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능’ 명칭 내세운 트럼프, 인간 역량 확장 관점서 AI 가치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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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능력·가치 앞세운 명칭 변경, 산업계 역량 강화 논의와 연결 AI의 전문지식 보완으로 ‘초인 노동’ 현실화, 개인 역할 확대 업무 확대에 검증 책임 동반, 인간 판단력 핵심 역량 부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모든 공식 문서에서 '인공지능(AI)' 대신 '초지능(슈퍼지능·SI)'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기술의 능력과 가치를 명칭에 충분히 담겠다는 취지로, AI를 활용한 인간의 역량 강화에 주목해 온 산업계의 논의와도 맞닿은 대목이다. AI가 사람의 전문지식을 보완하면서 한 사람이 여러 분야의 업무를 맡는 ‘초인 노동(Superhuman labor)’도 현실화했다. 개인의 업무 범위가 넓어진 만큼 AI에 과제를 배분하고 결과물의 품질을 검증하는 판단력이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트럼프, ‘초지능’ 리브랜딩 선언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AI라는 용어 자체를 새롭게 바꾸는 '리브랜딩'을 깜짝 발표했다. 기술의 능력과 파급력을 제대로 드러내려면 이름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artificial)’이라는 단어는 지능이 가짜인 것처럼 들리게 하지만, 결코 가짜가 아니며 실로 놀라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 대신 ‘초(super)’를 사용하는 편이 듣기에도 좋고 기술의 실체를 표현하는 데도 훨씬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명칭이 기술의 가치를 낮춰 보이게 하는 만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이름으로 인식 전환을 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명칭 변경을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에 반영하고, 국제사회에도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의 모든 공식 문서에서 ‘인공’을 ‘초’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뒤, 전 세계 문서에서도 같은 표현이 사용되기를 바란다며 동참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 앞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는 AI라는 이름이 부정확하다며 대체 명칭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Superior Intelligence’와 ‘Supreme Intelligence’ 등을 후보로 제시했던 데 이어, 각국 정상이 모인 유엔총회에서 ‘Super Intelligence’를 새 명칭으로 내세운 것이다. 백악관도 이날 공개한 연설 주요 내용에 AI를 앞으로 공식적으로 ‘Super Intelligence’라고 부르겠다는 발언을 담았다.
인간 역량 키우는 AI, 산업계의 지능 증강 구상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기술을 통한 인간의 역량 강화를 강조해 온 산업계의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IBM은 ‘신뢰와 투명성 원칙’에 AI의 목적을 ‘인간 지능의 증강’으로 명시하고, 사람의 능력과 잠재력을 높이는 것을 기술 개발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구글도 지난해 영상 제작 도구 ‘플로우’를 공개하면서 창작자가 머릿속 구상을 영상으로 구현하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AI의 성능을 사람의 창작·업무 능력 향상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이 제공하는 능력과 효용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초지능’ 명칭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기업 현장에선 이미 AI가 직원들의 전문지식을 보완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하버드경영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지난해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의 직원 776명을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 사업 과제를 부여한 뒤 AI 사용 여부에 따른 제안의 품질과 내용을 살펴본 연구였다. AI를 활용한 연구개발 담당자는 제품의 사업성을, 사업 담당자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경향을 보였다. 각자 익숙한 분야의 지식에 AI가 제공한 정보를 더하면서 제안에 담긴 관점도 다양해졌다. 연구진은 AI가 부서별 전문지식의 공유를 돕고, 직원들의 부족한 제품 개발 경험을 보충했다고 분석했다.
AI 활용 역량, 채용 핵심 기준 부상
이 같은 변화는 기업이 인재에게 요구하는 역량에도 반영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링크트인이 지난해 31개 시장의 지식근로자 3만1,000명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채용 등에 관여하는 관리자급 응답자의 66%는 AI 활용 능력이 없는 지원자를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챗GPT와 코파일럿 등을 업무에 접목할 수 있는 비기술직 인력에 대한 수요도 보고서에 담겼다.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이 AI의 도움을 받아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면서, 도구 활용 능력에도 채용상의 비중이 실린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AI 적극 활용자들은 새로운 사용법을 시험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질문을 고치며, 업무에 적합한 지시문을 찾아 적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제의 성격에 맞춰 AI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다듬는 과정까지 활용 역량에 포함된 셈이다.
