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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vs 고이즈미’ 차기 日 총리 각축, 다카이치 당선 시 우클릭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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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아베' 다카이치 前 경제안보상
'펀쿨섹좌' 고이즈미 농림상 경쟁
다카이치 당선되면 한일관계 불확실성 커질 듯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이시바 총리 공식 X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취임 11개월 만에 사의를 공식 표명한 가운데, 포스트 이시바에 국내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총리 후보자들이 친한파인 이시바 총리보다 강경한 보수 성향을 가진 인물들로 평가받아, 양국간 역사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막 내린 이시바 정권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 49일만의 자진 사퇴이자, 사실상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해당하는 조기 총재 선거 윤곽이 드러나기 하루 전 이뤄진 결정이다. 이날 오후 침착한 표정으로 총리 관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시바 총리는 “새로운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임을 결심하게 된 결정타는 사상 초유의 ‘총리 리콜’이다. 퇴진론에도 불구하고 이시바 총리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자민당은 지난 2일 양원 총회를 열고 당칙(제6조4항)에 따른 조기 총재 선거 찬반을 8일까지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소속 의원(295명)과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자(47명) 등 342명 가운데 절반(172명) 이상이 찬성하면 조기 총재 선거를 치를 수 있는데, 이 규정이 현실화하며 그의 퇴진을 앞당겼다.

이시바 총리의 사임 의사 표명에 따라 자민당은 8일 마감 예정이던 조기 총재 선거 찬반을 묻는 절차 대신 총재 선거 체제로 들어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 의석을 보유한 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구조로, 후임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뒤 국회 지명 선거를 거쳐 결정된다. 일본 언론들은 정치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안에 선거를 치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사진=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 인스타그램

‘최연소’ 고이즈미 vs ‘첫 여성’ 다카이치 유력

차기 총재 유력 후보로는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와 맞붙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이 거론된다. 부친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아 인지도가 높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시바 정권에서 구원투수로 농림수산상에 기용되며 쌀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퇴진을 거부하는 이시바 총리를 지난 6일 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함께 찾아가 “당을 깨선 안 된다”고 사임하도록 설득한 사람 역시 그였다. 2021년 스가 전 총리의 퇴진 당시에도 조기 사임이란 고언을 전한 것도 고이즈미였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그간 차기 총리의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이시바 총리가 승리한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 당시 그는 이시바 총리, 다카이치 전 안보상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총리가 되면 2006년 아베 전 총리(당시 52세)를 뛰어넘은 최연소 총리가 된다. 2019년 38세로 환경상에 올랐을 때도 역대 최연소 남성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만 현재 차기 총재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꼽힌다. 지난 7월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그는 차기 총리 후보 적합도에서 26%로 1위를 차지했다. 자민당에서도 보수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나라현 출신 중의원인 다카이치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여성 아베’로도 불린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여성·비세습 의원으로 아베 신조 내각에서 총무상과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았다. ‘강한 일본’을 언급하는 등 아베 전 총리 정치 노선을 전반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매년 두 번씩 야스쿠니 신사 꼭 참배", 강성 우익 다카이치

이에 국내 외교가에서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총재에 당선되면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꾸준히 참배해 왔으며, 지난해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도 “총리가 된 이후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일본 총리들이 국제사회 시선을 의식해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 봉납으로 대신해 왔던 관행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현직 일본 총리는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또한 다카이치 전 안보상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전쟁을 할 수 없는 일본의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등 역사 문제 전반에서 우경화된 인식을 노출해 왔다. 지난 2022년 2월 도쿄도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라는 극우단체 주관 심포지엄 강연에서는 한국에 대해 속된 표현을 써가며 비하하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 반발을 겨냥해 “(우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했다. ‘つけ上がる’(쯔케아가루)는 ‘상대방이 점잖거나 잘해주는 것을 악용해 버릇없이 굴다’, 즉 우리말 속된 표현으로 ‘기어오르다’라는 의미다. 이런 그가 총리직에 오를 경우 한일관계가 과거사 갈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다카이치 전 안보상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개혁파로 분류된다. 그 역시 최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전력이 있어 과거사 문제에선 자유롭지 않지만, 이시바 총리 체제에서 중용된 인사라는 점에서 이시바 총리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이즈미 농림상 본인의 외교관이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지만,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인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일본 보수층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도 소통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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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외면하고 PF대출에 힘 쏟던 새마을금고, 건전성 '비상'

가계대출 외면하고 PF대출에 힘 쏟던 새마을금고, 건전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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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잔액 중 가계대출 비중 30% 그쳐
공격적으로 확대한 부동산 PF, 부메랑 돼서 돌아왔다
기형적인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체계, 다시 도마 위에

새마을금고의 대출 잔액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년째 3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년 사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기업대출이 증가하며 가계대출 여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기업대출 확대의 '후폭풍'에 휘말려 심각한 건전성 위기를 직면한 상태다.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왜 줄었나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새마을금고의 전체 여신 잔액 중 가계대출 비율은 34%(61조7,106억원)에 그쳤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 2021년(37.5%) 30%대로 떨어진 후 줄곧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새마을금고의 가계 대출 비율은 50~70%대였다.

최근 수년 사이 새마을금고의 가계 대출이 축소된 배경에는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이 있다. 새마을금고는 2020~2022년 부동산 호황기에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상품을 앞세워 기업대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 2022년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 잔액은 15조5,079억원으로, 2019년(1,694억원)과 비교해 15조원 넘게 폭증했다.

