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원조 끊겠다는 트럼프, 중동 부담 덜고 중국·북극에 힘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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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산 원유 의존도 하락으로 군사 개입 유인 약화 원조 중단·자체 무장 유도해 역내 안보 책임 분담 중국 억제·북극 항로 확보 위한 자원 재배분 구상

미국이 중동 동맹국의 안보를 지원해 온 방식에 변화를 예고했다. 이스라엘에 매년 제공하던 군사원조를 중단하고, 역내 국가들이 자체 재원으로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방어 역량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를 통해 중동의 방위 부담을 현지 국가들에 나누고, 미국은 중국 견제와 북극 항로·자원 확보에 필요한 전력과 예산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자리 잡은 미국에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 하락도 군사 개입의 범위를 좁힐 근거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이스라엘 군사원조 중단 선언
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연간 40억 달러(약 5조3,520억원)의 군사원조를 올해 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수개월 전 지원 중단에 합의했다고 설명하며, 내년부터 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조 종료 이후에도 미국산 무기의 대이스라엘 판매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단 대상에 포함될 구체적인 지원 항목과 집행 절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원조는 1970년대 대규모 긴급 지원을 거쳐 1990년대 말부터 10년 단위의 장기 지원 체계를 갖췄다. 미 의회조사국(CRS) 자료를 보면,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의회가 승인한 긴급 군사지원 규모는 22억 달러(약 2조9,430억원)로, 이듬해 무상원조와 군사차관으로 나눠 배정됐다. 이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체결한 첫 10년 양해각서(MOU)에는 1999~2008회계연도 지원 계획과 함께 경제원조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군사원조를 확대하는 일정이 담겼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7년 두 번째 MOU를 체결해 2009~2018회계연도 군사원조 총액을 300억 달러(약 40조1,400억원)로 정했다.
현재 군사원조의 토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체결한 세 번째 MOU다. 2019~2028회계연도에 총 380억 달러(약 50조8,44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연간 약정액은 38억 달러(약 5조84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매년 33억 달러(약 4조4,150억원)는 무기·군사장비 구매 등을 위한 대외군사금융 지원에, 5억 달러(약 6,690억원)는 미사일 방어 사업에 각각 배정하는 방식이다. 지원 종료 시점은 2028년 9월로 정해져 있으며, 실제 연도별 예산은 미 의회의 세출 입법을 거쳐 편성돼 왔다.
군사원조 줄이고 동맹국 자력 방위 유도
장기 원조 약정의 조기 종료 방침은 중동 안보에 대한 미국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발표한 국가방위전략(NDS)에서 이란과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억제·방어의 일차적 책임을 역내 동맹국과 협력국에 맡기겠다고 명시했다. 이스라엘의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걸프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해 역내 국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한 군사행동 능력을 유지하되,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에 필요한 재원과 전력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번 원조 중단 발표도 중동 동맹국의 안보 비용을 미국 재정으로 보전해 온 관행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걸프 국가들과의 협력에서도 현지 정부가 무기 구매와 기지 운영에 돈을 내는 방식이 강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1,420억 달러(약 189조9,96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포함한 방위협력에 합의했다. 방공·미사일 방어와 해양 안보, 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 방산업체의 장비와 서비스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같은 순방에서 카타르와 체결한 안보협력 의향서에도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의 비용 분담과 방공·해양 안보 역량 확충 등을 위한 380억 달러 이상의 잠재적 투자 계획이 담겼다. 중동 국가들이 자체 재원으로 미국산 무기를 확보하고 미군 기지 유지에도 기여하도록 협력 범위를 넓힌 셈이다.
중동 부담 줄여 대중국 전력 확보
중동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을 맡기는 전략에는 중국 견제에 군사 자원을 우선 배분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올해 NDS는 미국 본토 방어에 이어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억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열도에서 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을 따라 중국의 군사적 진출을 저지할 방어망을 구축하는 방침을 담았다. 중국이 인도·태평양을 지배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경제적 이익을 위협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이 본토와 중국 대응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지역의 위협에는 동맹국이 앞장서고, 미국의 지원 범위는 제한하겠다는 역할 분담 원칙까지 명시했다.
