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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쇄빙선 ‘러브콜’ 받은 중국, 韓 발 묶인 시장 中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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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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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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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서방 제재로 러시아 조선업 기술·장비 공급 차질
북극항로용 선박 확보 위해 중국과 공동 건조 협의
종전 후 재진입 기대한 한국 조선업계에 경쟁 변수

러시아가 북극항로에 투입할 선박을 중국과 공동 건조하고, 자국 조선소에 중국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방 제재로 한국 조선사와의 협력이 중단된 가운데 중국을 새로운 조선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다. 중국도 극지 운항 경험을 쌓으며 러시아와 북극항로용 선대 확보에 나서고 있어 양국의 조선 협력은 한층 긴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북극 내빙선 공동 건조에 중국 참여 타진

12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 겸 해사위원회 의장은 지난 8일 상하이 와이가오차오 조선소를 방문해 경영진과 양국 조선업체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국영 중국선박그룹(CSSC) 산하인 이 조선소는 중국의 주요 대형 선박 건조 거점 중 하나다. 파트루셰프 보좌관이 제시한 구상은 러시아 조선소에서 북극 운항용 내빙선 여러 척을 중국과 함께 건조하는 방식이다. 건조 대상에는 중국의 북극 해상운송에 투입할 선박도 포함됐으며, 중국이 자체적으로 내빙 상선대를 확보하는 방안 역시 거론됐다. 그는 러시아가 추진 중인 북극횡단 운송회랑 사업을 소개하면서 이 항로를 이용할 중국 선박의 공동 건조 가능성을 언급했다.

선박 공동 건조와 함께 설계·연구 부문의 협력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파트루셰프 보좌관은 와이가오차오 조선소 경영진과 만나 중국 조선소의 설계 부서와 러시아 조선업체의 설계국 간 기술 교류 가능성을 검토했다. 양국 설계 조직이 보유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공유하는 구상으로, 러시아의 조선 연구기관을 통한 협력도 제안에 담겼다. 이후 베이징에서 열린 커지신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부장과의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신규 조선 시설에 중국 업체가 기술 협력사와 장비 공급업체로 참여하는 방안이 다뤄졌다. 양측은 조선 분야의 과학기술 협력과 해양 분야 공동 기초·응용 연구, 선박 건조에 최신 정보기술을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2030년까지 북극항로 쇄빙선 17척 확보 추진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 논의와 함께 북극항로에 투입할 자체 쇄빙선단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은 2030년까지 북극항로 운항을 지원할 쇄빙선을 17척으로 늘리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 건조 작업도 진행돼 지난 8월에는 발트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원자력 쇄빙선 레닌그라드호에 RITM-200 원자로 2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레닌그라드호는 러시아의 차세대 원자력 쇄빙선 건조 사업인 ‘프로젝트 22220’에 속하는 선박으로, 길이 173m, 폭 34m에 최대 3m 두께의 얼음을 깨며 운항하도록 설계됐다. 같은 계열의 아르크티카·시비르·우랄·야쿠티아호 등 4척은 이미 북극항로에서 화물선 호송 임무를 수행 중이다. 여기에 2030년 취역을 목표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자력 쇄빙선 로시야호도 추가될 예정이다. 로시야호는 원자로 2기로 총 120메가와트(MW)의 추진 출력을 내며, 최대 4.3m 두께의 얼음을 깨고 폭 50m의 수로를 확보하는 사양을 갖췄다.

이들 쇄빙선이 확보한 뱃길은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달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가 북극에서 해상으로 수출한 원유의 누적 수출액은 188억 달러(약 25조2,540억원)로 추산됐다. 운송은 내빙 유조선이 북극의 원유 터미널에서 화물을 싣고 부유식 저장·하역설비(FSO)로 이동하면, 일반 유조선이 이를 넘겨받아 국제시장으로 운반하는 식이다. 이 기간 움바호와 콜라호 등 저장선 2척을 거친 물량은 러시아의 북극 해상 원유 수출량 중 약 53%를 차지했다. 인근 무르만스크의 선박 간 환적 정박지까지 합치면 세 거점의 처리 비중은 77%, 금액으로는 145억 달러(약 19조4,940억원)에 달한다. 원자력 쇄빙선은 이 과정에서 얼음에 막힌 항로를 열고 유조선의 통항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CSIS 연구진은 2022년 2월 이후 제재 대상인 ‘그림자 선단’ 유조선이 러시아 원자력 쇄빙선의 호송을 6시간 이상 받은 사례를 110건 확인했다.

표1. 러시아 북극 쇄빙선단 확충과 원유 수출 지원

구분규모·사양주요 내용
쇄빙선단 확충2030년까지 17척로사톰, 북극항로 운항 지원용 쇄빙선 확대 계획
레닌그라드호길이 173m·폭 34m
최대 쇄빙 두께 3m
프로젝트 22220 소속 원자력 쇄빙선
지난 8월 RITM-200 원자로 2기 설치
운항 중인 동급 선박아르크티카·시비르·우랄·야쿠티아호 등 4척북극항로 화물선 호송 임무 수행
로시야호추진 출력 120MW
최대 쇄빙 두께 4.3m
확보 수로 폭 50m
원자로 2기 탑재 초대형 쇄빙선
2030년 취역 목표
북극 원유 수출누적 수출액 188억 달러2022년 2월 이후 집계
내빙 유조선 → 저장·하역설비 → 일반 유조선 → 국제시장 운송
주요 환적 거점3개 거점 처리 비중 77%
수출액 145억 달러
저장선 움바·콜라호 처리 비중 53%
무르만스크 선박 간 환적 정박지 포함 시 77%
그림자 선단 호송6시간 이상 호송 사례 110건CSIS, 2022년 2월 이후 제재 대상 유조선의 러시아 원자력 쇄빙선 호송 사례 확인
자료: 로사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자국 건조 쇄빙선으로 북극 탐사 확대

