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입력
수정
학생 수 감소에도 10년간 교부금 연 7% 증가
내국세 21%를 시도교육청에 의무 배정 방식
저출생 흐름 속 교육 예산 구조조정 불가피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의무지출 구조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2026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국무조정
정부가 저출생과 초고령화에 대응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무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특히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예산 낭비 사례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에 대해 집중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책정되는데,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교부금이 증가하면서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의무지출 중 교육교부금 비중 20%로 가장 커
31일 교육계와 관가에 따르면 올해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의무지출 구조조정의 핵심 테마는 교육교부금이다. 교육교부금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학생 교육에 사용하는 예산으로, 소득세·법인세 등 내국세 총액의 20.79%를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의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은 95조원으로 이 중 80%가 교부금으로 충당된다. 그러나 교육 여건 변화가 유연하게 반영되지 않다 보니 교육 예산이 과다 편성돼 낭비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학령기 아동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교육교부금은 터무니없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학령 인구는 2015년 755만8,000명에서 올해 591만1,000명으로 10년 새 250만 명 이상 감소했다. 2035년에는 412만8,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2015년 39조4,000억원에서 올해 72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증가해 올해 의무지출 365조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오는 2070년 전국 시도교육청에 나눠주게 될 교육교부금 규모가 2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총지출 예산은 크게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분하는데 올해의 경우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예산 673조3,000억원 중 의무지출이 365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54.2%를 차지한다. 의무지출은 법에 따라 지출 의무가 발생하고 규모가 결정돼 현실적으로 줄이기 매우 어려운 경직성 지출이다. 기재부가 내년 예산 편성 지침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중장기 의무 지출 소요를 점검하고 구조 개편 등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지만, 의무지출 중 어떤 항목을 줄일지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아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출생 흐름 속에 단일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20%)을 차지하는 교육교부금의 구조조정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교육교부금 개편을 상정해 둔 것으로 보인다"며 "의무지출 구조조정에서 가장 비중이 큰 교육교부금을 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국세에 일정 비율 연동하는 기존 방식을 폐기하고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국가 재정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학교에서 예산 낭비 사례 지적 잇따라
이처럼 경직된 예산 배정 구조로 인한 예산 낭비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실시한 경기도 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내 학교 5곳은 2016~2020년 경기도교육청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96억원을 지원받아 시설을 전면 개·보수했다. 그런데 이들 학교는 이후 2021~2022년 노후 학교를 개선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선정되면서 학교를 새로 지었다. 불과 몇 년 전 96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고 370억원을 써 새로 건물을 올린 것이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는 근처의 학령인구가 크게 줄어들면서 전교생 숫자가 2021년 69명에서 지난해 30명으로 절반 넘게 축소됐다. 이 때문에 향후 몇 년 안에 폐교될 위험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해당 학교는 2021년 노후 건물 개선 사업에 선정되면서 63억원을 들여 학교를 새로 지었다. 최근에는 관내 고등학교에 일제히 공문을 보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1인당 30만원씩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인데 명목상으로는 운전면허나 토익 등 자격증 취득 지원이지만 지방 교육 예산이 많이 남아 학생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다른 지역에서도 과도한 예산 집행으로 '헛돈 쓰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인천시교육청은 2022년 300억원을 들여 중학교 신입생에게 노트북을 제공했고, 서울시교육청도 태블릿PC를 나눠주는 데 600억원을 썼다. 교사에게 신형 고사양 노트북을 지급하는 곳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등은 초·중학교 신입생에게 입학 지원금으로 학생 1인당 20만~30만원을 나눠주고 있다. 2023년 국무총리실이 교육교부금 집행 실태를 들여다본 결과 학교 개·보수 예산을 교직원 뮤지컬 구입비,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연수 등에 부정 사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교육부는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이 일자 교육교부금을 영유아·보육 통합 추진과 대학 지원에 투입하려고 했으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육계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일례로 2023년 9월 교육부는 유보통합을 위한 15개 우선 이행 과제를 발표하면서 유치원·어린이집 지원 등 유보통합 예산 마련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지만, 전교조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당시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유보통합 비용을 초중등교육 예산에서 충당하는 것은 초중등교육 포기 선언"이라며 시행령 개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교육부 폐지·기능 축소 공약도 시행은 지지부진
이에 일각에서는 교육재정 효율화 논의와 함께 교육정책의 추진체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 교육부 폐지가 등장한 것은 교육부 정책과 역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공약으로 교육부의 권한을 축소해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하고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대로 둔 채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했고 기존 교육부와의 역할 중복, 실질적 성과 부족, 사회적 합의 미흡 등이 지적되면서 결국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에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교육부 폐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교육청은 교육지원처로 개칭하고, 고등교육은 총리실 산하로 옮겨야 한다"며 대선 공약으로 교육부 폐지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가 교육부 조직 개편과 국가교육위원회 운영 방안을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대학 관련 업무를 총리실 산하로 이관하거나 별도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최종적으로 교육부는 존치됐고 효율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교육의 폐지·기능 축소·존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더해 국가교육위원회까지 설치됐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된 과제를 추진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교육부 폐지와 대조적이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교육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미국 학생들은 막대한 교육비를 쓰고도 전 세계 또래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며 “교육부가 여러분 자녀들에게 허튼 훈계를 늘어놓는 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부 해체를 위한 구체적이면서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는 연방 교육부에 대한 광범위한 예산 삭감과 프로젝트 중단 조치를 시행하며 해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부 폐쇄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맥마흔 장관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교육부의 기능을 주 정부로 이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교육부 해체가 저소득 지역 학생들과 장애인을 위한 두 가지 주요 연방 자금 지원 프로그램인 Title I과 장애인 교육법(IDEA)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입력
