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불황 장기화에 빚 못 갚는 자영업자 수두룩, 새출발기금 신청액 20조 육박

불황 장기화에 빚 못 갚는 자영업자 수두룩, 새출발기금 신청액 20조 육박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새출발기금 신청액수 1년 새 10조 증가
생계형 자영업자 채무불이행 급증세
당국, 소상공인 재기 지원 및 기금 대상 확대

정부가 부실자산 처리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올해 1조원을 출자한다. 경기 침체 여파로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하며 빚 변제를 위한 ‘새출발기금’ 신청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새출발기금 출범 후 11.4만 명 신청, 채무액 18.4조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 2월 열린 이사회에서 새출발기금 운영에 소요되는 재원을 정부로부터 출자받기 위해 ‘자본금 증자를 위한 신주 발행’을 승인했다. 정부는 현금 5,000억원을 캠코에 출자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올해 추가로 5,000억원 규모의 현물을 출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캠코 관계자는 “이달 중순 정부로부터 현금 5,000억원 중 일부를 출자받았다”며 “현물 출자 시기 및 방법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캠코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신청자는 누적 11만3,897명으로, 1월 말보다 5,510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신청 채무액도 1월 말 대비 9,060억원 증가한 18조4,064억원으로 집계됐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피해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22년 10월 도입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원금을 감면하거나, 상환 기간을 늘려주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을 해준다. 대출 원금의 최대 80%를 감면하며 채무조정 한도는 1인당 최대 15억원(담보 10억원+무담보 5억원)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새출발기금 지원을 위해 출자한 자금은 1조7,100억원으로, 올해 1조원 추가 지원 시 2조7,1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직업 전환' 연계 지원 강화

새출발기금 규모도 기존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국회는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금융위원회와 관계부처는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직업 전환과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올해부터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 금융위는 이를 이수하고, 취업·재창업에 성공한 자영업자의 공공정보(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 정보)를 즉시 해제할 계획이다. 채무조정 이용 정보가 삭제되면 신규 대출이나 카드 이용·발급 등 정상적인 금융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7·3 대책에서 발표된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는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중소벤처기업부 '희망리턴패키지'를 연계한 취업·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를 이수하는 지원자에겐 매달 최대 110만원의 훈련참여수당도 지급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새출발기금 제도를 개선해 두 프로그램으로 취업·재창업 교육을 이수한 폐업 자영업자의 채무 원금을 최대 10%P 더 깎아주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10%P 채무 원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요건도 넓힌다. 현재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희망리턴패키지 교육 이수자만 추가적인 원금 탕감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한국폴리텍대학 직업 훈련과 지역신용보증재단 재기 교육도 추가할 계획이다.

채무불이행 자영업자 35% 증가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집중하는 건 그만큼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부실에 빠지는 사례가 많아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신용평가의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원으로 전년보다 7,719억원(0.1%) 늘어났다.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에 진 빚(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5,0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다. 이들이 진 빚은 30조7,24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9.9%인 7조804억원 늘어 30조원을 돌파했다.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배경은 고금리 속에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매판매액은 전년보다 2.2% 줄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며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감소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급증한 계기는 코로나19다. 당시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에서는 전면봉쇄를 하면서 재정을 동원해 자영업자를 직접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 대출을 통한 지원을 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손님들이 100%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치솟자 그동안 빚이 많아진 자영업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이에 연체율이 올라가고 폐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 부담은 더욱 암울한 실정이다. 작년 말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372조4,9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7,303억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1조9,030억원), 30대(-6조4,589억원), 40대(-12조9,124억원), 50대(-2조6,843억원) 등 다른 연령대에서 대출잔액이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규모가 늘면서 고령층 채무불이행자 수와 이들의 대출 잔액도 다른 연령대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1년 사이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795명에서 3만1,689명으로 52.4% 늘어 다른 연령대의 증가세를 압도했다.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가 보유한 대출금액 역시 1년 새 5조1,840억원에서 7조8,920억원으로 52.2% 급증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부동산 PF에 짓눌린 상호금융, 1년 만에 부실채권 10조 폭증

부동산 PF에 짓눌린 상호금융, 1년 만에 부실채권 10조 폭증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적자 늪' 빠진 상호금융
부동산 급등기에 PF 늘려
덩치 불어도 관리는 느슨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4대 상호금융의 지난해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2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6배 급증한 규모다. 지역·서민금융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한눈을 판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위기 때보다 적자폭 커

2일 금융감독원의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에 따르면 신협과 수협은 지난해 각각 3,419억원, 2,725억원 순손실을 냈다. 1960년 설립된 신협은 2002~2023년 22년 연속 흑자 기록을 세웠으나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수협 역시 1962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 외환위기 여파가 미친 1999~2001년보다 적자 폭이 크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의 적자를 합하면 2조3,526억원에 달한다.