러시아와 북극항로 협력을 추진하는 중국도 자국에서 건조한 쇄빙선을 앞세워 극지 운항 경험을 쌓고 있다. 대표적인 선박이 2019년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인도된 쉐룽2호다. 중국 최초의 자국 건조 극지 쇄빙선으로, 중국선박그룹 산하 중국선박해양공정설계연구원과 핀란드 아커아틱이 공동 설계하고 중국 극지연구소가 운용을 맡았다. 쉐룽2호는 2023년 중국의 제13차 북극해 과학탐사에 투입돼 78일간 1만5,500해리 이상을 항해하며 북극점 일대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했다. 2024년 7월에는 칭다오를 출발해 베링해를 거쳐 북극해에 진입한 뒤 러시아 북서부 무르만스크까지 항해했다. 같은 해 여름 지디호와 중산다쉐지디호도 북극으로 향하면서 중국은 선박 3척을 동시에 투입해 극지 조사에 나섰다. 당시 쉐룽2호가 북극해를 가로질러 러시아 항만에 기항하는 동안 다른 선박들은 축치해 등 주변 해역에서 항해와 탐사를 이어갔다.

이후 선박 투입이 늘면서 조사 해역과 임무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8월 미국 해안경비대가 알래스카 인근 북극 해역에서 확인한 중국 조사선은 쉐룽2호·지디호·중산다쉐지디호·선하이1호·탄쒀3호 등 5척으로, 쇄빙선과 심해 탐사용 조사선이 함께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중국 자연자원부가 조직한 제16차 북극해 조사에도 쉐룽호·쉐룽2호·지디호·탄쒀3호 등 4척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쉐룽호와 쉐룽2호는 축치해 해대와 캐나다 분지, 북극해 중앙부에서 해양환경 조사를 수행한 뒤 지난달 30일 상하이로 귀환했다. 중국이 개발한 무인 빙상 관측소와 해양 관측 부표 등을 현지에서 시험하는 작업도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북극항로로 유럽 수출길 넓히는 중국

북극 해역에서의 탐사 활동과 함께 중국발 화물을 유럽으로 보내는 상업 운송도 진행됐다. 지난해 9월 23일 중국 닝보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릿지호는 북극항로를 거쳐 20일 만인 10월 13일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도착했다. 약 2만5,000톤의 화물을 실은 이 배의 주요 운송 품목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태양광 관련 제품 등이었다. 같은 해 10월 1일 북극항로에 진입한 뒤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를 이용했다. 선장 중더성에 따르면 이번 운항을 위한 준비는 출항 3년 전부터 진행됐다. 선박이 영국에 도착한 다음 날에는 중·러 북극항로 협력 분과위원회가 열려 물류·기술 협력과 기반시설 개발을 담은 실행계획을 승인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한 상업 운송에 나선 중국은 화물과 여객을 함께 실을 핵추진 쇄빙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선박그룹 산하 선박설계연구기관은 지난해 12월 계절별 화물 운송과 극지 관광에 활용할 다목적 쇄빙선의 개념설계를 공개했다. 길이 약 165m, 폭 30m, 배수량 약 3만톤 규모로, 최대 250명과 20피트 표준 컨테이너 300개를 수용하는 구상이다. 화물칸은 대형·비규격 화물에 맞춰 적재 공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쇄빙 성능은 두께 2.5m의 얼음을 시속 3.7㎞로 통과하는 수준을 목표로 잡았다. 동력원으로는 용융염 원자로를 채택하고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기술을 결합할 계획이다. 이 개념설계는 이탈리아 선급 리나(RINA)의 기본승인(AiP)을 받았다. 승인 과정에서는 얼음 하중에 대한 선체의 내구성과 쇄빙 성능, 극지 환경에서의 추진체계 구현 가능성 등이 검토됐다.

러시아 쇄빙 상선 시장, 중국 선점 가능성 부상

러시아가 중국에 협력을 요청한 쇄빙 상선 분야는 한국 조선업계도 일찌감치 진출해 건조 실적을 쌓아온 시장이다. 삼성중공업은 2005년 러시아 국영 해운사 소브콤플로트로부터 쇄빙 유조선 3척을 수주했고,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까지 쇄빙 LNG 운반선 15척을 인도했다. 러시아 현지 조선소에 선박 블록과 기자재를 공급하는 사업도 뒤따랐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러 제재로 계약 이행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6월 계약 해지를 공시한 즈베즈다 조선소 관련 물량은 쇄빙 LNG 운반선 10척과 셔틀탱커 7척으로, 총 4조8,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한국 조선사로서는 종전 이후 제재가 완화되면 기존 건조 실적과 현지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수주를 추진할 수 있는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러시아 조선업 진출은 한국 업체들의 사업 재개 구상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 조선사들이 사업 재개를 기다리는 러시아 시장에서 신규 물량을 확보할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는 지난 9일 러시아가 해외에 Arc7급 쇄빙 LNG 운반선을 발주할 경우 중국 조선소가 가장 유력한 공급처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양국 기업은 이미 북극항로용 선박 확보를 위한 공동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중국 뉴뉴쉬핑과 러시아 로사톰은 2024년 말 중국에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지난달에는 4,800TEU급 Arc7 내빙 컨테이너선 5척의 건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가 중국 조선업계에 선박 공동 건조와 신규 조선시설의 기술·장비 공급을 요청하면서 협력 논의가 생산 부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간 선대 확보 사업과 정부 차원의 조선 협력이 맞물리는 만큼, 중국이 러시아의 신규 발주 물량을 먼저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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