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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패권주의’와 ‘기밀 주의’로 점철된 중국의 ‘특사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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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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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사 외교’로 글로벌 패권 위한 지역 협력 도모
아프리카,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에 외교 노력 집중
‘외교 채널 중복’, ‘기밀 주의’ 등 문제점 노출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의 외교 전략은 특사(special envoy)들에게 글로벌 개입의 핵심 역할을 부여하면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보통 서구 국가들의 외교는 시민 사회 단체 및 다자간 회의 참석을 포함한 포괄적 접촉을 의미한다. 반면 중국의 외교는 대정부 관계에만 집중해 경제 협력과 갈등 해결을 도모하는 방식을 띠고 있다. 문제는 특사를 통한 외교 범위가 확대될수록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상대국들의 불만도 증폭된다는 것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 ‘전랑 외교’ 중심인물 ‘유럽 특별 대표’ 임명

최근 중국 정부가 루샤예(Lu Shaye)를 유럽 문제 특별 대표(Special Representative for European Affairs)로 임명하면서 중국 정부의 외교 전략을 두고 논쟁이 불붙었다. 루샤예는 이른바 ‘전랑 외교’(wolf warrior diplomacy)의 대표 주자로 해당 조치는 중국 정부의 유럽연합(EU)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방 진영에 대한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가운데 경제 협력은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특사 외교 방식은 유럽을 넘어 외교 범위 확대를 위한 필수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개발도상국 그룹)가 핵심 목표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담당 국가에 장기 주재하는 일반 외교관들과 달리 특사들은 분쟁 해결 및 무역 협상 등 특수 임무를 띠고 파견된다. 강대국 위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해당 지역의 문제를 비밀스럽게 해결하려는 중국의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위상 강화 위한 지역 협력 목적

중국이 특사 파견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기후 관련 행사 등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에서 중국의 책임감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의 핵심 자원 확보를 위한 목적이었다. 2010년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착수 후에는 서구의 영향력에 대한 대항 세력으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외교 노력을 강화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지역 안정과 분쟁 해결을 위한 특사 활용이 늘어났다. 소말리아 반도(Horn of Africa, 소말리아, 지부티,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를 포함하는 아프리카 지역)와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특사 파견을 통해 경제 회랑(economic corridor)을 확보하고 대미 경쟁 격화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외교는 더욱 전략적 성격을 띤다. 공식 석상에서는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지만 전쟁 책임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돌림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피해 갔다. 동시에 브라질, 남아프리카와 접촉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략이 아닌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득한다.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두 마리 토끼 잡기’다.

'글로벌 사우스'에 외교 노력 집중

실제로 중국의 특사 시스템은 글로벌 사우스 관계 강화의 핵심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 같은 지역 회의체가 주된 채널을 이룬다. 아프리카, 남미, 태평양 군도 등에 파견하는 특사들은 경제 외교 및 안보 대화, 지역 협력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에 집중적으로 특사들을 파견해 아프리카 연합(Africa Union) 및 개별 국가 고위급 리더들과의 회담을 도모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한 채무 부담과 자원 착취 이슈를 잠재우고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채널 중복, 상대국 불만, 기밀 주의 등 ‘문제 노출’

중국 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특사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외교 범위를 넓혀갈수록 속출하는 자국 외교 채널의 중첩과 일관성 없는 메시지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국 주재 외교관과 지역 책임자, 특사 사이의 갈등으로 조율에 문제를 겪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대방 국가의 불만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일대일로하에서 사회 기반 시설 건설을 위한 자금을 중국 빚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이제 중국과의 협약 유지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중국 특사들은 외교적 잡음을 막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중국 특사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대부분 핵심 권력과 긴밀하게 연결된 전직 고위 관료 출신 특사들이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피한다는 점이다. 서구권 특사들이 시민사회는 물론 반대 단체 및 국제기구와의 접촉을 피하지 않는다면 중국 특사들은 오직 정부 대 정부 관계에만 집중한다. 민주주의나 인권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도 피하고 비밀리에 경제 협력이나 당면한 갈등 해결만 도모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국이 주장하고 견지하는 ‘불간섭 정책’(non-interference policy)와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특사 시스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의 경쟁이 심화할수록 중동, 아프리카, 인도 태평양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더 많은 특사들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해당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에 대한 상대국의 부정적인 시각과 중국 내부에서 비롯된 메시지의 혼선과 역할 중복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특사 전략이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글로벌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이고 전면적인 외교 방식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정도 이해는 간다.

원문의 저자는 하오난(Hao Nan) 샤하르 연구소(Charhar Institute)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s special envoys are redefining global diplomac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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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관리 위해 대출 줄이는 은행들, 기업 ‘돈맥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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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기업 파산·부도 등으로
4대 은행 짊어질 손해 26조
기업대출 심사 더 까다로워질 듯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기업 관련 신용위험이 1년 새 2배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 이후 시중에 좀처럼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최악을 기록했는데, 최근 들어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신용위험까지 부쩍 커진 것이다. 향후 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위해 대출 등을 깐깐하게 관리하면 기업 자금줄이 더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년 새 기업 관련 신용위험 증폭

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거래상대방 신용위험(CCR)은 2023년 12조2,776억원에서 지난해 26조812억원으로 증가했다. 거래상대방 신용위험은 금융거래를 할 때 계약 상대방이 돈을 지급하지 못할 리스크를 금액으로 산출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거래상대방이 부도날 경우 은행권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신용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대출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등 금융 상품과 각종 보증기관의 보증액까지 합산해 신용위험을 산정하고 있다.

2020~2023년만 해도 4대 은행의 거래상대방 신용위험은 연간 10조~12조원 선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이 본격화하면서 신용위험도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상 분쟁 리스크가 커졌고, 국내에선 계엄 사태가 겹치며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된 영향이다.

특히 달러당 원화값이 추락하자 수출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기업들이 쥐고 있는 해외 자산이나 지분 투자분에 대한 원화 환산 평가이익이 줄고, 원화값 하락분만큼 웃돈을 주고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외화부채 환산 손실 역시 불어난다. 여기에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 매입까지 늘리며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3월 기업대출 2.5조 뚝

실제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 대비 0.11%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은 0.05%로 전월 대비 0.02%p 올라갔고, 중소기업도 0.15%p 증가한 0.77%의 연체율을 나타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0.70%로 0.10%p 뛰었다. 은행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지난해 말 기준 13.07%로 전분기 대비 0.26%p 하락한 상황이다. CET1을 일정 수준(13%)으로 관리하려면 위험가중자산(RWA)를 낮게 관리하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신용위험 확산을 막기 위해 관리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2,09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936억원 감소했다. 지난 1월 5조1,003억원, 2월 1조9,802억원 증가했다가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중 영세한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대기업대출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기업대출은 162조172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255억원 줄었다. 작년 12월 이후 석 달 만의 감소세다. 중소기업대출도 338조7,251억원으로 전월 대비 4,658억원 줄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324조4,671억원으로 전월 대비 4,024억원 감소해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업들 '일단 버티기' 돌입

