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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로 버티는 中, 방어벽 높이는 EU” 양국 간 통상 갈등 격화, ‘유럽판 301조’ 등 강경 대응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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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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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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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中 무역 갈등 심화, 화학제품 분야까지 번져
독일·프랑스, 美 벤치마킹해 '유럽판 301조' 도입 촉구
中 '밀어내기 수출'에 유럽 충격 누적, 산업 경쟁력까지 비상

중국이 유럽연합(EU)산 화학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EU가 최근 중국산 화학제품을 대상으로 잇달아 무역구제 조치를 내놓자, 중국 역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러한 양국의 통상 갈등이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대중 무역적자와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유럽의 경계심도 커지면서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는 탓이다.

EU-中, 무역구제 조치 주고받아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중국 상무부는 EU에서 수입되는 파라-나이트로톨루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p-나이트로톨루엔으로도 불리는 파라-나이트로톨루엔은 염료와 의약품, 농약 생산에 사용되는 화학 중간체다. 상무부는 이번 조사가 중국 파라-나이트로톨루엔 생산업체의 제소로 시작됐으며, EU산 제품이 덤핑 가격으로 수입돼 중국 생산업체에 피해를 줬다는 예비 증거가 조사 근거라고 설명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2~2025년 EU산 파라-나이트로톨루엔의 가격은 누적 60%가량 하락한 상태다. 상무부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덤핑 행위를 대상으로 하며, 내년 10월 중 종료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최근 EU가 내놓은 무역구제 조치의 맞대응 성격을 띠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중국산 제품이 포함된 화학제품을 대상으로 3건의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조사 대상은 폴리염화비닐(PVC), 아세틸살리실산, 셀룰로스 에테르 등이다. 구체적으로 집행위는 지난달 23일 중국·한국·멕시코·대만산 일부 PVC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중국산 아세틸살리실산에 대한 조사를 각각 개시했고, 이어 24일에는 중국·한국산 셀룰로스 에테르를 대상으로 별도의 조사를 시작했다. EU 측은 해당 제품들이 역내 시장에 덤핑 가격으로 유입돼 유럽 생산업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업계의 제소를 조사 근거로 삼았다.

양국의 관세 전쟁

이처럼 EU와 중국이 무역 제재를 주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례로 2023년 9월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저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보조금 조사 방침을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대한 직권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이후 EU는 2024년 7월 잠정 상계관세를 도입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조사를 마무리하고 5년간의 확정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최종 관세율은 BYD 17.0%, 지리자동차 18.8%, 상하이자동차(SAIC) 35.3% 등이었으며, 테슬라의 중국산 차량에는 7.8%가 적용됐다. 이는 기존 EU의 자동차 관세 10%와 별도로 부과되는 세율이다.

중국은 맞불을 놓듯 EU산 제품을 대상으로 무역구제 조사를 확대했다. 중국 상무부는 2024년 1월 프랑스 코냑을 비롯한 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6월에는 EU산 돼지고기와 돼지 부산물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으며, 8월에는 치즈·크림 등 일부 EU산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도 개시했다. 이후 중국은 2024년 10월 EU산 브랜디에 30.6~39.0%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임시 반덤핑 조치를 도입했고, 지난해 7월 최종 판정을 내리며 반덤핑 조치를 확정했다. EU산 돼지고기 역시 지난해 9월 15.6~62.4%의 임시 반덤핑 조치가 적용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최종적으로 4.9~19.8%의 반덤핑세 부과가 결정됐다. EU산 일부 유제품 역시 지난 2월 반보조금 조사 마무리를 기점으로 7.4~11.7%의 상계관세를 5년간 부과받게 됐다.

정부조달 시장서도 정면충돌

EU와 중국의 무역 갈등은 정부조달 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집행위는 지난 2024년 4월 중국 의료기기 공공조달 시장에 대한 직권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중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의료기기 입찰 과정에서 자국산 제품 구매를 유도하거나, 수입 제품에 불리한 조건을 부과하는 관행을 일삼아 유럽 기업들의 시장 접근이 제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집행위가 지난해 1월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중국 의료기기 공공조달 사업의 약 87%에서 수입산 의료기기를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조건이 확인됐다. EU는 중국과 관련 사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지만 시장 개방을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지난해 6월 실제 제한 조치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계약금액이 500만 유로(약 75억4,000만원) 이상인 EU 의료기기 공공조달 사업에서는 중국 기업의 입찰 참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됐으며, 중국 기업이 아닌 업체가 계약을 따냈을 시에도 계약에 포함되는 중국산 의료기기의 비중은 전체 계약 금액의 50%를 넘을 수 없게 됐다.

