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에듀] AI 맞춤교육의 역설, 이해의 깊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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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스쿨, AI 맞춤형 학습 앞세워 빠른 확장 높은 학습 성과에도 ‘취약한 지식’ 한계 질문·상호작용 살린 AI 교육 설계 필요
본 연구 기사는 글로벌 교육 전문지 The EduTimes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duTime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duTimes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성취도가 10년째 하락하고 만성 결석도 장기화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오전 수업 대부분을 적응형 학습 소프트웨어로 진행하는 AI 기반 사립학교 네트워크인 알파스쿨(Alpha School)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현재 50개 캠퍼스를 운영하며 한 해 가을에만 27곳을 새로 열었고 연간 학비는 최대 7만5,000달러(약 1억120만원)에 이른다. 창립자는 향후 10억 명의 아동에게 교육을 제공한다는 목표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 성장과 별개로 높은 학업 성취도가 실제 학습 효과로 이어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닮은 AI 학습
알파스쿨의 수석 학습과학자는 학생별 학습 문제를 파악하는 AI의 방식을 자율주행차에 빗대 설명한다.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돌발 상황을 학습해 대응력을 높이듯 AI도 학생마다 다른 오개념과 학습상의 어려움을 파악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구조다. 문제는 알파스쿨이 교육 성과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 학교의 수학 교육 모델을 살펴본 워싱턴대학교의 한 교육 연구자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다뤄진 적응형 학습 프로그램 ‘IXL러닝(IXL Learning)’ 등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하버드대학교 물리학 입문 과정에서 진행한 무작위 비교 연구에서는 적응형 디지털 보조도구를 활용한 학생의 학습 향상 폭이 교실에서 능동형 수업을 받은 학생 대비 평균 2배 이상 컸다. 그러나 높은 학습 성과가 교사의 역할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대 수석강사는 알파스쿨의 방식이 현재 공교육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빠진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특히 교사 자격이 없는 성인이 학생을 관리하는 일부 캠퍼스에서는 학업 성과만으로 교육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학습 성과 높아도 실제 이해는 별개
여기에 높은 학습 성과가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의미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교육과 평가가 비슷한 조건에서 이뤄지면 익숙한 문제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새로운 상황에서 배운 내용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취약한 지식(fragile knowledge)’이 형성될 수 있어서다. AI 도입에 따른 추가 학습 효과 역시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초·중학생 약 5,000명이 참여한 28개 연구를 종합한 결과 AI 기반 교육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AI를 사용하지 않는 능동학습과 비교하면 차이는 미미했다.
이 같은 결과는 AI를 활용한 개인지도와 교실 교육의 역할을 구분해서 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의 한 교육정책 연구자는 알파스쿨의 기본적인 접근에는 동의하면서도 좋은 개인지도와 좋은 교육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완전히 자동화된 AI 모델이 교실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적 이점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질문이 만드는 학습의 차이
교실 수업의 차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질문과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의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방식이 서구 교육의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다. 교사가 계속 질문을 던져 학생이 배운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조건에 맞춰 스스로 논리를 수정하도록 유도한다. 반대로 이런 과정이 빠지면 질문 없이 정답을 외우는 학습에 머물기 쉽다. 표준화된 시험에서는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문제가 주어지면 배운 내용을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AI 모델의 학습 방식 역시 이와 비슷한 한계를 보인다. 방대한 질문과 답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접하지 못한 형태의 ‘실제 예외(real exception)’가 등장하면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답을 외운 학생처럼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익숙한 문제의 정답을 찾는 능력과 새로운 상황에서 답의 근거를 설명하고 적용하는 능력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차이는 인간과 AI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하버드교육대학원의 한 수석연구자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새로운 정보에 맞춰 기존 판단을 조금씩 수정하는 베이지안(Bayesian) 방식을 따르면서도, 예외가 발견되면 판단의 틀 자체를 다시 검토한다. 교사가 교과서에 없는 질문을 던져 학생이 새로운 상황에서도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답을 내놓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할수록 예외를 가려내기 어려워진다. 최근 뉴질랜드 연구기관 HERA의 최고경영자(CEO)가 진행한 실험에서도 이런 한계가 확인됐다. 동료평가를 거친 논문만을 근거로 답하도록 설계한 AI 도구가 실제로는 블로그와 일반 웹사이트의 2차 자료를 주로 제시했다. 신뢰할 만한 학술문헌 상당수가 유료 구독으로 제한돼 AI가 필요한 원자료에 접근하지 못한 결과다. 이와 같은 정보 접근의 한계는 데이터나 연구 방법의 작은 차이에도 결론이 달라지는 과학 분야에서 더 두드러진다. AI가 예외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접하지 못하면, 기존에 학습한 규칙과 다른 사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AI 교육 확산의 과제
물론 AI 교육의 활용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알파스쿨과 같은 모델의 강점은 최고의 교사를 뛰어넘는 데 있기보다 교사에 따라 달라지는 수업의 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알파스쿨의 성과 가운데 어느 정도를 AI 교육의 효과로 볼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교육평가원(ETS)의 한 교육정책 연구자는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어떤 요소가 학습 성과를 높였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 방식보다 알파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의 특성이 성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학교와 에듀테크 기업의 과제는 적응형 학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검증하는 과정을 함께 유지하는 데 있다.
알파스쿨은 현재 휴스턴과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의 공립학교에서 다양한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앞으로 AI 교육의 확산 여부는 규모를 키우면서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질문을 통한 사고 과정 등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How Fragile Knowledge Exposes the Limits of AI-Powered Teach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duTimes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