돈맥경화에 내몰린 기업들은 일단 버티자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각 계열사 성과 평가 항목에서 재무건전성 지표를 강화했다. 이전에는 일부 관련 부서에만 적용했는데, 마케팅 같은 ‘돈 쓰는’ 부서의 평가에도 포함시켰다. 계열사들은 차입 비용 축소, 사옥 등 보유 부동산 자산 매각, 투자 규모 축소‧보류 등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과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롯데 임원은 “목표가 막연한 인수‧합병(M&A)은 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라는 메시지 자체는 맞다”면서도 “‘돈 쓰지 말라’는 소리로 들려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특히 유통업계에선 올해만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 온라인 명품 플랫폼 1위 발란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애경그룹도 유동성 악화로 그룹이 흔들리자 알짜 자산인 애경산업 매각에 나섰다. 새벽배송 대행 1위인 팀프레시도 배송기사들에 대금 결제 못 해주자 결국 지난달 31일부터 일부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건설업계에서는 ‘4월 위기설’이 공공연하다. 연초부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아예 빚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 직전 단계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 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기업은 모두 6곳이다. 또 올해 시공능력 평가 200위 가운데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 7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건설뿐 아니라 화학과 이차전지 업황 부진,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이번에 신용등급 전망치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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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휴직 갈 길 멀었다, 대기업 10곳 중 8곳 10%도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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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 육아휴직 사용률 저조
보수적인 문화 및 낮은 여성 취업률 영향
조직이 나서 업무 공백 막아야

기업들이 출산·육아 복지를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빠 육아휴직’ 사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톱 10’ 대기업 중 남성 육아휴직률이 두 자릿수인 기업은 단 두 곳뿐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남성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푸념이 나온다.

남성 유아휴직률 한 자릿수 불과, 지방은행은 0%대

3일 상장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톱 10 중 삼성전자(13.6%)와 LG에너지솔루션(22.7%)만 남성 육아휴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나머지 8곳은 한 자릿수로, 여성의 육아휴직률이 70~90%대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육아휴직률은 당해 출생 1년 이내의 자녀가 있는 직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을 말한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3.93%), 삼성바이오로직스(5%)가 남성 육아휴직률이 특히 낮았다. 여성 육아휴직률의 경우 삼성전자(97.8%)가 가장 높았고, 현대차(91%), KB국민은행(90.74%)도 90%를 넘겼다.

범위를 코스피 ‘톱 20’으로 넓혀도 남성 육아휴직률이 두 자릿수인 기업은 7곳(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HD현대중공업·포스코·한화오션·LG화학·카카오)에 불과했다. SK이노베이션은 3.26%로 톱 20 중 최저였다.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8.6%)와 카카오(12.3%)도 육이휴직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조직문화가 유연하다고 알려진 IT 업계에서도 1년 내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직원 10명 중 1명 남짓만 육아휴직을 쓴다는 뜻이다.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 특히 지방은행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개 은행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평균 5.4%로 낮지만, 시중은행과 비교해 지방은행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두드러지게 낮았다.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 직원 수는 8명으로 사용률은 1.2%에 그쳤다. 경남은행과 지난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iM뱅크(옛 대구은행)는 남성 육아휴직자가 각각 5명, 1명으로 사용률로 따지면 0%대에 머물렀다. 제주은행은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가 한 명도 없었다.

기혼 여성 취업률 저조

기업들이 출산장려금, 육아기 단축 근무 등 복지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음에도 남성 육아휴직이 저조한 데는 여성들의 낮은 취업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근로자 취업결정요인에 관한 종단적 연구'를 보면 3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은 사상 최대인 71.3%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이 필요한 나이대의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일수록 취업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15세~75세 경제활동 가능자 중 취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미취업자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5~34세는 전반적으로 취업자와 미취업자 비중이 등락을 반복하다 2007년부터는 미취업자가 증가하고 취업자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35~44세와 45~54세 계층은 전 연령대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계층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해 2022년에는 각각 74.2%, 78.2%였다. 65~75세의 전기노령층은 1998년에는 취업자가 21.9%였으나 2022년에는 44.7%로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개인마다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조금씩 달랐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돌봐야 하는 미취학 자녀 수가 많을수록, 혼인할수록 미취업할 확률이 높았다. 혼인과 양육으로 남성이 취업할 확률은 높아지지만, 여성은 그 반대였다.

육아휴직 남성은 해고 대상? 눈치 보는 분위기 여전

한국 기업 특유의 ‘눈치 보는 분위기’도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기업 화학계열사에 다니는 한 남성 직장인은 “맞벌이하며 세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어 육아휴직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용기가 안 났다”며 “30대 후반은 차장 승진 시기인데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순간 승진은 아예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육아휴직 신청은 곧 퇴사라는 인식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올해 1월 16일부터 2월 3일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노동자 1,72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내가 다니는 회사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언제든지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다’라고 답변한 이들은 29.0%에 그쳤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육아휴직 사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22.5%)과 이런 인식에서 비롯되는 ‘인사고과, 승진 등 직장 생활에 발생할 불이익에 대한 우려”(27.4%) 때문에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해도 부담을 느끼거나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육아지원제도 사용이 동료 직원의 부담 증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나서 육아휴직으로 인한 조직 생산성 공백을 메울 방법을 미리 갖춰야 한다”며 “그래야만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육아휴직자 때문에 내 일이 늘어난다’는 인식이 개선되고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안착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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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틱톡 인수전에 아마존도 막판 출사표, 강제 매각 성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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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美 법인 매각 시한 코앞으로
아마존 막판 입찰, 앱로빈도 가세
블랙스톤 등 기존 후보들과 경쟁 치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한 틱톡 매각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마존과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앱러빈 등이 인수 제안서를 냈다. 오라클과 블랙록·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등 투자사들도 틱톡 인수를 타진하는 등 대형 매수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틱톡 미국 사업이 중단되는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틱톡 미국 사업 인수에 도전장

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틱톡 인수전 막판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마존은 틱톡 매각 책임자인 JD밴스 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서한으로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백악관은 아마존의 제안서를 받았다고 확인했지만, 입찰 금액이나 세부 사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의회는 지난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올해 1월 19일까지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틱톡 금지법 시행을 75일 간 연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사업권 매각 마감 시한이 오는 5일까지로 연장됐다.

NYT는 틱톡이 전자상거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아마존을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틱톡은 ‘틱톡숍’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틱톡에서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대다수 인플루언서는 아마존에서 제품을 구매토록 권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은 인플루언서 등에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틱톡을 인수하면 부담이 줄어든다. 틱톡숍과 연계해 직접 매출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블랙록·오라클 등 투자사들도 참전

틱톡을 노리는 곳은 아마존 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앱러빈은 카지노 거물 스티브 윈과 함께 틱톡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성인 플랫폼 온리팬스(OnlyFans) 창업자가 만든 새 스타트업 주프(Zoop)도 가상화폐 관련 단체 HBAR 재단과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외에도 오라클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컨소시엄, 마이크로소프트(MS), 벤처캐피털(VC)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이 틱톡 미국 법인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마존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실제 틱톡을 인수할 의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안서를 낸 후 실사를 통해 틱톡의 내부를 살펴볼 수 있고, ‘몸값’을 올려 경쟁사들의 손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실제 틱톡 인수에 진심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짚었다.

틱톡 美법인, 신규 투자자 50% 지분 보유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 아메리카'라는 새로운 법인 만들어 신규 미국 투자자들이 약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바이트댄스로부터 틱톡 알고리즘 사용권을 획득하게 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바이트댄스의 기존 투자자들은 새 틱톡 법인의 약 3분의 1 지분을 보유하며 바이트댄스 자체는 19.9%의 지분을 유지할 예정이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 특정 국가를 외국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자국 내에서 핵심 기술, 데이터, 통신망, 미디어 플랫폼 등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틱톡이 미국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관련 사업부 매각은 필수적이고,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 지분을 20% 미만으로 소유해야 한다.

