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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반토막에 가격 ‘뚝’, 중국 정부 ‘부동산 살리기’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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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선 도시 주택 가격 1년 사이 9.4%↓
금리 인하 등 부양책 효과 미미
금융 지원에서 주택 공급으로 정책 확대

중국의 올해 부동산 판매액이 2021년 최고치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국의 각종 부양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 또한 중국 부동산 시장이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일치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대규모 주택 개조 사업에 나서는 등 한층 강도 높은 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성수기 사라진 중국 부동산 시장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11월 신규 상업용 부동산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8조5,100억 위안(약 1,700조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11월 매출은 8,270억 위안(약 164조원)으로 전월 대비 3.7% 증가했지만,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부동산 판매액은 9조6,000억(약 1,900조원) 위안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2021년 최고치인 18조2,000억 위안(약 3,600조원)의 절반 수준이자, 2016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중국은 부동산 최성수기로 불리는 9월과 10월에도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통상 중국 정부는 9월 말 중추절(추석) 연휴를 전후해 부동산 관련 정책을 내놓는다. 시장 침체 국면에서는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전국 부동산 거래는 주택과 상가를 가리지 않고 감소 추세다. 부동산 시장조사기관 중지연구소에 의하면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5~17일 전국 25개 대표 도시 신규 주택 매매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55%나 줄었다.

가격 또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1~3선 도시 중 중고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한 도시 수는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1선 도시 가격은 전년 대비 9.4% 하락했고, 2~3선 도시는 각각 8.6%와 8.5% 떨어졌다. 수도인 베이징만 놓고 보면 최고점 대비 무려 25%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전국 주요 도시 중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도시와 하락한 도시의 숫자를 비교해 경기를 판단한다. 하락한 도시가 더 많을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수요 심리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하는 신호로 풀이한다. 슈유에진 중국지수연구소 연구부국장은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소득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구매자 움직임 또한 없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며 “거래세 및 수수료 인하 같은 직접적인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시장 내 ‘거품 꺼지기’까지 먼 길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이 중국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하이빈 주 JP모건 중국 수석 경제학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일러도 일러도 2025년까지는 불안정한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분석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최근 지표에서 비롯된 것으로, 차이나 인덱스 아카데미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중국 100개 도시의 신규 주택 매매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0.11% 상승에 그쳤다. 이는 6월 기록한 0.13% 성장률보다 더 둔화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5조4,0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나섰지만, 부정적 전망을 지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위니 우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BofA Securities) 수석 전략가는 “정부는 금리를 낮춰 대출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소비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이야기의 한 측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기관은 마진을 보호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가계 저축의 이자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무조건적 대출 확대는 최선의 정책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압박하는 것은 더더욱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러한 하향 나선보다는 선순환을 유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유동성 확대로 구조적 리스크 해소

중국 정부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도 자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부동산 시장 부활 총력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는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부문 화이트리스트 대출 규모를 연말까지 4조 위안(약 800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우량 국유·민간 부동산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기업 가운데 적합한 담보물이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성은 있지만, 자금난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어려운 부동산 회사에 유동성을 투입해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대규모 주택 개조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도시 내 노후 주택을 개조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 대도시에서만 개조가 필요한 주택은 170만 가구로 추산된다. 조건에 부합하는 낡고 위험한 주택 100만 가구부터 개조 사업을 시작해 주택 소비자의 매수 심리를 확대하는 효과를 노렸다.

아울러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고, 2주택 대출 최소 계약금 비율을 25%에서 15%로 축소하는 등 기존에 발표한 부동산 관련 금융 조치 역시 지속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타오링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금리 인하 등 포괄적인 금융 정책을 이미 발표했는데, 이번에 나온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소비자의 신뢰 제고와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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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공룡 이케아 '亞 최대 물류센터' 건립계획 백지화, 업황 악화에 '실속'으로 전략 수정

가구공룡 이케아 '亞 최대 물류센터' 건립계획 백지화, 업황 악화에 '실속'으로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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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흥행불패' 신화 깨지나
평택 물류센터 4년 만에 투자계획 철회
실적 악화에 출점 등 사업 줄줄이 제동
경제 불황 속 리바트는 선방, 이케아는 부진

한국 진출 10년차에 접어든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역성장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모습이다. 조립식 가구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데다 빠른 배송력과 서비스를 갖춘 국내 경쟁업체와 비교해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긴 했지만, 투자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어 성장세 유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케아 평택 물류센터 무산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는 최근 경기도와 투자 협약을 맺고 추진하던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555억원 상당의 해당 부지도 매각하기로 했다. 당초 이케아코리아는 경기 평택시 포승지구 10만2,000㎡ 부지에 복합물류센터를 지어 온라인 배송 물류와 판매 강화를 위한 전략기지로 쓸 예정이었으나 이를 최종 철회한 것이다.

업계는 이케아코리아가 한국 시장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로 실적 부진을 지목한다. 이케아코리아는 최근 2년 연속 매출 하락세를 겪었다. 2022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6,223억원으로 전년보다 9.5% 줄었는데, 이어 2023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에도 6,007억원으로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6억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었다.

