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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궤도 오른 성수전략지구 재개발, 한강변 ‘알짜 사업’에도 건설사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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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전략구역 정비계획 결정안 고시
자금 조달 등 현실적 과제 산적
‘재건축 특례법’ 등 장려책 좌초 위기
성수전략지구 정비계획 종합구상안/출처=서울시

1만 가구에 가까운 미니 신도시급 규모를 자랑하며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불린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지구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시가 최근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고시하고 나서면서다. 이로써 2009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15년 넘게 정체돼 있던 사업 추진 또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건설 시장의 침체와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그 흥행은 담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연내 시공사 입찰공고 목표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보에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정비계획 결정안을 고시했다. 성수동1가 72-10 일대 총 4개 지구를 묶은 성수전략정비구역은 대지면적 52만8,000㎡(약 16만 평)에 총 55개 동, 9,428가구의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 구역이다. 전체 가구 중 임대주택 물량은 2,004가구에 달한다.

이번에 고시된 정비계획에는 해당 지역 일대에 최고 250m의 랜드마크를 올리는 방안이 담겼다. 건물 층수로 환산하면 50층이 넘는 높이다. 또 다양한 문화편의시설 조성 방안 역시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강변북로를 덮는 수변문화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길이 960m, 면적 3만9,955㎡ 규모의 수변문화공원은 보행 연결 덱과 한강 보행 연결 브리지를 통해 한강 보행 접근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정비계획안이 고시되면서 각 지구 재개발 조합의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2지구의 경우, 지난달 29일 조합 총회를 열고 랜드마크동 최고 층수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랜드마크동 최고 높이를 65층으로 높이기로 했다. 해당 지구는 입찰 및 설계도서 작성 작업을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해 연내 입찰공고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15년간 성동구의 숙원이었던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이번 결정 고시를 통해 주거, 문화, 비즈니스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면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고품격 명품 주거단지를 조성해 성수동 일대 상호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남뉴타운 2구역을 재개발해 들어서는 '한남써밋' 조감도/사진=대우건설

사업성 저하에 시장 반응 ‘미지근’

성수전략정비구역은 당초 정비 계획상 대상지가 4개 지구로 구분돼 있었지만, 정비사업이 동시에 시행돼야 조성할 수 있는 대규모 기반 시설이 많았던 데다 지역 내 이해관계 및 정책·제도 변경 등으로 사업이 사실상 멈춰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2021년 이곳을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했고 이번에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결정됐다. 서울시는 지역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변화하는 정책·제도를 고려한 만큼 지구별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변수는 재개발 사업을 향한 건설 시장의 관심이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건설사가 높은 건설비 사업성을 이유로 수주전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들마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성수전략지구와 함께 강북의 대표적 재개발 구역으로 꼽히는 한남2재정비촉진구역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 부지에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2022년 11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한남2구역은 올해 하반기 이주를 시작해 2027년 착공·분양이 목표다. 현재는 관리처분인가를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지만, 지난 1월 우리투자증권이 금융 주관사 지위를 포기한다고 통보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불안정한 금융 환경을 이유로 들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포기 배경을 밝혔다. 이후 조합은 신영증권을 새 주관사로 정해 PF에 도전했고, 시공사인 대우건설까지 지원에 나서면서 한 달여 만에 가까스로 대주단을 모집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조합 간 갈등도 불거졌다. 조합은 대우건설이 시공사 선정 당시 내세운 ‘118프로젝트’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산 경관 보호를 위해 건물 높이 90m 이하로 제한된 건물 높이를 118m로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서울시의 고도 완화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블록 통합을 위해 정비구역을 관통하는 도로를 없애겠다는 계획 또한 서울시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결국 조합은 오는 27일 임시총회를 열어 대우건설의 시공자 지위 유지 여부를 투표하기로 했다.

정비업계에서는 한남2구역의 사례가 향후 서울 주요 재개발 사업의 성패를 가를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금 시점에서 한남2구역이 더 나은 시공사를 찾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이주가 미뤄지고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르는 등 사업 전체에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불확실성에 사업 동력↓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2022년 이후 추진해 온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힘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도 정비업계엔 악재다. 그간 정부는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여 수도권 공급 확대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통과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안이 일부 지역의 특혜로 작용할 수 있고, 원주민과 세입자의 거주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힘을 잃게 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을 꼽았다. 재건축 특례법 제정안은 △기본계획·정비계획 동시처리로 기간 단축 △역세권 용적률 1.3배 ·높이 제한 완화 △이주 전 철거 심의 허용 등 인허가 과정 관리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하던 해당 법안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심사가 중단되면서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전면 재검토 또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안을 발의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책 기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임대차 2법 폐지 역시 야당의 반대와 조기 대선 국면 속에서 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적극 장려해 온 신탁방식 정비사업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토교통부는 그간 신탁방식을 통해 조합의 비리 및 갈등을 줄이고,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정비사업에 적극 도입해 왔다. 특히 1기 신도시 재건축 같은 대규모 사업에는 투명성과 관리 측면에서 신탁방식이 적합하다며 일부 지자체에서 배점기준에 가점을 주는 등 적극 장려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부실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신탁사 건전성 강화 조치에 나서면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신탁회사의 토지신탁 취급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신탁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 같은 조치로 신탁사의 사업비 및 이주비 조달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에는 신탁사가 조합원을 대신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받아 사업비와 이주비 등을 조달했는데, 한도 규제가 도입되면 해당 금액이 위험액에 포함되면서 자기자본 대비 위험액이 급증하는 탓이다. 성수전략지구와 같은 대형 사업장의 경우, 이주비만 1조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국 불안 속 정부 부처 간 정책 엇박자까지 발생하면서 정비사업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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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사업도 위기 앞에선 매각 1순위, 애경그룹 ‘덜어내기’에 시장 이목 집중

