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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주 협력 불확실성에 러시아 핵 위협까지, EU ‘우주 독립’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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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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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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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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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력 불확실성·러 핵 위협에 방위 자립 시급
감시·통신망 자체 확보 위해 EU 15개국 공조
위성 개발부터 발사체 확보까지 역내 투자 확대

유럽연합(EU)이 군사용 우주 감시정보 확보부터 위성통신망 구축과 발사체 확충까지 독자 우주 역량 강화에 나섰다. 미국의 정책 변화로 우주 협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러시아의 핵 위협까지 겹치면서, 유사시 감시·통신망을 자체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막대한 개발 비용과 회원국 간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15개국은 우주 감시정보를 공동으로 확보하기로 했으며, EU 차원의 보안 위성통신망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별 중복 투자 우려가 제기되자 EU는 공동개발 사업에 재정을 지원해 각국의 방위 역량을 결집하는 데도 힘을 싣고 있다.

EU 15개국, 군사용 우주 감시정보 공동 확보

5일(이하 현지시간) 유럽방위기구(ED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EU 15개 회원국은 군사용 우주 감시정보를 공동으로 확보·공유하는 체계 구축에 합의했다. 참여국 군이 궤도상 물체와 우주 활동에 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해 위성 충돌과 운용 방해에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초기 사업 규모는 5,000만 유로(약 753억1,000만원)로 예상되며, 2029년 초 초기 운용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EU가 추진하는 2030년 방위태세 확립에 맞춰 우주 분야의 정보 공조 기반을 정비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공동 정보체계 구축을 서두르는 데는 회원국 간 우주 감시 역량의 격차가 작용했다. 현재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만 우주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 충분히 접근하고 있으며, 나머지 회원국은 미국이나 상업 서비스 제공업체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실정이다. 군의 위성 활용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정보 접근성의 차이는 위협을 식별하고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각국이 필요한 정보를 공동으로 확보해 활용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참여국이 동일한 상황 정보를 토대로 위험을 평가할 수 있게 되면, 연합작전 과정에서 위성 보호 조치를 조율할 여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각 회원국 수요 모아 우주 감시정보 협상력 강화

이를 뒷받침할 조달에는 각국의 수요를 취합해 구매 조건을 협상하는 공동구매 방식이 적용된다. EDA는 회원국 국방부와 EU 임무 수행 조직에 상용 위성통신을 공급해 온 ‘EU 위성통신 마켓(EU SatCom Market)’의 운영 경험을 이번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 위성통신 조달 과정에서 축적한 수요 조정과 계약 협상 경험을 우주 감시정보 확보에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장기 예산 약정 없이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도입해 참여국의 재정 부담도 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참여국은 공동구매로 협상력을 확보하면서도 자국의 이용 규모에 맞춰 지출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EDA는 올해 12월 공급업체 평가 조사를 마무리한 뒤 2027~2028년 회원국 간 사업 약정을 거쳐 기본계약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주 감시정보 확보와 함께 위협 발생 시 공동 대응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도 진행 중이다. EU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우주 공간의 적대적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 위협 대응체계(STRA)’를 강화하는 결정을 채택했다. 개편된 체계에는 위협 감시와 경보, 공동외교안보정책 수단을 활용한 즉각적인 대응 절차가 담겼다.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잠정 대응을 결정하고, 이사회가 늦어도 4주 안에 이를 승인·수정·철회하도록 규정한 방식이다. 특정 대상을 겨냥한 제재를 제안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으며, 대응 절차를 점검하는 훈련은 매년 실시할 예정이다.

표1. EU 군사용 우주 감시정보 공동 확보·대응체계 주요 내용

구분핵심 내용
참여국·사업 규모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EU 15개국 참여
초기 사업 규모 5,000만 유로 예상
추진 목적회원국 간 우주 감시정보 접근 격차 완화
궤도상 물체·우주 활동 정보 공유로 위성 충돌·운용 방해 대응 지원
조달·비용 부담각국 수요 취합해 공동구매 조건 협상
상용 위성통신 조달 사업 ‘EU SatCom Market’ 운영 경험 활용
장기 예산 약정 없이 사용량에 따라 비용 부담
추진 일정2026년 12월 공급업체 평가 조사 완료
2027~2028년 회원국 간 사업 약정 거쳐 기본계약 체결 추진
2029년 초 초기 운용 능력 확보 예정
공동 대응 절차별도로 우주 위협 대응체계(STRA) 강화
위협 감시·경보 및 공동외교안보정책 수단 통한 대응
긴급 시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잠정 대응 결정
제재·대응 훈련특정 대상 겨냥한 제재 제안 근거 마련
대응 절차 점검 훈련 매년 실시 예정
자료: 유럽방위기구(EDA), EU 이사회