최근 공시한 2024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에서는 매출액이 6,258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616.5% 증가한 186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는 전년 기저효과 영향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전반적인 업황 침체와 소비 시장 전망 등을 감안해 투자 축소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케아코리아가 2014년 1호점으로 개점한 경기 광명시 이케아 매장 전경/사진=이케아코리아

업황 악화 및 현지화 전략 실패로 고전

이케아는 2014년 한국에 첫 상륙한 이후 북유럽풍 디자인의 가구를 조립비 등 원가가 절감된 가격에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내 건설경기 침체 여파에 더해 국내 가구업계의 경쟁력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도심 매장이 없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배송 서비스도 한국 경쟁사에 비해 빠르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이케아 만의 장점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저렴하고 성능이 좋다는 글로벌 이미지와는 달리, 한국에선 지금껏 가격 경쟁력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케아는 첫 한국 진출 당시 다른 나라보다 제품 가격을 최대 1.6배 비싸게 책정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케아는 최대 강점이던 ‘체험형’에서도 밀리고 있다. 그간 이케아는 가구·인테리어 업계에서 체험형을 자사 차별점으로 내세웠으나 최근 들어 경쟁 가구·인테리어 업체들이 이케아 쇼룸과 맞먹는 대형 체험형 매장을 선보이면서 이케아만의 차별성이 떨어졌다.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들도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케아는 지난 2020년 국내 첫 도심형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를 천호, 신도림에 열고 시범 운영했으나, 소비자들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2022년 해당 서비스를 접었다.

온라인 대응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경쟁사가 대대적인 플랫폼 개편을 통해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 전략을 펼친 것과 대비된다. 리빙·패션 플랫폼이 생활소품, 소형가구 카테고리 위주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마이웨이'식 전략은 과거 까르푸와 월마트가 국내 시장을 철수한 주원인이기도 하다. 이들 모두 서구식 창고형 매장을 고수하고, 신선식품보다는 공산품 위주의 대용량 제품 판매에 치중하는 등 현지화를 등한시한 점이 패착이 됐다. 그런데 이케아 역시 도심형 매장 부재, 신성장 동력 창출 실패 등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B2B로 활로 찾은 국내 가구업계

국내 부동산 거래 절벽,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위축된 업황도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홈퍼니싱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부동산 거래 축소와 냉각된 소비 심리가 맞물리면서 전체 리빙 업황이 크게 악화됐다.

다만 이런 와중에도 국내 가구업계 1·2위를 다투는 현대리바트와 한샘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리바트의 매출액은 1조17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샘도 매출 9639억원, 영업이익 201억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현대리바트의 성장이다. 현대리바트는 올 상반기 한샘을 제치고 가구 시장 매출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한샘이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리바트의 급격한 매출 성장에는 B2B(기업 간 거래)사업 강화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현대리바트의 올 상반기 B2B 가구부문(빌트인·오피스) 매출액은 3,729억원으로 전년 2,333억원 대비 59.8%나 확대됐다. B2B 사업부문(법인·자재·해외가설공사) 역시 매출액 3,37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2.9% 증가했다.

현대리바트가 B2B사업으로 눈을 돌린 시기는 2022년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높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부동산업계 전반의 불황이 시작되자 사업 방향을 튼 것이다. 현대리바트는 가장 먼저 빌트인과 오피스가구 등에 대한 공격적인 수주에 나섰다. 맞춤형 오피스 공간컨설팅 서비스인 '오피스테일러(Office Tailor)'를 도입한 것도 이때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사무가구 프리미엄 라인인 '리바트오피스(LIVART Office)'와 홈오피스&사무가구 브랜드인 '리바트하움(LIVART Haum)'으로 이원화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직장인 세대 구성과 사무 환경이 크게 변화하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바트 토탈(LIVART Total)' 신규 매장을 개설하는 등 고객 접점을 늘리고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한 것도 성장을 견인한 요소다. 특히 프리미엄 가구 라인인 '리바트 마이스터 컬렉션'을 통해 고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스터 컬렉션은 국내 가구 업계에서 보기 힘든 월넛 애쉬 버치 등 최고급 천연 원목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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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EU도 무역장벽 높인다” 中 견제 본격화 속 韓 수출길 ‘요동’

“미국 이어 EU도 무역장벽 높인다” 中 견제 본격화 속 韓 수출길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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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 자국 우선주의 유사 정책 변화 예고
산업 경쟁력·경제 안보 강화에 집중
“한국 기업에 미치는 간접 영향 주의 필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유럽연합(EU)에서도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U도 무역 장벽을 높일 경우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의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U 2기 집행위, ‘바이 유러피안’ 정책 강화