모태 사업도 위기 앞에선 매각 1순위, 애경그룹 ‘덜어내기’에 시장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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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화장품 제조 애경산업 매물로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에 복수 PEF 관심
가격 이견 좁히기 관건, 여러 시각 공존

재계 서열 62위 애경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꾸준한 원매자가 있는 제주항공 등 여타 계열사를 두고 그룹의 모태와도 같은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을 매물로 내놨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애경그룹의 재무 상황이 눈에 띄게 악화한 가운데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까지 줄줄이 부진에 빠지면서 위기가 본격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매각 작업 상대적으로 용이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을 위해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티저레터(TM) 배포에 나섰다. 매각 추진 대상은 경영권 지분 약 63% 규모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와 ‘2080’,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 등을 보유한 생활용품·화장품 제조 기업으로 그룹의 모태 사업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애경이 그룹의 모태를 시장에 내놨다는 점에 주목했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외에도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등 여러 핵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항공사 매물의 경우 꾸준한 원매자가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 한 해만 보더라도 대명소노그룹의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인수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를 인수하는 에어인천 컨소시엄에 현대글로비스가 출자하는 등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선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과 체리에어(옛 하이에어)도 새 주인을 맞았다.

다만 항공업의 특성상 인수자가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하는 등의 절차적 번거로움이 따른다. AOC는 항공운송사업 운항을 허가하는 증명으로, 최대 주주 변경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도 재취득 사유에 해당한다. 안전운항증명을 재취득하고 항공기를 재도입해 실제 운항에 나서기까지는 최소 수 개월이 걸린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주주 구성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있다는 점도 매각에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한 기업 매각을 넘어 지역 경제와 항공산업 특성 등이 얽혀 있어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다. 제주도는 제주항공 주식 8,064만 주 가운데 256만 주를 보유해 3.18%의 지분율을 기록 중이다. 원매자를 찾는다고 해도 매각에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비교해 애경산업의 매각은 상대적으로 수월히 진행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 내 K뷰티 열풍이 뜨거운 만큼 제조 역량을 갖춘 애경산업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IMM프라이빗에쿼티, JKL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한투파프라이빗에쿼티 등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꼽힌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애경산업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초기 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상장 소비재라는 점 때문에 완주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다 브랜드가 탄탄한 만큼 일단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룹 희망 매각가 6,000억원 선

다만 가격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과 실적 안정성 등을 부각해 매물 가치를 높이려 하는데, 애경그룹이 구조조정으로 급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 협상에 불리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경그룹 내부적으로는 애경산업 매각으로 6,000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이보다 훨씬 낮다. 4일 종가 기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4,200억 원 수준이다. 애경그룹이 보유한 지분율(AK홀딩스 45.08%, 애경자산관리 18.05%) 약 63%를 적용하면, 2,65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지분율이 과반이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해 30%의 가치를 더 얹는다 해도 3,450억원을 소폭 밑돈다. 채 부회장이 원하는 6,000억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의 실적이 안정인 만큼 원하는 매각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이 지난해 거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30억원이으로, 통상 인수합병 시장에서 EBITDA의 10배 안팎에 거래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6,000억원의 매각가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채 총괄부회장이 급박하게 내놓는 매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PEF들이 애경그룹에 협상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다른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기도 힘든 만큼 PEF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나아가 애경산업이 보유한 브랜드의 매력이 기업가치를 후하게 칠 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는 평가와 함께 영업이익이 들쑥날쑥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애경산업의 최근 10년간 영업이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에는 시장 호황에 힘입어 11.3%를 기록했으나 부진할 때는 3.8%(2020년)로 쪼그라들었다.

애경그룹 본사에 조성된 '애경 시그니처 존'/사진=애경산업

위기 심화 전 매각 완료에 방점

인수전이 흥행한다면 채 총괄부회장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약진과 부진을 오가는 불안정한 애경산업을 떼어내 유동성을 확보하고, 종국에는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뷰티 시장 3위를 기록하던 애경산업은 지난해 년엔 구다이글로벌과 에이피알에 밀려 5위로 추락했다.

앞서 언급했듯 실적 또한 좋지 않았다.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거듭한 것이다.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의 70%에 달한다. 여기에 에이지투웨니스 등 주력 제품들이 홈쇼핑과 중장년층 소비자 위주였던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신규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북미 시장과 2·30대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애경산업은 역성장을 면치 못한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업력과 전통이 있는 브랜드를 가진 애경산업을 매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상실 중인 애경산업이 헐값이 되기 전에 파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업력이 길고 에이지투웨니스 등 핵심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이 PEF나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면 뿔뿔이 해체돼 경쟁력을 되찾을 기회마저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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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대신 지분 투자" 국토교통부, 한국형 리츠 도입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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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국형 리츠 제도화 위해 연구용역 발주
금융당국은 '지분형 주택금융' 도입 방안 모색
공유형 모기지 실패 사례에서 보완점 찾아내야

국토교통부가 ‘한국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반전세 형태의 임대차 상품을 새롭게 도입, 시장 실수요자들의 과도한 대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형 리츠' 주목하는 국토부

