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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의 고금리에도 엔저” ‘금리·부채 악순환’에 갇힌 일본, 엔저 못 잡고 이자 부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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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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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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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긴축 지속, 일본 금리 인상의 엔화 방어 효과 제한
엔화 방어 위한 긴축 여력 제약, 막대한 나랏빚 이자 비용 부담
재정적자 지속에 국채 공급 증가 우려, 금리·부채 악순환 위험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도 엔저와 이자 부담에 동시에 짓눌리고 있다. 미국의 긴축으로 양국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엔화 방어 효과는 제한됐고, 불어난 국가채무는 추가 인상의 부담을 키우는 형국이다. 여기에 정부의 지출 확대와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축소까지 맞물려 시장이 떠안아야 할 국채 물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에 해외 투자 자금의 일본 복귀마저 지연되면서, 늘어나는 국채를 소화할 매수세 확보도 과제로 남았다.

日 금리 인상에도 더딘 해외 자금 유턴

2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자산운용업계 분석을 인용해 일본 금리의 최종 도달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자금의 빠른 회수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일본이 장기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끝내고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해외로 유출됐던 막대한 엔화 자금이 국내로 대거 유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금리 수준과 추가 인상 경로의 불확실성이 겹치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선뜻 대규모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서지 못하는 양상이다.

추가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우려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의 급격한 청산 공포를 완화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그간 전문가들은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수조 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 자금이 한꺼번에 본국으로 회수될 경우 글로벌 채권 및 주식 시장이 유동성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자금 회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접적 충격은 일단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국채 매입 축소 일정이 구체화돼야 자금 흐름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저 지속에 긴축 압박

해외 자금의 본국 회수가 지연되는 가운데 엔화 약세까지 이어지면서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 부담도 커지고 있다. 통상 금리 인상은 자국 통화로 운용하는 자산의 수익률을 높여 해당 통화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일본은행도 이달 18일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올리며 긴축을 이어갔다. 지난 6월 이후 불과 3개월 만의 추가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인상 당일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장중 최대 1.3% 하락했고, 환율은 달러당 158엔(약 1,363원)까지 상승했다.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 없이 지난 25일 달러당 159엔(약 1,372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달 초 나타났던 엔화 강세가 상당 부분 되돌려지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통화 가치 회복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금리를 올린 뒤에도 엔저가 이어지자 일본 당국은 추가 인상 폭과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을 함께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정부의 내년도 예산 추계에는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비용 증가가 반영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내년 4월 시작하는 2027회계연도 국채 원리금 상환 비용을 전년보다 약 17% 늘어난 36조6,400억 엔(약 316조3,500억원)으로 예상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높은 금리로 차환할수록 재정 부담도 누적될 전망이다. 이러한 부담은 대출을 이용하는 가계와 기업에도 순차적으로 전해질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의 적용 금리가 오르거나 기존 대출을 더 높은 금리로 연장하면 매달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자 부담이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는 데는 일본은행의 남은 인상 폭이 중요한 변수다. 로이터가 이달 1~8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최종금리 전망을 묻는 추가 문항에 답한 경제 전문가 54명의 절반이 연 1.75%를 제시했다. 현행 1.25%에서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인상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종금리를 2% 이상으로 예상한 비중도 지난 7월 23%에서 8월 36%, 이달 40%로 높아지면서 추가 인상 폭을 더 크게 보는 응답이 늘었다.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약 62%가 내년 2분기 말까지 기준금리가 최소 1.7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해, 전달 조사보다 시기가 3개월 앞당겨졌다. 내년 상반기 중 2%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쿠라이 마코토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지난 24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연내 1.5%로 인상한 뒤 내년 1분기 1.75%, 6월께 2%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표1. 미·일 동반 긴축과 엔화 약세의 주요 변수

구분핵심 내용영향
현재 기준금리 차미국과 일본이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으나 양국의 기준금리 차는 2.5~2.75%포인트로 유지일본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매수 유인이 크게 늘지 않음
달러 자산 수익률미국 10년물 국채금리, 23일 연 5.13%로 상승하며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 기록달러 자산의 수익률 우위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
연말 금리 전망미국 연 4~4.25%, 일본 연 1.5% 전망. 미국이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면 금리 차는 현재 수준 유지일본의 추가 인상에 따른 엔화 방어 효과 제한 가능성
차입 비용미국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24일 연 7.03% 기록양국의 긴축 병행 시 정부·기업의 차환 비용과 가계의 신규 대출 이자 부담 확대 우려
자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본은행(BOJ), 월스트리트저널(WSJ), 프레디맥 등