수정
현대차 美 공장, 국내 車 시장 성장 이끌어
美 자동차 관세로 국내 생산 기지 영향력 약화 전망
한국GM 및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도 위기
현대자동차가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첫 공장을 준공한 이후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과 국내 생산, 국내 고용 등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대미 수출액이 6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낙수 효과’도 확인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미국의 관세 압박이 눈에 띄게 가중된 만큼, 이 같은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대차 美 진출이 낳은 선순환
31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앨라배마 공장 준공 직전인 2004년 91억8,400만 달러(약 13조원)에 그쳤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274억1,500만 달러(약 40조원)로 19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 대수는 73만8,868대에서 101만3,931대로 37.2% 늘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생산 기지를 앞세워 현지 시장을 장악하고, 적극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며 수출이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실제 2004년 68만8,670대였던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판매량은 현대차 앨라배마(2005년)와 기아 조지아(2010년) 등 현지 공장 가동 효과로 작년 170만8,293대까지 늘었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포드 등에 이어 미국 4위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과 고용도 증가했다. 해외 생산이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두 기업의 고용은 2004년 8만5,470명에서 지난해 11만884명으로 2만5,000명(29.7%) 늘었다. 이에 더해 미국으로의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2004년 11억7,500만 달러(약 1조7,240억원)에서 지난해 82억2,000만 달러(약 12조630억원)으로 599.6% 급증했다. 자동차 부문의 미국 무역수지 흑자 순위(품목별)도 7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美의 자동차 관세 장벽
다만 이 같은 선순환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인해 자동차 시장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3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 지각변동이 발생한 셈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상용차 포함) 413만 대 중 수출 물량은 278만 대다.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차량 대수 기준 51.5%(143만 대), 수출액 기준 49.1%(347억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한국 기업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활발해진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2016년부터 시행된 자동차 무관세 조치 덕분이다. 향후 대미 수출 시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자동차 제조 생태계는 미국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현대차·기아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현대차는 63만7,638대, 기아는 37만7,367대의 차량을 미국에 수출했다. 대당 가격을 4,000만원으로 어림잡아 25%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가정했을 때, 현대차·기아가 짊어져야 하는 관세 부담은 10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비롯한 현지 생산 기지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 국내 생산 기지의 역할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이에 따라 지금껏 증가 추이를 보였던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과 고용 또한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
선적을 기다리는 한국GM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한국GM
車업계 전반 '빨간불'
한국GM 역시 암초에 부딪힌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GM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49만9,559대였으며, 이 중 47만4,735대(95%)가 수출됐다.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만8,782대(88.5%)다. 전체 판매량의 83.8%가 미국으로 향한 셈이다. 향후 미국이 자동차에 관세 부과하면 한국GM은 사실상 미국 GM의 대미 수출 기지 역할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GM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기된다.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우려가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부품(HS코드 8708) 수출액 188억900만 달러(약 27조3,000억원)의 37.6%인 70억7,200만 달러(약 10조2,000억원)가 미국으로 수출될 만큼 미국 시장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5월 3일부터는 미국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할 때도 25%의 관세가 부과된다"며 "미국에 부품을 수출하는 1차 협력사가 관세로 타격을 받으면 2·3차 협력사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특히 타격이 큰 건 대응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 부품 업체들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하청 자동차 부품사의 44.7%는 연 매출이 300억원 미만이다. 오는 5월 3일 이전에 자구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한 3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일이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당장은 계약된 물량과 단가가 있어 여파가 없겠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피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입력
수정
CCTV "지난주 USTR 대표가 화상통화로 통보"
내달 2일 상호관세 시행 하루 앞두고 조치
美 의회도 中 최혜국 지정 취소하는 법안 발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오는 4월 2일(현지 시각)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에 앞서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는 법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국가 안보 우려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美, 비최혜국에 수십 배 높은 관세 부과
