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휘티어항에 80년 만의 美 군함, 중·러 공동 초계 맞서 북극 방어 태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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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만 확충·항공 훈련 통해 알래스카 작전 기반 보강 중·러 공동 군사 활동 늘자 북쪽 접근로 감시 강화 나서 물류·자원 수송로 통제도 북극 안보 주요 변수로

미국이 알래스카를 중심으로 북극권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신예 구축함 테드 스티븐스함(USS Ted Stevens·DDG-128)이 알래스카에서 취역한 가운데, 항만 확충과 항공 전력 운용 훈련을 통해 역내 작전 기반도 다지는 모습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알래스카 인근에서 공동 군사 활동을 늘리자 북쪽 접근로의 감시·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북극항로를 활용한 물류·에너지 협력까지 확대되면서 중·러의 경제적 영향력과 항로 통제력도 미국의 안보 구상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테드 스티븐스함, 미사일 방어 전력에 합류
7일(이하 현지시간)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뉴스에 따르면, 미 해군의 최신예 알레이 버크급 플라이트 III(Flight III) 유도미사일 구축함 테드 스티븐스함이 3일 알래스카 휘티어항(Port of Whittier)에서 취역했다. 테드 스티븐스함은 잭 H. 루커스함(USS Jack H. Lucas·DDG-125)에 이은 두 번째 플라이트 III 함정으로, 이번 취역식에 앞서 휘티어항에 입항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 거점으로 조성된 휘티어항에 미 해군 구축함이 기항하는 것은 약 80년 만에 처음이다.
테드 스티븐스함의 핵심 장비는 대공·미사일 방어 레이더인 AN/SPY-6(V)1과 이지스 베이스라인 10 전투체계로,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에 동시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레이더가 표적을 탐지·추적하면 전투체계가 대량의 탐지 정보를 처리해 교전을 지원하는 구조다. 여러 유형의 위협이 한꺼번에 접근하는 상황에서도 대공 방어와 탄도미사일 방어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게 미 해군의 설명이다.
함내 전력 공급과 냉각 설비도 고성능 레이더와 전투체계의 운용에 맞춰 개편됐다. 테드 스티븐스함에 적용된 플라이트 III 설계에는 4,160볼트(V)전력망과 대당 출력 4메가와트(MW)의 가스터빈 발전기가 반영됐다. 고출력 레이더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도록 배전 체계를 갖추고, 공조 설비와 냉각수 공급 용량도 확대해 전자장비 가동에 따른 열을 처리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새 장비와 설비의 중량을 수용하기 위한 선체 구조 변경도 이뤄졌다. 테드 스티븐스함은 취역에 앞서 실제 폭약을 사용하는 함정 충격시험을 마쳤으며, 폭발 충격을 견디는 능력과 전투 환경에서의 작동 지속 여부를 검증받았다.
놈항 확장으로 북극 해상 작전 기반 확충
미군은 최신예 구축함 도입과 함께 항만 기반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알래스카 서부 해안의 놈항을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심수항으로 확장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미 육군 공병대가 지난해 8월 키위트 인프라스트럭처 웨스트와 3억9,940만 달러(약 5,341억6,000만원) 규모의 1A단계 공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 2일 착공식도 열렸다. 내년 봄 본격화할 공사는 항만 둑길을 약 366m 연장하고 183m 길이의 접안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선박이 정박하고 물자를 싣고 내릴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으로, 이후 항내 수심을 깊게 만드는 준설 공사가 별도 단계로 추진된다.
항만 확장의 핵심은 대형 선박이 직접 접안할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하는 데 있다. 현재 놈항 외항의 수심은 약 6.7m로, 흘수(물에 잠긴 부분의 깊이)가 5.5m를 넘는 선박은 안전하게 드나들기 어렵다. 후속 준설을 통해 수심 약 12.2m의 정박 수역을 조성하면 해안경비대 쇄빙선 등도 수용할 여건이 마련된다. 대형 선박의 접안과 하역이 가능해지는 만큼 북극 인근에서 활동하는 함정에 연료와 물자를 공급할 기반도 넓어지는 셈이다. 미 육군 공병대 역시 확장된 놈항이 연구·공공안전 활동을 지원하고 북극권 군사 활동의 거점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설명했다.
F-35A 54대 배치 이어 외부 거점 출격 훈련
항만 확충으로 해상 작전의 기반을 다지는 미군은 알래스카 상공을 담당할 항공 전력도 보강하고 있다. 미 공군은 2022년 4월 아일슨 공군기지에 F-35A 54대 배치를 완료해 2개 작전 비행대대를 갖췄다. 약 2년에 걸쳐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도입한 결과로, 알래스카에 상주하며 작전을 수행할 스텔스 전력을 확보한 것이다. 전투기 배치에 필요한 기반시설 정비도 병행됐다. 미 공군은 같은 해 5월 마지막 기체 도입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F-35A 배치 사업의 완료를 공식화했다.