그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의 미국 법인을 분사한 뒤 바이트댄스의 기존 미국 투자자들이 틱톡 미국 법인에 대한 지분을 높이고 중국 측은 지분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중국 측 지분을 유지한 채 미국 측이 50% 지분을 유지한 채 사실상 새 법인의 지배권을 보유하는 형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안을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바이트댄스는 여전히 미국 내 사업 매각에 저항하고 있다. 인수자가 나타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서에 서명하더라도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 승인은 별개다. 이에 미 정부 내부에서는 틱톡을 중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앞서 지난달 26일 “틱톡에 관해 중국 정부가 (미국 사업권 매각을) 승인하는 형태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성사되면 중국에 약간의 관세 인하나 다른 것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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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에 25% 상호 관세 부과, 日 24%·中 34%·EU 20%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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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최악의 국가' 60여 개국에 개별 관세 적용키로
최고 관세율 캄보디아 49%, 韓은 13번째로 높아
기본 관세 5일부터, 상호 관세는 9일부터 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기본 관세를 포함한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은 13번째로 높은 25%의 상호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중국, 대만보다는 낮고 유럽연합(EU), 일본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비(非)금전적 장벽이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본 관세 10%에 더해 개별 관세 10~49% 책정

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WA)' 행사에서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상호 관세는 기본 관세에 더해 이른바 '최악의 국가(worst offenders)'에 대한 개별 관세로 구성되는데 이 중 개별 관세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EU, 대만, 인도 등 60여 개국에 부과된다. 기본 관세와 개별 관세는 각각 이달 5일과 9일부터 적용된다.

이날 발표된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보면 △중국 34% △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이다. 가장 높은 관세를 적용받는 나라는 캄보디아(49%)다. 이어 베트남(46%), 스리랑카(44%), 방글라데시(3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13번째로 높아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수준이다.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는 기본 관세(보편 관세)는 10%로 책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이후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이 조치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것으로 무역 적자와 근본적인 비호혜적 대우로 인한 위협이 충족·해결·완화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효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국가들은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유튜브

"韓 대미 관세 50%에 맞서 25% 상호 관세 부과"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제시하면서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한국 등 주요국의 대미 관세와 미국이 산정한 '할인된 상호 관세'가 제시된 명세표를 들고나왔는데 이 표에서 한국은 미국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대부분 품목에서 실질 관세가 0%에 가까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 수준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절반 수준을 상호 관세로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일본 등이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제한으로 인해 엄청난 무역 장벽이 세워진 결과,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고, 일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된다"며 "무역에 관해서는 적보다 우방이 더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쌀 관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도 한국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미국산 쌀에 대해 한국은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의회 합동 연설에서도 "한국의 평균 관세가 4배 더 높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한국을 집중 겨냥해 "미국이 한국을 군사적은 물론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방국이 우리를 이렇게 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 당국자들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측 고위 인사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정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2일 관세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높은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MFN 관세율은 3.5%지만,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10%며 더 큰 문제는 각국의 비관세 장벽"이라며 "이들 국가는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미국의 농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해 미국에 MFN 관세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대우 관세율은 13.4%다.

정부, 관계 부처 및 민관합동 회의 열어 대책 논의

우리 정부는 3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전략 테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통상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자동차 등 미 정부의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을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TF 회의 직후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또한 같은 날 오전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미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개최해 대미 아웃리치 등 업계와의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단체, 국책 연구기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정부는 25%의 상호 관세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도 상호 관세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그간 미국이 상호 관세와 보편 관세 중 어떤 것을 얼마나 부과할지 불확실성이 컸지만, 이제는 명확해졌다"며 "정부와 개별 기업들이 협상 전략을 짜야 할 시기"고 말했다. 기업들도 생산 제품의 관세 적용 여부와 타국 상황을 비교하며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일례로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 준수 제품은 관세율이 0%로 유지돼 공장 이전을 검토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전략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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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팬 클럽 vs. 어둠의 팬 클럽 - 둘은 같은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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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기사를 보니 한국와서 김치 욕하는 영상을 올린 한 외국인 유튜버를 강제 추방해야 된다고 그래놨군요.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 저런 비판도 들어줘야되지 않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왜 우리가 욕하는 외국인까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해줘야 하나, 우리가 그렇게 배알도 없이 사는 나라인가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타국 전 대통령에 노벨상 수상자마저도 미국 들어오지 마라며 막아버렸군요.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할 겁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재 국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저도 강한 사람이라 속이 시원해지는 감정을 느낍니다만, 지난 몇 년간 사업하면서, 저렇게 때려야 할 필요가 있나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됐습니다.

SIAI가 여론에 공격당한 이야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냐면, 2022년 초, 학교 설립한지 반 년도 되지 않았던 시점, 아직 EduQua의 학위 교육 과정 기관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던 시절에, 국내의 일부 커뮤니티들에서 SIAI를 가짜 학교라고 음해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 분들에게 제가 속칭 '신상털이'를 당했던 기억이 나서입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제가 S대 갔다는 이유로 배아파하고, 학부 시절 친구들이 제가 외국계IB에 취직하고, 나중엔 미국에 박사가고 그러는 걸 배아파하는 것 때문에 몇몇 개인들에게 음해를 당하는 일들은 종종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엄청난 거짓말들을 잔뜩 담은 글들로 각종 커뮤니티가 도배되는 걸 보면서 적잖이 충격을 먹었었습니다.

저 혼자만이었으면 그나마 저도 견딜 수 있었겠지만, 학생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그걸 내부에 갖고와서 학생들 사이에 퍼뜨리던 일부 학생들은, 제 나름대로 긴 고민 끝에 제적 처리했습니다. 가만 놔두면 더더욱 저나 학생들이 동요할 것 같았거든요. 엉겹결에 그 대화에 끼어들었던 학생들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억울하면 들어주겠다고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만, 그 때 지적 받은 8명의 학생 중 4명이 학교를 떠났습니다. (반대로 남은 학생들 중에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졸업한 경우도 있군요.)

그 이후로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데만 초점을 맞추는게 아니라, 외부의 시선에도 신경을 써야 되는구나, 사람 관리라는 게 참 어려운 문제구나는 걸 절감하면서 사업을 하게 됐으니 한편으로는 고마워해야 되려나요?

당시에 제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 기업의 명예를 실추시킨만큼 손해 본 부분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이야기도 했었고, 심지어는 스위스에 있는 기업이 손해를 본 것이니까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손해를 본 부분까지 민사로 고소를 하겠다고 그랬었습니다. 그래도 사그라들질 않더군요. 예전에 '삼성 법무팀'이 무섭지 않냐는 댓글이 국내 커뮤니티들에서 밈처럼 소비됐었는데, 그런 악플러들에게 법이 적절한 철퇴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 국내 명문 K대 출신 한 학생은 곧 죽어도 MBA AI는 못 가고 MSc만 가겠다고 2번이나 입학 시험을 보고 연거푸 40점을 받고 탈락했었는데, 그 학생이 SIAI가 마치 스위스에서 있는 다른 대학교가 따로 만든 자회사인 것처럼 이상한 글을 올려서, 그 스위스 대학교에서 실제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었고, 합의하느라 많은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 자원을 썼습니다. 스위스의 그 대학교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가서 덩치 큰 독일계 노인한테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는 해명과 함께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는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K대 출신 학생도 악플러들처럼 끝까지 자기는 잘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도 유망한 학생이니 앞으로 인생을 위해서 자신의 잘못된 이해가 기업에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공격을 멈춘 방법(?)