7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조만간 한국형 리츠의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리츠를 통한 주택 소유 및 임대차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리츠 방식의 민간임대주택 공급 모델을 제안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출시 가능한 모델이 나오려면 다각적 제도 개선과 지원이 필요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제안한 ‘한국형 리츠’는 리츠 투자금이 보증금인 일종의 반전세 형태다. 입주자가 돈을 모아 리츠 투자금을 늘리면 월세를 줄일 수 있으며, 매도 제한 기간 이후에는 리츠 지분을 팔아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서울 아파트에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 조건으로 2년 거주한 뒤 이사하면 일반적으로 1억원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한국형 리츠 제도가 도입되면 같은 조건하에 리츠 투자 지분 1억원에 집값 상승분을 반영해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형 리츠가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는 현행 전세 제도 아래서는 임대료 확보와 시장 형성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 같은 신규택지 공급 물량을 리츠에 할인 매각하거나, 재건축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로 나온 임대주택 물량을 리츠가 사들일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의 '지분형 주택금융'

가계대출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국토부 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분형 주택금융'을 앞세워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분형 주택금융은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주택 매입 시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주택 매입자가 부채를 일으키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집값을 100, 실소유주의 가용 자금을 50이라고 가정하면 나머지 50을 주금공이 지분으로 취득하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한은·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3일 개최한 정책 컨퍼런스에서 “그동안은 정책금융이 무주택자의 이자를 깎아 집 사는 것을 도와줬다”며 “이 방식이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거시 건전성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식인지 고민하는 차원에서 지분형 모기지라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비판이 부모님에게 받을 것이 있는 사람들만 집을 살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이른바 ‘영끌’을 하더라도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지분형 주택금융을 이용하면 가진 돈이 많지 않은 주택 매입자도 과도한 대출 없이 집값 상승에 대한 이익을 나눠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금공 지분에 대해서는 이자보다는 낮은 사용료를 내게 될 것”이라며 “주택 매입자는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면 이익을 반으로 나누고, 중간에 지분을 취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사 제도의 실패 전례

다만 일각에서는 무작정 한국형 리츠와 지분형 주택금융의 효용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도입된 유사 제도 '공유형 모기지'가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정부는 전월세 시장의 안정화를 목표로 공유형 모기지를 도입했다. 당시 공유형 모기지는 초저금리로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일종의 대출 상품이었다.

공유형 모기지는 한계가 명확한 제도였다. 국민주택기금(現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을 활용한 탓에 '무주택 서민'이란 신청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신청 대상을 넓힐 경우 기금의 부실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기금의 자금 조달과 운용 기간의 미스매치도 문제였다. 통상 모기지는 신규 대출 금리가 기존 대출 금리보다 낮을 때 조기 상환이 이뤄진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라면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아야 조기 상환이 이뤄지는데, 자본 이득의 배분 구조상 조기에 상환할수록 기금에 내놓아야 할 수익 배분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웬만큼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조기 상환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의미다.

각종 한계에 부딪힌 공유형 모기지는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공유형 모기지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형 리츠와 지분형 주택금융은 주택 시장 안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이라며 "공유형 모기지라는 전례까지 존재하는 만큼, 제도 도입 이전 각종 문제를 보완할 만한 세부 사항을 철저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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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응시율 3년 연속 하락, 처우 개선에도 공무원 매력 떨어져

9급 공무원 응시율 3년 연속 하락, 처우 개선에도 공무원 매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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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급 공무원 응시율 역대 최저
선발 인원 줄어 경쟁률은 소폭 상승
Z세대 대기업·전문직 선호도 영향

공무원 시험 열기가 한풀 꺾인 가운데 '2025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 필기시험' 응시율이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선발 예정 인원이 줄면서 경쟁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응시율은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낮은 연봉과 과중한 업무, 대기업과 전문직 선호 등이 공무원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정부가 처우 개선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젊은 층의 관심은 여전히 대기업과 전문직으로 향하는 양상이다.

9급 공무원 응시율 75.2%, 경쟁률 24.3대 1

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5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치러진 2025년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 필기시험 응시자는 10만4,952명으로 실제 시험장에 나온 인원은 7만8,89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해 응시율은 75.2%로 지난해 75.8%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5년간 응시율 추이를 보면 △2021년 77.7% △2022년 77.1% △2023년 78.5% △2024년 75.8% △2025년 75.2%로 2023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경쟁률은 24.3대 1로, 지난해(21.8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는 선발 예정 인원이 줄어든 반면 응시원서 제출 인원은 지난해보다 1,514명(1.5%) 증가한 데 따른 결과로 정부는 올해 4,33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최근 5년간 경쟁률은 △2021년 35대 1 △2022년 29.2대 1 △2023년 22.8대 1 △2024년 21.8대 1로 내리막을 이어오다가 올해 반등한 모습이다. 역대 최고 경쟁률은 2011년 기록한 93.1대 1로 지난해까지 매년 경쟁률이 하락했다.

낮은 보수, 과다한 업무에 직업 선호도 떨어져

공무원 지원자가 줄어든 원인 중 하나로는 학령인구의 감소가 꼽힌다. 실제로 20대 지원자 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12만1,533명에서 2023년 6만9,083명으로 2년 새 5만2,450명(43.15%)이나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지원자 감소율(38.65%)보다 4.5%포인트 높고, 30대 감소율(32.49%)보다 10.66%포인트 높다. 고교선택과목제 폐지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 선택과목에서 고교과목이 빠지고 전공과목으로 대체돼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이로 인해 당해년도 지원자가 3만2,000명가량 감소했다.