1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폰 데어 라이엔 집권 2기 EU 통상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이끄는 2기 EU 집행위는 산업 경쟁력 및 경제안보 강화를 기조로 삼을 전망이다. 이달 출범한 폰 데어 라이엔 2기 집행위는 △경제 위축 △정치적 동력 약화 △대외경쟁 심화 △미국 트럼프 재집권 등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검토 중이다. 1기 EU 집행위가 환경, 인권 등 '가치(Value)'를 중심으로 통상정책을 추진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2기 집행위는 기존 2050년 기후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인 '그린딜' 정책을 '청정 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로 전환하고 친환경 기술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공고히 했다. 또한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통해 공공조달에서 역내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자동차·풍력 산업에서 친환경 철강 사용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상계관세 등 수입규제, 역외보조금규정(FSR) 도입, 수출통제 및 투자제한 조치 등 정책도 강화할 계획이다. 역외보조금규정은 전통적 수입규제로 대응이 어려운 공공조달, 기업결합 등 분야에서 역외국 정부 보조금으로 인한 경쟁 왜곡을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기업의 EU 역내 그린필드 투자에 대한 장벽도 높일 방침이다. 그간 EU는 미국과 달리 역내 제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 기업 투자에 상대적으로 개방적 입장을 취해 왔지만, 중국 저가 브랜드의 시장 잠식과 중국 투자 생산시설의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EU 내부에서 증가하는 형세다. 이에 2기 집행위는 중국 기업 투자 시 역내산 부품 사용, 기술 이전 등의 조건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은 EU의 중국 기업 제재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EU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에폭시수지 사례처럼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피해를 본 현지 기업이 중국뿐 아니라 한국 기업을 함께 제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EU의 친환경 분야 투자 확대는 현지에서 대규모 공장 신·증설을 진행 중인 우리 이차전지 기업 등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투자 유인책과 더불어 역내산 원재료·부품 조달 요건도 함께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진출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거인 EU의 경쟁력 위기

EU 집행위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나선 건 현재 EU가 심각한 경쟁력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EU 경제 지표들은 우려스러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유럽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EU의 2023년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5%에 그쳤는데, 이는 2022년 같은 기간의 4.1% 성장률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EU 경제 회복력이 예상보다 더욱 약하다는 의미다.

EU 경쟁력 약화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있었다. EU 집행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EU의 GDP는 무려 5.9% 감소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축이었다. 여기에 2022년 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2년 EU의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대비 자그마치 450% 폭증했다. 이는 EU 기업들의 생산 비용을 늘려 국제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중국과의 경쟁, 유럽의 경제적·사회적 안정성 약화

특히 미중 갈등에 따른 탈세계화 흐름은 EU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부각했다. 이는 수출의존도(GDP 대비 상품 및 서비스 수출 비중)가 높은 EU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EU 통계국 유로스탯(Eurostat)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수출의존도는 49.1%였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약 30%를 크게 넘는 수치다.

주요 EU 회원국 수준을 봐도 독일 47.4%, 프랑스 32.5%, 이탈리아 35.8%, 네덜란드 88.5%, 벨기에 87.1%다. EU 내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의 수출의존도는 더욱 높은 수준이다. 룩셈부르크는 209.9%, 아일랜드는 135.9%에 달했다. 이런 높은 수출의존도는 EU 경제가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글로벌 무역 성장 둔화가 EU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과의 자유 무역을 종전대로 고수할 경우 경제적 안정성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안정성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산업만 해도 유럽의 가장 중요한 제조업 분야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갖추고 있던 분야였으나 최근 그 우위를 중국에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배터리 생산과 희토류 광물 공급망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자동차 부문은 EU 내 일자리의 6% 이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고임금 일자리가 대거 중국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EU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럽 곳곳에서 극우 정당들이 큰 지지를 얻으며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 속 BYD 등 중국 자동차기업이 독일 3사를 대체해 독일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경우 그 후폭풍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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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사용료 인상 강조하고 나선 CJ ENM, TV 밖에서 활로 찾는다

콘텐츠 사용료 인상 강조하고 나선 CJ ENM, TV 밖에서 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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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블랙아웃’ 이어 IPTV 겨냥
가입자 증가세 꺾인 유료방송, 시장 먹구름
‘자체 앱·유튜브’ 뉴 미디어에서 활로 모색

성장 둔화에 직면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의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는 CJ ENM과 LG유플러스 등 IPTV 업계의 갈등이 주원인이다. 이달 초 CJ온스타일의 일부 케이블TV 송출을 중단한 CJ ENM은 또 한 번 유료방송 업계와의 마찰을 빚게 되면서 레거시 미디어에 의존했던 기존 사업 구조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 받으려는 CJ ENM, 덜 주려는 IPTV·SO