제 기억에 그런 공격이 멈춘 계기가 2가지 인데,

  • EduQua 홈페이지에서 SIAI가 승인을 받은 걸 확인할 수 있었던 2022년 5월 초
  • 계속 온라인에서 공격으로 홍보해줘서 고맙다, 너네 덕분에 내가 졸지에 유명인사가 됐다는 감사 글

이라는 사건들이 터지고 난 다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댓글들을 보니 '굳이 홍보해줄 필요 없다, 댓글 지워라' 이런게 보이더라구요.

그 전에는 입학 절차를 밟을 때마다 20명 남짓의 학생이 지원했지만, 그 이후로는 매년 10명을 넘지 않았던 걸 보면, 그 분들의 공격은 꽤나 유효했었다고 생각됩니다. 최소한, 가짜 학교, 학위 논란 등등과 더불어 '한국인 주제에 뭘 아는데 네 까짓게 뭘 아는데' 등등의 표현으로 한국 사회의 잘못된 AI/Data Science 교육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고급 교육, 힘겹게 갖고 온 해외 명문대 교육이라는 이미지를 깎아내리는데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젊은 정치인 이준석이 하버드 졸업이 가짜라는 논란에 시달리면서, 재능 넘치는 음악가 타블로가 스탠포드 학위 관련 논란에 시달리면서 대중에게 이미지의 상처를 입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여전히 안티가 응원보다 목소리가 훨씬 크고, 타블로의 경우는 아예 외부 활동을 끊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더 이상 사업을 안 하려다가 인터넷 전문지들만 남겨놨습니다. 나머진 모두 해외 사업으로 이전했는데, 질투심 가득한 대중을 상대하느니 재능을 다른 데 쓰는 게 낫겠다 싶어서였습니다.

물론 10명 미만이기는 해도 제대로 공부하려는 의지가 충만한 학생들로만 선별된 지원자 풀을 보면 그 공격 덕분에 제대로 교육하는 기관이라는 제 목소리가 더 잘 전달되어서 일 수도 있겠죠. 최소한 이젠 더 이상 이 분은 못 살아남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지원하진 않습니다. 본인이 지쳐서 나가 떨어지면 또 모를까.

삼국지에서 조비가 한나라 마지막 황제 유협을 협박해서 양위를 받으려고 하면서도 2번이나 거절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당시에 이런 표현을 했다고 하더군요.

거절 안 하고 바로 양위를 받으면 소인배들이 온갖 헛소문을 내겠지

지난 몇 년간 국내 커뮤니티들에 온갖 거짓, 협잡, 음해 공격을 다 당하고 나서야, 삼국지의 저 대사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삼국지라는 소설을 교과서 공부하듯이 사건의 흐름만 볼 게 아니라, 삶의 지혜를 얻는데 썼어야 하는데, 저는 결국 공부만 잘하는 범생이에 불과했던거죠.

공격 당하는 테슬라를 보면서

요즘 대중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테슬라를 보면서, 일론 머스크의 잘못된 선택이 결국 기업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딴에는 정부 조직에 들어가서 비효율을 개선하고, 미국 출생은 아니지만 미국의 발전을 돕는, 구세주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었을 거라고 봅니다. 자신을 전폭적으로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트럼프 대통령과 쌍두마차로, 기술 전문가에서 미국의 구세주로 레벨 업 되는 그림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실리콘 밸리에서 DC로 고개를 돌렸을 겁니다. 최소한 실리콘 밸리에서 자기 같은 우파 사업가는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테니까요.

그런데, 'Anti-Tesla'에 예전에는 없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규모로 들어왔고, 심지어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타격을 입는 주요 국가들이 모두 'Anti-Tesla' 대열에 붙었습니다.

때문에 기존 테슬라의 이미지는 친환경 전기차, 패션 아이템, 트렌드 셋터, Young Professional 같은 이미지였는데, 갑자기 독재자, 이기주의자, 같은 트럼프의 이미지와 더불어 이상한 사람들이나 운전하는 자동차라는 딱지가 붙어버렸습니다.

이미지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잘 팔렸던 자동차가 거꾸로 이미지 전쟁에서 지고 있는거죠.

예전의 '샤이 트럼프' 때와 비슷하게, 'Anti-Tesla'가 너무 많아 지면서 테슬라 운전자들이 눈치를 보게 됐습니다. 소수일 때는 질투꾼에 불과하다고 무시하고 넘어가지만, 'Anti'의 숫자가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괜히 응원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대중에게 몰매를 맞으니까, 그냥 자기는 중립인체 하면서 모르는 척 넘어가고, 피하고 싶은거죠.

SIAI에 온갖 종류의 폭격을 때리던 분이 가장 성공한 부분도 딱 이 지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분들이 '신상털이'를 하면서 저에 대한 온갖 음해를 만들어 냈고, SIAI를 가짜 학교라는 식으로까지 포장하면서 학생들이 동요하던 것은 어쩌면 지극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Anti-Tesla를 외치는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 유럽-캐나다 일반 서민들은 나름대로는 생존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불과한 것처럼, 당시에 절 음해하던 분들은 아마도 MSc 안 받아줬다고 억하심정이 가득했던 학생들, 코인이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권위를 가진 유명 인사가 되는 것이 불편한 코인 투자자들, 그리고 국내 주요 IT학원에서 적당한 수준으로 코드 붙여서 돌리던 부트캠프 관계자 및 출신 학생들이었을 겁니다. 그런 교육을 했던 대학 교수들도 그 중 일부였군요. 그들 모두에게 저는 위협의 대상이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저를 추락, 몰락시켜야 했습니다.

저는 그런 대중의 사고 흐름을 몰랐던 '범생이'였을 뿐이었던거죠. 그저 사무실에 앉아서, 집에 누워서, 열심히 고급 강의 자료를 만드는데만 집중하는 범생이가 일반 대중의 사고 흐름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한편으로는 그런 '여론 관리', 혹은 '여론 조작'을 안 하고 있다가 폭탄을 맞아놓고, 정작 애꿎은 학생들에게 너네가 학교에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지적을 했으니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본다면, 제 사과를 너그럽게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불찰인데, 당시에 헛소문에 얼마나 두려웠을까 싶기도 하고, 제적 처리해버리는데 당황하면서 또 무서운 감정도 더 들었을 겁니다. '여론 관리'를 모르는 좁은 식견을 갖고 있었던 제 부족함이 원인인데, 많이 미안합니다.

왜 우리 SIAI 학생들이 어디가서 자랑스럽게 SIAI 다닌다고 말 하는 경우가 없을까? 이렇게 고급 교육을 하고 있고, 그렇게 좋은 논문을 써서 졸업하는데, 누가 봐도 입이 떡 벌어질만한 성과를 냈는데, 왜들 저렇게 얌전할까 싶었는데, 예전에 로톡을 때리던 변호사 협회를 보면서, 요즘은 테슬라 사정을 보면서 또 배움을 얻습니다.

앞으로 일론 머스크가 어떻게 저 이미지 추락을 극복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한국에서 앞으로 사업을 더 하고 싶으면 이미지에 먹칠을 한 사람들에게 불만을 가지고 벽을 쌓을 게 아니라, 거꾸로 오염된 이미지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 Anti-SIAI들이 더 이상 입을 못 열도록, 거꾸로 부러워하도록 만들어버려야겠죠?