문제는 호황기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는 동안 새마을금고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농·축협과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기관은 부동산 대출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공동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2022년 9월부터는 공동대출 취급 자체를 사실상 중단하기까지 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2022년 10월에서야 부동산 공동대출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각 금고의 공동대출 잔액이 전전 월말 기준으로 금고 대출 잔액의 40%(올해부터 35%)를 초과할 경우 신규 공동대출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부동산 PF 부실화 후폭풍

이후 시장 상황이 한층 악화하자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3년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공동대출 제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부동산 대출 수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지막 5차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동·집단대출 및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의 취급이 원칙적으로 중단됐으나, 이 같은 조치를 비껴갈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여타 상호금융기관 대비 상당히 느슨했기 때문이다. 부실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도 대출 상품 판매 통로를 열어둔 셈이다.

이 같은 안이함은 모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부동산 시장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관련 대출 연체율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까지는 2% 수준이었던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8.37%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 상호금융권 전체 PF 부실 여신 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전체 대비 52% 수준이었는데, 금융당국은 이 중 상당 부분이 새마을금고와 관련돼 있다고 본다.

전국 새마을금고의 재무 상황 역시 속속 악화하는 추세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시을)이 최근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상반기 새마을금고 경영지표’에 따르면, 전국 1,267개 금고 중 623곳(49.2%)이 고정이하여신 비율 8%를 넘겼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체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로, 8%를 넘으면 은행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한다.

적자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행안부가 발표한 전국 1,267개 새마을금고의 영업실적(잠정치)을 살펴보면,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3,287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6개월 만에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 적자(1조7,423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손실을 짊어진 것이다.

관리·감독 체계 개편 논의 재개 조짐

새마을금고가 대규모 적자에 휘청이자, 정부는 본격적으로 관리·감독 공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새마을금고가 거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금융기관인 만큼 금융위원회 소속으로 두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상호금융 감독 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며 "감독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협동조합적 성격으로 출발해 행안부 소관으로 남아 있지만, 전문성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건전성 감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왔다. 현재 상호금융기관 중 신용사업을 금융위원회가 아닌 다른 부처가 감독하는 곳은 새마을금고가 유일하다. 새마을금고의 반복된 사고와 적자는 단순 경영 실패가 아니라 감독 체계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국회에는 이미 새마을금고를 금융당국 관리 아래 두는 내용을 담은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적자 쇼크에 더해 금융 사고 등 각종 악재가 겹친 만큼, 향후 국회가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를 금융위 산하로 두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처럼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진 적은 없었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과 금융당국 수장 교체를 계기로 새마을금고 감독 체계 개편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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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공공 주도'로 주택공급 새판짜기, 향후 5년간 135만 호 공급

이재명 정부 '공공 주도'로 주택공급 새판짜기, 향후 5년간 135만 호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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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접 시행, 개발 이익 환수·공급 안정화 추진
연 27만 가구 신규 착공, 순증량 56만 가구 추정
지방 악성 미분양과 건설사 수익성 악화는 과제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수도권에 135만 가구 규모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량을 기존 계획보다 연 11만 호씩 늘려 총 56만 호를 순증한다는 계획이다. 또 부동산 경기 변동의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 사업을 직접 시행해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수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계획이 수도권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으면서 일각에서는 지방에 누적된 악성 미분양 물량과 건설사 수익성 악화, 분양가 상승 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 발표

7일 정부는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 역할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하고 신속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며 "수도권에 5년간 총 135만 가구, 연간 27만 가구 규모의 신규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7일 발표한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2022년부터 이어진 착공 부진의 영향으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특단의 공급 활성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주택수요 등을 감안한 수도권의 적정 주택 공급량은 연 25만 가구로 추산된다. 최근 3년 간의 부진한 추세(연 15만8,000가구)를 가정하면 매년 9만2,000가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예상한 수도권 주택 공급 순증량은 56만 가구다. 구체적으로는 △공공택지 공급 확대·조기화 5만4,000가구 △노후시설·유휴부지 재정비 7,000가구 △도심지 주택 공급 3만8,000가구 △민간 공급 여건 개선 1만3,000가구 등 연평균 11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LH의 공공택지 매각 중단과 직접 시행이다. 그간 토지 수용 등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왔던 LH가 설계와 시공만 민간 건설사에 맡기고 직접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LH 소유의 비주택용지도 정례적으로 용도를 재조정해 공공택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렇게 수도권 공공택지를 활용해 5년간 확보한 주택 물량은 7만5,000호 이상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LH개혁위원회 논의를 거쳐 연내 구체적인 공급 계획과 유형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 분양시장 침체, 수도권 확산 조짐

이처럼 정부가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에 초점을 두고 공공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국의 미분양 주택 가운데 79%가 지방에 몰려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의 비중이 84%를 차지할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 악성 미분양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22개월 연속 증가하다 6월 처음으로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지방 부동산 부양책을 마련한 만큼 정책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가 ‘2025년 지방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취득세의 50%를 감면해 준다. 기존에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해 준 것에 더해 중과세 대상에서도 제외하기로 했다. 또 2024년 1월 10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준공된 지방 아파트 중 전용 85㎡ 이하, 취득가액 3억원 미만인 아파트를 2년 이상 임대할 경우, 신축 취득세 50%를 감면하는 조치도 1년 더 연장했다.

문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서울시의 미분양 주택은 4개월 연속 증가한 1,033가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352가구에서 3월 942가구까지 줄었다가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저점을 찍은 3월과 비교하면 4개월 새 91가구가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가 99가구 늘면서 미분양 확대를 주도했고, 은평구도 20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들 지역의 미분양 원인으로는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강동구 길동 디아테온은 전용 59㎡로만 구성됐는데 분양가는 10억9,05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한 수준이지만, 총 64가구인 단지 규모 등을 고려하면 비싸다는 평가다.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전용 59㎡ 분양가가 11억1,000만~11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북한산힐스테이트 7차의 경우, 같은 면적이 9억5,000만 원 안팎에서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분양 한파에 건설사 자진폐업도 늘어

역대급 분양 한파로 건설사의 경영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도 영업이익이 7,85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조원 이상 줄어든 대규모 어닝 쇼크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4%, 3.2% 감소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수주한 공사를 현재의 높은 공사비에 맞추다 보니 손실이 발생한다"며 "조합과 공사비를 협상하더라도 상승분을 모두 반영할 수 없어 손실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올해는 상반기에만 건설사 10곳 중 7곳이 스스로 문을 닫았다. 건설산업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를 모두 포함한 말소·폐업신고는 총 1,531건으로 파악됐다. 이 중 자진폐업은 1,032건으로 67.4%를 차지했다. 업종별로 보면 종합건설업체의 말소·폐업은 465건으로 이 중 자진 페업은 58건(55.4%)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업체는 1,066곳이 문을 닫았고, 이 중 자진폐업은 774건으로 그 비율이 무려 72.6%에 달했다.