19일 업계에 따르면 멀티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인 CJ ENM은 최근 IPTV 사업자 LG유플러스에 자사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15%가량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IPTV 업계 콘텐츠 대가 인상률(5.4%)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현재 CJ ENM은 tvN, tvN스토리, 엠넷 등 총 14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CJ ENM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달 케이블TV 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갈등으로 본격화했다. 당시 CJ ENM 산하의 홈쇼핑채널 CJ온스타일은 올해 초부터 진행해 온 케이블TV SO와의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3개 SO와의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CJ온스타일 측은 “케이블TV 업계의 평균 취급고와 가입자 수가 갈수록 감소하는 가운데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 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른 합당한 수수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계약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이달 5일 자정을 기점으로 3개 SO에서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케이블TV 업계에 의하면 당시 CJ온스타일이 요구한 수수료 인하 폭은 60%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료 방송 업계에서는 케이블TV SO와의 갈등은 물론 이번 LG 유플러스와의 협상에서도 CJ ENM의 요구 사항이 과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IPTV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 성장 둔화가 뚜렷한 상황인데, 콘텐츠 사용료를 두 자릿수로 올려달라고 하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IPTV 가입 회선은 2,107만 개로 전년 동기(2,081만 개)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저작권 강조하며 소송도 불사

CJ ENM은 앞서 지난 2021년에도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과 관련해 LG유플러스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LG유플러스 측은 CJ ENM이 U+모바일tv의 콘텐츠 사용료로 전년 대비 2.7배 증가한 비상식적인 금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9%, 24%의 콘텐츠 사용료 인상이 있었음에도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상률 산정 기준에 대한 요청에는 CJ ENM이 답변을 거부했다고도 주장했다.

CJ ENM은 즉각 반박했다. 여러 차례의 실무 미팅 및 공문을 통해 U+모바일tv 자사 채널 제공 가입자 수를 알려 달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CJ ENM은 콘텐츠 공급 대가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데, LG유플러스가 협조하지 않아 IPTV와 U+모바일tv 수수료를 별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CJ ENM은 LG유플러스의 저작권 침해 또한 문제 삼았다. LG유플러스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복수의 셋톱박스 연동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사와의 협의도 없이 주문형비디오(VOD) 등을 제공했고, 추가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당시 LG유플러스 셋톱박스 연동 서비스 이용자는 전체 가입자의 약 16%로 추산됐다. 결국 CJ ENM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CJ ENM은 “비용을 받자는 취지가 아니라, 콘텐츠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 하는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해를 넘기면서까지 이어지던 두 회사가 극적으로 화해한 건 2022년이다. 정수헌 당시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장은 2022년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CJ ENM과) 합의점을 찾았고, 관련 문제는 다 해결됐다”며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고, CJ ENM과 전략적 협업을 한층 강화한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CJ ENM도 소송을 취하하면서 해당 사안은 일단락됐다.

사진=CJ온스타일

‘비용 절감·소비자 접점 확대’ 두 마리 토끼 노린다

그러나 이후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CJ ENM의 고민은 계속됐다. 한류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CJ라이브시티의 K-컬처밸리 프로젝트가 좌초됐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세 여파에 자회사 티빙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약 9,3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영화 제작사 피프스시즌(FIFTH SEASON) 또한 할리우드 작가·배우 노조 동반 파업의 여파에 휘청였다. 지난해 1,19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피프스시즌은 올해 상반기 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 여전히 불안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CJ온스타일의 TV 방송 의존도를 낮추려는 CJ ENM의 시도는 이와 같은 배경에서 출발했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인 만큼 수수료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 개척이 시급해진 것이다. CJ온스타일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과 유튜브를 결합한 대규모 라이브방송을 기획하며 라이브커머스 사업 확대에 나섰다.

패션, 뷰티, 리빙 등 핵심 상품을 판매한 이들 라이브방송은 배우 한예슬, 가수 소유 등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고, 판매 실적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3분기 CJ온스타일 전체 취급고(거래액)는 8,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으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취급고는 88.6% 성장했다. 이 기간 매출은 11.2% 늘어난 3,338억원, 영업이익은 29.6% 증가한 9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당장 TV 방송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매출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TV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홈쇼핑사들은 TV 방송 화면에 QR 코드를 노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를 유도한다. 이는 TV 효과로 봐야 하지만, 홈쇼핑사의 실적에서는 온라인 매출로 잡힌다. 대형 미디어 그룹을 모회사로 둔 CJ온스타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홈쇼핑사가 방송사업자와의 협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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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대응하라"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美 대신 나토가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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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협의체 주도권 확보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트럼프 취임 고려한 행보
美 의회도, 트럼프 재선 성공 아후 우크라 지원에 미온적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 군사 지원 체계가 미국 중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으로 재편된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는 가운데, 나토가 선제적으로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및 훈련 담당기구(NSATU)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군사 지원의 주도권을 쥔 것이다.

NSATU 본격 가동

1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관련 소식통 1명을 인용, 독일 중부 헤센주 비스바덴의 미군 기지에 본부를 둔 NSATU가 700명 규모로 완전히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NSATU는 지난 7월 나토가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국의 군사 지원 효율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구성한 조직이다.

NSATU는 미국으로부터 서방국들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방안을 결정하는 협의체의 주도권을 넘겨받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약 50개국의 군사 지원은 미국을 중심축으로 하는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람슈타인 그룹)이 조율해 왔다.

