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중국 반부패 수사 확대에도 구조는 그대로, 관시(關係) 문화 고착
[딥폴리시] 중국 반부패 수사 확대에도 구조는 그대로, 관시(關係) 문화 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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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부패 수사 확대에도 구조적 부패 반복 인맥 중심 의사결정 지속 제도 신뢰 약화 투명한 기준과 절차 확립이 핵심 과제로 부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정부패는 특정 국가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최신 부패인식지수에서 청렴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도 100점 만점에 90점에 그쳤다. 이는 어떤 공공 시스템도 부패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관건은 부패의 존재 여부보다 공적 의사결정이 제도적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작동하느냐다. 중국과 그리스는 각각 43점과 50점에 머물며 이 기준이 현장에서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인허가와 인사, 계약 등 주요 결정이 사적 관계가 아닌 공개된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는 신뢰가 자리 잡을 때 부패는 비로소 줄어든다.
반부패 단속 확대와 구조적 한계
중국 지도부의 반부패 캠페인은 강도와 범위 모두에서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조사 대상은 2024년 88만9,000명에서 2025년 98만3,000명으로 늘었고, 성·부급 고위 간부도 포함됐다. 올해 들어서는 증권 규제기관과 군은 물론, 권력의 정점인 정치국까지 수사 범위가 넓어졌다. 10년 넘게 이어진 대규모 단속이 계속 범위를 넓히는 흐름은 부패가 일시적 일탈에 그치지 않고 제도 속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강경 단속은 조직에 긴장을 주지만 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공포는 행동을 억누를 수는 있어도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권력이 개인에 집중돼 있고 인맥이 더 크게 작용하는 환경에 있다. 중국에서 말하는 관시(關係)는 단순한 친분을 넘어 자원과 기회가 오가는 관계망을 뜻한다. 공식 제도가 불명확할수록 이런 관계 의존은 더 커진다. 실제로 중국 266개 도시에서 축적된 7만여 건의 부패 사건 판결을 보면, 관시 문화가 강한 지역일수록 부패와 후견 구조가 함께 확대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체계적 부패와 기대의 함정
부정부패가 사회 전반의 작동 방식으로 굳어진 상황에서는 개인 역시 같은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인맥을 통해 기회를 얻는다고 믿는 환경에서 다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대규모 반부패 수사가 공포를 조성하더라도 이러한 인식까지 바꾸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성과가 능력보다 권력과의 거리에서 결정된다는 믿음이 유지되는 한 반부패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실제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국의 반부패 수사는 인사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평가 체계가 느슨한 영역에 먼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권력 핵심과 가까운 인물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부패에 대한 경계는 높아졌지만,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약화됐다. 통제 강화가 겉으로 드러나는 순응을 끌어낼 수는 있어도 신뢰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반부패 기조가 정치 규율 강화와 맞물리면서 충성도와 파벌 관리가 함께 강조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반부패와 정치 관리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비공식 권력은 형태를 바꿔 계속 작동한다.
그리스 사례가 시사하는 공통 과제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중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거와 사법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일상에서는 여전히 인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유럽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의 97%가 부패가 널리 퍼져 있다고 보고, 66%는 이를 직접 겪었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최근 드러난 농업 보조금 스캔들도 같은 흐름이다. 유럽 검찰은 보조금 유출 의혹과 관련해 의원 11명의 면책 특권 해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리스는 관리 부실 책임으로 3억9,200만 유로(약 6,8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공공 자금이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빠져나가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도 크게 흔들렸다. 이 사례는 중국과 그리스를 함께 놓고 보면 정치 체제보다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도자의 의지에 기대는 반부패는 지속되기 어렵고, 기준과 절차가 일관되게 유지될 때 제도는 제 기능을 하게 된다.

투명성은 신뢰의 출발점
부패는 사회 전반의 작동 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굳어진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무엇이 실제로 기회를 만들고 보상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며 성장한다. 인맥이 실력보다 앞선다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제도에 대한 신뢰는 약해진다. 실제로 부패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아져도 사회 전반의 신뢰는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따라서 반부패는 실행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채용과 승진 기준을 공개하고 자산 신고를 정례화하며, 의사결정 전 과정에 추적 가능한 기록을 남기는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또한 내부 고발자 보호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공무원의 재량을 줄이고 판단 기준을 분명히 할수록 인맥에 의존할 여지는 줄어들고 의사결정 과정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진다. 중국과 그리스가 마주한 과제도 다르지 않다. 결과가 누구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인식이 이어지는 한 부패는 형태만 바꾼 채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s Corruption Trap and the Case for Rule-Based Anti-Corrup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