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외교적 접촉 확대에 국제유가 하락세, 中도 중재 외교로 영향력 확대 기회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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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에 종전 협상 조건 제시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 시사 美도 군사작전 재개보다 외교적 해법 모색, 종전 기대에 국제유가 급락 글로벌 사우스 영향력 강화 나선 中, 이란·걸프 국가 대상 중재 외교 확대

이란 정부가 자국 요구가 수용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단기간 내 재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카타르 중재 아래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양측 모두 추가 군사작전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우선 검토하면서 종전 기대가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눈에 띄는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중국과 오만·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들도 중재에 나서며 중동 긴장 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란의 협상 진전 조건
2일(이하 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재국을 통해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에 전달한 '7단계 제안'을 이틀 내에 이행할 수 있는 형태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이란 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7일 이내에 재개방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대이란 제재 철회 △동결 자산 반환 △모든 전선에서의 전투 중단 등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란은 미국의 선제적인 요구 수용을 협상 진전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가이 대변인은 "우리의 요구가 충족되면 단기간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가 회복되고 협상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를 포함한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최종 합의는 진전될 수 없으며, 호르무즈 해협 역시 개방되거나 안전해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모든 것은 미국 측이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달려 있다"며 "그런 다음에야 후속 단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외교적 활로 모색 움직임 활발
이란 지도부도 외교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2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 국영 IRNA통신을 통해 "우리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최고지도자도 정부에 일정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가 국가 안보와 대외 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차원의 외교적 협상 노력에 지도부가 힘을 실어준 셈이다. 다만 정부에 부여된 권한의 구체적인 범위나 협상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실무 차원의 협의 역시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카타르 중재단은 30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측과 12시간 넘게 협의를 진행했으며,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인 합의안도 논의됐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을 위한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양측의 합의를 위한 제안서 초안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람되고 있으며, 후속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란 협상단이 지난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일정을 마치고 철수했지만, 이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美, 추가 군사작전 '신중'
미국 역시 대이란 군사작전 재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3일 미국 중간선거 직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이란에 대한 군사·외교적 압박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군사작전보다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스라엘 측에도 당분간 협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고 알려졌다.
실제 미국은 이란과의 외교적 접촉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게 협상 재개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군사적 대응 가능성이 아직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이란의 핵시설 가운데 아직 처리해야 할 목표물이 한두 곳 남아 있으며, 10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동시에 미국이 이미 이란의 해·공군과 방공망, 핵 프로그램에 막대한 타격을 가한 만큼 추가 공격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표1. 미국·이란의 종전 협상 태도
| 국가 | 기본 입장 | 협상 조건·주요 움직임 |
|---|---|---|
| 이란 | 외교적 해결·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열어두되, 미국의 선제적 양보 요구 | 해상 봉쇄 해제·제재 철회·동결 자산 반환·전투 중단 등 요구, 최고지도부가 정부에 일정 권한 부여 |
| 미국 | 추가 군사작전보다 외교적 해법을 우선 검토하되, 군사적 선택지 유지 | 카타르 중재 아래 협상 재개 메시지 전달, 추가 공격에 신중한 태도 유지하며 군사 압박 지속 |
미끄러지는 국제유가
지속되는 미국과 이란 간 외교 협상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2일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8.66달러(약 1만1,600원·7.63%) 낮아진 배럴당 104.77달러(약 14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역시 7.66달러(약 1만300원·7.36%) 내린 배럴당 96.46달러(약 12만9,500원)로 마감했다. 지난달 브렌트유와 WTI가 각각 13.6%, 15.2% 상승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하락세다. 이와 관련해 팀 워터러 KCM트레이드 수석 시장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외교적 진전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주말 동안 의미 있는 군사적 긴장 고조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당분간 유가에 가해지던 상승 압력이 일부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한 다른 국가들의 외교적 행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2일 중국 외교부는 자이쥔 중국 정부 중동문제특사가 11월 상순부터 중순까지 이란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순방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동 평화·안보 구상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련국과의 연쇄 접촉을 통해 평화 협상을 촉진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中 외교적 영향력 제고 전망
고위급 외교 접촉도 잇따르는 추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같은 날 베이징에서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부서기를 만나 군사적 충돌보다 정치적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려는 노력을 지지하지만, 중동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은 대화와 협상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어 왕 부장은 무사에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과 별도로 회담하고, 역내 상황이 전쟁과 평화 사이의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적대 행위 중단과 에너지·해상 운송로의 안전 확보를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 역시 같은 날 중국을 방문한 하이삼 빈 타리크 오만 술탄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과 걸프 지역이 강대국 간 경쟁의 전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이번 종전 논의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경우,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그간 아프리카·중동·중남미·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제·인프라·무역 협력을 늘리는 한편, 국가 주권 존중 및 내정 불간섭 기조를 앞세워 미국과 차별화된 외교 노선을 강조해 왔다. 특히 중동에서는 이란과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과 협력을 확대하며 상호 대립하는 국가들과 모두 대화할 수 있는 외교적 기반을 구축했다. 지난 2023년 3월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관계 복원 합의를 중재하며 주요 지역 경쟁국 사이의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존의 경제 협력 중심 관계를 정치·안보 분야로 확장하고, 국제 분쟁 해결에 기여하는 주요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