미·일 동반 긴축, 엔화 매수 유인 부족

이처럼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주요 원인으로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미·일 금리 차가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긴축을 재개하면서 일본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격차 축소 효과가 상쇄된 탓이다. 연준은 일본은행의 인상 이틀 전인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여 연 3.75~4%로 조정했다. 양국이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린 결과 기준금리 차는 2.5~2.75%포인트로 유지된 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긴축 전망을 반영해 국채금리까지 오르면서 달러 자산의 수익률도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3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0.17%포인트 상승한 연 5.13%를 기록해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 금리 상승에도 달러 자산의 수익률 우위가 유지되면서 엔화 매수 유인이 충분히 커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후속 인상 전망은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연준이 이달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4~4.25%에 이를 것으로 제시돼,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반영됐다. 일본은행이 앞서 제시된 전망대로 연말 금리를 1.5%로 높여도 미국이 같은 기간 0.25%포인트를 추가 인상하면 양국의 기준금리 차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 경우 일본은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금리 격차 축소를 통한 엔화 방어 효과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금리 차가 유지된 채 양국의 차입 비용만 함께 높아질 우려도 상존한다. 실제로 일본의 추가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국채금리 상승에 연동해 지난 24일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7.03%까지 올랐다. 양국의 긴축이 병행되는 동안 정부와 기업의 차환 비용, 신규 대출을 받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함께 늘어날 가능성까지 커진 것이다.

日 금리 인상 부담 확대, 재정적자 축소 시급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커질수록 일본이 엔화 방어에 투입할 수 있는 정책 여력도 줄어든다. 일본이 미국과의 금리 차를 좁히기 위해 인상 속도를 높이려면 누적된 국가채무의 이자 비용부터 감당해야 해서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께 일본 정부 부채의 실효금리가 명목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웃돌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효금리는 정부가 전체 부채에 실제로 부담하는 평균 이자율로, 연구소는 2040년에는 성장률과의 격차가 약 2%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조건에서 이자 지출을 제외한 재정수지마저 적자를 이어갈 경우 경제 규모에 비해 부채가 더 빠르게 늘어날 위험이 커진다. 늘어난 이자를 지급하려고 다시 국채를 발행하면서 부채와 이자 지출이 서로를 불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이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재정적자를 줄여 추가 차입부터 억제해야 한다. 이자 낼 돈까지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는 방식은 당장의 지출을 감당하는 대신 미래의 원리금 부담을 키우는 선택이다. 금리까지 오르면 이자 지출이 예산에서 차지하는 몫이 커져,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지 않고는 적자를 줄이기 어렵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선 이자 외 지출을 세입에 맞추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실효금리가 명목 성장률을 웃돌 때는 기초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진다. 세입에서 이자 외 지출을 빼고도 흑자를 남겨 이자 일부를 감당해야 부채 비율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처럼 부채가 많이 쌓인 국가는 금리와 성장률의 격차가 조금만 벌어져도 이를 메우는 데 필요한 재정 흑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재정 조정이 늦어지는 동안 부채가 더 불어나면 향후 지출 삭감과 증세 부담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日 재정적자 지속에 국채금리 상승 압력 확대

다만 재정적자 축소를 서두르기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추진하는 지출 확대의 규모가 상당하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4일 집계한 2027회계연도 각 부처의 예산 요구액은 143조1,000억 엔(약 1,234조9,530억원)으로, 코로나19 대응 당시의 지출 규모에 육박했다. 여기엔 추경으로 편성하던 사업을 본예산에 반영하는 편성 방식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를 감안해도 2025회계연도 추경과 2026회계연도 본예산을 합친 140조6,100억 엔(약 1,213조4,650억원)보다 2조4,900억 엔(약 21조5,750억원) 많은 수준이다. 특히 다카이치 정부가 요구액 상한 없이 신설한 특별투자 항목에 12조 엔(약 103조5,700억원)이 몰리면서 예산 심사 과정의 삭감 부담도 커졌다. 게다가 방위비 등 금액을 확정하지 않고 제출한 사업까지 반영될 경우 지출 요구가 추가로 늘어날 여지도 남아 있다. 최종 편성 과정에서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확충하지 못하면 부족한 재원을 다시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할 처지다.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은 일본은행의 매입 축소와 맞물려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 결정한 계획에 따라 내년 1분기까지 월간 국채 매입 예정액을 분기마다 2,000억 엔(약 1조7,260억원)씩 줄이기로 했다. 내년 4월부터는 월 2조 엔(약 17조2,600억원) 안팎으로 매입 규모를 유지하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보유 국채를 모두 재투자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잔액은 계속 감소하고, 정부가 만기 상환을 위해 발행하는 차환 물량을 민간이 더 많이 소화해야 하는 부담도 남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충당할 신규 국채까지 발행되면 은행·보험사 등 민간 투자자의 매수 수요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충분한 매수세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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