30일 중국중앙TV(CCTV)는 웨이보 계정을 통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주 중국 측과 화상 통화를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그리어 대표는 중국 정부에 '2000년 미·중 관계법; 수정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임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해당 수정안은 중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공식 발표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하루 전에 맞춰 대중국 경제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이행을 위한 무역정책 각서'에 서명하면서 불공정하고 불균형한 무역 관행에 대한 개선 조치로 중국의 PNTR 지위 문제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USTR가 추진하는 미·중관계법 수정 움직임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후속 작업이다. 이와 관련해 USTR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PNTR 대우와 관련해 최근의 입법 제안을 검토한 뒤 해당 법안의 수정 여부에 대한 권고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NTR은 미국이 정상적인 무역 파트너 국가에 부여하는 법적 지위로 국제적으로는 '최혜국 대우'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중국의 PNTR 지위를 박탈하면 최혜국 대우를 받는 다른 나라보다 수십 배 높은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현재 PNTR 지위에서 제외된 국가는 러시아·북한·벨라루스·쿠바 4개국으로 최혜국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는다. 중국은 2000년 PNTR로 지정됐는데, 당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면서 시장 개방, 관세 인하, 외국 기업의 접근성 확대 등의 개혁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美 상원에서도 中 최혜국 취소 법안 추진
중국에 대한 최혜국 지정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23년 3월 공화당 소속 조쉬 하울리 상원의원이 중국의 PNTR 지위를 종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하울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적수"라면서 "2000년 중국에 특혜적인 통상 지위를 부여한 결과,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공략했고, 37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고 중국 공산당을 풍요롭게 하는 PNTR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 연방 상원에서 중국의 PNTR 지위를 철회하는 법안이 또다시 발의됐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마르코 루비오·조시 홀리 상원 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에 대해 5년 내 단계적으로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대통령이 특정 품목에 대해 비최혜국 대우 관세율을 적용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관세 부과로 발생한 수익은 중국의 보복 조치로 피해를 본 미국 농가와 기업에 대한 보상금, 태평양에서의 군사 분쟁에 대비한 필수 군사 물자 구매 등에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대중 강경파'로 불리는 코튼 의원은 해당 법안의 추진 배경에 대해 "중국에 대한 PNTR 지정은 중국 공산당을 부유하게 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 수백만 개를 잃도록 만들었다"며 "PNTR 폐지를 통해 양국의 무역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미국 근로자를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영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의원 또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가장 위대한 동맹국에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무역 혜택을 제공한 것은 미국이 내린 가장 치명적인 결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에는 '무역공정성회복법' 발의
올해 1월 23일에는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중국의 PNTR 지위를 철회하고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역공정성회복법(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 존 뮬레나르 의원과 민주당 톰 수오지 의원이 공동 발의했는데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취소하고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당파를 초월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몰레나르 의원은 "2000년 PNTR 지정 당시 미 정부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면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리라 기대했으나, 중국 공산당은 오히려 경제 성장의 과실로 권력을 강화했고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기술 절도, 국제 무역관행 위반 등 반칙을 일삼으며 대국으로 성장했다"며 "더욱이 미국은 중국의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 펜타닐 수출로 인한 가정 파괴 등 국가 안보적 위협을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CCTV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USTR의 수정 권고안 예고, 무역공정성회복법 발의 등 일련의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중국과 세계의 협력·상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맞불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과 미국 모두의 이익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양국의 경제와 무역 관계를 냉전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입력
수정
북유럽 경제, ‘평등하게 잘 사는 모범’ 평가
단체협상 통한 ‘임금 격차 최소화’가 비결
지속 및 적용 가능성 논란은 지속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노르딕(Nordic)으로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경제 발전과 평등을 조화시킨 사례로 칭송받아 왔다. 오랜 기간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성공 공식으로 평가받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요소가 북유럽 경제 체제를 가능하게 하며 이것은 다른 국가들로 전이될 수 있을까?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무엇 때문일까?
사진=CEPR
북유럽, ‘경제 발전과 평등’ “한꺼번에”
북유럽 경제 모델을 이루는 핵심 요소로는 먼저 교육, 의료, 가족 정책 등 기본적 수요에 대한 정부의 아낌 없는 투자를 들 수 있다. 또한 높은 노조 가입률과 조직화된 임금 협상이 임금 구조와 노동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넉넉한 사회보장제도는 실업이나 장애, 질병으로 인한 임금 손실로부터 든든한 보호막을 제공해 주는데 이는 고율의 누진세로 대표되는 세제가 있어 가능하다. 취업과 고용을 돕기 위한 보조금 수준 또한 높다. 결국 이들이 조화를 이뤄 임금 격차가 최소화되고 균등한 부의 분배를 통해 대다수의 국민이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복지 국가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기술, 경험에 따른 임금 차이 "매우 작아"
북유럽 국가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세전 임금 자체가 비교적 균등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이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세금과 정부 지출을 통한 재분배에 치중하는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정부 개입 전부터 이미 일정 수준의 소득 평등이 이뤄져 있다는 얘기다. 다수의 국가와 달리 북유럽은 기술이나 경험에 따른 임금 격차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성별 임금 격차와 소득 재분배 정책을 논하기도 전에 출발점부터 균등하다.
그렇다면 북유럽 국가의 낮은 임금 격차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교육과 의료가 근로자들의 기술 격차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낮은 임금 격차를 충분히 설명할 정도로 북유럽 근로자들의 기술 차이가 없지는 않다.
강력한 노조와 단체협상으로 ‘임금 격차 최소화’
보다 설득력 있는 두 번째 설명은 노동조합과 단체협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유럽에서는 산업별 노사 간 협상을 통해 최저 임금 수준을 정한 후 기업별로 생산성에 근거한 조정을 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되 실적이 좋은 회사들은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보상이 가능하다. 이것이 산업 내, 또는 산업 간 임금 차이를 최소화해 극심한 소득 격차를 막는 주요인이 된다.