전국 상호금융 단위조합 2,164곳의 부실 채권 규모도 상당하다. 금감원의 금융통계를 보면 이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27조3,517억원으로, 2023년 말 17조3,535억원 대비 57.6% 급증했다. PF 부실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9조1,339억원)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고정이하여신비율)도 5.26%로 전년(3.41%) 대비 1.85%포인트 뛰었다. 전체 대출 중 5%는 회수가 쉽지 않은 채권이라는 의미로,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부실률이다. 수협(7.20%), 신협(7.08%), 산림조합(6.58%), 농협(4.53%) 등 개별 조합들도 모두 최고치였다.

'회수 불능' 부실채권 7,000억 돌파

상호금융권이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낸 것은 부동산 PF 부실이 확대돼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았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대출 회수가 어려운 때를 대비해 미리 마련해 두는 일종의 준비금으로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1조6,0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고, 신협과 수협은 지난해 각각 충당금 약 6,500억원, 800억원을 쌓았다.

전문가들은 상호금융이 저금리 시기에 부동산 PF 대출에 집중하며 부실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치솟으며 사업성이 악화한 PF 대출이 대규모 연체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상호금융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54조6,000억원으로 전체 익스포저(216조5,000억원)의 4분의 1에 이른다. 일련의 부실채권 등은 재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치며 4대 상호금융의 3분의 1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상호금융 지역 조합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 중 회수를 포기한 금액도 7,704억원6,500만원으로, 전년 동기(5,722억3,400만원) 대비 35%가량 늘었다.

상호금융이 기업대출을 늘리게 된 배경은 불어난 자산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자산이 늘어난 만큼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고 높은 수익률로 회수할 수 있는 기업대출에 관심을 쏟은 것이다. 하지만 애초 상호금융은 조합원의 자금 융통을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기업대출 위험성을 따질 만한 전문 인력이 충분치 못하다. 실제 같은 농·수협 이름을 공유하지만 NH농협은행과 Sh수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 미만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리스크를 검토할 만한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동산 대출 열풍에 편승한 것”이라며 “다른 금융기관 대비 PF 부실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관리·감독 안돼 부실 눈덩이

더 큰 문제는 개별 단위조합의 감독 체계가 미비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실을 제때 포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4대 상호금융 단위조합 중 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인 대형 조합은 2019년 말 89개에서 지난해 6월 말 163개로 83.1% 늘었다. 자산 규모는 커졌으나 상호금융 단위조합에 대한 내부통제와 이를 강제할 법적 규제는 비슷한 자산 규모를 갖춘 다른 금융사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79개 중 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인 곳이 31개에 불과하지만, 금융당국의 관리와 감독을 받으며 2027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한다. 반면 상호금융은 저축은행과 달리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단위조합과 금고가 감사, 준법감시인 선임 등 의무에서 자유로운 이유다. 관리·감독 주체인 주무 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산림청 등으로 제각각이어서 통제도 어렵다.

이에 정치권에선 내부통제 장치가 미비한 상호금융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효율적 부실 관리를 위해 상호금융이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일 업무,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인 대형 단위조합은 금감원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강남만 뛰네" 부동산 시장 집값 양극화 심화

"강남만 뛰네" 부동산 시장 집값 양극화 심화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강남 3구·마용성 고가 거래 속출
서울서도 지역별 집값 '천지차이'
지방은 악성 미분양 쌓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를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한 가운데, 강남권에서만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가격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 상승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과의 토론회에서 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1월 14일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거래 신고된 아파트 중 28.8%가 15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두 달 반(작년 11월1일∼올해 1월 13일) 동안 발생한 거래에서 15억 초과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4.3%였다.

특히 토허제 해제 언급 직전 19.0%였던 15억∼30억원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언급 이후 23.5%로 뛰었다. 9억 초과∼15억원 이하 거래 비중 또한 27.4%에서 32.9%로 5.5%p 증가했다. 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거론된 이후 강남권에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증가하고, 주변 지역 아파트의 호가가 덩달아 상승하며 고가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토허제 언급 전 48.3%에서 언급 후에는 38.4%로 10%p가량 급감했다. 9억원 초과 비중이 51.7%에서 61.6%로 10%p 가까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되는 양상이다.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토허제 해제 언급 전후로 24.1%에서 16.3%로,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비중은 24.2%에서 22.0%로 각각 감소했다.

외면받는 서울 외곽지

강남권 집값이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서울 내 집값 양극화는 한층 심화하는 추세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5.8로 집계됐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집값 상위 20%인 고가 아파트 평균 가격을 하위 20%인 저가 아파트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집값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3월 기준 고가 아파트 평균 가격은 28억2,912만원으로 전달(27억5,169원) 대비 2.8% 올랐다.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연속 상승세다. 반면 저가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8,976만원으로 전달(4억8,998원)보다 0.4% 줄었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 규제로 집을 여러 채 보유하기가 어려워지자, 강남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수요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한참 전에 갭투자 수요가 빠진 서울 외곽 지역은 현시점 사실상 찬밥 신세"라고 짚었다.

