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틀어쥐고 사우디 본토까지" 후티·사우디 군사 충돌 격화에 중동 긴장 고조, 美 개입 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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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반군, 사우디 공항·에너지 시설 공격하며 압박 강화 홍해發 긴장에서 대규모 탈환전으로, 군사적 긴장감 가중 美 직접 개입 가능성 부상, 확전·유가 상승 우려는 '걸림돌'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공과 공항 이용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내놨다. 최근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공격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데 이어, 메카·메디나를 제외한 사우디 내 모든 공항을 잠재적 타격 대상으로 지목하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빠르게 고조돼 가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사우디에 정보·작전 지원을 제공하는 데 그쳤던 미국의 직접 군사 개입 여부가 전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 인프라 정조준하는 후티
11일(현지시각) 후티 측 사바 통신에 따르면, 이날 야히야 사리 후티 군사조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사우디 공항과 영공을 이용하는 모든 항공사, 전문가, 직원 및 여행객들에게 재차 경고한다"며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공항을 제외한 사우디의 모든 공항은 잠재적 타격 목표이자 우리 군의 작전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공항에는 공항으로, 봉쇄에는 봉쇄로, 확전에는 확전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확립할 것"이라며 "모두가 우리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방어에 실패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사우디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후티는 지난 5일 사우디 공항·정유 시설 등을 겨냥한 공격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속해서 사우디 시설들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공습해 다수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사우디 민간항공청(GACA)에 따르면, 당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는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30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에는 사우디인 4명과 방글라데시인 2명, 미국·요르단·팔레스타인·시리아·수단·이집트 국적자 각 1명이 포함됐다. 이후 11일 부상자 1명이 추가 사망하면서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이번 공격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이래 걸프 아랍 국가에서 발생한 공격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사례로 평가된다.
홍해 둘러싸고 긴장 심화
전문가들은 이러한 군사 충돌의 실질적 배경으로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지목한다.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운항을 광범위하게 제한해 왔다. 이에 사우디는 페르시아만 연안의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횡단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수출 경로를 다변화했다. 지난달 11일 알자지라가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사우디 원유 수송량은 전쟁 이전 대비 21% 증가했다.
이 같은 물류망 변화는 후티에 사우디를 압박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후티는 지난 2014년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과의 내전을 통해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같은 해 10월 홍해 연안의 핵심 항구 도시 호데이다까지 점령하며 해상 물류망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난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에 돌입하면서 대규모 군사 공격을 줄인 상태였으나, 지난 7월 사우디의 사나 국제공항 공습을 계기로 무력 충돌이 재개됐다. 이후 후티는 같은 달 말 사우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충돌 수위 나날이 높아져
사우디는 이러한 압박 속 양보를 택하기보다는 대체 수송로 확보에 무게를 실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운항을 줄이고, 홍해 북부 항로와 수에즈 운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물류망을 조정한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산하 핵심위협프로젝트(CTP)와 전쟁연구소(ISW)는 이 같은 항로 변경으로 인해 해상 봉쇄 효과가 상쇄되며 사우디 석유 시설을 겨냥한 후티의 공격 수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후티는 지난달 초부터 사우디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확대했으며, 같은 달 15일에는 홍해 연안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얀부항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는 해상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상 군사 작전도 병행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홍해 연안의 전략적 항구 도시 모카를 점령했으며, 같은 달 11일에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섬과 인근 해안 지역까지 진출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후티의 영토 확장이 이란에 상당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고, 후티가 홍해 남단을 위협하며 사실상 중동의 양대 해상 수송로가 이란과 친이란 세력의 압박 아래 놓이게 된 탓이다.
표1. 사우디-후티 갈등 전개
| 시기 | 주요 상황 |
|---|---|
| 2026년 2월 말 이후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및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제한 → 사우디, 동서횡단 송유관·얀부항·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원유 우회 수출 확대 |
| 7월 | 사나 국제공항 피격을 계기로 2022년 휴전 이후 유지되던 긴장 완화 국면 종료 → 후티, 사우디 연계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 선언 |
| 8월~9월 중순 | 후티, 예멘 서부 해안 공세 확대 → 9월 10일 모카, 11일 페림섬 장악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 영향력 강화 → 사우디 얀부 에너지 시설 공격 |
| 10월 초 이후 | 사우디 지원 예멘 정부군, ‘예멘의 새벽’ 작전 개시 → 두바브·모카 등 주요 지역 탈환 공세 및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대규모 공중 지원 |
사우디, 예멘 정부군과 반격
후티의 공세가 거세지자 사우디도 대규모 군사 작전을 통한 반격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디언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은 지난 4일 후티 점령지 탈환을 위한 군사 작전 개시를 발표했으며, 이튿날인 5일부터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지상 공세를 전개했다. 해당 작전은 '예멘의 새벽(Dawn of Yemen)'으로 명명됐으며,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북쪽의 두바브 지역과 모카가 주요 공략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후 예멘 정부군은 두바브 지역의 공항을 장악하고, 두바브와 모카를 연결하는 도로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두바브에 주둔하던 후티 전투원 수백 명을 포위했으며, 일부 병력이 해상으로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역시 사우디의 대규모 공습 지원을 받은 예멘 정부군이 모카 외곽까지 진격했으며, 후티 병력 일부가 내륙 고지대로 후퇴했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은 전투기 약 100대를 동원해 예멘 정부군에 항공 지원을 제공했으며, 홍해 연안부터 후티가 장악한 수도 사나에 이르는 지역의 군사 시설과 무기 저장고 등을 집중 타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美 직접 군사 개입 나설까
후티와 사우디의 갈등이 나날이 첨예해져 가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정보 공유, 표적 식별, 작전 계획 수립 등 간접적 지원을 단행해 왔지만, 후티를 겨냥한 직접적인 공습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미국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인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후티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취재진으로부터 미국이 사우디의 대후티 군사 작전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지 질문받자 "그럴 수도 있으며, 검토해 보겠다(We may. We're gonna look at it)"고 답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공격에 관한 보고를 받은 만큼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도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을 선택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공격에 후티가 정유 시설·수출항을 겨냥한 보복으로 맞설 시, 경제 불안으로 민심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릴 앨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P에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이미 많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분쟁 확대를 최대한 억제하려 했지만 이미 사태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