사진=Pixabay

'트럼프 리스크' 고려했나

로이터는 나토가 나토에 대해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에 대응하는 것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지원 절차를 보호하기 위해 NSATU를 가동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월 선거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원하는 뭐든지 하라고 부추길 것”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으며, 최근에도 나토의 방위비 지출 확대를 촉구하며 ‘거래적 동맹관’을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8일 공개된 미 NBC 대담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해온 유럽 군사 동맹인 나토에 미국을 계속 두지 않겠다”며 “그들이 청구서를 제대로 지불한다면 나토에서 미국의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는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미국으로부터 많은 군사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아마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를 줄일 경우 NSATU 가동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의 대부분을 주도해 온 만큼, 미국의 지원 공백이 발생할 경우 NSATU 역시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美 의회도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

한편 미국 의회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7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연말 패키지 예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240억 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금을 포함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지만, 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양당 의원들은 진지하게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은 지난달 말 의회에 보낸 3개월짜리 임시 예산안(CR)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240억 달러의 추가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의회는 우크라이나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유로 이미 승인된 지원금 중 상당 금액이 여전히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올해 4월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예산으로 통과시킨 610억 달러(약 88조원) 규모 예산이 소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더 이상 어렵다는 인식이 의회에 자리 잡았으며, 의회가 이 같은 인식으로 인해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루이지애나주)은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몫이 아니다”라며 "공화당은 트럼프 당선인의 지시를 기다릴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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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임금 서프라이즈에 느려진 BOE 금리 인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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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3분기 임금, 예상치 상회
국채 금리 급등, 지난달 초 이후 최고
영란은행(BOE) 금리 인하 가능성↓ 
영국 전년 대비 임금상승률 추이/출처=영국 통계청(ONS)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3분기 임금이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임금 상승률이 가속화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에 내년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영국 평균 주당 소득 5.2% 증가

1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국가통계청(ONS)은 10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상여금을 제외한 평균 주당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 5.0%와 전년 동기의 4.8% 상승보다 큰 폭의 오름세다.

상여금을 포함한 급여 상승률도 전년 동기의 4.3%에서 5.2%로 뛰어올랐다. 특히 영란은행이 가장 면밀히 주시하는 민간 부문의 정기 임금 상승률이 4.9%에서 5.4%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애슐리 웹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지표는 영란은행의 초점을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서 경제 활동 둔화에 대한 우려로 전환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BOE 인하' 베팅 축소

임금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같은 날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도 일제히 상승했다. 길트 10년물 수익률은 17일 4.5286%로 전장 대비 8.34bp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초순 이후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4.4616%로 8.64bp 상승했고, 30년물 수익률은 5.0491%로 6.44bp 높아졌다. 임금 서프라이즈에 투자자들이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축소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2025년 말까지 금리를 25bp(0.25%포인트)씩 단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영국 OIS(Overnight Index Swap) 시장에 반영된 내년 2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80% 부근에서 50% 후반대로 낮아졌다. 내년 2월 인하를 확신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아나 안드라데 이코노미스트는 “10월 연간 민간 부문 임금이 예상보다 크게 상승한 것은 금리를 점진적으로만 인하해야 한다는 현재 영란은행의 컨센서스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RSM UK의 토마스 퓨 이코노미스트도 “상여금을 제외한 임금 상승률이 5.2%로 급등한 것은 19일 금리 인하 가능성에 또 다른 대못을 박은 것”이라며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영국은행 금리정책위원회(MPC)가 내년에 분기당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지만, 강력한 임금 상승과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인해 금리 인하 횟수가 줄어들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번 지표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내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약 90%로 반영한 바 있다. 경제 전망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의 올해 10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경제가 위축된 것으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영국 통계청은 서비스 부문이 정체되고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런던증권거래소(LSE)

런던 증시 기업 순유출, 2009년 이후 최대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노동 단가 상승으로 당장의 금리 인하는 미뤄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 규제 및 연금제도를 개혁해 자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려는 영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런던 증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증권거래소(LSE)에 따르면 올해 런던 증시에서 상장 폐지 또는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88개, 신규 상장한 기업은 18개였다. 2009년 이후 최대 기업 순유출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100개 기업 지수인 FTSE100 중 2020년부터 런던에서 빠져나가 해외에서 상장한 기업은 총 6개다. 총 시장 가치는 2,800억 파운드(약 507조4,000억원)로, 전체 규모의 14%에 달한다.

영국 기업들이 이탈하는 원인으로는 북미 시장 사업의 높은 성장성과 풍부한 투자 자금 등이 꼽힌다. 일례로 최근 뉴욕 증시로 이전 상장한 영국 장비렌트기업 애쉬테드와 2022년 이전한 배관장비 유통업체 퍼거슨엔터프라이즈는 영업이익의 각각 98%, 99%를 미국에서 냈다. FTSE100에 속한 기업 중 미국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두는 기업만 9개사에 이른다.