기업들의 직원 교육도 이러한 실무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술기업 하니웰은 ‘생성형 AI 아카데미’를 출범시켜 직원들의 도구 활용을 지원하고, 사내에서 AI 사용을 확산시킬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AI 기술의 빠른 변화도 직원 재교육의 필요성을 키웠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는 ‘2025 글로벌 AI 일자리 보고서’에서 기업이 AI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지속적인 학습 투자가 뒤따르지 않으면 보유 기술이 빠르게 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도구와 기능을 익히고 이를 담당 업무에 적용하는 능력까지 꾸준히 길러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보고서는 직원들이 AI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 개발을 지원할 것을 기업의 주요 실행 과제로 제시했다.
표1. AI 활용에 따른 노동 역량의 변화와 관리 과제
| 핵심 변화 | 요구되는 역량 | 근거·과제 |
|---|---|---|
| ‘초인 노동’의 등장 | 전문지식과 AI 운용 능력을 결합해 여러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를 하나의 산출물로 완성 | 과제 분해·업무 배분·결과 통합 능력이 개인의 성과를 좌우 |
| 전문성의 적용 범위 확대 | 축적한 지식을 AI의 도움으로 더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에 활용 | 데이비드 오터 MIT 교수, AI가 인간 전문성의 적용 범위와 경제적 가치를 높일 가능성 제시 |
| AI 에이전트 관리 | 작업을 에이전트에 배분하고 진행 상황과 결과를 검토해 채택 여부 결정 | MS ‘2025 업무동향지수’, 에이전트를 만들고 지휘하는 직원을 ‘에이전트 보스’로 규정 |
| 산출물 품질 관리 | 누락·오류·업무 맥락을 점검하고 후속 수정에 드는 시간까지 평가 | 베터업랩스·스탠퍼드 연구진 조사: 응답자 41%가 저품질 AI 산출물을 경험, 건당 평균 약 2시간의 추가 처리 시간 발생 |
인간 중심 AI 활용, ‘초인 노동’과 접점
이 같은 역량 개발은 초인 노동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전문지식에 AI 운용 능력을 결합한 사람이 조사·분석·개발 등 여러 업무를 함께 수행하면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의 규모가 커지는 현상이다. 여기에는 과제를 세부 작업으로 나누고, AI에 맡길 부분을 정한 뒤, 각각의 결과를 최종 산출물로 완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지식과 경험이 AI의 처리 능력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노동의 변화에 비춰보면 SI라는 표현도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그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AI를 바라보자는 제안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인간의 전문성이 쓰이는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논거는 노동경제학 연구에서도 제시됐다.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24년 미국경제연구소(NBER) 논문에서 AI가 정보와 규칙, 축적된 경험을 결합해 사람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업무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갖춘 근로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의료·법률 문서 작성·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한층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터 교수는 이를 실현 가능한 기술 활용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AI가 인간 전문성의 적용 범위와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성과 노동자의 경쟁력 역시 자신이 축적한 지식을 더 넓은 업무에 적용하는 능력에서 찾을 수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에이전트 보스’의 등장
전문성이 적용되는 범위가 넓어지면 개인의 역할에도 변화가 따른다. 여러 작업을 AI에 배분한 뒤 진행 상황을 살피고,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단계로 넘기는 관리 책임까지 맡게 되는 것이다. MS는 ‘2025 업무동향지수’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지휘하는 직원을 ‘에이전트 보스’로 표현했다. 조사에 참여한 관리자들은 향후 5년 안에 에이전트 훈련과 관리가 팀의 일상적인 업무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현장에서도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이 거론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해 9월 보도한 골드만삭스 사례에서 케리 블룸 파트너는 AI를 활용해 프로젝트 구상을 다듬고 업무 시간을 줄였다고 설명하면서도 과도한 의존을 경계했다.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난 만큼 결과를 검토하고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도 중요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산출물의 품질을 관리하는 능력은 별도의 평가 항목이 될 수 있다. AI로 작성한 문서에 필요한 내용이 빠지거나 업무 맥락이 반영되지 않으면, 이를 전달받은 동료가 내용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부담을 떠안기 때문이다. 베터업랩스와 스탠퍼드 연구진은 지난해 9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이런 AI 산출물을 접했다고 보고했다. 해당 산출물 한 건을 처리하는 데 추가로 들어간 시간은 평균 약 2시간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워크슬롭(workslop)’으로 명명하고, 기업에 AI 사용 목적과 결과물의 품질 기준을 명확히 정할 것을 권고했다. 개인의 작업 속도와 함께 후속 검토·수정에 드는 시간까지 살펴야 실제 생산성 향상을 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