특히 9급 공무원의 경우,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인 데다 일은 많고 고되다는 인식이 큰 몫을 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이 중앙행정기관·광역자치단체(시도)·기초자치단체(시군구) 공무원 6,0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의 이직 의향이 5점 만점에 평균 3.48점,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은 3.31점을 기록해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꾸준히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직 기간별로는 재직 기간 6~10년, 직급별로는 하위직인 8~9급의 이직 의향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직 의향 이유로는 '낮은 보수가 66%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9급 공무원의 초임(1호봉) 월급은 187만7,000원이었다. 2순위는 '과다한 업무'가 10.5%로 집계됐다. 직무 만족도도 하락했다.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흥미, 열정, 성취감 등을 측정하는 '직무만족 인식'은 5점 만점에 평균 3.26점으로 전년(3.32점)보다 하락했다. 반면 직무 스트레스는 더욱 커졌다.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는 5점 만점에 2.87점으로 전년(2.88점)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기초자치단체는 3.00점으로 전년(2.92점) 대비 상승하며 처음으로 3점대를 기록했다.

취준생 10명 중 8명, 공무원 준비할 의향 없어

이에 정부는 공무원 조직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실무직·저연차 공무원의 처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9급 초임 공무원 월급은 지난해보다 6.6%(12만3,882원) 오른 200만882원으로,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섰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9급 초임 보수는 연 3,222만원으로 월평균 269만원을 받게 된다. 아울러 9급 초임 월급은 내년 284만원, 2027년 월 300만원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족돌봄휴가 확대, 연가 보상비 현실화 등 워라밸 정책을 강화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심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공시 열풍이 한풀 꺾이고 민간 채용이 회복되면서 공직 대신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AI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준생 1,547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 의향'에 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공무원을 준비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공무원을 희망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연봉이 낮아서'라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희망 직무가 아니어서 15% △수직적인 분위기 9.4% △반복적인 업무 9%의 순으로 나타났다.

Z세대 취준생이 희망하는 공무원 연봉은 5,000만원(전체 응답자의 2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어 4,000만원(17%), 6,000만원(16%)의 순으로 집계됐다.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공무원 희망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경우도 13%를 차지했다. 공무원 복지 중 개선을 원하는 부분으로는 △성과급·보너스 상향 39% △승진 기회 확대 33% △워라밸 보장 16% △유연 근무제 돌입 13%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교육의 기회 제공(12%)', ' 연차·휴가 확대(11%)'라는 응답도 있었다.

Z세대가 취업을 희망하는 곳(복수 응답) 1위는 '대기업(71%)'으로 나타났다. 이어 △ 중견기업 29% △전문직 시험 20% △외국계 기업 19% △공기업·공공기관 16% △중소기업 12% 순이었고 공무원은 11%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캐치 측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Z세대는 즉각적인 보상을 중시한다"며 "비교적 높은 연봉을 제공하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전문직 시험을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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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中 도와주는 꼴" 트럼프發 무역 전쟁, 글로벌 시장 질서 뒤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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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트럼프,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선물 안겨"
"손잡고 中 때리던 시절 끝났다" 갈라서는 서방 동맹
中, 美에 보복관세 부과하며 전면전 돌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전쟁이 중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서방 동맹의 결속력이 약화하며 중국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악수'를 발판 삼아 무역 보복을 본격화, 미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트럼프 관세 장벽에 中 '미소'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세가 시진핑의 날을 만들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략적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인해 함께 중국을 견제하던 서방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 유럽연합(EU) 20%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잔인하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며 프랑스 기업의 대미 투자를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캐나다도 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 중국의 기술 발전과 독자 생태계 구축에 오히려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중국 빅테크들의 기술 자립이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경우,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궈차오(애국소비)’ 유행이 본격화하며 중국 소비와 내수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관세 전쟁 속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은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했다. 베트남 46%,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등이다. 이 같은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동남아 주요국들은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보복관세'로 맞불 놓은 中

미국의 관세 장벽을 통해 유리한 입지를 점한 중국은 미국에 대한 보복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7시 중국 국무원은 중국 국영 채널인 CCTV방송을 통해 4월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증시가 개장하기 불과 3시간 전에 기자회견이 아닌 일방향 소통 수단을 활용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정부 차원의 비(非)관세 보복 조치도 대거 쏟아져 나왔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제소했다. 아울러 사마륨 등 7종의 희토류 관련 품목 수출을 통제하고, 스카이디오 등 11개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중국과 관련된 수출입 활동에 종사할 수 없으며, 중국 내 신규 투자가 금지된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도 검역 문제가 제기된 미국 기업 6곳의 중국 수출 자격을 잠정 취소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자 글로벌 시장 혼란은 가중되기 시작했다. 양국 간 보복전이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교역량이 줄어들며 글로벌 경기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떠안게 된 미국 증시 역시 눈에 띄게 휘청이고 있다. 미국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지난 2일부터 4일 사이 10% 넘게 폭락했고, 같은 기간 뉴욕 증시에서 6조6,000억 달러(약 9,60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韓 '새우등' 터진다

한국 역시 미·중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있다. 중국은 한국 제조 기업의 주요 투자 대상국 중 하나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한국 제조업 해외투자 누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6%(769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에 자리를 잡고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향후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인해 줄줄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기계·전자류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의 타격이 막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계·전자류는 미국 대중국 수입의 46.9%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관세 장벽이 현실화하면 중국에 기계·전자류 제품 제조 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은 물론, 국내 전기·전자 중간재 수출 기업들까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중국산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소재 등을 수입하는 대미 투자 기업들도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중국 제품들이 저가로 미국 이외의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공급망 전반의 혼란이 가중될 위험도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 제품의 우회수출에 연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장 관계자는 "중국에서 사실상 완성된 제품을 한국에서 단순 가공하거나 포장만 바꿔 '한국산'으로 둔갑시킨 뒤 미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우회수출 의심을 받을 위험이 있다"며 "중국산 핵심 부품 비중이 높은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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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세계 각지 데이터센터 취소·연기 "AI거품론 현실화되나"