건설업계 위축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 공급 물량이 더욱 줄어들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에서 착공된 주택은 1만78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분양 승인 물량도 8.37% 줄었다. 주택 공급의 초기 단계인 착공과 분양 모두 감소세를 보이면서 2~3년 뒤 입주 물량에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년 입주 예정 물량도 크게 줄어든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7,757가구로, 올해(3만5,808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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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력 대체하겠다" 美 빅테크 휩쓰는 '해고 열풍'

"AI로 인력 대체하겠다" 美 빅테크 휩쓰는 '해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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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 고객 서비스 지원 부문에서 4,000명 해고
메타·MS·아마존 등도 줄줄이 감원 조치 단행
"단순 업무 모두 자동화" 美 청년들 설 자리 잃었다

인공지능(AI)발(發) 해고 바람이 미국 시애틀 전역을 강타했다. AI 에이전트를 사내에 적극 도입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세일즈포스는 물론,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이 줄줄이 AI 활용을 확대하며 직원 수를 줄여 나가는 양상이다.

세일즈포스의 과감한 감원

8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팟캐스트 '로건 바틀릿 쇼'에 출연해 "고객 서비스 지원 부문에서 약 4,000명을 감원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모든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7,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이다.

베니오프 CEO는 "AI가 고객 서비스 상호 작용의 절반을 처리하고 있어 예전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며 "인력을 9,000명에서 5,000명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영업 활동을 위한 리소스를 확보했다"며 "지난 8개월은 내 경력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기간이었다(8 months of most exciting months I think of my career)"고 덧붙였다.

앞서 세일즈포스는 올해 상반기에도 새로운 AI 제품인 에이전트포스(Agentforce) 도입을 이유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고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베니오프 CEO는 "거의 6개월 만에 에이전트포스의 계약이 5,000건을 넘었고, 자사에서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며 "에이전트포스가 성공했기 때문에 올해 엔지니어를 채용할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에이전트포스는 세일즈포스 플랫폼 내에 탑재된 AI 도구로, 기존 챗봇과 달리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용자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해결하거나 마케팅을 재검토하는 등 각종 작업에서 에이전트포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직원 속속 내보내는 빅테크 기업들

AI발 해고 바람은 세일즈포스 외에도 시애틀 지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을 잇달아 강타하고 있다. 일례로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5%(약 3,600명)를 감원했으며, 지난 4월에는 가상현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에서 수백 명을 해고했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5월 자사의 AI 행사에서 “내년이면 프로그램 개발 절반가량이 사람 대신 AI로 이뤄질 것"이라며 사내 AI 활용도를 제고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MS 역시 지난 1월 저성과자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약 1%를 해고했고, 5월에는 6,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이후 MS는 지난 7월 재차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전 세계에 근무 중인 다양한 사업부에서 약 9,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기준 22만8,000명이었던 MS 전체 인력의 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MS는 이미 AI 기술을 업무에 적극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MS 내부 코드 20~30%는 이미 AI가 작성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마존도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약 2만7,000명을 감원했다. 앞서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의 더 많은 도입에 따라 업무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며 "수년 내 사무직 인력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구글 역시 AI 인프라 확대로 인해 발생한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감원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구글 클라우드 부문에서 직원들을 내보냈고, 5월에는 판매·파트너십 부문 직원 200명을 해고했다.

美 청년 고용 '적신호'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감원 흐름이 지속될 경우 미국 청년층의 취업난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 번역, 고객 서비스 등 자동화가 용이한 직종에서 22~25세 청년층의 고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 청년층 고용의 경우 2022년 말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기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6~30세 구간은 고용이 정체했고, 중장년층에서는 오히려 증가세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 결과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나 경기 둔화 같은 거시 요인과 별개로, AI가 직접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험 많은 개발자들이 협업 능력이나 프로젝트 관리 등 자동화하기 어려운 역량을 바탕으로 여전히 수요를 유지하는 반면, 청년층은 경력의 초입에서 AI에 대체돼 학습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세대 단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에릭 브린욜프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앞으로는 단순 현장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명시적인 훈련 체계를 통해 청년층이 필요한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분석은 이전부터 시장 곳곳에서 제기돼 왔다. 일례로 조셉 브릭스 골드만삭스 글로벌 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같은 달 자사 팟캐스트에서 “올해 초 이후 20~30세 젊은 기술직 노동자의 실업률이 약 3%p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같은 연령대 다른 직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청년 노동 시장 전체를 보면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AI가 효율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 적극 도입되고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에 부정적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예상이 틀리고, AI 도입과 그에 따른 일자리 대체가 1~3년 새 일어난다면 7%의 대체율은 실업률을 2~2.5%p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상당한 거시 경제적 충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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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딥테크] ‘우리 당이 이기면 공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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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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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Trump) 지지층, ‘작년 대선은 공정’
지지 정당과 선거 결과에 따라 ‘신뢰도 변화’
교육 통한 ‘분별력 함양’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가장 시선을 끈 숫자는 투표율이나 경합 주 차이가 아니라 트럼프(Trump) 후보 지지자들이 부재자 및 우편투표가 정확하게 집계됐다고 믿는 비율이었다. 해당 숫자는 2020년 대선 당시 19%에서 작년에 72%로 상승했는데, 집계 방식은 그대로였고 승자만이 바뀐 상황이었다. 유권자들의 확신이 사실이 아닌 지지 정당과 선거 결과에 따라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은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대선, 이기면 ‘공정했다’고 생각