요즘 LSE 시절 친구들 중에 유럽에서 박사하고 여기저기에 흩어진 애들이랑 SIAI와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KAIST 최호용 교수님이 LSE 시절에 저랑 같이 공부하며 서로 신뢰가 쌓였으니까 학생들 논문 심사 목적으로 만든 사단법인 학회에 회장도 맡아주시고, 이래저래 도움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최소한 Anti-SIAI들이 뒤에서만 궁시렁거릴 뿐, 자기들 깜냥으로 KAIST 교수를, 그것도 A급 저널에 논문내는 교수를 지적하기는 힘드니까, 앞에서는 대놓고 말을 못하게 됐는데, 아마 유럽 친구들의 사진이 취리히 시내의 학교 행사 사진에 걸리고 나면, 더더욱 말을 못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미국 대학교들 교수하고 있어서 힘을 빌려달라고 하기 어려운 BU 박사 연구실 동료들, 혹은 보스턴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그 일대 대학교 출신 친구들이 KAIST 최호용 교수님이 한국에서 해 주셨던 것처럼, 유럽 학생들 대상으로 Guest seminar 같은 거라도 해준 걸 올려놓으면 다른 말들도 다 사라지겠죠.

이런 걸 뒤늦게 깨닫기도 했고, 한국 학생들한테 학비 저렴하게 해 주느라 친구들 돈 챙겨줄 여력이 없어서 제대로 못 준비를 했는데, 유럽 기준으로 학교 시스템이 바뀐 만큼, 앞으로 하나씩 풀어내봐야겠습니다.

글로벌 대형 언론사들이 내놓는 대학교 랭킹이라는게 사실은 금전 거래라는 것도 알게 됐는데, 돈 남으면 저런데다 써야되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래야 Anti-SIAI들이 불만을 털어놔봐야 못 가서 질투하는거라고 무시하는 목소리를 더 키워 줄 수 있겠다 싶거든요. 영어권에서 이걸 Narrative battle이라고 부르던데, 앞으로 제가 유럽에서 이걸 하는게 거꾸로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Anti-SIAI를 이겨내는데, 제가 한국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을 줄이는데 효과적으로 쓰일 걸로 보입니다. 정작 핵심 교육 내용은 바뀌는게 하나도 없건만.

졸업을 눈 앞에 둔 학생 하나가 자기는

SIAI를 저가매수했다

고 농담하는데, 모쪼록 한국 졸업생들이 몇 년 지나기 전에 다들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달랐을까?

지난 2월 말에 스위스까지 찾아가서 EduQua에서 3년차 재심사를 받았고, 3월 말에는 심사 통과를 확정받았습니다. 심사를 통과시켜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만, 어쩌면 이런 경험치가 다 있었던 상태에서 처음 심사를 받았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더라구요.

3년 전으로, 아니 처음 SIAI 설립을 결심했던 4년 전으로 돌아가면, 아마 SIAI 설립 안 하고, 그냥 한국을 떴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 이름없는 대학교에 교수로 가서 조용히 논문이나 쓰고, 책이나 읽고 살았을 거에요. 돈을 벌려고 시작한 교육 사업도 아니고, 한국의 AI/Data Science 교육이 너무 심각하게 Bootcamp 수준으로 흘러가길래 그걸 막아볼려는 의지로 뚜껑을 열었는데, 제 선의지는 무시당하고, '소인배'들에게 제 인생의 성과들을 왜곡, 삭제 당하면서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설립을 하고 학생들을 받아서 돌이킬 수 없었던, 근데 국내 커뮤니티들에서 온갖 공격을 다 받던 3년 전으로 돌아가면, 학교 설립 하자마자 돈이 없더라도 언론사들에 돈 주고 인터뷰 기사도 내면서 그런 어줍잖은 '소인배'들의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뭔가 더 방법을 취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니까 부질 없을려나요? 아니면 '소인배'들은 뭐라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했을까요?

다들 트럼프를 욕하겠지만, 지난 4년간 재선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억하심정이 많이 들었을지 생각해보면, 전 트럼프의 저런 반응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대인배라면 그걸 다 받아들이고 넘어가겠지만, 저나, 트럼프나, 그렇게까지 대인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중은 '개, 돼지'에 불과하다던 어느 행시 출신 공무원이나 '가재, 붕어, 개구리'라고 표현했던 전직 모 정당 대표의 표현들을 보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위나라 초대 황제 조비가 양위를 두 번이나 거절했던 방식의 '여론 조작'을 하는게, 대인배도 아니면서 억지로 대인배가 되려고 겉을 꾸미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대응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론 조작'에 실패해서 모 한류 스타처럼 사업이 망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으니 간단히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만, 채찍과 당근 중 한 쪽만 쓰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아요.

빛의 팬 클럽 vs. 어둠의 팬 클럽

왜 이렇게 생각하냐면, 한편으론 그들이 '어둠의 팬 클럽'이라는 어느 대중 여론 전문가의 표현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빛의 팬 클럽'만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입학 시험을 자꾸 칠게 아니라 MBA AI 입학해서 1년 공부하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수 많은 충고를 무시하다가 돌연 흑화되었던 그 학생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 '팬 클럽'은 사실 하나의 집단인데 자기에게 이득이 되느냐 아니냐에서 갈렸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SIAI에 입학한 학생들, 입학하려고 준비하려는 학생들은 '빛의 팬 클럽'이었지만, 자기는 MSc AI를 무조건 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리던 학생들, 돈이 없어서 SIAI에 입학 못한 학생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Bootcamp가 잘못된 줄은 알지만 SIAI 수준의 고급 교육을 소화할 자신이 아예 없으니 '여우의 신포도'처럼 SIAI를 보던 학생들이 아마 '어둠의 팬 클럽'이 됐을 겁니다.

위에서 예시를 들었던 '어둠' 학생들을 ''으로 바꾸고 싶습니다만, 첫 수업부터 F 학점을 받을게 뻔한, 아니 첫 수업 첫 과제도 못 풀 학생에게 MSc AI 입학을 허가해 줄 수도 없고, 저도 손해를 보는 사업을 하면서, TA할 능력도 없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줄 수는 없습니다. 자기도 살아남고 싶으니까 교육 수준을 낮춰달라고 하지만, 그럼 국내 대학 수준으로 전락하는데, 그래놓고 돈 받는 건 더더욱 못하겠구요. 그냥 국내 대학을 가라고 할 수밖에요.

그래서 MBA AI에서 F학점이 많은 학생들도 졸업해보라고, 배우고는 싶지만 못하는게 너무 괴로운 학생들을 위해서 MBA AI의 Technical track 말고 Business track을 만들어놨는데, 수업은 똑같이 듣고, 시험만 다른 걸 보니까 공부하는 내용은 비슷한 과정을 만들고, 그걸 또 EduQua에 승인 받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했습니다만, 그건 또 죽어도 못 하겠다고 고집들을 피우니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Y대 상경 출신에 석사 밟은 학생 1명, 학부를 응용통계 복수 전공을 했던 학생 1명, 이렇게 두 명이 왔었습니다. 석사를 밟은 학생은 MSc를 고집하는 걸 끝까지 말렸는데, 예상대로 첫 시험 두 과목을 모두 백지를 냈고, 두번째 학기도 듣다가 '잠적'해버렸습니다. 다른 학생은 그만두려는 걸 조금은 더 해봐라고 설득했는데, 결국 역시 도망가더라구요. 그 분들 모두 Business track을 했었어야 된다고 생각되고, 아마 본인들도 저한테 말을 안 했을 뿐, 스스로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고집 안 피우고 Business track으로 간 학생들 두 명이 2025년에 Best paper of the Year 상을 받을 후보들이 됐습니다. 둘 중 한 명은 기업에 특허를 만들어주는 학생이 됐고, 다른 한 명은 완전히 다른 산업군에 있다가 굴지의 기업에서 AI/DS를 담당하는 부서로 이직을 했습니다. 둘 중 한 명이 상을 받을텐데, 이 모든 걸 보고 나면 도망갔던 그 Y대 출신 학생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본인들이 학부 학벌은 훨씬 더 한국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분들인데, 욕심을 버리지 않은 탓에 욕심을 버린 분들보다 훨씬 더 뒤쳐진 분들이 됐습니다. SIAI 학위가 있으니 외국계 기업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이직하기도 좋을 것이고, 그 때 GIAI 홈페이지에 실린 AI/Data Science 논문이 그 분들의 연봉 협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가까운 친구들의 표현대로, 졸업장을 받아가신 그 분들의 인생은 이제 바뀌었습니다. 언뜻 눈에 잘 안 들어오니 질투꾼들은 MBA 학위라고 무시하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기업에서 승진 결정을 내릴 때 SIAI 학위가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고, 제대로 공부하고 시야가 열렸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될 겁니다.