MS, 세계 각지 데이터센터 취소·연기 "AI거품론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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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인니·호주 등서 신규 프로젝트 중단
AI 클라우드 전문기업 코어위브와도 협력 철회
MS "AI 인프라 수요 변화 대응한 전략적 조치"
올해 2분기 가동 예정인 인도네시아 애저 클라우드 인프라 조감도/출처=MS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곳곳에서 추진해 온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잇달아 중단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과잉 투자 우려에 더해 오픈AI와의 독점적 파트너십 변화, 미 정부의 관세 정책,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MS는 기존 전략을 재조정하며 신중한 접근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AI 인프라 시장이 '수익성 검증'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억 달러 넘게 투자한 美 위스콘신 프로젝트도 중단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MS가 영국, 인도네시아, 미국, 호주 등에서 추진해 온 데이터센터 사업을 연기하거나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S는 최근 영국 런던과 케임브리지 사이에 건설 예정이던 데이터센터 부지에 대한 협상을 중단했다. 해당 시설에는 최첨단 엔비디아 칩을 탑재한 데이터센터가 지어질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관련 절차가 멈춘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데이터센터 캠퍼스 공사도 일정이 연기됐다. 다만 MS 측은 올해 2분기 해당 지역의 애저 클라우드 인프라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프로젝트도 일정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시카고 인근 데이터센터 사업은 부지 협상이 멈췄고 노스다코다주에 서버 단지를 설립하기 위한 논의도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위스콘신주에서 진행 중이던 데이터센터 확장 사업 역시 당분간 보류된다.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등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일부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MS는 AI 클라우드 전문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로부터 추가로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임대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어위브의 마이클 인트라토(Michael Intrator) CEO는 "이 같은 변화가 업계 전반의 흐름이라기보다는 MS에 국한된 사안이며 이는 오픈AI와 MS의 관계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일정 부분 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MS 대변인도 "수년 전부터 데이터센터에 대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 왔다"며 "AI 수요 증가와 입지 확장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투자 축소 기조, 오픈AI 파트너십 조정 영향

월가에서는 MS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축소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MS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이어 클라우드 서비스 세계 2위 업체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상용화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미국 투자은행 TD코언에 따르면 MS는 미국과 유럽에서 약 2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데이터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두 곳의 민간 운영업체와 체결한 임차 계약도 취소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AI 인프라 투자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MS가 유럽에서 철회한 일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은 경쟁사인 구글과 메타가 인수해 업계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 축소와 관련한 MS의 결정이 오픈AI의 AI 학습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조치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S는 그동안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지만, 최근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AI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MS는 오픈AI와의 독점적 클라우드 계약을 수정해 오픈AI가 MS 애저 외에 타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대한 추가 확장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거론된다. 미 정부가 세계 각국에 부과하는 상호 관세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데이터 처리기기 수입 규모는 2,000억 달러(약 290조원) 정도다. 이 중 대부분은 멕시코, 대만, 중국, 베트남 등에서 수입한다. 이들 국가는 대미 수출 시 최소 25% 이상 관세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인 상호관세 조치로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빅테크의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컴퓨팅 임대 시장 과잉투자 조짐, AI 거품론 재부상

MS의 이번 결정으로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시장의 과잉 투자 가능성, 이른바 'AI 거품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MS의 데이터센터 축소 방침이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전력과 건축 자재 부족 같은 일시적 문제 때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부 투자자는 AI 서비스 수요 대비 MS의 투자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고 전했다. 실제로 MS 측은 "다음 회계연도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산업의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며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보다 기존 시설 서버 확충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D코언의 애널리스트들도 컴퓨팅 용량의 과잉 구축 가능성을 언급하며 "AI 인프라 시장이 예상 수요를 넘어 과잉 공급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에서 이러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AI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딥시크의 등장으로 트렌드가 바뀌며 데이터센터 붐이 무너졌다. KZ컨설팅 자료를 보면 2023년 한 해에만 중국에서 5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2024년에도 최소 15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문제는 이 중 많은 시설이 실제 수요나 기술 표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어졌다는 점이다. 경험 부족과 과장된 수요 예측, 정부 보조금 중심의 투자 관행이 겹치며 효율성이 낮은 데이터센터가 양산됐다. 운영 비용은 높지만, AI 활용도는 낮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부 시설은 결국 전기요금과 유지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또한 AI 인프라 시장의 흐름이 모델 학습 중심에서 서비스(추론) 수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초기 데이터센터 설계는 훈련용 수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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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품에 안기는 '범LG' 아워홈, LG 계열사 구내식당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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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앤오, 아워홈과 구내식당 재계약 안 했다
한화 편입 앞두고 LG 계열사들과 연결고리 끊겨
'범LG가' LF푸드, 급식사업 진출 시 반사이익 전망

아워홈이 최근 LG그룹 계열사인 LG디앤오(D&O) 구내식당 사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그룹이 아워홈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범LG가(家)라는 명분하에 유지되던 협력 관계가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LF푸드 등 또 다른 범LG가 기업이 아워홈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아워홈, LG디앤오와 계약 종료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LG디앤오는 지난해 12월 아워홈과 구내식당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향후 LG디앤오의 구내식당은 회사 레저사업부의 F&B 사업부를 통해 직접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워홈 관계자는 "해당 점포는 최근 (한화그룹과의) 인수 관련 이슈와는 무관하다"며 "단체 급식 사업의 특성상 장기 운영, 경쟁 입찰 등에 따라 운영 주체가 변경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LG디앤오가 아워홈과의 계약을 종료한 시점에 한화그룹의 인수 작업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지난달 11일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미현 아워홈 회장 외 2명의 아워홈 지분 58.62%를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등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를 설립했으며, 오는 29일 2,5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협력할 '명분' 사라져

