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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투자에도 수익화는 미지수” AI 투자붐의 그림자, 사모신용 시장에 번진 ‘환매 쇼크’

“천문학적 투자에도 수익화는 미지수” AI 투자붐의 그림자, 사모신용 시장에 번진 ‘환매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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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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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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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 요청 급증에 블랙스톤마저 자금 이탈 방어 돌입
AI 데이터센터·반도체 투자 과정서 누적된 부채 부담 부상
수익화 불확실성 확산 속 사모신용 시장 긴장 고조

미국 대형 투자회사 블랙스톤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운용하는 거대 융자 펀드에서 처음으로 환매(투자금 회수) 청구를 제한했다. 표면적으로는 환매 요청 급증에 따른 유동성 관리 조치지만, 시장은 그 이면에 자리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그림자에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 경쟁에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부채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투자 확대 속도를 수익 창출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AI 인프라 투자와 맞물린 사모신용 시장에도 경계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환매 요청 10% 폭증, 블랙스톤도 환매 제한

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최근 투자자 서한에서 자사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Blackstone Private Credit, BCRED)와 관련해 2분기 중 펀드 지분의 약 10%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접수했으나 규정에 따라 환매 상한을 5%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총자산 848억 달러(약 129조원) 규모인 BCRED가 환매를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어 환매용 자금을 쌓아둘 수 없는 사모대출은 근본적으로 대규모 환매 요청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장기·비유동 대출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환매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대출을 회수할 수 없는, 유동성과 자산의 구조적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성수기에는 안정적으로 10% 내외 수익을 출자자들에게 안길 수 있는 효자상품이지만, 빗발치는 환매 요청을 통제하지 못하면 악순환에 빠지는 문제점도 있다. 불가피하게 우량 자산이나 먼저 회수 가능한 대출부터 처분하면서 펀드의 수익성과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환매 압력에 갈수록 약해지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이 불안심리 확산 차단에 나선 것도 이를 막기 위해서다. 블랙스톤은 지난 1분기 BCRED 펀드 지분의 7.9%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모두 수용한 바 있다. 규제 한도를 벗어난 환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환매 한도 5%를 7%로 늘리는 한편 0.9%를 회사와 경영진이 출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회사 자체 자산은 물론 고위 임원 25명의 사재 1억5,000만 달러(약 2,270억원)까지 투입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랜 것이다. 하지만 올해 2분기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규모가 전체 지분의 10%에 달하자 결국 자금 이탈을 막는 조치를 발동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을 빼겠다는 요청이 몰렸지만, 펀드 규정상 요청분의 절반 수준만 실제 환매되는 셈이다.

비슷한 구조의 미국 운용사 클리프워터의 개인투자자용 사모대출 펀드 ‘CCLFX’도 최근 투자자 서한에서 지난 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환매를 상한선인 5%로 묶는다고 통보했다. 이 펀드에는 최근 17%의 환매 청구가 몰렸다. 사모대출 시장의 불안은 미공개주에 투자하는 프라이빗 에쿼티(PE)로도 번지고 있다. 유럽계 대형 투자펀드 파트너스그룹홀딩스는 4일 개인투자자용 미국 PE 펀드에서 환매 청구가 상한선인 5%를 넘어서자 환매를 일부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파트너스그룹홀딩스는 3일에도 다른 PE 펀드에서 환매 제한을 발표한 바 있다.

연 8,000억 달러 쏟아붓는 빅테크, 재무제표 밖으로 숨긴 ‘고정비 레버리지’

사모대출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기업 대출에 활용하는 구조로, 투자자들은 배당 형태로 수익을 지급받는다. 사모대출은 최근 몇 년간 고금리 대출 수익을 추구하는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업 대출 부실과 특히 AI 기업의 사업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사모대출 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시장 불안이 커지는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누적된 막대한 부채 부담이 자리한다. 미국 빅테크들은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 경쟁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주요 4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올해 AI 관련 포함 총 자본지출 규모는 7,000억 달러(약 1,060조원)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오라클과 애플을 합산한 전체 인프라 투자 추정치는 올해만 최대 8,050억 달러(약 1,220조원)에 이른다. 이는 단일 기술 인프라 투자로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에 육박하는 규모다.