노동 생산성, 최저 임금, 기업별 임금 상승분(노르웨이) 주: 산업 내(좌측), 산업 간(우측), 생산성 수준(오른쪽으로 갈수록 낮아짐, X축), 노동 생산성 및 최저 임금(좌측 Y축), 기업별 임금 상승분(우측 Y축) / 노동 생산성(청색), 기업별 임금 상승분(적색), 최저 임금(녹색), 단위: 노르웨이 크로네/출처=CEPR
실제로 노조가 지속적으로 약화하며 임금 격차가 벌어진 다른 서구 경제권과 달리 북유럽은 강력한 단체협상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노조 가입률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근로 조건이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다른 나라들도 북유럽 모델을 차용해 대등한 수준의 경제 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일부 학자들은 북유럽이 덜 평등한 나라들의 혁신과 위험 감수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국가가 북유럽과 같이 낮은 임금 격차와 높은 사회보장 지출을 유지한다면 글로벌 수준의 혁신과 경제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북유럽 모델이 비효율적인 기업을 퇴출시키고 신기술 도입을 강화해 생산성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사회보장제도가 해직 노동자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해 세계화와 자동화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함으로써 경제 구조의 변화를 용이하게 했다고도 한다.
논란을 떠나서 보면 현재까지도 북유럽 경제 모델은 경제적 효율과 사회적 평등을 함께 구현한 본받을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장기적 지속 가능성과 타 국가로의 적용 가능성은 미지수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경제 구조가 다르고 세제 및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상반된 문화적 태도를 가진 국가들에 비슷한 정책의 도입이 가능할지에 대한 세밀한 연구부터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입력
수정
한중일 경제통상장관, WTO 개혁·3국 FTA 추진 합의
中 트럼프 관세 압박 적극적으로 견제
전문가들 "무조건 중국 손잡는 게 능사는 아냐"
한국·일본·중국 경제통상장관들이 6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관세를 필두로 한 미국의 통상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돌파구 마련을 위해 3국이 머리를 맞대는 양상이다. 3국은 유명무실화된 세계무역기구(WTO)를 개혁하고, 그동안 논의가 중단됐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중일 통상 협력 논의
3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함께 '제13차 경제통상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5월 진행된 3국 정상회의의 후속 조치를 위한 자리다.
3국 장관은 이날 채택된 공동선언문을 통해 "WTO를 중심으로 한 규범 기반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비차별적인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한다"며 "WTO가 현재의 무역 과제에 보다 효과적이고 회복력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협상과 모니터링, 심의·분쟁 해결 등 모든 기능을 강화하고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3국은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급망 안정화와 수출 통제 관련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녹색·디지털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산업·에너지 협력 강화도 추진된다.
한중일 FTA 논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3국 FTA는 2012년부터 추진돼 왔지만, 2019년 관계 악화 등으로 관련 협의가 중단된 바 있다. 3국은 작년 5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실질적인 논의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견제하는 中
3국의 협력 논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하며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장기간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왕 부장은 회의에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세계 경제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측은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FTA를 대하는 태도에도 온도차가 있었다. 왕 부장은 29일 안덕근 장관과의 한중 장관회담에서 "중국과 한국은 모두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수혜자이자 수호자"라며 "지역 및 다자 틀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 FTA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추진해 다자무역 체제를 공동 수호하고 지역 경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회담 직후 발표 자료에서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전략 경쟁 국면에서 3국 경제 협력 강화를 '대안 외교'의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가치동맹 구도보다는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 속에서 경제적 여지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FTA 협력 확대도 같은 전략적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진짜 바람'은
다만 시장에서는 무조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응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진의'를 보다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세계와 자국을 위기에 몰아넣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라며 "오로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만이 관세를 비롯한 통상정책 수립의 기준이 된다"고 짚었다. 이어 "이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러스트벨트에 대한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고용 위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한동안 활기를 띠던 미국 노동 시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3,96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일자리 쇼핑이 가장 활발했던 2022년 대비 22% 감소한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미 직접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의 고용 안정에 기여할 경우, 관세를 필두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을 회피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은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 FTA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의 상품 수지 흑자를 유지하면 유의미한 실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의 구상에 발맞춰 미국을 외면하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입력
수정
미국, ‘해외 부패 방지법’ 존폐 갈림길
규제 준수로 ‘미국 기업 불리’ 주장
중국 부상과 함께 ‘글로벌 기업 윤리’ 영향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트럼프(Trump) 행정부가 해외 부패 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 이하 부패 방지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은 동남아시아 기업과 정부의 부패 관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윤리 강화에 기여해 온 해당 법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시사하며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하필 지금은 중국의 글로벌 투자 영향력 확대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기업 윤리 기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영향은 더 심각할 수 있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행정부, ‘해외 부패 방지법’ 개정 움직임
지난 2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부패 방지법의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하고 실효성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록히드 마틴, 걸프 오일, 노스럽, 모빌 등 미국 기업들의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지며 1977년 발효된 부패 방지법은 미국 회사들의 해외 뇌물 수수 및 부패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해당 법은 수십 년간 기업들이 국제 관계를 다루는 법무 및 대정부 관계 팀을 신설하는 등 규제 준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공헌해 왔다.
또한 해당 법은 수많은 규제 컨설팅 업체를 포함한 법무 법인은 물론 미국-아세안 비즈니스 협의회(U.S.-ASEAN Business Council) 및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같은 비즈니스 협회의 출범으로도 이어졌다. 모두 해외 시장에서의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결국 부패 방지법은 부패를 사업 비용이 아닌 법적, 평판적 리스크로 재정의하도록 해 미국 기업의 해외 확장에 주춧돌 역할을 해 왔다.