이는 전 세계 모든 교육기관과 정책 당국이 고민할 문제다. 정확한 정보만이 믿음을 결정한다면, 선거 후 논의는 집계 과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검증에 집중돼야 했다. 따라서 교육은 단순한 선거 절차에 대한 설명에서 나아가, 지지하는 정당이 패배했어도 민주적인 절차를 신뢰하도록 하는 ‘면역력’(resilience)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미국 선거 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도(%)
주: *‘잘 운영됐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비율
미국 부재자 및 우편투표 집계 과정에 대한 확신(%)
주: 민주당 후보 지지층, 트럼프 지지층, 전체 유권자(좌측부터) / 2020년(좌측 막대그래프), 2024년(우측 막대그래프)

사실상 지난 몇 년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가를 보여준 기간이었다. 미국 의회는 작년 대선 결과를 이의 없이 승인했는데 이는 2021년 당시의 혼란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브라질은 퇴임 대통령이 권력을 놓지 않으려 했다는 혐의로 시끄럽고, 한국은 계엄령 선포 시도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헌정상의 위기를 견뎌야 했다.

‘제도적 확신’이 ‘결과 수용’에 영향

위의 사례들에서 나타난 동일한 양상은 문제의 원인이 거짓 정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파적 정체성(partisan identities)과 제도, 그 제도에 대한 시민의 확신이 함께 작용한다. 그렇다면 학교 역시 정보 검증 방법만이 아니라 제도적 안전장치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작년 미국 대선은 최초의 ‘AI 선거’로 불렸지만, 딥페이크(deepfake)가 눈길을 끈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소문과 편집된 영상, 반복된 주장이 대부분의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AI가 불러온 새로운 위험을 지적한다면 거짓말을 지어내기가 쉬워지고, 이를 통해 얻는 이득도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연구자들은 프리번킹(prebunking, 오보가 유포되기 전에 사람들에게 경고함으로써 대응하는 것)이 진실 호도를 알아채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또 투표 결과가 어떻게 검증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대중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시점과 전달자가 가진 신뢰성이 중요하다. 메시지는 추상적이고 교훈적인 것보다, 지역적이고 반복적이며 관찰 가능할 때 효과가 크다.

‘선거 과정 투명성’ 높여야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지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중앙 정부보다 높고, 미국에서 작년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은 당선인 지지자들이 결과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이 선거 결과를 바꿀 수는 없지만 선거 과정을 더 가시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유권자들이 결과 발표 이후의 소문에 흔들리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교육 당국은 고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지역 선거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설명한다면, 지역 사회 내에서 해당 선거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다. 또 학기마다 조작 수법이나 소문의 양상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평가도 암기 테스트가 아닌 상황에 맞춰 공식 문서를 통해 선거 과정에 대한 소문을 평가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또 지역별로 선거 공정성 현황판을 만들어 학생들의 평가와 감사(audit)를 연결한다면 허위 정보에 대항하는 상시적 수단을 갖추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딥페이크와 같이 언론을 장식하는 거짓 정보와 일상적인 사실 왜곡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대응 방식도 전자는 기술에 대한 이해를, 후자는 참을성 있게 확인하는 습관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교육의 역할, ‘조작에 속지 않도록’

앞서 언급한 국가들의 사례는 투명한 관리·감독을 통한 결과가 정확히 집행된다면 위기 앞에서도 법 제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법원이 대통령이 내린 비상조치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검찰은 증거를 어떻게 추적했는지, 국가 기관들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했는지 등은 모두 훌륭한 사례 연구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교육이 아닌 양극화가 불신을 키운 원인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원인은 양극화일 수 있지만 투명한 절차와 적절한 사전 대응이 거짓 소문의 확산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교육으로 선거 운동을 개선하고 소셜 미디어 게시글을 막을 수는 없지만 유권자들이 조작에 속지 않도록 준비시킬 수는 있다.

적어도 당파적 정체성에 휩싸인 일부가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할 때, 더 많은 유권자들이 잠시 멈춰 확인하고 검증된 결과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패배했을 때도 말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oposing an Education Agenda for Democratic Resilience: when Facts Don’t Move Vote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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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먼저 살려야” 관세發 고용쇼크에 9월 금리인하 확정 수순, ‘빅컷’ 전망도 재등장

“나라 먼저 살려야” 관세發 고용쇼크에 9월 금리인하 확정 수순, ‘빅컷’ 전망도 재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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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5bp vs 50bp', 美 8월 고용 둔화 쇼크
기록적 수준의 美 부채와 이자 비용 급증에 따른 압박 심화
금리인하 이후 인플레이션·달러 약세 가중 전망
9월 금리인하 전망/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단 한 차례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직후 미국 고용시장이 악화됐다는 지표가 잇따르면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압박까지 갈수록 거세지다 보니 금융 시장이 내다보는 9월 금리인하 확률은 100%까지 수직 상승했고, 월가의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이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까지 단행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자 시장의 시선은 인하 이후의 물가 흐름에 쏠리고 있다.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과 고용 악화가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8월 美 고용, 관세 충격에 5.4만 명 기대치 미달

7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6~17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4.25~4.5%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90%를, 0.5%포인트 내릴 확률은 10%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일 8월 고용 보고서 발표 전까지만 해도 빅컷 가능성은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으나, 고용 쇼크가 발생하면서 빅컷 가능성이 고개를 든 것이다. 8월 고용보고서는 이달 FOMC 회의를 앞두고 월가에서 금리 결정의 최대 분수령으로 지목했던 지표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고작 2만2,000명에 그쳤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만 5,000명)보다 5만3,000명이나 적은 수치였다. 6∼7월 고용 증가 폭도 종전 발표 수치보다 총 2만1,000명 하향 조정됐다. 6월 고용은 2만7,000명 증가에서 1만3,000명 감소로, 7월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서 7만9,000명 증가로 각각 변동됐다.