도망가셨던 분들, 욕심내다가 실패하고 질투감에 사로 잡히신 분들은, Business track과는 비교도 안 되는 3류 교육을 한 다음에 국내 대학들처럼 PhD AI라고 학위를 주지 않았다고, 악플러들처럼 주변 사람들을 다 끌어모아서 사람 숫자로 저를 압박하며 불만을 털어놓고 싶을까요? 숫자가 많으면 이긴 건가요? 댓글을 속 시원하게 쓰면 더 우월한 사람이 되는 걸까요?

왜들 이렇게 '자기 분수 파악'을 못하는건가는 억하심정이 생기면 너무 악랄한가요? 안타깝지만 '어둠'이 되신 분들은 제가 그 분들을 '어둠'으로 밀어넣은게 아니라, 그 분들 스스로 무리한 욕심을 내다가 '어둠'에 빠졌다고 이야길 하면 너무 못 되어먹었나요?

이미지가 소비됐다

정치 신인들, 신선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는 모두가 좋아하지만, 정치인 기준으로 특정 정당을 선택하고, 주요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면 점점 안티가 증가합니다.

끝까지 안티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선을 교묘하게 타려고 하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봤던대로, 음해하려는 사람들, 배가 아픈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거든요.

이걸 대중 문화를 다루는 분들께서 '이미지가 소비됐다'라고 표현하더라구요.

그 이후에는 자신의 핵심 역량으로 그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일회성 스타로 전락한답니다. 그 핵심 역량의 타겟이 너무 작아져서 소비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어도 역시 자본의 논리 때문에 일회성 스타로 전락한답니다.

SIAI라는 대학을 한국에서 만들고 겪은 지난 몇 년간의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더 이상 에너지를 쓰지 말아야 된다는 유럽 동료들의 주장에도 동의합니다.

SIAI는 이미 '이미지가 소비됐'거든요. 이젠 정말 열심히 하려는 일부의 열정 넘치는 학생들만 큰 결심을 하고 찾아오는 곳이 됐는데, 그 학생들만 받아서는 유지가 불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그저 남의 돈이나 뽑아먹고 편하게 살고 싶을 뿐이거든요. IQ 정규분포표를 보다시피, 머리가 좋은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한국의 AI/Data Science 업계를 어떻게 살려볼려고 도전을 했는데, 정작 한국을 살리려면 해외에서, 혹은 다른 사업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야 된다는 안타까운 아이러니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현실이니 받아들여야죠.

저희 회사 사업 방향이 바뀐 이후로 우리 SIAI 학생들을 많이 못 챙겨줘서 많이 미안합니다만, 한편으로는 SIAI 한국 학생들을 끝까지 챙기려는 제 책임감 때문에 도망 안 가고 이렇게 붙잡고 있는거라고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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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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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KTX 요금 '인상설' 선 그은 정부 “운임 인상 고려 안 한다”

KTX 요금 '인상설' 선 그은 정부 “운임 인상 고려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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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사장, 간담회서 “KTX 요금 인상 추진” 발표
정부, KTX 운임 인상은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것
KTX 올리면 ITX·지하철 운임도 올릴 명분 생겨
KTX 차량이 열차 차고지에서 대기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최근 KTX 운임 인상을 두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정부 간 기싸움이 드러났다. 코레일 사장이 정부와 논의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17% 인상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정부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정부는 운임 인상 가능성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었다. 물가 안정 등 정책 기조에 따라 운임을 인상할 수 없고, 코레일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이미 국고 보조금까지 투입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레일, KTX 운임 17% 인상 추진

3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지난달 25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철도운임 인상안에 대해 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으로, 14년간 동결된 만큼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국민경제나 소비자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코레일이 밝힌 인상 폭은 평균 17% 정도다. 이렇게 되면 서울~부산 구간의 운임은 기존 5만9,800원에서 약 7만원 오르게 된다. 그런데 한 사장의 간담회 후 정부는 코레일 측 실무진에 연락을 취해 상황 파악에 나섰고, 실무진은 정부에 “사장님이 그렇게 지를 줄 몰랐다”며 어쩔 줄 몰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장이 KTX 운임 인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한 셈이다.

전기요금 등 물가 상승 및 인건비·운영비 상승 못 버텨

한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KTX 운임 인상 필요성을 호소한 배경은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다양한 운영비가 늘어났다는 게 코레일 측 설명이다. 전기요금 인상도 큰 부담요인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2021년 3,687억원에서 2024년 5,796억원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올해는 6,4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KTX를 운영하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이 크게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또 교통 인프라 유지와 철도 노선의 관리 등도 운영비에 추가 부담을 줬다.

재정악화도 해결해야 한다. 코레일의 누적 부채는 2024년 말 기준으로 21조원에 달하며, 감당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해도 연간 약 4,13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은 코레일의 경영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수조원에 달하는 열차 대체 비용 마련도 시급 과제다. 현재 운행중인 KTX 열차의 절반 이상이 2033~2034년 사이에 한꺼번에 퇴역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레일 운영 초기 도입 모델인 KTX-1 열차는 2004년에 도입돼 이제 교체 시점에 다다른 상태인데, 이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약 5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정부 "원가 절감·자구노력으로 인상요인 흡수"

정부 안에서도 철도 운임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물가 관리를 위해 KTX 운임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수년간 ‘공공운임 인상 억제’를 경제정책방향에 담고 있다. 이는 2021년 이후 한국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영향이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2020년 0%대에서 2021년 2.5%, 2022년 5.1%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3.6%로 감소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2% 내외로 둔화됐지만, 이미 많이 오른 물가로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KTX 운임 인상이 소비자한테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TX 운임을 올리면 ITX나 전동열차 등의 운임 역시 잇따라 올릴 명분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이미 코레일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자산 매각이나 인력효율화 등을 주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익서비스의무(PSO) 보상을 해주고 있다. PSO는 정부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의 노약자, 학생,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할인 요금과 적자 노선 유지 등에 드는 공적 비용을 보상해 주는 제도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매년 3,000억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KTX 운임 인상은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먼저 협의를 하고, 그 이후에 진전이 있으면 국토부와 기재부가 협의를 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코레일 내부와 국회 등에서 운임 인상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아직 국토부는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공공요금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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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민 메신저 된 '라인', 日 정부 압박에 사실상 네이버와 결별 수순