업계에서는 앞으로 아워홈과 LG 계열사들의 '단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아워홈은 범LG가로 분류되는 기업으로, 지금껏 LG 계열사들과의 유대 관계를 앞세워 거래를 지속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21년 대기업 구내식당 운영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했으나, 대부분의 LG 계열사는 이를 따르지 않고 아워홈과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아워홈이 한화그룹에 편입될 경우 LG 계열사들이 아워홈과 협력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한 뒤에는 대다수 LG 계열사가 LG디앤오처럼 자체 운영을 선택하거나 경쟁 입찰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기업 구내식당은 보통 2~3년 주기로 운영사를 변경하는 만큼, 조만간 새로운 입찰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워홈의 LG 계열사 구내식당 매출은 연간 2,425억원에 달한다. 이는 아워홈 전체 급식 사업 매출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워홈과 LG 계열사들의 계약 종료는 여타 업체들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거래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 관련 시장 전반을 점유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LF푸드에 돌아온 기회

일각에서는 기존 급식업체들뿐만 아니라 아워홈과 함께 범LG가에 속한 LF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범LG가는 형제간 사업 영역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암묵적인 원칙을 두고 있다. LF가 2007년 첫 자회사 LF푸드를 설립하고 식품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아워홈의 주력 사업인 급식 사업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다. LF푸드는 현재 식자재 유통과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중심으로 식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워홈이 범LG가를 이탈하면 LF푸드는 제약 없이 급식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사업 영역을 넓힐 명분과 여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LF푸드가 급식 사업에 진출하면 아워홈의 이탈로 생긴 범LG가 급식 사업의 공백을 메우고, 아워홈이 맡았던 LG그룹의 단체 급식을 확보할 수 있다"며 "LG 계열사들의 막대한 급식 수요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체 급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주요 업체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관련 시장의 성장세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업계 지분 1위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매출 3조1,180억원, 영업이익 1,57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진입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성장폭은 각각 11.4%, 22% 수준이다. CJ프레시웨이의 지난해 매출 역시 3조2,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고, 같은 기간 현대그린푸드도 2조2,0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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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기

[딥폴리시]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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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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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진영 따라 ‘무역 재편’
서방 진영 1순위 과제, “핵심 분야 중국 의존도 줄이기”
무차별적 보호무역은 “답 아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정학적 갈등 속에 글로벌 무역은 그야말로 격변을 겪고 있다. 오래된 관계가 무너지고 새롭게 세워지는 무역 장벽은 국가 간 거래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시스템(European System of Central Banks,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연합 회원국 중앙은행을 포함하는 네트워크, 이하 ESCB)은 극단적 보호무역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냉철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유럽연합(EU) 기구들과 중앙은행, 국제기구 간의 긴밀한 협력도 주문하고 있다.

사진=CEPR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디커플링’ 본격화

지정학 쇼크로 인해 서구 경제권과 중국을 양극으로 한 무역 분야 디커플링(decoupling)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첨단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일은 서구 경제권의 1순위 과제다. 그러나 친환경 전환을 위한 필수 산업을 포함,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서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일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ESCB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 단절을 거의 완료한 EU에게 중국과의 관계 정리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여기에 제3국을 통한 우회 무역을 고려하면 디커플링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2018년 대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자마자 중국과의 간접 무역이 시작된 미국에 비해 EU의 대중국 우회 무역은 비교적 최근이고 물량도 적은 편이다.

지정학적 진영에 따른 무역 재편 현황
주: 미국 중심 진영 수입 비중 변화(%P)(좌측), 중국 중심 진영 수입 비중 변화(%P)(우측), 진영 내(청색), 중립(노랑), 반대 진영(주황), 러시아에서 유럽연합(RU to EU), 중국에서 미국(CN to US), 아시아에서 중국(Asia to CN), 유럽연합에서 러시아(EU to RU), 기타(Others)/출처=CEPR

최대 리스크는 ‘핵심 분야 중국 의존’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붕괴를 포함한 최근 사건들은 한정된 해외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잘 보여줬다. ESCB에 따르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제조업체의 17~34%가 대체가 어려운 투입물들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갑작스러운 공급망 와해는 전기 장비, 화학 물질, 금속, 전자, 기계 등 핵심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보고서는 유로존 5개국(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스페인)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통해 중국 중심 공급망에 의존하는 핵심 자원이 50% 줄 경우의 경제적 피해 규모를 추산한 바 있다. 가장 피해가 큰 산업은 전기 장비 분야로 부가 가치 감소(value-added declines, 특정 산업이 전체 경제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의 감소) 중간값이 7%에 달해 전체 산업 중간값인 3%의 두 배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망 붕괴가 특정 산업 및 지역에 불균형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중국 및 동맹국 핵심 수입품 50% 감소에 따른 부가가치 영향(EU)
주: 전기 장비, 화학 물질, 금속, 컴퓨터 및 전자제품, 기계 및 장비, 자동차, 섬유, 고무 및 플라스틱, 의류, 가죽 및 기타(위부터), 중간값(청색)/출처=CEPR

‘높은 수준 디커플링’ 일어나면 글로벌 GDP 6% 감소

ESCB는 급증하는 무역 제재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경우의 수로 나눠 분석했는데, 만약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등 전략 산업 분야에만 디커플링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글로벌 GDP 손실은 6%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무역 전 분야가 영향을 받는 극단적 상황이 일어난다면 부정적 영향은 9%까지 늘어난다. 미국과 EU 등 선진 경제권은 무역 규제 수위에 따라 GDP 손실 규모가 2%에서 9.5% 사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는 높은 수출 의존도로 인해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다.