실업률도 7월 4.2%에서 8월 4.3%로 올랐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높다. 실업수당 청구도 크게 늘었다. 지난 4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8월 24~3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7,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그 전주(22만9,000건)와 블룸버그 예상치(23만 건)를 웃돌고,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날 고용정보회사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는 5만4,000명으로, 7월(10만6,000명)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나타났다. 당초 경제학자 등 전문가가 예상했던 6만5,000명에도 크게 못 미쳤다. 미국 내 민간 부문 근로자 약 2,600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ADP 조사 보고서는 급여·실업·일자리 등을 담아 노동시장을 보여주는 척도로 꼽힌다.

3일 발표된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 내용도 비슷했다. 지난 7월 기업의 구인 건수는 718만1,000건으로, 지난해 9월(710만3,000건)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구인 건수는 5월(771만2,000건), 6월(735만7,000건)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다. ADP의 넬라리차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엔 일자리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그 기조가 이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뒤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부담을 이유로 신규 고용을 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전 거래일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7.9bp 내린 3.5110%, 10년물 금리는 8.7bp 내린 4.0760%를 나타냈다.

美 정부 부채, ‘경제적 심장마비’ 위험

고용 지표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점도 금리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이 성공하려면 금리인하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더 내려가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미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상승, 다른 국가의 대미 수출 경쟁력은 하락한다는 논리다.

정부 부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며 이자 비용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사실도 금리인하 압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부채는 처음으로 37조 달러(약 5경1,600조원)를 돌파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미국인 한 명당 1억5,000만원씩 빚을 진 셈이자, 한국 정부가 77년 동안 쓸 예산(2025년 673조3,000억원 기준)과 맞먹는 막대한 규모다. 지난 10년간 세입의 9%에 불과했던 순이자 비용도 2024년 회계연도에는 19%(9,500억 달러·약 1,324조원)까지 늘어났고, 재무부가 발행한 유가증권에 지급하는 평균금리(지난 7월 3.352%) 역시 15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부채가 곧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부채가 많아지면 빚 상환 부담 역시 소득에 비해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해 악화된 부채 상환 부담은 경제 유지를 위한 지출을 압박하고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경제적 심장마비’로 귀결된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투자자들은 새로 발행되는 국채뿐 아니라 기존에 발행한 국채마저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해 매도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는 줄면서 채권 금리가 치솟고, 중앙은행은 대응책으로 돈을 더 풀거나 통화를 추가 발행한다. 하지만 돈을 더 찍어내 부채를 갚게 되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그 화폐는 ‘부(富)를 저장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훼손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나아가 미국의 부채 부담은 달러 약세를 자극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자본시장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악재다. 달러와 달러 표시 부채는 세계의 주요 교환 수단이자 부의 저장 수단으로서, 무역과 자본시장을 사실상 지탱하고 있는 만큼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무역과 자본시장이 위태로워지고, 그 안정성에 의존하는 각국 경제 역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는 국채시장에도 부담을 준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지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투자자 이탈로 인해 국채 수요가 약화될 경우 조달 비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인하 이후 관건은 ‘물가’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이후의 관건으로 물가를 지목한다. 관세로 인해 실업률이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구조적 부담은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 경우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실업률 상승 압박을 충분히 제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통화 완화는 관세로 인해 가중된 물가 상승 경로에 추가적인 불을 지필 수 있다. 정책적 완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역효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관세는 미국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월가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1% 감소시키고, 인플레이션은 1~1.5%가량 높일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규모는 전후 미국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로즈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관세가 소매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근원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멈췄다”며 “기업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뜩이나 물가가 오르면 미국 달러는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금리마저 인하될 경우, 달러의 약세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은 시중에 그만큼 많은 돈이 풀린다는 의미로,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떨어진다.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유지하면 달러 가치가 오를 수도 있겠지만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모건스탠리는 달러화가 내년 중반까지 9%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와 블룸버그 설문에서도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같은 달러 약세는 곧 미국 국채와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이탈을 가속화시켜, 장기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미 높은 국가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 경제에 작지 않은 균열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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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구글·애플의 앱 마켓 수수료 횡포, 정부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구글·애플의 앱 마켓 수수료 횡포, 정부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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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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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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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시행 이후에도 수수료 부담 여전
"보복 돌아오면 큰일" 정부 규제에도 한계 있어
원스토어 등 토종 앱 마켓 육성 노력 필요

국내 산업계가 구글·애플 앱 마켓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시행 이후로도 좀처럼 수수료 부담이 경감되지 않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제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자체 앱 마켓 생태계를 강화해 구글과 애플의 독과점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韓 산업계, 영업 보복 금지법 통과 촉구

5일 황성익 한국게임모바일협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구글·애플 인앱결제 피해 기업 사례 발표 및 대안 마련 정책 토론회'에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구글의 26% 꼼수로 무력화됐다"며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개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업계가 보복을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영업 보복 금지법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협회장이 언급한 영업 보복 금지법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앱 마켓 사업자 영업 보복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앱 마켓이 인앱결제 강제 문제를 신고한 콘텐츠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분쟁 발생 시 앱 마켓에 입증 책임이 부과되며, 인앱결제 강제를 신고한 업체에 보복을 가한 앱 마켓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해당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앞서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표면적으로는 외부 결제를 허용했으나, 실제로는 제3자 결제 시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명목으로 26%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결제 구조 자체도 문제다. 인앱결제가 결제 대금에서 약 30%의 수수료를 자동 공제하는 구조라면, 제3자 결제는 개발사가 매출액을 받은 뒤 앱 마켓이 서비스 이용료를 후청구하는 방식이다. 제3자 결제로 외부 PG사에 내는 결제 대행 수수료(5~10%)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은 법안 시행 이전과 거의 같은 셈이다.