영국 증권중개업체 필헌트의 찰스 홀 리서치책임자는 "영국 시장이 점점 더 세계화되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기업이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 한 은행 임원도 "내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미국으로 이전 상장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제 다른 어느 곳보다 큰 자본 시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국에서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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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일본 자동차, 혼다·닛산 합병으로 분위기 반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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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시 현대차 추월 세계 3위 안착
5년 전 합병안 제기, 시장 악화에 재점화
‘비용 절감·경영난 극복’ 이해관계 일치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닛산의 경영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과거 한 차례 합병이 무산된 양사는 최근의 판매량 부진과 경영난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여기에 닛산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쓰비시자동차까지 합병에 포함될 경우,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주사 설립 방식 유력, 각 브랜드는 독립 운영

18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혼다와 닛산이 경영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지주회사 산하에 양사가 편입돼 각 브랜드를 독립 운영하는 방안을 유력 논의 중이라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닛산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쓰비시가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혼다와 닛산은 올해 3월부터 전기차와 차량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의 협업을 추진해 왔고, 미쓰비시 또한 지난 8월 합류했다.

경영통합이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전기차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일본 완성차 업계의 절박감이 짙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올 상반기 자국 브랜드 판매량이 18% 증가하는 동안 일본 브랜드 판매량은 12% 감소했다.

글로벌 판매량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부진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공시에 의하면 혼다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어든 2,579억 엔(약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닛산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같은 기간 닛산의 영업이익은 93억 엔(약 870억원) 순손실로 집계됐다. 합병으로 몸집을 불려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청사진이 제시된 배경이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자동차 시장 또한 재편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차 판매량은 도요타그룹이 1,123만 대로 1위를 기록했고, 폭스바겐그룹(923만 대)과 현대차그룹(730만 대)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혼다와 닛산의 판매량은 각각 398만 대와 337만 대로, 합치면 약 735만 대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에 등극할 수 있는 수준이다.

日 정부 주도 합병 시도는 무산

혼다와 닛산의 합병은 2019년에도 한 차례 시도된 바 있다. 당시 양사의 합병 시도는 일본 정부의 주도로 이뤄졌다. 일본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게 된 배경에는 프랑스 정부의 노골적인 접근이 자리했다.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 정부는 2014년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는 의결권을 두 배로 부여하는 ‘프로랑쥬법’을 제정했다.

프로랑쥬법을 통해 르노의 실질 의결권을 30%로 확대한 프랑스 정부는 이후 자국 산업의 보호·육성을 명분으로 르노의 일본 연합사인 닛산을 흡수하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닛산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르노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여러 차례 통합을 제안했지만, 닛산은 번번이 이를 거부했다. 지분 구조상으론 르노에 종속된 형태지만, 기술력 면에선 자사가 르노를 월등히 앞선 만큼 경영권을 내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르노로부터 경영 독립을 유지하려는 닛산과 자국의 기술력을 해외 자본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는 일치했다. 하지만 닛산의 경우 독자 생존이 힘든 상황이었다. 2019년 한 해에만 닛산은 6,712억 엔(약 6조2,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닛산을 지킬 방어막으로 자국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지분 제휴 관계가 없는 혼다를 지목했다.

하지만 혼다 측에서 닛산과 르노의 복잡한 자본 제휴 관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또한 혼다의 독특한 엔지니어 디자인이 닛산의 생산 플랫폼과 공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두 회사의 생산 플랫폼을 통합하지 않으면, 비용절감이라는 합병의 명분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닛산 고위 관계자 역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닛산과 혼다의 합병은 업계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발상”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결국 양사의 이사회에 합병안이 올라가기도 전에 협상이 무산됐다.

“위기 극복 위해선 경쟁보다 협력”

이처럼 한 차례 무산된 합병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는 것은 닛산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까지 악화했기 때문이다. 닛산은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90% 빠지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구조조정안에는 자국 내 생산능력 20% 감축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9,000명 감원, 보유 중인 미쓰비시 지분 34% 중 10%를 매각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우치다 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최대 50%의 보수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우치다 CEO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작금의 경영 상황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는 만큼 이른 시일 내 닛산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닛산과 혼다의 전기차 및 차량 SW 협업에 미쓰비시가 합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약 400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으나, 이는 토요타의 520만 대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우치다 CEO는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며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데 뜻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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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 5대 은행서 9,500억원 공급

빗장 풀린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 5대 은행서 9,500억원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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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시기 분산되며 공급 원활할 것으로 전망
대출 공급 확대 기조·금리 인하 흐름도 호재
올림픽파크포레온 조감도/사진=둔촌주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시중은행권에서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잔금대출이 속속들이 실행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이 점진적으로 대출 장벽을 낮추고 있는 만큼, 해를 넘기면 해당 단지의 잔금대출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둔촌주공 잔금대출 속속 실행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은행은 둔촌주공 잔금대출 한도 3,000억원 중 2,000억원을 소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 3,000억원, 2,000억원 한도 내에서 대출을 실행 중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각각 1,000억원, 500억원 한도로 잔금대출을 취급할 예정이다. 잔금대출은 신규 주택 분양자들이 금융회사에서 집단으로 받는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이다.