지방 부동산은 '침몰 직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흐름은 서울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두드러진다. 특히 미분양 매물 관련 통계에서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61가구로 1월보다 3.5% 감소했다. 수도권 미분양이 1만9,748가구에서 1만7,600가구로 줄었고, 지방 미분양 역시 5만2,876가구에서 5만2,461가구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3,722가구로 1월에 비해 3.7% 증가했다. 이는 2013년 10월(2만4,667가구) 이후 최대치다. 특히 지방 물량(1만9,179건)이 전체 악성 미분양의 81%를 차지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3,067건)였으며, 이어 경북(2,502건), 경남(2,459건), 전남(2,401건), 부산(2,261건)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미분양 매물을 소화하지 못하고 침체하는 가운데,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방 소재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를 매입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매입 대상 주택은 입주자 모집 공고 절차를 거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로, 지방 전 지역이 대상이다. 다만 업계는 LH의 3,000가구 직매입만으로는 빠른 속도로 침체하는 지방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 특단의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중국 큰손들 다 떠났다" 끝없는 불황 터널에 ‘현대면세점’도 백기

"중국 큰손들 다 떠났다" 끝없는 불황 터널에 ‘현대면세점’도 백기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큰손 유커 줄고 환율급등 부담
면세점 4사 작년 2,776억 손실
희망퇴직 등 고강도 체질 개선

현대백화점 계열 면세업체인 현대면세점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서울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사상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 변화와 중국 고객 이탈로 업계가 존폐 위기에 몰리면서 고육책을 꺼내 드는 면세점 사례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폐점·무역센터점 축소

2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전날 종속회사인 현대디에프가 운영하는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의 영업을 7월 31일 부로 중단하고 무역센터점 규모를 기존 3개층에서 2개층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현대면세점이 운영하던 인천공항 1터미널점과 2터미널점, 서울 동대문점, 무역센터점 등 총 4곳 가운데 2곳을 폐점 및 축소하는 것이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위기 속에서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중국 시장 및 소비 트렌드 변화 등 대내외 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았다”며 “많은 고민 끝에 경영 상황 개선과 적자 해소를 위해 효율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대문점은 지난해 매출액 2,238억원을 올리며 현대면세점 전체 매출액(9,721억원)의 23%를 차지한 점포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11월 동대문점의 면세 특허권을 5년 연장했지만 5개월 만에 폐점을 결정했다. 당시 면세 특허권을 연장하면서 입점해 있는 동대문 두산타워 임차 계약도 5년 연장한 만큼 임차료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 임차료는 연간 1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현대면세점은 인력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당장 7월 문을 닫는 동대문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현대면세점은 조직 및 인력 운용 구조를 변화시켜 고객 접점 직무로 직원들을 전환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위기 상황 속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고 미래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투명하고 안정적인 사업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점포 축소, 롯데면세점 쇼룸도 철수

현대면세점에 앞서 신세계면세점도 올해 초 부산점의 문을 닫으면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면세점도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나우인명동(구 LDF하우스)의 영업을 종료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작년 6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전체 면적 중 35%에 달하는 타워동도 없앴다. 롯데월드타워점은 국내 시내면세점 중 최대 규모이자 롯데면세점의 핵심 점포란 점에서, 이 조치는 '매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업계는 최근 '롯데그룹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동하 대표가 새로 선임된 만큼, 롯데면세점의 점포 효율화 작업이 올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지주도 지난달 28일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 면세점 중 경영 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를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10월 부산점의 점포 면적을 일부 축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지하 1층 매장을 전부 사용했으나, 임대차 계약 변경을 통해 일부 매장을 반납했다. 반납한 공간은 현재 신세계백화점이 스포츠 슈즈 전문관으로 리뉴얼 공사 중이다.

당장 매장 구조조정보다 자금 수혈에 공을 들이는 곳도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영구채를 발행,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 호텔신라(신라면세점)도 작년 7월 자사주를 담보로 1,32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소비 트렌드 변화 및 中 고객 이탈 영향

면세점업계가 잇달아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것은 핵심 고객인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와 따이궁(보따리상)의 부재 영향이 크다.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깊은 불황에 빠진 상태다. 자국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중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고환율에 따른 판매 부진도 겹치고 있다. 따이궁에게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 인천국제공항 임차료 부담 등도 악재다. 공항이 아닌 시내 면세점은 관광객 발길이 줄어 더 고전하고 있다. 주요 면세점 4사의 작년 영업손실액만 2,776억원에 이른다.