무역 파편화로 인한 GDP 영향
주: 글로벌 실질 GDP 영향(좌측), 주요 경제권 영향(우측), 단기 영향(Baseline effects), 장기 영향(Capital accumulation channel), 디커플링 정도 낮음(Mild decoupling), 디커플링 정도 중간(Selective decoupling), 디커플링 정도 높음(Severe decoupling), 유럽연합(EU), 미국(United States), 중국(China)/출처=CEPR

보고서는 또한 특정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무역 장벽만으로 온전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제3국을 통한 우회 무역량이 만만치 않아 현재의 무역 관계를 뿌리 뽑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역 분쟁, ‘장기간의 인플레이션’ 초래

무역 파편화로 인한 당면한 위험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다. 무역망 붕괴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더 자주 일어나며 장기간의 물가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요 무역망 와해가 일어나면 발생 첫 해 인플레이션이 4%P까지 추가로 증가하고 안정까지 여러 해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처럼 강대국들이 지정학적 주도권을 위해 무역을 무기로 삼는 행위는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글로벌 무역이 제공하는 다변화의 장점이 사라지고 공급망이 지역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지역 갈등에 따른 취약성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무역 파편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 및 물가 영향
주: 글로벌 공급 변동성(좌측), 과거 수준 총요소생산성 쇼크 가정(Counterfactual scenario with historical TFP shocks), 과거 수준 이상 총요소생산성 쇼크 가정(Counterfactual scenario with alternative TFP shocks), 글로벌(Global), 서방 진영(West), 중국 진영(East), 중립(Neutral) / 글로벌 투입물 가격 변동 분포 곡선(연간 증가율, 우측), 디커플링 없음(청색), 높은 수준의 디커플링(노랑)/출처=CEPR

무차별적 보호무역은 “금물”

상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ESCB가 가정 먼저 강조하는 것은 포괄적, 무차별적 보호무역은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전략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핵심 공급망에 존재하는 위험 요소부터 해결해야 한다. 무역 파편화로 인한 위험은 산업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범용의 해법이 존재할 수 없고 사안별로 맞춤형 정책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복잡해진 무역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는 정보 수집과 국제 협력을 통해 취약한 공급망을 우선 감지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과거의 총량적 무역 정보로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반도체 및 원자재 등 핵심 산업별로 세분화된 무역 흐름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기적인 기업 설문조사 등 정보 취득을 통해 공급망 위협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 모델을 개선하고 새로운 리스크 평가 방법을 개발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글로벌 무역이 지정학적 진영 중심으로 재편되며 EU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정책 당국은 특정 공급망 의존도를 줄여가는 동시에 자유 무역의 이점을 최대한 유지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며 자생력을 키우는 작업은 전략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방안을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한다.

EU는 기업 수준까지 포괄하는 강력한 정보 수집 체계를 마련해 현실을 반영한 세밀한 무역 분석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EU 회원국과 중앙은행, 국제기구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원문의 저자는 마리아 그라치아 아티나시(Maria Grazia Attinasi) 유럽중앙은행 부총재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ade wars and fragmentation: Insights from a new ESCB repor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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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소비 한파" 카드 사용액 증가율,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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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카드 사용 증가율 1.4%
물가상승률 2%보다 줄어 들어
업계 “전례 없는 수준” 우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고 탄핵 국면이 지속되면서 개인들의 소비 위축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들이 지갑을 닫으며 카드 이용 실적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도 더 적게 늘어난 것인데, 카드업계에선 이런 불황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소비 위축 '심각'

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에서 개인들이 올해 2월까지 누적으로 결제한 국내 신용·체크카드 이용 내역은 147조8,406억원으로 전년 동기 145조7,804억원보다 1.4% 늘어났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2%에 달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가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 가격과 서비스 요금의 변동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수다.

개인 카드 이용액은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소비가 존재해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물가 상승률만큼은 카드 이용액이 증가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카드 이용액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보다도 줄어들면서 극한의 소비 침체가 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작년에는 2023년 대비 6.7% 늘어난 138조6,537억원, 2023년에는 2022년보다 12.9% 늘어난 129조9,796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카드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소비 위축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요식업과 같은 업종에서는 물가 상승률에 대비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매출 감소가 두드러진다. 여신금융협회의 '2025년 2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 및 음식점업 카드 승인실적은 11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20억원(3.7%) 줄었다.

취미활동과 관련된 소비 위축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예술ㆍ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카드승인실적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은 9.0%로 산업분류 중 가장 높았다. 숙박 및 음식업점과 마찬가지로 3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2.7%, 올해 1월에는 1.7%, 지난 2월에는 9.0%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이 급증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카드 매출이 역성장하지는 않지만, 물가 상승률이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소비 위축이 올해 들어 더 심화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 개인들이 지갑을 닫은 걸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신용카드 연체 2.3조 눈덩이

유래 없는 불황에 카드 연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조3,22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1조2,216억원에 비해 90.1% 폭등한 숫자다.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진 연체액은 1조1,3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체액의 무려 48.8%다.

업계는 카드사 연체액 규모가 늘어난 원인을 고위험자산 취급 증가에서 찾는다. 여신금융협회에 의하면 작년 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42조3,872억원으로 2023년말 38조7,613억원과 비교해 8%가량 늘었다. 카드론은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으로, 카드사 입장에선 14% 이상의 고금리로 당장의 수익을 내기는 쉽지만 그만큼 연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상품이다.

