 달리 여성은 재택근무 비중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개별 근로자가 노동시장을 떠난 이유를 통계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연근무 축소가 돌봄 부담이 큰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방증한다.

출근 확대 속 인재 유지도 과제로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을 늘리는 데는 대면 근무가 직원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KPMG의 2024년 ‘CEO 아웃룩’ 조사에서 최고경영자(CEO)의 86%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에게 주요 업무와 임금 인상, 승진 등에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물론 대면 근무는 상사나 동료와 직접 교류할 기회를 늘려 주요 업무를 맡거나 성과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돌봄 부담이 큰 여성에게 출근 확대는 고용을 이어가는 데 또 다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재택근무를 유지하더라도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코칭이나 주요 업무 배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출근 확대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미 노동통계국 경제학자들이 2019~2022년 민간부문 61개 산업을 분석한 결과, 원격근무자 비중과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팬데믹 이전 추세를 반영한 뒤에도 같은 관계가 유지됐다. 이는 원격근무가 생산성을 높였다는 인과관계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출근 확대만으로 생산성이 개선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업의 유연근무가 줄어들수록 정책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모두 출근 확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업들이 팬데믹 이전 근무 방식으로 돌아가는 동안 보육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유연근무가 부족한 보육 여건을 보완하며 여성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해온 만큼 앞으로는 공공 보육과 유급휴가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그 공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orkplace Flexibility and the Return-to-Office Reversal for American Mother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