이에 각 면세점은 이들의 부재를 개별 관광객(FIT)으로 메우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객단가 차이가 심해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 수는 257만 명으로 전년보다 19% 늘었음에도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줄었다. 올해도 면세점업계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은 대한상의 세미나에서 “중국 내수 부진으로 올해도 중국인 관광객 유입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것”이라며 “중국 소비자들이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3분기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국내 입국 무비자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으나, 이마저도 외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 변화로 면세업계가 수혜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처럼 한국을 찾는 큰 손 중국인들의 숫자도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이나 다이소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 면세업계는 매출보다 손익개선을 통해 살아남는 게 우선인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업황 악화 못 이기고 '줄폐업'

인테리어 스타트업, 업황 악화 못 이기고 '줄폐업'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시장에서 밀려나는 인테리어 스타트업들
소비 트렌드 변화하며 인테리어 수요 감소
대형 이커머스 공습에 전문 업체 입지도 위축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호황을 누렸던 인테리어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급감한 결과다.

인테리어업계 '칼바람'

2일 인테리어업계에 따르면 인테리어 플랫폼 ‘집꾸미기’는 지난달 31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3년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로 주인이 바뀐 이후 1년여 만에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다. 집꾸미기는 2012년 이용자들이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해 가구, 가전, 소품 등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했으나, 성장세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했다. 집꾸미기의 매출은 2019년 124억원에서 2023년 8억7,000만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인테리어 자재 전문 온라인몰인 ‘문고리닷컴’은 지난해 파산 선고를 받았다. 문고리닷컴은 2002년 철물점으로 시작해 셀프 인테리어 유행에 올라탄 뒤 각종 인테리어 자재를 판매하는 전문 쇼핑몰로 성장했다. 2019년에는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문고리닷컴의 지분 60%를 15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업계 불황과 경기 침체로 인해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고, 재무 상황이 빠르게 악화했다. 2023년 기준 문고리닷컴의 부채비율은 411.8%에 달한다.

라이프스타일 리뷰 플랫폼인 ‘하우스앱’도 2023년 2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우스앱 운영사인 하우스미디어가 자금 유동성 악화로 인해 협력사와 크리에이터들의 정산 대금 지급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인테리어 조명·가구를 판매하던 쇼핑몰 ‘알렛츠’ 역시 작년 8월 문을 닫았다.

사진=아파트멘터리

'가성비' 추구하는 소비자들

업계에선 인테리어 스타트업들의 연이은 실패 원인으로 소비 트렌드 변화를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인테리어 비용이 치솟으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줄었고, 그나마 ‘가성비’ 인테리어가 선호되고 있다"며 "3~4년 전만 해도 평당 100만원 이내로 충분했던 시공비가 자잿값과 인건비 폭등으로 평당 150만~200만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역시 이 같은 트렌드에 발을 맞추고 있다. 아파트 인테리어 서비스 업체 아파트멘터리의 경우, 스탠다드급 자재와 대중적인 시공법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 소비자를 위해 중저가 시공을 진행하는 것이다. KCC글라스, 한샘 등은 욕실이나 주방 등 포인트가 되는 공간만 시공하는 '부분 인테리어'를 앞세워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부분 인테리어는 집안 전체를 모두 고치는 토털 인테리어 대비 비용과 시간의 부담이 적고, 인테리어 효과가 커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쿠팡 어떻게 이기나" 시장 격변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습 역시 인테리어업계에 막대한 위협으로 작용했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은 홈·리빙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업계 1위인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과 '로켓설치'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추세다. 쿠팡에서 가구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통상 수만~수십만원에 달하는 가구 배송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로켓설치 서비스로 무료 방문 설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인테리어 상품 라인업도 쿠팡의 강점이다. 쿠팡에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수입 가구·키친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다. 쿠팡에 입점된 프리미엄 쿡웨어·테이블웨어 브랜드는 △에르메스 △로열코펜하겐 △아스티에드빌라트 △리델 △휘슬러 △스켑슐트 등 100여 개에 달한다.

대량 매입을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쿠팡은 할인이 흔치 않은 수입 가구도 타사 대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허먼밀러사의 '뉴 에어론 체어'의 쿠팡 판매가는 165만원으로, 정가(254만원) 대비 35% 저렴하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MBK 직격한 금감원, 해명과 다른 정황 포착 주장 "혐의 확정 시 형사처벌"

MBK 직격한 금감원, 해명과 다른 정황 포착 주장 "혐의 확정 시 형사처벌"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MBK 주장과 다른 정황 발견 주장
"신용등급 강등, 미리 알았을 가능성 높다"
홈플러스 회계처리 위반 혐의도 적발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간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는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고려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직전까지의 채권 발행은 정기적인 과정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인데, MBK가 회생 신청을 염두에 뒀으면서도 투자자에게 채권을 팔았다는 결론이 나면 관계자 일부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MBK 해명과 다른 정황 발견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MBK 검사 결과) 신용평가 등급 하향 가능성 인지, 기업회생신청 경위 등에 대해 (그간의)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 발견되는 등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단기 운용 자금 조달 등을 위해 받을 카드 대금을 기초로 한 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팔았는데, 신용 등급 강등 통보를 받은 2월에는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인 1,518억원의 ASBTB를 팔았다. 특히 신용평가사 직원이 비공식적으로 홈플러스에 강등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2월 25일에는 이 중 절반이 넘는 820억원을 판매했다. 투자자들은 “신용 등급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홈플러스와 채권 발행 증권사들이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MBK는 홈플러스 단기신용등급 강등(‘A3’→‘A3-’)이 확정된 지난 2월 28일부터 회생 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회생신청 직전에 채권을 발행한 것도 정기적인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보다 더 이른 시점에 MBK가 강등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함 부원장은 “적어도 MBK가 말해온 날짜 이전에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지하고도 전단채 등을 발행했는지 등을 확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회계처리 기준 위반도 포착