신한카드는 카드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돈을 취약차주들에게 빌려줬다. 지난해 신한카드가 취급한 전체 카드론 잔액은 8조4,131억원이다. 신한카드 다음으로 카드론을 많이 취급한 KB국민카드와 비교해도 약 1조5,000억원 이상을 더 내줬다. 고금리로 인해 가계 상환여력이 약해지자 빚을 못 갚는 이들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부담도 확대됐다. 카드사들이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내주면서 지난해 대손충당금 규모는 11조4,417억원으로 확대됐다. 사상 최대치다. 문제는 올해 카드론 잔액 규모가 더욱 확대되면서 연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기준 카드사 전체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으로 43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할부·연회비로 버티는 카드업계

이에 카드사들은 할부 수수료와 연회비 등으로 수익을 채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8곳의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8조1,86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전체 카드수익(22조567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11%로 전년(38.45%)보다 1.34%포인트(p) 감소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2020년 40.93%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37.11%까지 떨어졌다. 이는 14년째 이어진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의 영향이다. 2007년 4.5%에 달했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우대수수료율 기준 0.4~1.45%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금융당국은 3년 주기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수수료율을 하향 조정해 왔으며, 지난 2월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인하됐다.

카드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카드 무이자 혜택을 줄였고, 이 때문에 할부 수수료가 증가했다. 지난해 할부 수수료 수익은 3조4,630억원으로, 2020년 1조9,338억원 대비 79.1% 급증했다. 전체 카드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1.17%에서 15.70%로 크게 늘었다. 할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가운데, 카드사들이 수익 감소를 보전하고자 무이자할부 혜택을 대폭 축소한 영향이다.

연회비 수익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카드 출시를 확대하며, 저연회비 고혜택의 ‘알짜카드’는 단종시키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연회비 수익은 2020년 1조174억원에서 지난해 1조4,414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 단위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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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임대료 상한제’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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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상한제, ‘주거 안정 vs 시장 왜곡’
임대 주택 공급 장기적 ‘감소 가능성’
저가 임대 주택 수요 증가로 ‘임차인 피해’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임대료 규제 정책은 논란이 많은 주제다. 임차인의 비용 부담을 덜고 주거 안정에 기여한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시장을 왜곡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많다. 최근 스페인의 카탈루냐(Catalonia)가 실시한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 정부 주택 임대 시장 개입의 장단점을 살펴본다.

사진=CEPR

주택난으로 ‘임대료 상한제’ 고민하는 도시 늘어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임대료가 급상승하면서 집세 규제를 고민하는 정책 당국이 많다. 임대료 규제 방식은 임대 기간 중 집세 인상을 금하는 것과 신규 임대 시 상한선을 정하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물론 둘 다 임차인의 비용 문제를 덜어주는 것이 목표다.

전통적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해당 정책은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임대료 상한선은 임대인에게서 임차인으로 소득 재분배 효과를 가져오지만 임대인들의 시장 퇴출을 불러 주택 공급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임차인이 낮은 임대료 때문에 더 이상 만족스럽지 않은 집에 계속 거주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임대료 규제가 특정 상황에서는 시장 효율을 높여 준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임대인의 가격결정력이 압도적인 시장이라면 시장 수준에 맞는 상한선을 강제하는 것이 독점적 시장 왜곡(monopoly distortions)을 바로잡는 방법이 된다. 또한 임대료 규제는 임차인들이 거주지를 찾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도 있다.

카탈루냐, ‘비교 가격’ 책정해 ‘임대 상한제’ 도입

2020년 9월 카탈루냐 정부는 주택난이 심한 자치구를 대상으로 임대 주택별 상한선을 적용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인근에서 비교 가능한 25개의 임대 물건에 기반한 참고 가격을 설정해 임대료 한계를 정한 것이다. 이 정책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평균적으로는 규제 대상 지역의 임대료가 5% 줄었다. 특히 임대료가 비싼 물건들 중심으로 상당한 하락을 기록해 정책 목표를 달성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 내리며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임대 주택 공급이 함께 감소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물건들의 수요가 증가해 저가 임대 주택은 오히려 임대료가 올랐다.

실제로 규제 지역에서 신규 임대 계약이 10%나 줄었는데 주로 고가 임대 주택을 운영하던 임대인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저가 임대주택은 공백을 메울 만큼 증가하지 못해 주택 공급난이 심화했다.

고가 임대 주택 퇴출로 ‘저가 주택 임차인’ 손해

이는 임대료 규제가 임대인의 이익을 줄이는 대신 모든 임차인이 혜택을 보게 한다는 가정을 뒤집는 결과다. 고가 임대 주택 임차인들은 이익을 봤지만 저가 임대 주택 임차인들은 수요 증가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 임대료 부담을 임차인 집단끼리 주고받은 셈이다.

결국 카탈루냐 사례는 임대료 규제 정책에 내재하는 상충 관계를 뚜렷이 보여준다. 임대료 상한선 도입으로 단기간의 효과가 있었지만 임대 주택 공급이 줄며 시장이 왜곡돼 특정 임차인 집단이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귀결된 것이다. 정책 실행에 있어 평균적 효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구 집단별 소득 재분배 효과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주택난 해소를 위해 임대료 규제를 검토하는 다른 많은 도시들도 정책 시행 전 정책 효과의 종합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각기 다른 인구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히 살펴야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주택난을 완화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조안 몬라스(Joan Monras)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Pompeu Fabra University)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impact of rent controls: Lessons from Catalonia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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