해당 법 때문에 ‘미국 기업 불리’ 주장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은 이 법이 부패 문제가 만연한 핵심 광물 및 사회 기반 시설 등의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없지만 당장의 집행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 투자를 받기 위해 세계은행(World Bank) 및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등이 촉구하는 반부패 및 기업 윤리 제고를 반영한 경제 개혁을 추진해 왔다. 해외 직접 투자 유치를 위한 관료제 개혁이 대표적이다. 1986년에 시행된 베트남의 도이 머이(Doi Moi) 경제 개혁(중앙 계획 경제에서 시장 중심 경제로의 전환)과 인도네시아가 1960년대 버클리 마피아(Berkeley Mafia, 당시 버클리 대학교에서 교육받은 경제 관료들을 지칭하는 말) 주도하게 진행한 시장 지향적 개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기업 해외 진출과 해당국 제도 개혁에 이바지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며 이 지역에 진출할 수 있었다. 카길(Cargill)이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후 2000년대 나이키가 뒤를 따랐고 인도네시아도 1965년 셰브런(Chevron)의 투자 확대 이후 80년대 코카콜라, 듀폰, 씨티은행의 진출이 이어졌다.
이에 동남아시아 정부들은 관료적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 경제 구역 설치로 화답했다. 말레이시아가 1972년 바얀 레파스 자유 산업 지역(Bayan Lepas Free Industrial Zone) 지정으로 인텔 및 AMD 등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서자 인도네시아는 셰브런과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McMoRan) 등 미국 기업에 ‘우선적 지위’(priority status)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부패법으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도움을 받았지만 당사국의 제도적 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순위를 보면 인도네시아가 99위, 베트남 88위, 필리핀 114위, 태국이 107위에 머물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57위로 가장 앞서지만 갈 길이 먼 것은 마찬가지다. 부패 방지법의 영향을 철저히 받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동남아시아 경쟁사들은 뇌물 및 정치권과의 유착을 포함한 비공식적 거래를 통해 규제를 피해 나가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중국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전 세계 사업 관행에 영향’
글로벌 경제의 양상이 바뀐 영향도 크다.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를 주도할 때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미국의 기업 규제 조항을 준수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중국이 동남아 지역의 투자 환경을 뒤바꾸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달리 중국의 규제 제도가 이제 만들어지는 상황이라 중국 기업들은 제약이 적고 융통성은 많다. 미국 기업들이 규제 준수 때문에 회피하는 사업성 높은 프로젝트를 얻어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예를 들어 중국의 칭산 홀딩스 그룹(Tsingshan Holding Group)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정치적 유대가 강한 ‘PT 빈탕 델라판’(PT Bintang Delapan)과 합작해 니켈 가공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기업에는 당연한 파트너십을 미국 회사는 피해 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트럼프의 반부패법 개정 시도는 중국 경제의 부상과 트럼프의 사업 철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법이 완화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관련 규제 준수를 유지할 동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들 국가가 미국과 함께한 이유는 윤리적 가치가 아니라 경제적 이해였기 때문이다. 이제 사업상의 융통성을 제공하는 투자처로 더 자유롭게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규제에 덜 얽매인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과 규제 준수의 이점을 비교 분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행정 명령이 단기간의 정책 변화로 끝날지, 해당 법의 철회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전 세계 기업 투명성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As Korea welcomes a growing number of international students through language and exchange programs, one of the least discussed yet most impactful aspects of their experience remains housing.
At GIAI Korea, a research institute affiliated with GIAI in Europe and The EduTimes education news magazine, we are currently collaborating on a deeper exploration of what life is really like for these students—not in the classroom, but in their homes.
To support this, I will be hosting two small, private discussion forums in April at our Gangnam office. These sessions will provide a space for current students to reflect on their housing experiences in Korea—and how they compare to life abroad.
Before sharing the event details, I want to tell you why this topic matters to me.
My Own Housing Story
Back in the summer of 2005, after completing my mandatory military service, I was looking for housing near my university, Seoul National University(SNU). The common choices were neighborhood around Shillim or SNU Station, but I chose Nakseongdae Station, hoping to avoid late-night drinking invitations from friends and focus on studying.
Unfortunately, most one-rooms (small studios) were outside my budget—and even the affordable ones were shockingly small. As anyone living in Korea knows, private rooms with shared amenities simply don't exist here. We Koreans value privacy deeply (just for housing), and it shows in our housing culture.
That first night in the one-room, I felt almost like I was in prison. Just a few nights before, I had been living in a U.S. Army barracks as a KATUSA (Korean Augmentation to the U.S. Army). We shared bathrooms and occasionally ordered pizza or played video games together. I don’t miss my military service—no Korean man does—but I did miss the sense of shared time with others. We Koreans often call Korean Army a prison, but I felt prison in the one-room, right after the millitary service. What an irony!
Still, I gradually got used to it. I’m Korean, after all. I enjoy privacy at home. And I could always meet friends nearby if I wanted. Just different style of life, with litte more emphasis on privacy in housing. Eventually, after I began working, I moved into a 60㎡ apartment. It was slightly over my budget, but I wanted a space where I could fully relax. That small 20㎡ one-room had begun to feel almost claustrophobic.
Later, during my graduate studies in London, I faced the same housing decision again. Central London studios were well beyond my budget. Fortunately, I was accepted into the Goodenough College dorms, which offered a private room at a surprisingly affordable rate. It had all I needed: a bed, a desk, and a half-size fridge. (And, it was still larger than my college day's one-room.) The room itself was small, but the building offered high ceilings, two dining halls, and communal activities. I spent most of my days in the library, so I didn’t mind the modest room. What mattered was that I could still meet people in shared spaces and feel connected.