시장 독점 사업자의 힘

구글과 애플이 '꼼수'를 통해 수수료 장사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 앱 개발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들 플랫폼은 앱 마켓 시장 내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 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입점 기업에 영업상 보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에 이의를 제기하면 앱 심사가 지연되거나 부당하게 앱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며 "불공정 행위를 신고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어도 보복에 대한 두려움 탓에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구글과 애플의 고장인 미국은 이 같은 점을 고려, 부수적인 규제를 내놓는 대신 양 사의 독점 자체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법원은 배심원 판결에 따라 구글의 30% 인앱결제 수수료 부과는 '반독점법 위반'임을 확정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애플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으로부터 '타 결제 방식 제한 규정'과 관련해 불공정경쟁법을 위반했다는 최종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미국 앱 업체(구글 4만8,000여 개, 애플 6만7,000여 개)와 소비자들이 받은 손해배상 합의금은 총 1조1,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강경한 대응책을 내놓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한 시장 전문가는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이 아니다 보니, 압박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구글·애플 측에서 한국 시장에 제재를 가할 경우, 이들 앱 마켓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발의된 영업 보복 금지법은 결국 특정 사업자에 대한 보복만을 금지하는 법안"이라며 "현시점 한국은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원스토어

자체 앱 마켓 생태계 구축 가능할까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원스토어 등을 앞세워 자체 앱 마켓 생태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원스토어는 2016년 창립한 토종 앱 장터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앱 장터 3사의 거래액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원스토어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5년간 국내 게임 거래액의 약 12.6%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애플 앱스토어(약 12.3%)를 소폭 앞서는 수준이다.

원스토어는 구글 앱 마켓과의 직접 경쟁에서도 점진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원스토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글 플레이와 원스토어에 동시 입점한 상위 매출 50개 게임 기준 원스토어의 거래액 점유율은 49.2%에 달했다. 저렴한 수수료와 각종 할인 혜택을 앞세워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건 결과다. 원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는 최대 20%로 구글과 애플 대비 약 10%p 낮다.

다만 이는 단순 게임 앱에 한정된 통계로, 원스토어의 앱 마켓 시장 전체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 마켓 시장의 거래액 기준 점유율 1위는 구글 플레이스토어(67.5%)였으며, 애플 앱스토어가 28.2%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원스토어의 점유율은 2.9%에 그쳤다. 현재 원스토어는 시장 입지를 개선하고 앱 사업자와의 상생을 꾀하기 위해 ‘상생 성장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나, 원스토어를 이용하는 사업자가 아직 많지 않은 만큼 극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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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인낸셜] 美 국방비보다 많은 이자 비용, 재정 지속가능성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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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25년 이자 지출 사상 최대 규모
베네치아·스페인 사례가 보여준 부채·통화 불안정의 위험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과 제도적 개혁의 필요성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미국의 순이자 지출은 약 9,500억 달러(약 1,280조원)에 달했다. 근대 이후 처음으로 국방비를 넘어선 규모다. 2020년 이후 이자 지출은 세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1조 달러(약 1,350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수치 증가가 아니라, 국가 지출 구조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의회예산국(CBO)은 이자 지출이 2030년대에도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치적 압력 속에서 금리를 인하하고, 관세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달러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대규모 부채, 완화적 통화정책, 통화 약세가 맞물린 상황은 과거 제국들이 직면했던 재정 불안정과 유사하다.

사진=ChatGPT

역사적 사례의 교훈

역사는 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국가가 위기 국면에서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준다. 금융 억압은 금리를 낮추고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부채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17세기 베네치아는 대표적 사례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공공은행인 방코 델 지로(Banco del Giro)를 통해 화폐를 발행하며 재정 적자를 메웠다. 그러나 이 화폐는 금속화폐로 자유롭게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가 약했고,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1629~1650년 전염병으로 지출까지 급증하자 두카트화 가치는 급락했다. 신뢰받던 베네치아조차 재정·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잃자 통화 안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1627~1684년 16개 통화 대비 두카트 환율 분산
주: 날짜(X축), 환율(Y축)/재정 적자 화폐화 충격 구간(회색 영역), 10~90 백분위 구간(옅은 파란 영역), 25~75 백분위 구간(중간 파란 영역), 중앙값 환율(짙은 파란 선)

스페인 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6세기 합스부르크 왕가는 아메리카에서 유입된 은에 의존하며 유럽 패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쟁 비용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1557년을 포함해 네 차례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채권자들은 왕실의 명성을 믿고 자금을 빌려줬지만, 반복된 상환 중단은 결국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는 단일 자원에 과도하게 의존한 재정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이 두 경험은 동일한 교훈을 남겼다. 단기 위기 대응을 위해 통화 가치를 희생하거나 상환을 반복적으로 미루면, 장기적으로 신뢰와 재정 건전성이 무너진다. 문제는 당장의 디폴트가 아니라 개혁 의지가 약화될 때 임시방편에 의존하게 되고, 그 부담이 사회적 투자와 미래 세대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2025년 미국이 마주한 현실

역사의 패턴은 오늘날 미국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4월 정부는 대부분의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했고, 일부 국가에는 더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 긴급 권한을 근거로 했지만, 법적 분쟁은 이미 시작됐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와 제도적 불안정성을 달러 위상 약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달러의 세계 외화보유액 비중은 57.7%까지 낮아졌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관세 영향을 받는 품목 가격은 팬데믹 이전 추세를 크게 웃돌았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의류·생활용품 가격 상승 폭이 특히 컸으며, 이는 공공 지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관세의 물가 파급 효과를 두고 논쟁을 이어가는 동안, 현장의 조달 비용은 이미 증가하고 있다.