금감원은 또 여론이 악화하자 홈플러스가 지난달 ABSTB 등 금융채권을 정상 변제가 가능한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갚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금융채무는 동결됐지만, 상거래채권은 변제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6일 “시장에서는 (금융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은 빠른 시간 안에 변제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재원이나 변제 시기에 대한 약속이 없다면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함 부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변제 시기나 우선순위 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협력사와 입점 업체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MBK와 홈플러스가) 모호한 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홈플러스가 회계 처리를 하면서 기준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최근 회계 감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감리는 회계 심사를 하다가 분식회계 등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착수하는 강제성 있는 조치다. 거의 모든 장부를 샅샅이 조사하기 때문에 홈플러스의 각종 회계상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과실 정도의 위반 가능성이 큰 항목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혐의를 확정하진 않았다. 검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다. 함 부원장은 “MBK파트너스가 말한 날짜 이전에 (기업회생절차나 신용등급 평가 하향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검사는 혐의를) 확정해 나가는 과정으로 오늘 ‘확정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보기엔 분명히 (MBK의 발언과 사실이) 다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기 인정되면 처벌 대상

만약 MBK가 회생 신청을 이미 준비한 상황에서 채권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면, 과거 동양·LIG 금융사태처럼 자본시장법상 사기성 부정거래에 해당돼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함 부원장은 “혐의가 확정된다면 사기적 부정거래를 성립시킬 수 있을지가 과제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형사 처벌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MBK도 연관이 된다면 행정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일 기준 홈플러스 CP·단기사채·ABSTB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94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증권사 일선 지점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에 팔린 채권이 2,075억원, 중소기업 등 일반 법인에 유입된 채권은 3,327억원이다. 홈플러스 단기채권 대부분이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 또는 일반법인에 팔린 만큼, 불완전·사기 판매 논란과 함께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크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의 의뢰를 받아 채권을 발행·판매한 신영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4개 증권사는 2일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들은 고소 대상으로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을 적시했지만, 김병주 MBK 회장은 제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과 MBK는 지금 단계에서는 사기에 관여했다고 따지기 어려운 만큼 우선 홈플러스 관계자만 고소 대상에 포함했다”며 “추후 드러나는 것을 확인한 뒤 김 회장 등을 추가로 고소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이러다간 무너진다" 위기의 애경그룹, '알짜' 애경산업 매각

"이러다간 무너진다" 위기의 애경그룹, '알짜' 애경산업 매각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애경그룹, 애경산업 매각 위해 PEF와 접촉
핵심 계열사들 줄줄이 부진
수년 사이 지주사 부채비율도 치솟아

재계 서열 62위 애경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애경그룹의 모태사업인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격적인 계열사 지원으로 인해 지주사의 재무 상황이 눈에 띄게 악화한 가운데,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까지 줄줄이 미끄러지며 그룹 차원의 위기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 시장 매물로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경그룹은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과 물밑에서 접촉해 애경산업 매각 의사를 타진 중이다. ‘빅딜’ 경험이 있는 여러 PEF가 애경산업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모태사업으로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와 ‘2080’, 화장품 브랜드 ‘루나’ 등을 품고 있다.

애경산업은 업황과 무관하게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애경산업의 주력 판매 제품인 샴푸, 치약 등은 소비자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실적도 탄탄하다. 지난해 애경산업의 매출액은 6,791억원, 영업이익은 468억원 수준이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30억원에 달했다.

현시점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가격 메리트도 상당하다. 사업 구조가 유사한 LG생활건강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에 달하는 반면, 애경산업의 PER은 8~9배에 불과하다. 아울러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아니면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매물이라는 점에서 희소성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케라시스나 2080 같은 메가 브랜드 파워는 애경이라는 제조사의 이름보다 몇 배 강력하다”며 “PEF가 인수 이후에도 사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휘청이는 애경그룹 계열사들

애경그룹이 알짜배기 모태사업을 시장에 내놓은 이유는 그룹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애경그룹의 대다수 계열사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애경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1조6,422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155억원에 그쳤다. 이익 수준이 전년(451억원) 대비 3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중국이 저렴한 범용 석유 화학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무더기로 쏟아내며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한 결과다.