In my second year, I moved into a shared house. For a Korean, the idea of less privacy was initially a concern—but I ended up enjoying the shared weekends with my flatmates.
When I later moved to Boston for my PhD, I had a bit more flexibility in terms of housing budget (and housing costs there were far lower than in London). I chose a studio again, partly because I’m Korean and tend to value privacy more.
My lab mates even joked that I should bring a sleeping bag to the department instead of paying for pricy studio, given my lifestyle. And honestly, every time I paid monthly rent, I found myself looking for more economical options—something close to a small (thus cheaper) Korean one-room, but definitely not a private room in a shared house.
From this, I think you can see why one-rooms and officetels are so popular in Korea.
Why This Forum Now?
Not long ago, I met a German student at Frankfurt Airport who was on her way to Korea to join Yonsei’s Korean Language Institute. She seemed excited, ready for cultural immersion and life in Seoul. I didn’t think much of it at first—like many Koreans, I had long assumed that language students weren’t here for serious study.
That perception, I now realize, was heavily influenced by my own experience in the military. As a KATUSA, I often saw U.S. soldiers in Itaewon and Hongdae, behaving in ways that left strong, negative impressions on locals. And admittedly, I subconsciously associated that same image with foreign students in Korea—people more interested in partying than learning.
But as I helped that student navigate transportation options in Seoul, I began to wonder: Where is she going to live?
After a little research, I discovered that the overwhelming majority of foreign language students end up in tiny, 15㎡ studios in neighborhoods like Sinchon and Hongdae. These neighborhoods, ironically, are believed to offer cultural immersion, but they are far from welcoming when it comes to housing standards. (Back in my college days, as said earlier, I thought my 20㎡ studio was already a prison.)
Looking back at my own time in Boston, I used to wish for a one-room—because I didn’t need roommates or cultural exchange. But I now realize that students like her are likely looking for the exact opposite. And unlike exchange students who stay for at least a semester, language students on shorter 1–3 month stays are left with even fewer housing options.
That’s what sparked this project. When Lauren Robinson, Vice Editor at The EduTimes, asked if I could help host a housing forum in Korea, I agreed to run it, almost right away. Not only because GIAI, the mother institution of GIAI Korea, is a content partner of The EduTimes, but because I genuinely want to understand what these students are going through.
I’ve shared my experience. Now, I hope to hear yours.
🗓️ Event Details
We are inviting up to 10 participants per session to join a private, off-the-record roundtable discussion on housing experiences in Seoul. Light refreshments will be served.
Friday, April 12 – Language School Students (e.g., Yonsei KLI, Sogang KLEC)
Saturday, April 13 – Exchange Students (1 semester or longer)
For each event
Time: 7:00–9:00 PM
Location: GIAI Korea Reception Room (Gangnam, Seoul – address upon confirmation)
Are currently living in a one-room or officetel in Seoul, and
Have previously lived in a private room within a shared flat or house, ideally in Europe or North America
This discussion will focus on the emotional and cultural transition between those two housing styles.
✍️ How to Participate
Please send a short written reflection (200–300 words) to [email protected] by Monday, April 8. Choose one of the following prompts:
What surprised or frustrated you most about finding housing in Korea?
If you could redesign student housing in Korea, what would it look like?
All questions or inquiries should be sent to us ([email protected]), but final essay submissions should be sent directly to [email protected], where The EduTimes editorial team will review applications.
This is not a survey. It’s not a promotional campaign. It’s an attempt to listen—to understand what living in Korea actually feels like for international students.
If you've ever wished your housing here were just a bit more livable, more social, or more aligned with your expectations—this is your moment to speak.
Side note:
As I mentioned in my Reddit comments, I believe I need to do more than just listen, collect, and pass along your stories to Lauren at The EduTimes. We Koreans have a responsibility to fix this.
Back in 2005, I spent a short time living just outside of Shinsekai, Osaka—an area known for having the cheapest accommodations in the city. The landlady, a Korean woman married to a Japanese man, told me she kept her prices low—not to compete with the slums, but because she didn’t want to see any Korean girl end up in a risky situation just for trying to save a few dollars per night.
After walking through Seoul’s Sinchon neighborhood recently, I finally understood what she meant. (To be clear, I’m not saying Sinchon is dangerous in the same way—just that the housing conditions for foreign students are often appallingly low, especially given what they expect from a cultural immersion experience.)
Ultimately, I hope to turn this effort into an official policy proposal to Korea’s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The government spends enormous sums each year, yet much of it goes to the wrong places—like renovating remote tourist sites that no one visits. Instead, we should be investing in the neighborhoods where international students actually live. We need to offer safer, more livable, and more culturally compatible housing options—something closer to what students from the West are accustomed to. (Not 15㎡ capsule that none of us want our kids to live in.)
Your firsthand voices can informThe EduTimes' upcoming coverage—but more importantly, they can help us advocate for a better system. I want Korea to do better—for you, and for those who come after you.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입력
수정
비공식 경제, 글로벌 현금 수요에 막대한 영향
개발도상국 GDP의 33% 추정
암호 화폐 시장에서도 “큰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는 글로벌 금융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에도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 어려웠다. 현금 유통 규모나 전력 소비량과 같은 간접 지표를 사용하거나 복잡한 거시경제 모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 연구가 유럽연합(EU) 내 부가가치세(value-added tax, VAT) 데이터 및 소비 조사 자료를 활용해 추정했는데 일부 국가의 지하 경제 규모는 엄청나다.