현시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 잔금대출로 설정한 한도 금액은 총 9,500억원 수준이며,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잔금대출 규모는 최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현재 잔금대출 한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수요를 맞추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설정한 대출 한도만으로는 전체 세대 수에 비해 부족한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입주 시기가 분산돼 있고, 다른 은행들이 추가 공급을 결정할 경우 수요를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잔금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입주 시작과 동시에 기존 이주비 대출과 중도금 대출이 상환된다"며 "잔금대출로 가계대출이 급증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장은 "이달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입주 기간이 분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둔촌주공 잔금대출이) 가계대출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신규 대출 공급 확대

금융권에서는 둔촌주공 입주자들이 해를 넘긴 뒤 한층 수월하게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점진적으로 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며 "올해 배정된 잔금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되면 내년 추가 한도가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시중은행들은 대출 규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하며 신규 대출 공급을 속속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주담대·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제한 사항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내년 1월 2일부터 이들 상품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 17일에는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그동안 중단됐던 △플러스모기지론(MCI)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 △신규 분양 물건지(미등기) 취급 △1주택 보유자 전세자금대출 등도 재개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오는 23일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 중단을 해제하고 대출 공급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출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잔금대출 수요자들의 금리 부담도 점진적으로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각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금융채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하방 리스크 완화를 목적으로 2025년 1월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금융채금리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은행들이 연초 고객 모집을 위해 추가 가산금리(대출금리 산정 시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 10월 이후 가산금리 인상을 멈추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연초 은행 가계대출 잔액 재설정 이후 본격적인 금리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9월 30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0월 4일, 우리은행은 10월 25일을 각각 마지막으로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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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U 앞세운 브로드컴, AI 칩 시장 '게임 체인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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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려는 시도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칩 XPU 수요 급증
구글·애플·메타 등 빅테크 기업 고객 확보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빅테크들이 '맞춤형 반도체(에이식·ASIC)'에 특화된 브로드컴과 앞다퉈 손을 잡으면서 엔비디아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뉴욕증시에서는 브로드컴 주가가 폭등하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고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브로드컴 CEO "맞춤형 AI 칩 XPU 시대 올 것"

18일(현지 시각) 미국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혹 탄(Hock Tan)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2024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에서 맞춤형 실리콘 칩, 특히 XPU(eXtreme Processing Unit)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칩 시장에서 XPU가 강력한 범용성을 기반으로 하는전력소비, 비용 등 효율성과 성능 측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브로드컴은 이미 맞춤형 AI 칩을 개발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Azure) 등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과 오픈AI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로드컴과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더해 브로드컴은 올해 4분기 중 3곳의 하이퍼스케일 고객을 추가 확보해 차세대 AI XPU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새로 확보한 하이퍼스케일 고객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의 운영사 메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브로드컴은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신규 고객 확보와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XPU와 이더넷 네트워킹 칩을 포함한 AI 매출이 전년 대비 220% 증가한 122억 달러(약 17조6,800억원)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브로드컴의 4분기 전체 매출은 141억 달러(약 20조4,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으며 AI 매출은 전체 반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이날 탄 CEO는 "향후 3년간 AI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 기회를 예상한다"며 "2027년까지 AI 가속기와 네트워킹 부품 시장이 600억~9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증권가, 최근 브로드컴 목표주가 일제히 상향

브로드컴은 4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3일 시가총액 1조 달러(1,450조원)를 돌파하며 TSMC를 제치고 시총 8위에 올랐다. 당일 브로드컴의 주당 일일 상승률은 24.4%로 2008년 8월 브로드컴의 전신인 아바고  테크놀러지스가 상장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도 118%에 달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AI 칩 업계의 최대 수혜기업인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빅테크 업계를 비롯해 전 세계 칩 수요에 부응할 반도체 업계 총아로 입지를 굳힌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991년 설립된 브로드컴은 2000년대 이후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5년에는 싱가포르 기반 기업인 아바고 테크놀로지가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약 53조6,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에는 1,200억 달러(약 174조원)를 들여 경쟁사인 퀄컴 인수를 추진했지만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싱가포르가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지리적으로 너무 가까이 위치해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 안보적 위협'이라는 이유로 비승인 행정명령 처분을 내렸고 결국 인수는 무산됐다.

이를 계기로 탄 CEO는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전하고, 미국 내 관련 기업을 인수해 기술력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2018년 레거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CA 테크놀러지스를 190억 달러에 매입했고, 2019년에는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만텍을 1,007억 달러(약 146조원)에 인수했다. 그 결과 브로드컴은 지난 6년간 반도체 제조업체에서 종합 소프트웨어 인프라 공급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다국적 미국 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최근에는 AI 칩 광풍 속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계약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시장 평가도 달라졌다. 이달 들어 글로벌 IB 중 최소 16곳이 브로드컴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JP모건,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목표주가를 250달러로 상향했고 트루이스트, 바클레이스도 목표주가를 각각 205달러, 260달러로 높여 잡았다. 골드만삭스도 "브로드컴의 맞춤형 반도체에 대한 대형 고객사 대규모 수요 유입을 감안하면 향후 매출과 수익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며 "며 목표가를 기존 190달러에서 240달러로 높였다.