문제는 상당수 투자가 차입금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5대 하이퍼스케일러(알파벳·메타·MS·아마존·오라클)가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210억 달러(약 183조원)로 과거 5개년 평균인 280억 달러(약 42조4200억원)의 4.3배에 달했다. 모건스탠리는 기술 섹터 전체가 향후 3년간 감당해야 할 신규 부채 규모를 총 1조5,000억 달러(약 2,270조원)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미 아마존은 지난 3월 역대 최대 규모인 145억 유로(약 25조5,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부채 중심의 자금 환승을 본격화했다.

더 큰 신용 위험은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특수목적법인 활용 채무다. 오라클, 메타, xAI, 코어위브 등 4개 사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장부 외 금융으로 조달한 AI 부채 규모는 1,186억 달러(약 179조3,800억원)를 넘어섰다. 오라클은 660억 달러(약 100조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데이터센터를 지은 뒤 임차하는 방식을 택했고, 메타는 ‘베녜 인베스터(Beignet Investor)’라는 특수목적법인으로 300억 달러(약 45조원)를 조달했다. 이렇게 조성된 대규모 부채는 사모신용 시장을 통해 상당 부분 흡수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서버 확보, 반도체 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사모대출 펀드들이 공급하면서 AI 투자 열풍과 사모신용 시장의 이해관계도 긴밀하게 맞물리는 양상이다.

AI 수익 나기도 전에 자금 쏠려, 1873년 금융위기 전철 밟을 수도

이런 상황에서 AI 추론 부문의 수익화 전환이 지연될 경우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적지 않다. 특히 리스와 특수목적법인을 활용한 자금 조달 구조는 수요가 꺾일 때 비용이 즉각 줄지 않는 고정비 레버리지로 작동해 다운사이드를 급격히 키울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도 이 방대한 투자가 언제쯤 ‘지속 가능한 진짜 수익’으로 환원되느냐다. 빅테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판돈을 계속 키우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력비와 AI 반도체 가격, 데이터센터 건설비, 금리 부담이 동시에 누적되면서 투자 회수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AI 투자 열풍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오히려 투자자들과 빅테크들은 ‘버블 붕괴’의 리스크를 인지하면서도, 이 인프라 군비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지는 순간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당장 활용할 뚜렷한 분야가 없음에도 무조건 주문부터 넣고 보는 선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구글과 메타의 재무제표에 ‘서비스 상태에 들어가지 않는 자산(Construction in progress)’이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반도체를 사들이면서도 정작 전원조차 켜지 못한 채 잉여 인프라가 쌓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여기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투자의 역전 가능성이다. 2023년 3,800억 달러(약 567조원)였던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영업현금흐름은 2026년 7,500억 달러(약 1,135조원)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같은 기간 자본지출은 8,200억 달러(약 1,240조원)로 폭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컨센서스 상단 기준으로 2026년에는 투자 지출액이 영업현금 수익을 700억 달러(약 106조원) 상회하며 사실상 적자 투자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이는 19세기 철도 투자 붐과 닮은꼴이다. 당시 미국 금융시장은 철도 건설 열풍에 휩싸이며 막대한 자금을 공급했다. 철도는 훗날 미국 산업화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으나, 투자 확대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금융권이 먼저 붕괴했다. 특히 철도채권 최대 인수기관이었던 제이쿡앤컴퍼니(Jay Cooke & Company)의 파산은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1873년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철도 투자 부실은 이후에도 이어져 1879년에는 미국 철도채권의 절반 이상이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했다.

최근의 AI 투자 열풍도 비슷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의 모델 고도화 속도,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 추론 수요 확대가 시장 기대를 밑돌 경우 투자심리는 빠르게 냉각될 공산이 크다. AI 투자가 철도 거품보다 자기자본 비중이 높아 충격 흡수력이 크다는 평가도 있지만, 핵심 자산인 반도체의 기술 수명은 철도 인프라보다 훨씬 짧다. 칩 성능 경쟁이 빨라질수록 자산가치 하락 속도도 가팔라지고, 이는 담보가치 훼손과 대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정책 대응 여력도 예전만 못하다. AI 투자 과열이 금융시장 충격으로 번질 경우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해 세계 시장을 떠받치는 처방을 다시 쓰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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