미국발 불확실성에 커진 우주 자립 필요성

유럽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미국의 정책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우주 서비스 공백을 유럽 자체 역량으로 메우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결정에 핵심 기반시설의 운용이 좌우될 경우, 유럽의 안보 계획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파리 국제우주정상회의를 앞두고 백악관이 행사 의제가 유럽에 편향돼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미국 우주기업 4곳이 참석을 철회했다. 유럽 위성기업 유텔샛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바 베르네케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이 막판에 참석을 취소한 것이, 유럽에는 더 큰 주권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경종’이 됐다”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2031년 발사 예정인 유럽우주국(ESA)의 금성 탐사선 ‘엔비전’에 탑재할 장비를 더는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유럽과의 협력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EU는 위기 상황에서도 역내 정부와 군이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자체 보안 위성통신망 ‘아이리스²(IRIS²)’ 구축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IRIS²는 저궤도 위성 330기와 중궤도 위성 18기로 구성되며, 2029년부터 통신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ES·유텔샛·히스파사트가 참여하는 스페이스라이즈 컨소시엄과 유럽 제조업체들이 위성 및 지상 기반시설 구축을 맡기로 했다. 에어버스·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OHB 등 역내 기업들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보안통신 수요를 유럽 산업계의 생산·기술 기반 확충으로 연결할 여건도 마련됐다.

140㎞ 양자 신호 전송 성공, 위성 보안망 구축 진전

통신망 구축과 병행해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양자통신 기술의 실증도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탈레스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합작 우주기업인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 협력사들은 지난 5월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의 라팔마섬과 테네리페섬 사이에서 140㎞ 떨어진 두 지점을 연결하는 양자 신호 전송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정지궤도 위성에 탑재할 장비와 지상 수신체계를 모사한 시험장치를 활용해, 대기 난류를 통과한 단일 광자 신호를 수신 광섬유에 전달하는 성능을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양국의 지상 양자통신망을 연결하고 위성과 연동할 광학 지상국 4곳을 구축하는 ‘이베리안QCI’ 사업에도 착수했다. 해당 사업은 유럽 양자통신 인프라인 ‘유로QCI’의 일부로 추진되며, 국가별 보안망을 위성 구간과 연결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다.

위성과 보안 장비 개발이 진전되면서 이를 제때 궤도에 투입할 발사체 공급 확대도 시급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7일 아리안그룹이 대형 발사체 아리안6의 발사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ESA 역시 위성 배치 수요 증가에 따른 병목에 대비해 아리안6와 베가C의 연간 발사 횟수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SA는 발사 서비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신규 사업자 육성에도 나섰다. 지난 8월 ESA는 신규 발사 사업자 육성을 위해 독일 로켓팩토리아우크스부르크·이자르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인 PLD스페이스와 ‘유럽 발사체 챌린지’ 사업의 첫 계약을 체결했다. 참여 기업이 개발 단계별 목표를 달성하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역내 발사 서비스의 공급 능력을 확대하려는 조치다.

러시아 위협 속 유럽 방산 공조 구체화

유럽이 위성망 구축과 발사체 확충을 서두르는 데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과 함께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공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문서에서 발트해 연안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본토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칼리닌그라드의 접근로를 차단하는 행위를 자국 영토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겠다는 주장이다. 문서에는 충돌 초기부터 나토 회원국의 의사결정 거점을 타격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미국의 지원에 의존해 온 핵심 역량을 보강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유럽 각국이 방위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다만 각국의 방위 자원을 한데 모으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EU 내부에서는 각국의 전력 증강이 공동 방위에 보탬이 되도록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지난 3월 독일의 100억 유로 규모 독자 군사위성망 계획에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이 우려를 제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가별 위성망이 IRIS²와 연계되지 않으면 중복 투자와 기술 표준 분산으로 공동 방위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투자 분산을 줄이기 위해 EU는 개발 단계부터 회원국이 참여하는 공동 방위사업에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EU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우주·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드론 및 대드론·해양 및 해저 방위·동부 접경지역 보호 등 5개 분야 사업을 승인했다. 개별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개발 비용과 기술적 부담을 나누겠다는 취지다. 우주 분야에는 미사일 조기경보 위성과 정찰·감시 역량 확보가 포함됐으며, 방공 분야에서는 위협 탐지와 회원국 간 지휘체계 연계를 추진할 예정이다. 집행위원회는 이들 사업의 출범과 초기 배치를 지원할 예산으로 3억2,500만 유로(약 4,893억6,000만원)를 배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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