사진=CEPR
개발도상국 비공식 경제, GDP의 33%
경제 데이터가 넘치는 오늘날에도 지하 경제의 실제 규모를 잡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탈세와 불법에 연루된 이들이 적발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예상치로는 선진국 평균이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이고 개발도상국은 무려 3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볼 때 비공식 부문을 간과한 거시경제 및 금융 정책은 심각한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비공식 경제가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통화 수요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고액권을 포함한 지폐 수요를 움직이는 큰 손으로 군림해 왔고 최근에는 비트코인(Bitcoin),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포함한 암호화폐도 지하 경제의 필수적인 거래 수단이 됐다.
지하 경제 활동 규모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는 점은 2008년 금융 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경제 위기 시 경제 전망과 정책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비공식 부문을 징수 체계에 포함할 수 있다면 정부 재정난 해결에도 긴요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하 경제를 수치화하는 방법은 현금 유통량이나 에너지 소비 같은 간접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가정에 기반한 거시경제 모델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방법으로도 유용한 시사점을 얻을 수는 있지만 반복해서 사용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리스 GDP의 36%, 이탈리아는 31%
지하 경제 규모 추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은 EU 내 20개 국가의 부가가치세 징수 데이터를 소비 조사 자료와 대조해 얻은 수치를 기반으로 한다. 부가가치세율이 제품 및 서비스 항목마다 다른 점을 이용해 소비 조사 자료와 실제 부가가치세 징수액을 비교하면 미납 세금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대상이 아닌 무역품 거래 규모를 감안하고 탈세가 정부 서비스 부문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국가별 비공식 경제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불법 행위는 추적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조사 방법의 장점은 표준화된 EU 내 데이터 수집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고 매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의 정적인 추산에 비해 정확하고 정책에 적용하기도 쉽다. 유럽연합 집행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서도 부가가치세 탈세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지만 이를 지하 경제와 연결한 적은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진일보한 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지하 경제 규모가 상당한 EU 회원국으로는 그리스가 GDP 대비 36%, 이탈리아 31%, 스페인이 24%로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 반대로 소규모에 비교적 투명한 경제 체제를 가진 스웨덴이나 벨기에 등은 비공식 부문이 크지 않았다.
유럽 각국 지하 경제 규모(GDP 비중, 1999~2020년) 주: 국가(Country), 평균(Mean), 표준편차(Std. deviation),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핀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벨기에(상→하, 좌→우 순서)/출처=CEPR유럽 각국 지하 경제 규모(기존 연구와 비교) 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핀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벨기에(좌부터) / 이번 조사(원), 세계은행 자료(마름모), 슈나이더&아슬라니 연구(네모)/출처=CEPR
지하 경제 규모, 실제 경기와 반대 방향
흥미로운 점은 지하 경제가 실제 경기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경기 순환과 지하 경제 간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전 연구와 달리 비공식 경제 활동은 불경기에 확대된다. 이는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에서 묘사한 ‘탈세는 불황기에 늘고 호황 때 줄어든다’는 대목과 일치한다.
새로운 조사 방법은 부가가치세 자료 이용이 가능한 유럽 지역에 가장 적합하지만 부가가치세가 주요 세수 항목을 차지하는 다른 국가들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공식 경제 활동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다면 경기 순환과 불평등, 재정 정책, 제도적 역량 등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조 달러(약 2경9,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경제의 거시경제적 영향은 무시할 수 없으며 향후 암호 화폐와 미국 달러의 경쟁이 본격화한다면 지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입력
수정
한국 인구 위기, ‘성 역할’, ‘직장 문화’, ‘경제적 요인’
이대로 가면 2082년 노년 인구 58%
사회 규범, 직장 문화 두고 ‘정책만으로 해결 어려워’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대한민국은 출산율이 유사 이래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인구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가 가족 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지만 이 현상은 성 역할과 직장 문화, 경제적 요인이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전체적으로 부유해졌지만 맞벌이 부부가 증가한 것도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켰다. 전문가들은 국가 정책과 문화적 기대, 노동 관행의 변화가 합쳐져 여성의 일과 양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출산율의 빠른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진=CEPR
한국 출산율 0.72, “유사 이래 최저”
1960년대 한국 여성은 1인당 6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하지만 2018년에 출산율은 1 아래로 내려갔고 2023년이 되자 유사 이래 최저인 0.72까지 곤두박질쳤다. 초기에는 출산율 감소가 혼인 연령의 연장과 핵가족화로 인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결혼한 여성 중 아이를 갖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고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여성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출산율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 예상은 무시무시하다. 이대로 가면 한국 인구는 60년이 지나 반으로 줄 것이고 2082년에는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58%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28%인 노년부양비율(old-age dependency ratio, 생산 가능 인구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5%까지 치솟아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노년 인구가 증가하면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해 의료보험, 장기요양보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해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7.4%를 차지할 것이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많은 선진국이 함께 겪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지나치다.