日 국민 메신저 된 '라인', 日 정부 압박에 사실상 네이버와 결별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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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개인정보 유출 계기로 자국 기업화
네이버와 기술·인력 연계 사실상 전면 차단
라인야후 "네이버 측과 지분 정리 지속 협의"

일본 정부의 압박 속에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기술 및 인력 연계를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네이버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라인의 기술 개발을 담당해 온 한국 자회사 라인플러스와의 관계도 사실상 단절될 전망이다. 일본 내에서는 라인이 단순한 메신저가 아닌 금융·쇼핑·공공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만큼, 자국 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3월까지 네이버와 분리 작업 마무리

2일 IT업계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지난달 31일 일본 총무성에 제출한 15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 및 네이버 클라우드와 시스템·인증 기반·네트워크 연계를 전면 차단하고, 보안 운영 및 위탁처 관리 체계를 독립적으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는 올해 3월 말 네이버 측과 대부분 분리를 완료했으며, 내년 3월까지 국내·외 자회사를 포함한 전면적 분리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기술적·조직적으로 네이버를 비롯해 한국 인력이 라인 운영과 시스템 관리에 개입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방침을 보다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홀딩스가 가진 라인야후 지분은 64.5%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23년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네이버클라우드의 협력업체가 사이버 공격을 받자, 일부 시스템을 공유하던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행정지도에 나섰고 라인야후에 대해 정보유출 재발 방지책 실시 상황을 3개월에 한 번씩 보고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라인의 실질적 개발을 담당해 온 한국 자회사 라인플러스와의 위탁 관계를 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한다. 이는 최근까지 '분리는 없다'던 라인플러스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라인플러스는 라인야후가 중간 지주회사로 보유한 100% 자회사로 네이버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다. 라인야후 측은 "네이버 측과 1년 동안 지분 정리 등에 대해 협의했으나 현재로서는 단기적인 자본 이동이 어렵다는 인식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바탕으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단순 메신저 넘어 사회 인프라로 자리매김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대해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일본에서 라인이 단순히 문자를 주고받는 메신저가 아니라 쇼핑·금융·오락 등을 할 수 있는 핵심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라인은 2011년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NHN 재팬이 개발한 메신저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기지국 파괴로 통신이 먹통이 되는 일을 겪은 후, 이해진 당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재난 상황에서도 연락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시했다.

실제로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라인을 구조를 요청하고 생존을 확인하는 핫라인으로 사용했다. 당시 라인은 진도 6 이상의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을 때 가까운 사람과 안부를 공유할 수 있는 '안부 확인' 서비스를 도입했고, 전화망이 완전히 마비된 상황에서도 일본인들은 라인을 통해 구조 요청을 하고 서로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지역 공무원들도 라인을 사용해 재해 대응 활동을 펼치는 등 안전 인프라로서 역할을 했다.

특히 라인의 강점은 일상에 필수적인 메신저 기능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슈퍼 앱이라는 점이다. 메신저에서 출발한 라인은 영상통화, 이모티콘, 게임 등 각종 기능이 추가되며 출시 2년 만에 4,000만 명의 이용자를 모았고, 10년 전부터는 일본의 주요한 생활 인프라가 됐다. 현재 라인은 일본 국민 10명 중 8명이 사용하며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국민들은 라인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편의점에서 물건 값을 결제할 뿐 아니라 공과금을 납부하고 뉴스를 확인하며, 쇼핑과 비대면 진료를 하는 등 일상과 관련된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개인정보 보호 등 미끼로 외국 플랫폼 사냥

라인을 둘러싼 일련의 조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세계 각국의 데이터 주권 보호 흐름에 편승해 라인야후를 한·일 합작 회사가 아닌 일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일본 내에서도 당국의 조치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일본 비즈니스 전문매체 다임(DIME)은 "당국이 행정지도를 통해 기업에 '경영체제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해당 조치에 다른 목적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라인의 플랫폼화를 경계하면서 한국 기업 네이버의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한 건수를 노리던 중 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걸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미국의 틱톡 강제매각법에서 영감을 얻은 조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틱톡의 사례와 달리 네이버는 한국에 라인 이용자의 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틱톡 강제매각법과 결은 비슷하지만,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는 그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정부가 국내법에 따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에 미국 사용자의 정보를 공유하도록 강요할 수 있어 틱톡 사용이 국가 안보 위협이 된다며 '틱톡 강제매각법'을 발효했다. 이 법에 따라 틱톡은 미국 내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가 금지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매각 시한을 올해 4월 5일까지 유예했으며 현재 매각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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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사옥 매각 시도 불발되자 ‘리츠’ 상장 “투심악화 타계할까”

대신증권, 사옥 매각 시도 불발되자 ‘리츠’ 상장 “투심악화 타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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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밸류리츠, 1,500억 프리 IPO 투자유치 마무리
비우량 자산에 무리한 유증하다 주가 하락할 수도
부동산 부실에 상장 리츠 손실 폭증 우려

대신파이낸셜그룹이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리츠(REITs·부동산위탁관리회사)와 관련해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룹 측은 금리 하락 시기와 맞물린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라고 강조하지만, 다른 상장 리츠와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팽배한 분위기다.

대신증권 본사 담은 대신밸류리츠, 프리IPO 유치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신그룹 본사 사옥 ‘대신343’을 담은 ‘대신밸류리츠’는 2,024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번 프리IPO에는 대형 보험사를 비롯해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과 다수의 금융기관, 교보AIM자산운용의 블라인드펀드와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GRE파트너스자산운용의 펀드 등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대신밸류리츠는 2분기 중 1,000억원 규모의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신그룹은 보유 또는 개발 중인 국내 자산을 계속 편입해 대신밸류리츠를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초대형 상장 리츠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신밸류리츠는 대신증권을 비롯한 그룹계열사들과 최대 10년의 장기 임차 계약을 진행했으며, 분기배당을 통해 7년 평균 연 6.4%의 배당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곤 대신자산신탁 리츠투자부문장은 “대신343 건물 가치와 안전성에 여러 기관투자자가 일찌감치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대신343 건물은 매각을 추진하다가 불발된 전력이 있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와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가격 눈높이 차이, 협상 기간 장기화 등을 이유로 매각이 결렬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매각이 불발된 사옥을 리츠에 편입하는 모습이 롯데·한화 등 주요 대기업이 팔리지 않는 부동산을 투자자에게 ‘떠넘기기’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리츠는 비우량 자산 편입과 이를 목적으로 한 대규모 유상증자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배당주인 리츠 주가가 하락하는 건 예외적인 상황이다.

공실에 부동산 리츠 ‘빨간불’

리츠 시장이 부진한 또 다른 이유는 공실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이 리츠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옛 롯데마트 동대전점이 최근 경매에 부쳐졌다. 대주단 중 남대전농협은 케이원제3호CR리츠가 대출 이자를 연체하자 2월 5일 기한이익상실(EOD) 예정 통지를 한 뒤 지난달 19일 지방법원에 경매를 신청했다. 7년 전 롯데마트 폐점 이후 공실 문제를 겪으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한 해당 리츠가 결국 부실 위기에 빠진 것이다.