'상호보완' 엔비디아·브로드컴, 동반 성장 가능성

아직 브로드컴의 AI 칩 매출은 엔비디아의 실적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의 전통 칩 제조기업인 인텔이 경영난으로 인해 CEO 퇴진 등 기업 구조 재조정에 착수하면서 브로드컴이 큰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총만 보면 브로드컴은 이미 미국의 반도체 기업 AMD를 넘어섰다. 탄 CEO는 "맞춤형 실리콘 칩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브로드컴은 이 시장을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AI 칩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장의 움직임도 브로드컴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가속기 시장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고 있지만, 비싼 가격과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대기, 에너지 효율 문제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 보안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브로드컴으로부터 AI 칩을 공급받고 있는 구글, MS, 아마존 등은 엔비디아의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이었지만 브로드컴과도 손을 잡으면서 '탈(脫)엔비디아'의 첫 번째 주자가 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XPU의 부상이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경쟁하며 AI 칩 시장을 함께 키워나갈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캐피털마켓 래버러토리스의 오피르 고틀리브 CEO는 "XPU와 GPU는 서로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두 가지 유형의 AI 칩에 대한 수요가 모두 증가하면서 브로드컴과 엔비디아 모두 성장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범용 GPU 시장에서, 브로드컴은 맞춤형 실리콘 칩 시장에서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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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협정 '자유 이동권' 보장 않아" 소송 나선 EU

"英 브렉시트 협정 '자유 이동권' 보장 않아" 소송 나선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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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 英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
브렉시트 협정 내 '자유 이동권' 관련 규정 위반해
자유 이동권에 불만 품던 英, 브렉시트 이후 '역풍'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영국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정에 규정된 이른바 ‘자유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U 측은 일부 EU 시민이 영국 체류 자격을 거부당하거나, 영국 내에서 비합법적 체류자로 분류돼 추방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英, 브렉시트 협정 위반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영국이 브렉시트 협정 발효 이후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영국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영국이 브렉시트 협정에서 적시한 시민권 관련 조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EU 집행위 측의 주장이다.

브렉시트 협정에는 양측 시민들의 자유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 존재한다. 해당 규정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던 부분으로, 브렉시트 이전에 영국에 거주하던 EU 시민들이 영구 체류 권리를 신청할 수 있고 EU 회원국에 거주하던 영국 시민들도 유사한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U 집행위는 브렉시트 협정의 해당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EU 시민들이 영국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거부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브렉시트 이전부터 영국에 살던 EU 시민 중 일부가 비합법적 체류자로 간주돼 추방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브렉시트 발효 이전 영국에는 300만 명에 육박하는 EU 시민권자가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민자 몰려든다" 영국의 입장

전문가들은 영국이 과거부터 자유 이동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영국은 몰려드는 이민자를 우려하며 EU 역내 자유 이동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며 "10여 년 전에는 자유 이동권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3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는 '인구 대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새 회원국 인가 협상 시 적용되는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 이동권을 부여하기 전 GDP(국내총생산), 급여 수준 등 후보국의 경제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머런은 브렉시트 관련 협상이 이어지던 지난 2019년에도 유사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인들은 경제보다는 (이민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염려가 컸고, 결국 주권 문제로 번졌다”며 이민자 문제를 브렉시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영국은 EU 내에서 이민자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였다. 영국 내에서 브렉시트를 주장한 진영 역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무분별한 이주자 유입을 억제하고, 체류 중인 외국인의 상당수를 돌려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EU 측은 이동의 자유가 EU 단일 시장의 필수 요건이라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2019년 도날트 투스크 당시 EU 상임의장은 “27개 회원국은 단일 시장이 ‘자유로운 이동’을 필요로 한다는 데에 명확하게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 역시 “영국이 유럽의 단일 시장 접근을 원한다면 반드시 EU의 규정을 따르고, 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역내 자유로운 이동이 단일 시장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의 '역효과'

자유 이동권을 두고 잡음을 빚던 양 측은 브렉시트 이전 EU 역내와 영국에 거주하던 이들의 영구 체류권을 보장하는 것에 합의했고, 영국은 2020년 1월 31일 EU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문제는 EU에서 탈퇴한 이후로도 영국의 이민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영국으로 들어온 순이민자 수는 74만5,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 해인 2016년 순이민자 수(37만 명)와 비교했을 때 두 배가량 급증한 수준이자, 당초 영국 정부의 예상치(60만 명) 대비 25% 많은 수치다.

영국 이민자가 급증한 것은 영국의 저임금·단순 노동력 시장을 지탱했던 동유럽 이민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이 자리를 인도·파키스탄·나이지리아 등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영연방 국가 출신들이 메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내 인도 이민자는 2013년 3만3,000명에서 2023년 25만3,000명으로 8배가량 폭증했다. 반면 EU 국가 출신 이민자는 2022년에만 5만여 명이 이탈했다.

이에 영국에서는 브렉시트가 '악수'였다는 여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영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영국민의 60%가 “지금 다시 브렉시트 지속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가 열린다면 EU 복귀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유고브가 같은 해 6월 실시한 동일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8.2%가 EU 복귀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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