애경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제주항공 역시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증한 해외여행 수요를 흡수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9% 감소했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환율이 뛰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기 임차료, 유류비 등의 지출이 증가하며 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이에 더해 지난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도 막대한 악재로 작용했다. 비행기에 탄 승객이 전원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지며 고객이 대거 이탈한 것이다. 향후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 역시 등을 돌렸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8,000~9,000원대를 오가던 제주항공 주가는 최근 6,000원대까지 미끄러졌다.

AK홀딩스 재무 상황 '위태'

위태로운 재무 상황도 문제다.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최근 수년간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계열사 지원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어려움을 겪은 제주항공과 유통업 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AK플라자 등이 지원 대상이었다. AK플라자에 투입된 자금은 1,600억원 이상이며, 제주항공에도 2020~2022년 2,670억원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됐다.

공격적인 계열사 지원으로 인해 AK홀딩스의 부채 비율은 연결 기준 2020년 233.9%에서 2024년 328.7%로 뛰었다. 지난해 말 기준 AK홀딩스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 차입금(별도 기준)은 3,155억원에 달한다. 반면 보유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은 274억원에 불과하다. 유동성 위기가 가중됐지만, 주요 계열사의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계열사에 기대 차입금을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애경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세 역시 재무 위협을 더하고 있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6%와 제주항공 지분 53.59%는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다. 차후 이들 계열사의 주가가 더 떨어지면 채권자들로부터 마진콜(투자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증거금 요구)이 들어올 수 있다. 채권자가 대주주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반대매매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전 세계로 번지는 트럼프發 ‘미국 보이콧’, 관련 산업 줄줄이 비상

전 세계로 번지는 트럼프發 ‘미국 보이콧’, 관련 산업 줄줄이 비상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캐나다인 美 방문, 전년比 23%↓
유럽인들, 미국 제품 보이콧도
전 세계 반미 감정 고조

연간 미국 방문객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던 캐나다인의 미국 여행이 크게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및 합병 위협으로 반미 정서가 커지면서 미국 여행을 취소하는 캐나다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관광업계는 유럽연합(EU)·멕시코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서 돈 쓰기 싫다" 줄줄이 여행 취소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에서는 미국 여행 보이콧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캐나다는 매해 2,000만 명 이상이 미국을 찾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고 한 이후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여름휴가 계획을 바꿔 캐나다에 머무르자”고 촉구하면서 미국을 찾는 이들이 줄었다.

실제 시장분석업체 스태티스틱스 캐나다에 따르면 지난달 캐나다 거주자가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을 여행한 횟수가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육로를 통해 국경을 통과한 횟수도 23% 줄었다. 미국 연방 항공여행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캐나다인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4%, 뉴어크·뉴욕 공항을 통한 입국자 수는 11% 각각 감소했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한 결과다. 유효한 여권을 갖고 있는 캐나다 여성의 비자가 취소되고 미국에서 2주 동안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국 여행에 대한 공포심이 일고 있는 여파다. 이에 캐나다인들은 미국 대신 멕시코, 남미, 유럽으로 여행지를 바꾸고 있다.

캐나다인들의 미국 여행이 줄어들 조짐이 확인되면서 캐나다 항공사들은 오는 4~6월 미국행 좌석 수용 인원을 지난 1월 31일 대비 평균 6.1% 줄였다. 일례로 플레어 에어라인은 다음 달 밴쿠버, 에드먼튼, 캘거리에서 피닉스로 향하는 항공편을 중단하고, 연내 토론토에서 내슈빌로 가는 계절 노선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유럽 여행객들 역시 미국 방문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 여행·관광청(NTT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을 찾은 서유럽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이 1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덴마크 보이콧 그룹 "넷플릭스 끊고 맥도널드 안 가"

미국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은 여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이 관세를 대폭 올리며 유럽과 무역 전쟁에 나서자 유럽인들은 미국 상품을 사지 않는 불매 운동에도 나서고 있다. 덴마크 최대 유통업체 살링(Salling)그룹은 지난달 초 슈퍼마켓 가격 안내문에 유럽산 제품 여부를 표시하는 검정 별모양 스티커를 도입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자국 영토에 병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덴마크에서는 미국산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진 상태다. 살링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링크드인에 “최근 유럽 브랜드의 식료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으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았다”며 “우리 매장은 전 세계 브랜드를 진열할 것이지만 선택은 늘 고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미국 상품 보이콧을 촉구하는 페이스북 그룹들도 생겨났다. 이 그룹 중 하나인 보이콧바러프라USA(미국제품불매)는 지난 2월 3일에 만들어져 92,000명의 회원을 모았다. 회원들은 넷플릭스, 디즈니+ 등 모든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을 해지하고 유럽과 덴마크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며 맥도날드 등 미국 패스트푸트 체인점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스웨덴의 소비자 단체도 약 8만1,000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이 소비자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매번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이 미국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질문하고 유럽산 대체품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은 온라인에서 뜨겁게 번지며 더 이상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쇼핑하지 않는 유럽인들도 늘고 있다는 추세다.