경제 발전 따라오지 못한 ‘사회적 가치’와 ‘성역할 규범’
학자들은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급속한 경제 발전을 따라오지 못한 사회적 가치와 성 역할이라고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이 가사를 돌보는 것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 오래된 관념이 아직도 한국 사회 이곳저곳에 남아 여성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긴 근로 시간과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으로 특징지어지는 한국의 경직된 직장 문화도 육아를 위해 쉽사리 일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많은 여성이 이후에 이어질 경력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한다.
출산율 하락은 여성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체 사회와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사를 돌본다는 생각은 이제 현실적이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여성이 직장과 가족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여성 고용률은 낮아지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성별 고용률 차이 주: 한국 통계(좌측), OECD 통계(우측), 연령(X축), 고용률(Y축), 남성(청색), 여성(적색)/출처=CEPR
사회 규범과 직장 문화 포괄적으로 변해야
경제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주거비와 교육비 인상은 한국의 놀라운 교육열과 맞물려 출산과 양육을 꺼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 학생의 80%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가구당 가처분 소득의 10% 정도가 사교육에 쓰인다. 아이를 기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무료 보육 서비스를 비롯해 유급 육아 휴직의 확대, 가족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 다양한 가족 친화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다. 물론 이로 인해 도움을 받는 가족들이 있지만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직장 문화와 사회적 기대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또한 해당 정책은 균등하게 작용하지도 않는다. 양육 여건이 더 잘 갖춰진 지역에서는 일터로 돌아가는 여성들이 있다. 하지만 경력 단절로 인한 불이익이 큰 직장 구조에서 더 많은 여성이 양육을 위해 일자리를 떠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정규직에게만 보장되고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없는 직업 안정성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인구가 결혼과 출산을 미룬 것도 초기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혼이 증가하며 출산율 회복에 대한 기대도 생기고 있다. 여기에 점진적으로나마 줄어들고 있는 근로 시간과 가족 정책의 개선도 일과 가족 사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규범과 직장 문화의 변화가 포괄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출산율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입력
수정
평택 미분양 1년 새 3,000여 가구 증가
반도체 불황에 지역경제·고용환경 악화
본격 하락장 시작, 외곽부터 줄줄이 사정권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 가구를 훌쩍 넘어선 가운데 수도권 외곽에서도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며 시장 침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 평택은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에도 분위기 반전의 신호가 읽히지 않아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경기 미분양 5,803가구 중 3,641가구 평택에
28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7만173가구로 전년 동월(6만2,489가구) 대비 7,684가구 증가했다. 이 기간 경기도의 미분양은 5,803가구에서 1만2,954가구로 7,151가구 늘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지역 중 2,000가구 이상 증가한 곳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경기도 안에서도 평택의 미분양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3년 말 430가구에 불과했던 평택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말 4,071가구로 3,641가구 폭증했다. 이 밖에도 1,908가구가 증가한 이천을 비롯해 △오산(994가구) △광주(676가구) △광명(356가구) 등 한강 이남 지역들이 평택의 뒤를 이었다.
평택 미분양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산업 불황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2030년까지 6개 반도체 생산라인을 조성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를 세울 계획을 밝혔지만, 글로벌 시장 침체를 이유로 일부 공장 건설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또 기존 공장의 일부 가동 중단이 반복되면서 지역경제와 고용환경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해석은 지난해 말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의 처참한 성적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평택 브레인시티 5BL ‘대광로제비앙그랜드센텀’은 1,070가구 모집에 640가구가 신청했으며, 인근에 위치한 ‘푸르지오센터파인’은 832가구 모집에 105건의 신청서가 접수됐다. 또 신영지웰 평택화양은 992가구 모집에 단 21건의 신청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에도 수요자 혜택 없어
이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평택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HUG는 미분양 가구 수가 1,000가구 이상이면서 ‘공동주택 재고 수 대비 미분양 가구 수’가 2% 이상인 시·군·구 중 미분양 관리지역을 지정한다. 지정된 관리지역은 HUG 보증 심사가 강화되는 등 신규 주택 분양이 까다로워진다.
다만 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는 등 과세 특례가 적용되지만, 수도권은 특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디딤돌 대출 금리를 0.2% 감면하는 혜택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수요자들은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주택건설협회는 정부에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취득 시 과세특례 적용 지역을 ‘수도권 제외 지역’에서 ‘서울 제외 지역’까지 확대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국가 경제에 있어 실물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는 주택 건설업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택업계 건의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매수 심리 ‘꽁꽁’, 거센 하방 압력
전문가들은 과세 특례 적용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시장 활성화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소위 ‘영끌’ 수요가 몰렸던 수도권 외곽지역부터 본격 하락장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매수세가 약한 외곽지역부터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대출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이 선뜻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로 범위를 좁혀도 외곽 지역의 가격 하락세는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의하면 노원구 월계동 현대아파트(전용 84㎡)는 지난 1월 6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9월 거래된 8억1,7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하락했다. 인근 상계주공7단지(41㎡)도 지난해 7월 5억1,000만 원에 손바뀜됐지만, 올 1월에는 4억7,5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실거래가가 3,500만 원 떨어졌다.
현지 공인중개사무소 등도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반응을 내놨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 외에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 집값 하락세에도 매수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기에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 등 대출 규제 추가 강화로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지역일수록 규제에 따른 영향도 크게 나타난다”며 “서울에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온기가 외곽지역까지 닿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