케이원제3호CR리츠가 남대전·구미·제천·도초농협 등 대주단으로부터 받은 대출의 규모는 150억원이며, 부실채권 규모는 2억6,423만원이다. 이 리츠가 보유한 상가 토지와 건물의 평가가치는 385억원 수준이다. 한토신은 주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토신은 지난 2013년 케이원제3호CR리츠를 통해 대전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옛 롯데마트 동대전점을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한 지 5년 만에 롯데마트가 폐업하면서 이 CR리츠는 수년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임대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케이원제3호CR리츠는 누적 손실만 수십억원을 기록하다가 2021년에야 임차인을 유치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전체의 면적의 60% 수준만 임대가 되면서 리츠 운영에 필요한 충분한 임대수익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케이원제3호CR리츠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5억913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이 리츠가 지난해 벌어들인 임대료·관리비 수익 등 영업수익은 5억8,508만원으로, 영업비용(10억7,485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리츠의 지속 가능성도 떨어진 상태다. 케이원제3호CR리츠의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은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82억7,400만원 초과하고 있다”며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지의 여부는 회사의 향후 자산매각계획, 재무 등 경영 개선계획의 성패에 따라 좌우되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여파, 리츠에 불똥

이런 가운데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일부 리츠에도 불똥이 튀는 분위기다. KB부동산신탁이 운용하는 'KB사당리테일위탁관리리츠'와 'KB평촌리테일위탁관리리츠'도 잇따라 부실자산 발생 가능성을 공시했다. 두 리츠는 홈플러스 사당점과 평촌점을 담고 있다.

아울러 현재 증시에 상장된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투자자산 중에도 홈플러스가 임차한 매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모자리츠 구조로 설계된 상품으로, 이런 경우 대개 자리츠들이 실물자산에 투자하고 모리츠는 자리츠들의 지분을 보유해 지배하는 구조다. 자리츠는 펀드와 리츠를 통해 용산 그랜드머큐어호텔, 동대문 나인트리호텔, 광화문 G타워에 투자 중이다.

그런데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경우 자리츠는 물론 모리츠도 직접 실물자산을 편입하고 있다. 이 자산이 인천시 연수구에 소재한 복합쇼핑몰 스퀘어원이다. 스퀘어원은 연면적이 5만1,145평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로 여기에 홈플러스가 입점해 있다. 다만 홈플러스는 스퀘어원 건물 지하 3층~지상 5층 중에서 지하 1층의 4분의 1 정도 면적을 장기임차한 것이어서 이번 사태가 전체 신한서부티엔디리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편이다. 또한 선취 임대료를 받아 당장 홈플러스 측에서 임대료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과정에서 매장을 철수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공실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배당이 감소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 부지를 갖고 있는 펀드나 리츠에 다양한 방식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회생절차 중 폐점하면 건물 공실 문제가, 임차료를 주지 않으면 대출금 이자를 못 갚는 펀드의 기한이익상실(EOD) 문제가, 부지 매각 시에는 자산 가치 하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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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해진 자율주행차, 기술 불완전·사회 반발에 상용화는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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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보급에 박차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잇따라 잠정 중단
기술적 한계 및 고가의 개발 비용 발목 
바이두 로보택시 '뤄보콰이파오'의 운행 모습/사진=바이두

중국의 정보통신(IT) ·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 대중화’를 외치며 기술 개발과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인간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당장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 ‘뤄보콰이파오’와 택시업계 간 밥그릇 분쟁만 봐도 글로벌 확대 단계로 나아가기엔 시장 수용도가 떨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기술 한계와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바이두, 로보택시 주문 1,000만 건 돌파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바이두는 우한시에서만 400대가 넘는 뤄보콰이파오를 운행 중이다. 우한시는 서울(약 600㎢)의 5배 면적인 3,000㎢(약 9억 평)의 자율주행 시범구를 보유해 중국 최대 자율주행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바이두는 우한시를 포함해 중국 10여 개 도시에서 뤄보콰이파오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총 주문건수 1,000만 건, 총 주행거리 1억5,000만㎞를 돌파했다.

바이두는 차량 단가가 이전보다 절반가량 낮아진 뤄보콰이파오 6세대(RT6)를 앞세워 올해부터 자율주행 대중화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다양한 통신, 자동차 기업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들의 숨 가쁜 경쟁 덕에 중국의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바이두 측은 뤄보콰이파오 6세대의 경우 안전에 특히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뤄보콰이파오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10배 더 안전하다”며 “특히 중국의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뤄보콰이파오의 실제 사고 발생률은 인간 운전자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6세대 차량 문에도 ‘뤄보콰이파오는 더 안전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中 자율주행, 올해 시장 규모 100조원

자율주행 분야에서 질주하는 중국 기업은 바이두 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기업인 중국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이 “2025년은 전 국민 지능형 운전(자율주행)의 원년”이라고 말할 만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개인 자가용 부문에서 중국 자율주행 기술은 대부분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레벨2까지 상용화돼 있는데, 올해 중 긴급 상황 외엔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3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두처럼 시스템을 개발해 자동차 제조기업과 협업하는 기업으로는 화웨이가 있다. 위청둥 화웨이 스마트카솔루션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7월 중국 국영차 치루이와 함께 만든 전기차 ‘즈제(智界)’에 탑재되는 운영체제(OS) 훙멍즈싱 ADS가 레벨3 수준인 4.0으로 업그레이드된다고 지난달 밝혔다. 전기차 기업 중에선 BYD가 지난 2월 내놓은 ‘신의 눈(天神之眼)’이 대중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7만 위안(약 1,400만원)짜리 소형 전기차에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다고 밝히면서다. 이 외 전기차 기업 지커는 이달 중 레벨3 기술을 공개하기로 했고, 리오토와 샤오펑은 올해 중 레벨3 전기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이들 기업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BYD는 지난해 541억6,000만 위안(약 10조9,000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왕 회장은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자율주행에만 1,000억 위안(약 19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는 자율주행 분야에만 매년 100억 위안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뤄보콰이파오 관계자는 “바이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분야에 2013년부터 지금까지 누적 1,800억 위안(약 36조6,000억원)에 달하는 R&D 투자를 집행했다”고 했다.

택시업계 “일자리 위협” 반발, 기술적 한계도 여전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자율주행의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레벨4까지 장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요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술적 완성도가 보장되지 않다 보니 자연히 안전성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악천후나, 복잡한 도로 환경, 예상치 못한 상황 등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결정적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간혹 발생하는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는 이런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3년 8월 발생한 샌프란시스코의 크루즈 택시는 자율주행운행 허가를 받은 뒤 크고 작은 사고를 연달아 일으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의 발을 찧는다거나, 심지어는 한 여성이 크루즈에 깔려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해결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의사 결정 과정과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그 책임 소재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프로젝트의 속도를 조절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애플은 ‘애플카’를 포기하며 자율주행차 사업을 아예 접었고, 폭스바겐과 포드, GM도 자율주행업체 투자를 중단했다. 향후 다시 이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기아도 당초 목표했던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개발과 상용화 계획을 연기했다.

택시업계와의 분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우한시 택시기사들은 하나같이 우려 또는 불만 등 쓴소리들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택시업계는 뤄보콰이파오의 생태계 파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우한의 한 택시기사는 “디디(중국 차량공유 서비스)와 뤄보콰이파오의 기본요금은 각각 13위안(약 2,600원), 15위안(약 3,000원)으로 디디가 더 저렴하지만, 뤄보콰이파오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요금을 대폭 깎아주고 있어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뤄보콰이파오는 거리에 따라 적게는 60%대, 많게는 70%대까지 할인을 해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뤄보콰이파오 때문에 당장 승객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불만이다. 뤄보콰이파오와 같은 로보택시는 이론상 운영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차량을 정확히 제어해 에너지 소비 효율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로보택시는 휴식도 필요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로보택시 운영 비용이 1㎞당 1달러(약 1,500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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