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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컬쳐] 엔화 약세에 낮아진 구매력, 일본인 해외여행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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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3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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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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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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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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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입 증가 속 일본인의 해외 이동 부진 
임금 정체·엔화 약세로 해외여행 구매력 약화 
여권 수수료 인하 넘어 소득·생산성 개선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270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33.9% 늘었다. 반면 해외로 나간 일본인은 1,470만 명에 그쳤고 유효 여권 보유율도 18.5%로 2019년의 24%를 밑돌았다. 이 같은 격차를 두고 일본은 국내에서도 필요한 것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 해외여행 수요가 낮다는 문화적 해석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과거 엔화 강세기에 해외여행객이 급증했던 흐름을 고려하면 최근의 감소세는 여행 선호보다 경제적 여건과 밀접하게 맞물린다. 소득이 여행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구매력이 낮아진 것이 해외 이동을 제약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방향 국제화’ 뚜렷해진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피터 차이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일방향 국제화(one-way internationalization)’로 설명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의 일본 유입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일본인의 해외 이동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흐름을 가리킨다. 이 같은 격차는 여권 보유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말 일본인의 유효 여권은 2,282만 개로 보유율은 전년 17.3%보다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해외 이동 부진은 교육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5월 일본 내 외국인 유학생은 역대 최대인 40만8,069명으로 정부 목표인 40만 명을 이미 넘어섰지만, 2024회계연도 해외로 나간 일본 고등교육기관 학생은 9만1,054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3분의 2는 해외 체류 기간도 한 달 미만이었다. 유학생의 유입과 유출 간 격차가 벌어지자 일본 정부는 2033년까지 해외로 나가는 학생을 5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목표는 이미 넘어선 반면 자국 학생의 해외 이동은 상대적으로 더디면서 일본의 국제화가 유입에 치우친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주: 방일 외국인은 급증한 반면 일본인 출국자는 2019년 수준을 밑돌았다.

엔화 강세가 늘린 해외여행

일본인이 본래 해외여행에 소극적이라는 해석은 과거 흐름과 맞지 않는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1964년 12만8,000명에 불과했던 일본인 출국자는 1986년 5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1990년에는 1,000만 명까지 늘었다. 이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 2019년에는 역대 최대인 2,008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이러한 변화에는 엔화 강세로 높아진 구매력이 영향을 미쳤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달러당 약 240엔이던 환율은 2년 만에 120엔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본인의 해외 구매력은 그만큼 높아졌다.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일부 계층에 머물던 해외여행이 일반 가계로 확산했고 출국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이후 중국에서도 소득 증가와 통화 강세에 따라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Natixis)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토대로 해외 이동 규모가 문화적 성향보다 소득과 환율에 따른 구매력 변화와 밀접하게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주: 일본인 출국자는 1985년 이후 빠르게 늘어 2019년 정점을 기록했다.

엔저·임금 정체에 커진 여행 부담

현재 엔화 가치는 해외여행이 빠르게 늘었던 1980년대와 정반대 흐름을 보인다. 2024년 6~7월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4엔에 육박했고, 실질실효환율도 1970년대 초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엔화 약세의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생산성 정체가 자리한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60.1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28위에 그쳤고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았다.

생산성 부진은 임금 정체와도 맞물렸다. OECD에 따르면 PPP 기준 일본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1991년 5만1,461달러(약 6,915만원)에서 2022년 5만1,129달러(약 6,871만원)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같은 기간 OECD 평균임금이 32.5%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소득이 정체된 사이 해외여행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일본 대형 여행사 JTB에 따르면 해외여행 1회 평균 비용은 항공권과 숙박비 상승에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전년보다 6.2% 오른 2,098달러(약 282만원)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8.9%는 해외여행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높은 비용이 33.6%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여유 부족 26.4%, 엔화 약세 24.4%가 뒤를 이었다.

여권 수수료 낮춰도 구매력 회복엔 한계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해외여행 수요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성인 여권 발급 수수료를 1만5,900엔(약 13만9,000원)에서 8,900엔(약 7만7,000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여권 발급 비용은 평균 해외여행 경비의 3%에도 미치지 않아 실제 여행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여행 감소를 젊은 세대의 성향 변화로 보는 시각도 관련 지표와는 거리가 있다. 레이와트래블(Reiwa Travel)이 18~29세 4,1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청년층은 비용과 언어, 보건·안전 문제를 주요 부담으로 꼽았다. 결국 해외여행 자체를 꺼린다기보다 경험 부족에 따른 불안감이 해외 이동의 문턱을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경험 부족은 해외여행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부모의 해외여행이 줄면 자녀가 자연스럽게 해외를 접할 기회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영향은 관광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외 경험을 쌓는 일본인이 줄면 여러 언어와 시장, 제도적 환경에 익숙한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인구 감소와 인력난으로 일본 내 외국인 거주자가 역대 최대인 410만 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자국민의 해외 경험은 상대적으로 제한되면서 일본의 대외 인적 교류가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커졌다. 해외 이동을 늘리기 위한 정책에도 재정 여건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의 일반정부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고, GDP 대비 이자지출은 현재 1.5% 수준에서 2031년까지 약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040회계연도까지 2조3,200억 달러(약 3,118조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성 향상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재정 확대가 국채 금리와 엔화에 추가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일본인의 해외 이동을 늘리려면 여권 수수료 인하와 같은 단기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외여행과 유학을 가로막는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소득과 생산성을 높여 구매력을 회복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외국인의 일본 유입에 치우친 ‘일방향 국제화’에서 벗어나 일본인의 해외 이동도 함께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eak Yen Explains Why Japanese Outbound Travel Is Dwindl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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