美 경제 타격 전망

트럼프 발 미국 보이콧은 미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여행협회는 캐나다 방문객이 10%만 줄어도 21억 달러(약 3조870억원)의 매출 감소하고 1만4,000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 여행 및 관광 협의회(WTTC)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해외 관광객으로부터 2조3,600억 달러(약 3,469조2,000억원)를 벌어들였다. 또한 미국은 지난해 레저 및 호텔 부문에서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겼다. 하지만 여행 정보분석 업체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미국으로의 여행이 지난해 대비 8.8%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올해 5.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미국에 대한 긴장감, 엄청난 관세, 환율 변화로 미국 여행비가 더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여행 보이콧으로 인한 관광 수입 감소는 결국 미국 근로자와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여행 및 전문 이벤트 산업의 99% 이상은 중소기업이다. 미 전시회 및 콘퍼런스 연합의 토마스 F. 굿윈 회장은 영국 BBC에 “국제 비즈니스 여행객이 미국 방문을 포기하면 정치인이나 정부는 피해를 입지 않지만 박람회 부스 제작자, 일반 서비스 계약자, 행사장 케이터링업체, 기술자 등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호텔, 택시, 레스토랑 등도 연쇄 효과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여행 보이콧으로 미국이 소프트파워 영향력도 잃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네리 카라 실라만 옥스퍼드대 기업가 정신 전문가는 “소프트파워는 개방성, 문화적 리더십, 세계적 호의를 통해 가졌던 영향력”이라며 “학자, 과학자, 예술가, 디자이너, 기업가가 미국 대신 다른 나라를 선택하기 시작하면 미국은 방문객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는 폐쇄된 사회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반도체 쇼크 또 오나" 연말 레거시 반도체 수급 '빨간불'

"반도체 쇼크 또 오나" 연말 레거시 반도체 수급 '빨간불'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레거시 반도체 '수급 불균형' 조짐
'반도체 쇼크' 이후 역내 공급망 다진 EU
中 저가 공습 이겨낼 수 있을까

올해 연말 레거시(범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어긋나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벌어졌던 '반도체 쇼크'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레거시 반도체 기술 의존도가 높은 독일 산업계가 특히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위태로운 반도체 공급망

1일(현지시각)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인용, 세계 경제가 반도체 칩 부족의 그림자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연말부터 레거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객들의 레거시 반도체 주문량이 급증하는 반면,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신규 공장 투자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레거시 반도체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경우, 특히 독일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의료 기술, 방위 등 레거시 반도체 의존도가 특히 높은 산업들이 독일 산업계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21년 시장을 발칵 뒤집었던 반도체 쇼크가 재차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시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급 지연으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의 생산 라인이 멈춰서며 막대한 혼란이 일었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CAR)의 집계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독일의 연간 승용차 생산량은 285만 대에 그쳤다. 독일의 승용차 생산이 이 같이 부진했던 것은 1974년 오일 쇼크 이후 처음이었다.

EU의 공급망 구축 노력

독일을 중심으로 한 차례 위기를 겪은 유럽연합(EU)은 지난 2023년 9월 발효된 반도체법을 앞세워 자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EU 반도체법은 현재 10% 수준인 EU의 세계 반도체 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는 법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U는 430억 유로(약 68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독일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360억 달러(약 52조7,800억원)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는 인텔은 이미 투자 비용의 3분의 1(110억 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받았다. 당초 독일 정부는 공장 조성 비용의 40% 수준인 68억 유로(약 9조4,50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원자재·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건설 비용이 30% 늘어나며 지원금 규모 역시 확대됐다.

NXP·인피니온·보쉬 등 유럽 반도체 기업과 대만 TSMC의 합작 법인 ESMC 역시 EU의 지원을 받는다. TSMC가 ESMC에 투입한 투자금은 100억 유로(약 14조7,000억원) 규모며, EU와 독일 정부는 이 중 절반인 50억 유로(약 7조3,50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ESMC는 2027년 준공되는 독일 드레스덴 공장에서 자동차용·산업용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생산할 예정이다.