중동에서의 전력 소모가 대중국 대비 태세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는 올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도 제기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7월 분석에서 이란의 공격을 막는 데 요격미사일이 대거 투입되면서 패트리엇 재고가 1,000발 미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탄은 약 250발로 줄었다고 추산했다. 연구진은 탄약 소모가 서태평양에서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미군의 단·중기 준비 태세에 위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중동에서 소진한 탄약을 보충하고 다른 지역 작전에 필요한 비축분을 확보하려면 추가 재정 투입도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탄약 확보를 위해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 950억 달러(약 127조1,100억원), 전쟁 추가예산안에 210억 달러(약 28조980억원)를 각각 요청했다.
표1. 미국의 대중국 군사력 집중 전략 및 중동 전력 소모
| 구분 | 핵심 항목 | 주요 내용 |
|---|---|---|
| 군사전략 | 우선순위 | 미국 본토 방어·인도태평양 중국 억제에 집중 |
| 제1도련선 방어망 | 일본·대만·필리핀 연결 방어망 구축 중국 군사적 진출·역내 지배 저지 | |
| 동맹 역할 확대 | 중동 등 다른 지역 위협에 동맹국 주도 대응 미국 지원 범위 제한 | |
| 중동 전력 소모 | 요격미사일 재고 | 패트리엇 1,000발 미만·사드 요격탄 약 250발 CSIS 올해 7월 추산 |
| 대중국 대비 부담 | 탄약 소모로 서태평양 전쟁 대비 단·중기 준비 태세 제약 | |
| 탄약 확보 예산 | 행정부 요청액 |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안 950억 달러 전쟁 추가예산안 210억 달러 |
에너지 자립 바탕으로 북극 진출 강화
미국이 새롭게 전력을 보강하려는 지역에는 북극도 포함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NDS에 명시한 그린란드 등 북극 요충지의 군사적·상업적 접근권 확보가 대표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에서 공동 해상·공중 순찰을 늘리는 가운데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지난 2월 신규 쇄빙선 11척의 건조 계약 발주를 마쳤다. 2028년부터 인도받을 쇄빙선에는 북극 항로와 에너지·광물 자원을 보호하고 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임무를 맡길 계획이다. 인도·태평양의 대중국 방어망에 더해 북극에서도 항로와 자원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동에 투입할 자원을 재조정하는 데는 달라진 에너지 공급 여건도 한몫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에너지 순수출은 전년보다 20%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생산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설비 확충에 힘입어 천연가스 수출량은 2015년의 네 배로 불어난 상태다. 반면 페르시아만 국가들로부터 들여오는 원유 순수입은 2020년 하루 67만7,000배럴에서 지난해 49만 배럴로 감소했다. 백악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도 자국 에너지 생산 확대에 따라 중동에 집중해 온 역사적 이유가 약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담겨 있다.
중동 원유 확보에 군사비 쏟던 미국, 셈법 변화
중동산 에너지 의존을 낮출 추가 공급원으로는 베네수엘라 원유와 알래스카 천연가스가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발표한 베네수엘라와의 합의는 미국 기업의 유전 장기 접근과 미국행 원유 공급 확보를 골자로 한다. 미국 민간자본으로 현지 생산을 회복시켜 자국 정유시설에 공급할 원유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알래스카에서는 북부 가스전과 남부 니키스키 수출항을 연결해 연간 2,000만 톤의 LNG를 해외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첫 수출 목표는 2031년으로, 사업이 가동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미국산 LNG 공급 경로가 동아시아까지 확대된다.
에너지 공급망이 다변화하고 이란의 군사적 위협까지 약화하면 미국으로서는 중동의 장기 주둔 부담을 줄일 여지가 커진다. 지난해 미국 NSS는 이란 핵시설 공습의 성과를 강조하는 동시에 수십 년에 걸친 국가 재건 전쟁을 피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군사적 타격 이후 장기 주둔과 재건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상황을 경계한 대목이다. 미국이 유지할 핵심 안보 이익으로는 호르무즈 해협·홍해의 통항, 적대 세력의 걸프 에너지 장악 방지, 대미 테러 차단, 이스라엘의 안전을 열거했다. 직접 개입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역내 질서 유지에 드는 상시 비용은 현지 국가들에 맡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