베네치아가 일시적 조치로 시간을 벌었으나 통화 신뢰를 지키지 못했고, 스페인이 은 의존으로 장기 쇠퇴를 자초한 것처럼, 미국 역시 약달러와 비용 상승의 압력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정책적 시사점

베네치아와 스페인의 경험은 재정 위기 극복의 방법도 함께 보여준다. 베네치아는 전쟁과 전염병으로 재정이 흔들릴 때, 정부가 직접 시민들에게 강제적으로 자금을 빌려 재정을 메웠다. 당시 방식은 비민주적이었지만, 국가가 채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신용을 유지하는 장치 역할을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강제 대출 방식 대신, 국가나 지방정부가 보증을 제공해 시장에서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제도적 장치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스페인의 경험은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흘러 들어온 은에 의존해 재정을 유지했으나, 결국 수입이 줄어들자 채무 상환은 반복적으로 중단됐다. 단일 자원이나 특정 수입원에 과도하게 기대면 장기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오늘날에도 한 나라의 재정이 환율, 금리, 원자재 가격 등과 같은 특정 변수에만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도록 구조적 다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는 필수다. 정치적 압력이 중앙은행의 결정을 흔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시장은 위험 프리미엄을 높게 책정하고, 이는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달러 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부채 상환 부담을 덜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외부 자금 조달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정 지출 구조의 균형이 중요하다. 대형 사업에만 집중해 운영 관리와 유지보수를 소홀히 하면 장기적으로 부채 구조가 불안정해진다. 사업의 전 생애주기 비용을 고려하고, 부채 상환을 재정 규모의 일정 비율 안에서 제한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재정 운용의 최종 과제

미국의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선 현상은 이미 진행 중인 재정 압박을 보여준다. 역사가 전하는 교훈은 분명하다. 부채는 결국 상환돼야 하며, 이를 미루는 방식은 신뢰를 약화시킨다. 베네치아의 임시 대응이나 스페인의 반복적 채무불이행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신용 보강 장치, 가격 현실을 반영한 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 책임 있는 채무 관리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연방 정부가 환율과 금리를 활용해 부채를 조정한다면, 지방정부와 정책 당국은 장기적 건전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eap Money, Dear Consequences: What Empires Teach Us About Education Budgets in a Weak-Dollar World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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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단체관광객 무비자 허용에 유통업계 ‘유커 특수’ 기대, ‘여행 패턴·소비 여력’은 변수

中 단체관광객 무비자 허용에 유통업계 ‘유커 특수’ 기대, ‘여행 패턴·소비 여력’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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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유커 귀환 시작
침체된 관광·유통 시장에 활력 기대
고전 중인 유통·면세업계에도 단비

정부가 오는 22일부터 무사증(무비자)으로 방한할 중국 단체관광객의 명단 접수를 시작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7년 만에 재개되는 이번 조치는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둔 방한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하고, 침체된 관광·유통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결정이다. 이에 면세점과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유커(遊客) 특수’의 귀환을 기대하며 분주히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중국 내 경기 침체와 소비패턴 변화가 변수로 떠오른다.

29일부터 무비자 한국 입국

7일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등은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한시적인 무비자 입국 허용 관련 세부 지침이 담긴 관계 부처 합동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사전에 자격을 취득한 국내와 국외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최소 3인 이상 중국 단체관광객에 한해 무비자 입국과 15일간 체류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단체관광객이 입국과 출국 시 이용하는 항공, 선박편도 동일해야 한다.

2002년 특별법 시행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제주도 방문 중국 개별·단체관광객은 종전대로 30일 이내 체류가 허용된다. 목적지인 제주 방문을 위해 인천과 김포, 김해 등으로 입국하는 환승객(5일 이내), 일본 단체 비자 소지 환승객(15일 이내), 인천공항 환승객(72시간 이내), 청소년 수학여행단(30일 이내)도 현행 무비자 입국 허용 조건이 유지된다.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 허용과 관련해 세부 지침을 내놓은 건 지난달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 TF 회의’ 이후 한 달 만이다. 정부는 지난달 6일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달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9개월간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을 한시 허용하기로 했다. 2000년 6월 중국인의 한국 여행 완전 자유화 이후 한국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건 2018 평창동계올림픽(2017년 12월~2018년 3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내수 부진 돌파구 기대

정부가 무비자 입국 허용에 나선 건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처다. 중국발 여행객 증가에 따른 기대감이 가장 큰 곳은 면세업계다. 올여름 성수기에도 면세점은 웃지 못했다.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정작 매출은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 조사 결과 7월 면세점 매출액은 9,2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 전월 대비 15.2% 줄었다. 이는 올해 들어 매출액이 가장 낮았던 1월(9,540억원)보다도 더 줄어든 금액이다.

반면 7월 면세점 방문객은 25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2%, 전월 대비 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방문객은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면세점의 1인당 구매액은 지난해 7월 42만5,922원에서 올해 35만6,521원으로 16.3% 감소했다.

이처럼 유커 특수가 사라진 이후부터 면세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항이나 시내 면세점 가릴 것 없이 수년 째 고전 중이다. 특히 시내보다 공항 면세점들이 더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호텔신라는 호텔 부문에서 선방하고서도 면세점 때문에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4%나 줄었고, 당기순익은 적자 전환(잠정실적 기준)했다. 비상장기업인 신세계디에프도 작년 매출은 약간 늘었으나 영업손익은 2023년 967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197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인천국제공항 내 입점한 신세계면세점 모습/사진=신세계면세점

中 경기 침체에 소비여력 낮아

이런 상황 속 유커들의 귀환 소식은 면세업계에 큰 호재다. 면세업계 매출에서 중국인 비중이 70% 이상으로 추산되는만큼, 실적 부진에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조정 분쟁까지 겪고 있는 면세업계에서는 매출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중국 우상그룹·왕푸징그룹 경영진과 협력 강화에 나섰으며, 롯데·신라면세점도 중국국영면세점그룹의 모기업인 중국여유그룹과 미팅을 갖는 등 발 빠르게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백화점업계도 무비자 시행을 호재로 본다. 전체 매출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외국인 매출 비중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어서다. 주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약 10% 내외로, 현대백화점의 경우 2022년 3%대에서 지난해 10% 중반까지 급등했다.