상주 전력을 갖춘 뒤에는 여러 거점에서 전투기를 운용하는 능력을 다지는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 실시된 ‘트로픽 툰드라 26(Tropic Tundra 26)’에서는 제3비행단과 제673기지비행단 인력이 알래스카 남부 코디액섬의 해안경비대 항공기지에 전개해 F-22 운용에 필요한 현장 지원체계를 꾸렸다. 이를 토대로 같은 달 13일 F-22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경계 대응 훈련에 맞춰 출격하면서, 외부 거점에서도 경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점검했다. 같은 기간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는 적의 공격으로 비행장 시설이 파손되는 상황에 대비한 복구 훈련도 진행됐다. 손상된 시설을 신속히 복구해 항공기 출격을 재개하는 절차를 점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전개한 항공기에 연료와 물자를 공급하는 군종 간 협력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5월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코디액 메이스(Kodiak Mace)’ 훈련에는 해병대 공중급유수송기와 육군 헬기가 함께 참여했다. 같은 달 14일에는 해병대 제152공중급유수송비행대대 소속 KC-130J가 육군 제1-52항공대대의 UH-60 블랙호크에 연료를 공급하며 상호 지원 절차를 숙달했다. 다음 날인 15일에는 KC-130J가 알래스카 최대 도시이자 물류·군사 요충지인 앵커리지 일대에서 화물을 공중 투하하는 훈련도 진행됐다. 해병대와 다른 군종이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호흡을 맞추며 공동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는 훈련이라는 게 미군의 설명이다.

알래스카 인근 중·러 군사 활동에 美 경계 고조
전문가들은 미군의 알래스카 전력 강화에 중·러의 군사적 접근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도 중·러는 알래스카 인근까지 공동 순찰 범위를 넓히며 미국의 대응을 끌어낸 바 있다. 2023년 8월 양국 함정 11척이 알래스카 주 알류샨열도(Aleutian Islands) 인근에 접근하자 미 해군은 구축함 4척과 P-8 해상초계기를 투입해 동향을 추적했다. 중·러 함대의 알래스카 인근 접근은 미국 내 방어 전력 보강 요구로 이어졌다. 알래스카를 지역구로 둔 리사 머카우스키·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당시 공동성명을 내고 역내 군사 역량 확충에 필요한 예산과 자원 확보를 촉구했다. 미국 본토에 가까운 해역에서 중·러 함대가 집단으로 움직이면서 북방 감시와 대응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구체화한 것이다.
중·러의 공동 활동은 해상과 공중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다. 2024년 7월에는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와 중국 H-6 폭격기 2대가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와 미국·캐나다 전투기가 대응 출격했다. 당시 폭격기들은 국제공역에서 비행했으며 미국이나 캐나다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중국과 러시아 해안경비대 선박 4척이 알래스카와 러시아 극동 사이에 있는 베링해에서 대형을 이뤄 항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미 국방부가 2024년 북극전략에서 중·러 협력 확대를 주요 안보 변수로 지목하고 감시·통신 능력과 동맹국 간 공조 강화를 제시한 것도 북쪽 접근로의 변화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러, 군사 공조에 항로 운영까지 손잡아
미국이 경계하는 것은 중·러의 군사적 접근에 항로 운영을 둘러싼 협력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 북부 연안을 지나는 북방항로(NSR)는 러시아가 통항 허가와 쇄빙선 지원 체계를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이 체계를 활용해 유럽으로 향하는 자국 선박의 운항을 늘리는 중이다. 올해 8월에도 중국 선박 7척이 북방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운항 허가를 받았다. 미국으로서는 자국이 운영에 관여하기 어려운 항로에서 중·러의 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을 마주한 것이다.
미국의 견제와 중·러의 협력이 맞물린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 간 물류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해상 운송로다. 지난해 10월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리지호는 중국에서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을 싣고 북극항로를 거쳐 20일 만에 영국 펠릭스토항에 도착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칭다오에서 출항한 두바이 타워호가 같은 항구까지 24일 만에 운항을 마쳤다. 운송 기간을 줄일 수 있는 항로가 상업 운항에 활용되면서 중국은 유럽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고, 러시아는 자국 연안의 항행 지원체계를 통해 국제 물류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여지를 확보했다. 미국의 북극 대응 역시 두 나라가 쌓아가는 상업적 기반과 그에 따른 영향력 확대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극 자원에 손잡은 중·러, 美 접근권까지 압박
중·러가 북극항로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데는 북극권에서 생산한 에너지 자원을 중국으로 실어 나르려는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08년 평가에서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약 13%, 천연가스의 30%가 북극권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러시아 야말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투자하며 북극권 자원 개발과 수송에 참여해 왔다. 이러한 협력은 개발 자금과 수출 시장을 확보하려는 러시아와 생산 단계부터 참여해 에너지 공급망을 넓히려는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 국방부도 2024년 북극전략을 공개하면서 러시아의 북극 에너지 사업에 대한 중국의 자금 지원과 양국의 군사 협력 확대를 함께 지목했다. 자원 개발 투자와 생산된 자원의 해상 수송, 주변 해역의 군사 활동이 맞물리는 만큼 미국의 견제 대상도 중·러 협력 전반에 걸쳐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특히 러시아가 북극에 구축한 기반시설을 활용해 다른 나라의 항로 이용까지 제약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24년 북극전략에서 러시아가 북방항로를 지나는 외국 선박에 과도한 요건을 부과하고, 자국 규정을 따르지 않는 선박에는 무력 사용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북극 전력이 미국의 유럽·인도태평양 전력 투입과 위기 대응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명시했다. 항로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력이 커질 경우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적 운신 폭까지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