이에 중국 재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예산액 4,500만 위안(약 90억원) 이상인 의료기기 정부조달 사업에서 EU 기업의 참여를 막으며 맞불을 놨다. EU 기업은 제품의 원산지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 입찰에서 배제되며, 비EU 기업이 입찰할 시에도 EU에서 수입한 의료기기가 계약 금액에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유럽계 기업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조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이 EU산밖에 없는 경우에도 예외가 적용됐다. 중국 상무부는 이 조치를 EU의 의료기기 조달 제한에 대응한 '대등한 제한 조치'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했다.

표1. EU-중국 무역 갈등의 주요 전선

분야EU 조치중국 대응
화학제품중국산 폴리염화비닐·아세틸살리실산·셀룰로스 에테르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EU산 파라-나이트로톨루엔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
자동차·농축산물중국산 전기차에 확정 상계관세 부과EU산 브랜디·돼지고기·유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의료기기 조달일정 규모 이상 공공조달에서 중국 기업의 입찰 및 중국산 제품 비중 제한EU 기업의 대형 정부조달 참여 및 유럽산 제품 비중 제한
통상 제도프랑스·독일, 구조적 불공정 무역 관행에 신속히 대응하는 ‘유럽판 무역법 301조’ 도입 제안일방주의·보호주의적 조치라며 반발
자료: EU 집행위원회, 중국 상무부·재정부

유럽서 강경 대응 필요성 제기

양국 간 통상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의 대중국 견제 수위는 최근 들어 한층 높아지는 추세다. 일례로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5일 중국의 저가 수출 확대와 공급망 의존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비공식 문건(non-paper)을 공개하고, 집행위에 기존 무역구제 제도보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역외국의 단일 시장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문건은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중국산 제품의 공급 과잉과 핵심 원자재·부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주요 문제로 상정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논의 중인 제도는 미국 무역법 301조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외국 정부의 불공정·차별적 무역 관행을 조사한 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세 부과, 시장 접근 제한 등의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프랑스와 독일이 구상하는 이른바 ‘유럽판 301조’ 역시 특정 제품에 대한 반덤핑·반보조금 조사를 개별적으로 거치기보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시장 폐쇄성 등 보다 광범위한 구조적 문제를 근거로 EU 차원의 대응 조치를 신속하게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중국 측은 이러한 구상이 일방주의적·보호주의적 조치이며, 중국-EU 교역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중국發 경제 충격 막대

이처럼 양측의 통상 충돌이 격화한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수출 의존 심화가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계 자산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되고 디플레이션 압력까지 장기화하자, 중국 정부는 제조업 생산과 수출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세를 떠받치는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30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수출액은 2조9,200억 달러(약 3,920조원)를 기록했다. 이러한 증가세가 이어지면 연간 수출 규모는 4조4,800억 달러(약 6,020조원)로 2019년 대비 80%가량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중국의 수출 전략은 유럽에 있어 '직격탄'이 됐다. 유럽통계청(Eurostat)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EU는 중국에 1,996억 유로(약 300조원) 규모 상품을 수출하고, 중국으로부터는 5,594억 유로(약 840조원)어치를 수입했다. 총 3,598억 유로(약 540조원)의 무역 적자를 낸 셈이다. 여기에 유럽 제조업의 시장 점유율 및 생산 기반 역시 나날이 약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지난달 분석에서 중국 제조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EU가 입은 경제적 손실이 지난해 역내총생산(GDP)의 0.7%에 해당하는 1,500억 달러(약 201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첨단 제조업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EU 기업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기존의 개별 반덤핑·반보조금 조치만으로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결국 유럽도 미국처럼 '강대강'으로 부딪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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