中, '저가 물량 공세'로 시장 휩쓸어

향후 관건은 EU가 자체 공급망을 무기 삼아 중국의 '공급망 공습'을 이겨낼 수 있을지다. 최근 중국은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국제데이터공사(IDC)는 올해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생산 능력의 28%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는 2027년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39%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공략한 비결은 가격에 있다. 차세대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재로 꼽히는 '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의 판매가를 살펴보면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일부 중국 공급 업체는 실리콘 카바이드 6인치 웨이퍼 기판을 장당 500달러(약 73만원) 이하에 판매하고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 6인치 웨이퍼 기판은 세계 1위 실리콘 카바이드 제조 업체인 미국 울프스피드가 장당 1,500달러(약 219만원)에 판매했던 제품이다.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단행한 압도적인 규모의 투자도 중국의 '시장 정복'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중국 순수 파운드리 업체의 누적 매출 대비 설비투자(CAPEX) 비율은 112%로 전 세계 평균치(33%)의 4배에 육박한다. 연간 매출보다 설비투자에 더 많은 돈을 썼다는 의미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46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전국 월세 비중 첫 60% 돌파,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저무는 '전세 시대'

전국 월세 비중 첫 60% 돌파,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저무는 '전세 시대'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수정

전세사기 등 여파로 월세 선호도 뚜렷해져
서울·아파트보다 지방·非아파트 비중 커
수도권 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월세 상승세

전국의 신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특히 지방에서는 다세대·다가구 등 비(非)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80%를 넘어서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4년 새 월세 비중이 20% 포인트 가까이 증가하면서 부동산업계에서는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국 월세 비중, 4년 만에 20%P 확대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전·월세 신규 거래 중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61.4%로 집계됐다. 월세 비중이 6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신규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월을 기준으로 2021년 41.7%를 기록한 뒤 2022년 47.1%, 2023년 55.2%, 지난해 57.5%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전월세전환율은 지난 1월 기준 수도권의 경우 5.9%, 지방은 6.9%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월세를 얼마 받을지 계산하는 비율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보다 지방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월세 비중은 60.2%로, 1년 새 3.1%포인트 증가했는데 이 기간 지방은 5.4%포인트 늘어난 63.5%를 기록했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65.2%다. 특히 빌라 등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전국 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1∼2월 44.2%로 1년 새 2%포인트 증가했다. 서울이 43.8%, 지방은 45.4%다. 같은 기간 비파아트 월세 비중은 76.3%로 전년 대비 5.6%포인트 증가했다. 지방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8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 76.1%, 수도권 73.2% 순이었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거래량도 따라 증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월세 거래량(13만1,939건)은 전월 대비 18.6%, 전년 동월 대비 12.6% 늘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39.7% 상승한 수치다. 반면 전세(8만6,032건)는 전년 동월 대비 8.7% 감소했고, 최근 5년 평균 대비 16.6% 줄었다. 월세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월세통합(준월세‧준전세 포함) 가격지수는 102.94로 17개월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 소형 아파트(40㎡ 이하) 월세가격지수는 2023년 12월 103.57에서 2024년 12월 106.79로 3.22% 상승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에 '월세화' 가속

월세 비중이 급증한 것은 지난 2년간 전세사기로 인한 빌라 전세기피 현상의 여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세 사기 피해액은 9조원, 피해자는 4만 명에 달한다. 1인 가구 증가, 가계대출 규제 강화, 주식·코인 등 청년층의 금융자산 투자 선호 등도 월세화를 가속하는 요인이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월세화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이 늘었고 기준금리가 인하하며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지자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월세 거래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 1월10일부터 24일까지 부동산 전문가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크게 증가'는 9%, '소폭 증가'는 69%의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2024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14%,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7%에 그쳤다.

'임차인의 월세 거래 증가 요인'에 대해서는 △전세사기 등 보증금 미반환 우려 36% △높은 전세가격에 따른 자금 마련 부담 30% △전세자금 대출 규제·전세보증가입 요건 강화 22% △자산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 선호 12% 등의 순이었다. '임대인의 월세 거래 증가 요인'으로는 △안정적인 월세 수익 확보와 수익률 제고 41% △임대 수익 목적의 주택 매수 증가 25% △계약 만기 후 전세금 반환 부담 경감 1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학생·회사원 주거비 부담 확대 우려

다만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자취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1학기 개강을 앞두고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월세와 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서울 주요 대학 인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60만9,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 조사 때의 평균 월세는 57만4,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2,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월세와 관리비가 각각 6.1%, 8.1% 오른 셈이다.

대학가별로 보면 성균관대 인근 지역의 평균 월세가 지난해 1월 47만원에서 올해 1월 62만5,000원으로 1년 새 33%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중앙대 인근 지역이 같은 기간 48만원에서 52만7,000원으로 9.8% 뛰었으며, 연세대 인근은 60만원에서 64만3,000원으로 7.2%, 한국외국어대 인근은 59만원에서 63만1,000원으로 6.9%, 고려대 인근은 57만원에서 60만4,000원으로 6% 올랐다.

월세에 대한 부담은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오피스텔 월세는 전월 대비 0.15% 상승해 18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오피스텔 월세도 지난해 11월에 비해 0.12% 오르며 2024년 1월 상승 전환한 후 12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 월세 상승률은 지난해 11월(0.09%)보다 확대됐다. 아파트 월세 역시 오름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임대 계약을 맺은 서울 아파트 월세 세입자 10명 중 4명가량은 월 100만원 이상의 고액 월세를 내는 것으로 조사돼 세입자의 월세 부담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