다만 중국의 경기 침체로 중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과거 대비 줄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중국 단체 관광객이 대규모 입국해 국내에서 많이 소비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며 "중국 관광이 해외에서 소비를 많이 안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지난해 중국인 방한객의 주요 활동 중 쇼핑 비중은 68.2%로 2019년(95.1%) 대비 급락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가 여행상품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뒤 남는 예산으로 면세 쇼핑을 즐기는 구조였지만, 현재는 항공료와 숙박비가 크게 올라 이런 방식의 상품 구성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짚었다.

면세업계뿐 아니라 다른 유통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의 관광패턴이 소비에서 체험으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은 쇼핑보다 체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면세점이나 로드샵에서의 제품구입보다 한국의 맛집, 관광지를 즐기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중국인들의 지갑이 얇아진 데다 한국이 고물가를 이어가고 있어 중국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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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경영권 분쟁서 특정 기업과 결탁해 여론 조작 '의혹'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경영권 분쟁서 특정 기업과 결탁해 여론 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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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액트, 고려아연과 공모해 최대주주 압박"
마이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 토론방 출입 통제
내부 네트워크 활용해 투표 가이드라인 등 제공

소액주주 보호를 내세운 주주 플랫폼 ‘액트(운영사 컨두잇)’가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쪽과 연대해 소액주주의 여론을 조직적으로 형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이데이터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주주들에게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특정 기업을 지지 혹은 공격하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액트의 운영 방식이 의결권 자문이라는 명분 아래 편향된 캠페인과 동원 기능이 결합돼 주주민주주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액트, 지난해 9월 '영풍 공격 시나리오' 마련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액트와 공조해 최대주주를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풍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액트는 지난해 9월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이전부터 이미 ‘영풍 공격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내부 문건에는 'Y사(영풍) 공격'이라는 표현과 함께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소송, 임시 주주대표 선임 등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또 액트가 고려아연과 체결한 계약 일부를 최 회장의 특수관계사인 영풍정밀로 변경한 뒤, 영풍 이사회 진입을 위해 긴밀히 협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올해 2월 작성된 또 다른 내부 문건에는 “영풍정밀 측 임원 후보의 이사회 진입이 최우선 목표”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머스트자산운용과의 표 대결에 대비해 고려아연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로 영풍정밀은 올해 영풍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를 내세웠으나 표 대결에서 패했다.

영풍 겨냥해 '저평가 종목 캠페인'도 기획

겉으로는 순수한 소액주주 운동으로 보였던 캠페인이 실상은 특정 기업의 이해에 따라 추진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액트는 영풍을 겨냥해 '저평가 종목 캠페인'을 기획했다. 5개 안팎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을 선정해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내부 문건에는 “영풍의 저평가 문제를 액트가 단독으로 거론할 경우, 이해상충 등 불필요한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며 “저PBR 캠페인을 통해 밸류업 논의를 이끌면 이슈몰이가 가능하며, 영풍은 자연스럽게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서술했다.

동시에 이에 대한 대척점으로 고려아연의 높은 주주환원율을 부각하는 전략도 병행했다. 영풍을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고려아연의 장점을 부각시켜 소액주주와 투자자 간 여론을 분열시키고, 동시에 각각의 지지 기반을 결집하려는 포석이었다. 고려아연은 지난 5월 1조8,156억원 규모(204만30주)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는데 이에 대해 액트는 "고려아연은 국내 상장사 중 주주환원 상위 3위 이내에 드는 기업으로 경영권 분쟁 중에도 과감한 주식 소각 결정을 통해 올바른 길을 택했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액트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액트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개입과 시장교란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액트 운영진과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주주 의견 수렴 없이 송영숙 회장 등 ‘3자 연합’을 지지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들이 지지 입장을 표명하자 시장은 이를 경영권 분쟁의 종결 신호로 받아들였고, 주가는 하루 만에 20% 폭락했다. 대표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소액주주의 총의를 모은 것처럼 입장문을 발표해 주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플랫폼 활용해 소액주주 선택 집단화' 비판

업계는 액트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세력과 보조를 맞춰 여론을 조직적으로 형성해 왔다고 지적한다. 마이데이터 기반 주식 소유 인증으로 토론방 출입을 통제하고, 내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략적 메시지와 투표 지침을 배포함으로써 소액주주의 선택을 집단화했다는 것이다. 두산밥캣·파마리서치·하나마이크론 등 과거 굵직한 분할·합병 논란이 모두 액트 플랫폼을 매개로 확산된 사실은 자발적 운동이라기보다 정교하게 기획된 캠페인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이에 대해 이상목 액트 대표는 "주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논의된 사안일 뿐 실제 시행되지 않은 일도 많다"며 "허위 정보나 외부 의도에 의한 조작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액트의 운영 방식이 주주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다. 의결권 자문이라는 명목 아래 캠페인과 동원 기능이 결합되면, 특정 이해관계가 투표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분 하에 '결과 지향적 여론전'이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액트 플랫폼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종목별 토론방은 의결권 결집을 위한 전초기지가 됐고, 특정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실시간으로 여론을 형성하며 기업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결권 위임부터 법적 대응까지 플랫폼의 기능도 확장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규제당국의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여당과 정부가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액트 관계자를 토론회에 빈번히 초대하며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기업들도 주총을 앞두고 플랫폼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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